I. 서 론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균등화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 하는 가구의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처분가능 소득 기준)은 2018년 기준 16.7%로 해당 연도 빈곤율이 보고된 OECD 37개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높으며(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n.d.),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 19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Kim 2021). 경제적 취약계층은 영 양가 있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여 소득 수준이 높 은 집단에 비해 식생활의 양적·질적 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 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식품비의 지출이 적지만 엥겔계수(소비 지출 중 식품비의 비율)는 저 소득층이 오히려 높다(Lee et al. 2018). 즉, 저소득층은 식품 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식품비로 인한 부 담이 큰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은 식품 불안정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으며, 과일, 채소, 육류, 유제품의 섭취가 부족하고 영양 권장량 대비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는 등 영양 섭취의 질이 낮다(Jang 2014;Lee et al. 2018;Khil 2021;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2022). 이러한 취약계층의 식생활 문제는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경제적 불평등이 영 양 불평등과 건강불평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Gregory & Coleman-Jensen 2017).
전 세계 많은 국가는 취약계층의 식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식품 구매력을 보장하여 식품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취약계층에게 식품을 구매할 수 있 는 현금이나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식품 현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식품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식품지원제도는 크게 보 건복지부에서 복지사업 또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형태로 운 영하는 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농식품 지원 사 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른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식품지원 사업도 존재하지만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
현재 취약계층의 식품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되는 가 장 큰 규모의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국민기초생 활보장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하여 생활이 어려 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제공하여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상자의 요구 도에 따라 여러 종류의 급여를 제공한다. 이 중 생계급여는 식품을 포함하여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 매할 수 있는 현금을 지급하지만 식품 구매 비용만이 아닌 생활비를 지원하는 성격이므로 협의의 범위에서 식품지원제 도라고 하기 어렵다. 현금 지원 외에 식품이나 식사 등의 현 물 또는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지원 사 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아동급식지원, 노인급식지원 (경로식당 무료급식, 저소득 재가노인 식사배달), 푸드뱅크,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과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 업의 일부로 수행되는 영양플러스사업, 건강과일바구니사업, 실버 건강식생활사업이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운영 사업으 로는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 업, 정부 양곡할인 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사업, 학교 우유급식지원 사업이 있다(Kim & Lee 2020).
다양한 식품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여전히 식생활 취 약계층이 존재한다. 국외 연구에서는 식품지원제도가 대상자 의 식생활 개선과 건강 증진에 제한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고하기도 했다(Andreyeva et al. 2015). 이는 식품지원제도 와 관련 사업이 식품 구매 비용 또는 식품이나 식사의 지원 등 식품 접근성 보장에만 그치고 있어, 대상자가 식품을 어 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가 한정된 예산을 활용하여 건강하게 식생활을 관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 구매하거나 섭취하는 식품의 질적인 측면보다 양적인 측면 에 중점을 두게 된다. 즉, 식품지원제도가 대상자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 없이 운영된다면 제도를 통해 대상자의 굶주림은 해결할 수 있으나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식품지원제도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일부 식품지원제도는 식품과 영양과 관련한 다면적인 식생 활교육을 제공한다. 2020년부터 시작한 농식품바우처 시범 사업은 취약계층에 식품 현물을 구매할 수 있는 농식품바우 처를 제공하여 식품 접근성을 강화하고 국내산 농산물의 지 속가능한 소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식생활교육을 제공하여 대상자의 식생활 관리 역량을 강화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Kim & Lee 2020;Agrifood Voucher 2022a). 2022년 현재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에서 운 영하는 식생활교육은 일부 참여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 시되고 있다.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생활교육의 확대를 위해 서는 식생활교육을 수행해야 하는 필요성과 중요성을 파악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생활 관리의 의 미와 가치를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통해 식 품지원제도의 목적인 대상자의 건강한 식생활 보장을 위해 식생활 관리 역량을 증진하는 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 하고자 한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우리나라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생활 관리의 의미 와 가치를 모색하고자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첫째, 국내외 식품지원제도의 동향을 검토하기 위해 미국의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SNAP)과 우리나라의 농식품 바우처 시범사업을 살펴보았다. 미국 SNAP의 개요와 SNAPEd의 목적, 운영 방안, 식생활교육 방법 및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 농무부(USDA: U.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 서 발행한 자료를 검토했다. 우리나라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운영 현황은 농식품바우처 웹사이트(https://www.at.or.kr/ fooddream), 농림축산식품부 연구용역 보고서와 관련 연구 자 료를 검토하여 정리했다. 둘째, 국외 식품지원제도의 목적으 로 제시되는 food security, nutrition security, food and nutrition security의 의미를 검토하기 위해 관련 국제기구와 국외 유관 기관에서 발행한 보고서와 선행연구를 고찰했다. 셋째, 국내 외 동향 및 선행연구 검토를 기반으로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 생활 관리의 의미와 가치를 제시하고 논의하였다.
III. 결과 및 고찰
1. 식품지원제도의 국내외 동향
1) 미국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SNAP은 과거 푸드스탬프(Food Stamp)로 불리던 미국의 대표적인 공적 부조로 미국의 식품지원 프로그램 중 지원 대 상과 규모가 가장 크다(Landers 2007). SNAP은 저소득층의 식생활 지원을 통해 영양 수준을 향상하고, 기아와 영양 부 족 문제를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직불카드 형태인 EBT (Electronic Benefit Transfer) 카드를 통해 프로그램 참 여자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제공하여 지정된 식료품점에서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SNAP 참여자는 EBT 카드 를 이용하여 조리식품이나 비식품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 품 및 음료, 식재료 생산을 위한 작물이나 씨앗을 구매할 수 있다(USDA Food and Nutrition Service 2013).
SNAP 은 식품 구매 지원 외에도 프로그램 참여자를 포함 한 저소득층에게 영양교육 SNAP-Ed를 제공한다. 1977년 푸 드스탬프 법(Food Stamp Act) 개정을 통해 푸드스탬프 참여 자가 영양가 있는 식품을 구매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식 품영양교육을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푸드스탬프의 재원을 저 소득층 대상 영양교육 프로그램인 Expanded Food and Nutrition Education Program (EFNEP)에 활용하도록 했다 (Landers 2007;National Research Council 2013). 그러나 EFNEP는 푸드스탬프 프로그램 내에서 운영되는 교육은 아 니었다. 1990년 농업법(Farm Bill)에서 푸드스탬프를 운영하 는 주(州)의 기관이 푸드스탬프 참여가 가능한 사람에게 영 양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USDA에 대응 기금을 요청할 수 있 도록 했으며, 1992년 푸드스탬프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영 양교육을 시행하도록 7개 주의 기관에 연방 기금이 지원되 기 시작했다. 이후 푸드스탬프 참여자 또는 참여가 가능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영양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성 장했다(Landers 2007).
SNAP-Ed는 SNAP에 참여 가능한 사람들이 미국 식생활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과 USDA 식품지침 (food guidance)에 부합하도록 한정된 예산으로 건강한 식품 선택을 하고, 신체적으로 활동적인 생활방식을 가지도록 하 는 것을 목표로 한다(USDA 2021). 또한 SNAP-Ed를 통해 참여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하여 식이 관련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의 질환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하고 자 한다. SNAP-Ed는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 인 영양교육뿐 아니라 사회마케팅(social marketing), 정책·시 스템·환경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중재 전략을 사용한다(USDA 2021).
SNAP-Ed에서 주목할 점은 참여자에게 영양정보를 제공하 는 교육에 한정되지 않고 식생활 관리 역량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영양소 위주의 교육뿐 아니라 조리, 식 단 구성 등 기본적인 식생활 관리 기술 개발을 위한 교육과 실습을 포함한다. 교육은 생애주기와 건강문제 등 대상자의 특성을 반영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노인 대상 식생활교육 Eat Smart, Live Strong은 식생활지침 에 따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해당 교육과정은 기존 식생활을 평가하고 목표 설정하 기, 과일·채소 섭취의 장애물을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 력하기, 쉬운 조리법을 이용하여 건강한 식사 만들기, 저소 득층 노인을 위한 식품지원 프로그램 알아보기 등 영양소에 대한 지식이나 식품 섭취에 대한 내용과 함께 식생활을 관 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포함한 다(USDA Food and Nutrition Service 2007). 이 외에도 한정된 예산으로 건강하게 식사하는 방안을 포함한 교육 자 료는 식품 구매 전 메뉴 계획하기, 좋은 가격을 찾고 비교하 기, 제철 과일·채소 구매하기, 대량 구매 및 대량 조리, 남은 식품 활용법, 알뜰하게 외식하기 등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USDA 2011). 또한 식품 위생 교육자 료는 식재료 구매 및 보관 방법, 육류·해산물 조리 후 손과 조리도구, 조리 장소 세척하기, 식중독 예방을 위해 적절한 온도로 조리하기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1).
식생활 관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은 SNAP-Ed의 다른 중재 전략과 결합하여 상승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대 중매체, 소셜미디어, 유명인, 홍보 매체 등을 활용하여 영양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여 대중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 는 사회마케팅은 식생활교육으로 향상된 식생활 관리 역량 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와 건강한 식생활 행동 수행을 강 화할 수 있다. 정책·시스템·환경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중재 전략은 지역사회에서 식품이 판매·제공·배포되는 환경 을 개선하여 SNAP 참여자의 건강한 식품 선택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SNAP EBT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품 판매점에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고, 식사지침에 따 른 건강한 식품 선택을 유도할 수 있도록 상품을 진열하는 환경 변화를 통해 SNAP-Ed에서 습득한 식생활 관리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USDA 2021).
2) 우리나라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2020 년부터 시작되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인구 고령화 등으 로 인해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취약계층 은 영양섭취 부족 등 다양한 식생활 문제와 건강 문제를 겪 고 있다. 여러 형태로 식품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기존 제도가 취약계층의 식품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영 양상태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의 식품지원은 대 부분 특정 생애주기(영유아,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의 저 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저소득 성인, 건강위험군과 같 은 일부 취약계층은 식품지원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가 많았다(Choi et al. 2019). 2016년 지방자치단체의 식품지 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식품지원 예산의 80% 이상이 생계 급여, 긴급지원 등 현금으로 지원되어 식품비 이외의 용도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약계층이 실 제로 이용하는 식품비와 식품지원 명목으로 제공되는 정부 지원금의 합이 최저 식품비보다 적어서 정부의 식품지원이 취약계층의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 되었다(Lee et al. 2018). 이러한 배경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보충적 영양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취약계층의 영양 섭취 부족과 건강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산 농산물 구매 를 지원하는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은 국내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양질 의 농산물을 취약계층이 소비할 수 있도록 식품 접근성을 개 선하여 계층 간 영양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고, 국산 농산물의 지속적인 소비를 통한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 기반을 조성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의 대상은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 가구로, 2018년 2개 지자체에 서 사업효과를 검증하는 실증연구를 하였으며, 2020년 4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10개 지자체 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2022년 기준, 15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이 운영되고 있다(Kim et al. 2021;Agrifood Voucher 2022b).
시범사업은 최저생계비를 바탕으로 추정한 식품비와 이미 지원받는 식품비(생계급여 등)의 차액을 대상자에게 지원한 다. 지원하는 차액은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다르며 1인 가 구 기준 월 4만 원, 2인 가구 월 5만 7천 원, 3인 가구 월 6만 9천 원, 4인 가구 월 8만 원이다. 지원금은 카드 형식의 전자바우처로 제공되며, 시범사업 참여자는 지정된 식품판매 점(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이나 온라인 농협 몰에서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시지 역에 거주하여 지정된 식품판매점을 이용하기 어려운 일부 대상자는 꾸러미 서비스를 이용하여 농식품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농식품바우처로 구매할 수 있는 식품은 국내에서 생산한 신선식품으로 제한한다. 2022년 8월 기준, 국산 과일, 채 소, 흰 우유, 산양유, 계란, 육류, 잡곡, 두부류, 꿀을 농식품 바우처로 구매할 수 있다(Kim & Lee 2020;Agrifood Voucher, 2022a, 2022b).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은 사업 참 여자가 바우처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 활용법에 대한 교 육과 함께 식생활교육을 제공한다(Kim & Lee 2020).
2. 식품지원제도의 목적: 식품 안정성, 영양 안정성, 그리고 식 생활 안정성
각 식품지원제도마다 구체적인 목적이 다를 수 있으나 일 반적으로 취약계층에게 식품을 제공하여 보다 건강한 식생 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식품지원 제도의 목적을 설명할 때 영어권에서는 주로 food security, nutrition security, food and nutrition security와 같은 용어 를 사용한다. 각 용어의 정의는 유사한 면도 있으나 다른 면 도 있으며, 같은 용어에 대한 정의는 기관에 따라 다르다 <Table 1>. 또한 이러한 용어를 한글로 어떻게 번역하여 이 용할지에 대해서도 국내 학계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 이다.
Food security는 식품 안정성, 식품보장, 식량안보 등 다양 한 용어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으나(Choi et al. 2019), 이 중 식품 안정성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식품 안 정성의 정의는 각 기관이나 연구자에 따라 다르나 공통적으 로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상 태의 의미를 포함한다. 1996년 11월에 개최된 세계식량정상 회의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United Nations)는 식품 안정성을 모든 사 람이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식생활 요구도와 식품 선호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충분하고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에 대해 언제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접근 가능한 상태로 정의하였다(FAO 1996). USDA는 식품 안정 성을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위해 충분한 식품에 모든 가구 원이 항상 접근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식품 안정성 달성을 위해서는 영양적으로 충분하고 안전한 식품을 사회 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는 능력이 확보되어 야 한다고 설명했다(Anderson 1990;Choi et al. 2019).
취약계층은 식품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식품 불 안정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고, 식품 불안정 경험은 신체적·정 신적 건강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Gundersen & Ziliak 2015;Choi et al. 2019;Pourmotabbed et al. 2020). 취약계층의 식품 불안정 경험은 건강불평등을 악화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는 식품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식품지원제도도 이러한 정책 중 하나 이다.
식품 안정성의 개념이 식품 섭취와 영양의 측면을 명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강한 상태의 달성은 단순 히 식품에 ‘접근’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섭취’까지 이 루어져야 가능하지만 식품 안정성은 식품 접근성의 측면만 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nutrition security의 개념 이 제안되었다(FAO Committee on World Food Security 2012). 영양 안정성으로 번역되는 nutrition security는 식품 안정성과 마찬가지로 각 기관과 연구자에 따라 다르게 정의 된다.
영양 안정성의 개념이 대두된 초기인 1995년에 국제식품 정책연구소(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는 영양 안정성을 모든 가구 구성원이 단백질, 열량, 다량영양 소, 무기질 측면에서 적절한 영양인 상태로 정의했다 (Quisumbung et al. 1995). 세계은행(World Bank)은 영양 안정성이 모든 가구 구성원의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위생적인 환경, 적절한 보건서비스, 적절한 돌봄과 식품 안 정성이 결합할 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Shekar et al. 2006). 또한 FAO는 영양 안정성이 모든 사람이 활기차고 건강한 삶 을 영위하기 위한 식생활 요구도와 식품선호도를 충족시키 는 식품의 가짓수(variety), 다양성(diversity), 영양성분, 안전 성 측면에서 양적, 질적으로 충분한 식품을 언제나 섭취할 수 있고, 적절한 위생, 보건서비스와 돌봄의 환경에 의해 지 지될 때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즉 영양 안정성은 충분한 양 의 식품에 대한 접근성과 함께 개인이 식품의 영양소를 성 장, 유지, 기본적인 삶의 기능을 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하 는 비식품 요소(보건서비스, 건강한 환경, 돌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FAO Committee on World Food Security 2012).
식품 안정성과 영양 안정성 중 어느 용어가 적합한지에 대 한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졌다. 식품 불안정 연구에서 비만 등 식이 관련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원인과 건 강 격차를 설명하는 데 영양 안정성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Hwalla et al. 2016; USDA National Institute of Food and Agriculture n.d.). 식품 안정성과 영양 안정성 모두 식품지원제도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식품 안정성과 영양 안정성을 모두 반영하는 용 어로 food and nutrition security가 제시되었다. Food and nutrition security는 아직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대응하는 한글 용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 이 용어를 직역한 식품영양 안정성은 여러 단어의 복 합어이므로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 다. 따라서 본 연구진은 food and nutrition security에 대응 하는 한글 용어로 ‘식생활 안정성’을 제안한다. Food and nutrition security의 개념에서 포함하는 식품의 생산부터 영 양소 섭취, 식문화, 푸드시스템 등을 포괄할 수 있는 단어가 식생활이기 때문이다. FAO 세계식품안정성위원회도 food and nutrition security 용어를 사용할 때 각 국가의 언어와 맥락에 따라 식품이나 영양의 표현을 포함하지 않을 수 있 다고 제안했다(FAO Committee on World Food Security 2012).
식생활 안정성은 식품 안정성에서 고려하는 식품의 생산, 푸드시스템, 사회경제적 측면의 문제와 함께 영양 안정성에 서 강조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영양 섭취 및 대사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식품 안정성과 영양 안정성 두 가 지 모두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의 목표를 강조 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FAO Committee on World Food Security 2012). FAO 세계식품안정성위원회는 food and nutrition security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 하기 위해 식생활 요구도와 식품선호도를 충족시킬 수 있도 록 양적, 질적으로 충분하고 다양하며 안전한 식품에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접근성이 언제나 있고, 적절한 위생, 보건의 료서비스와 돌봄의 환경에 의해 지지될 때 존재한다고 설명 하며 해당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FAO Committee on World Food Security 2012). 반면 영양 안정성의 개념이 이미 영양적 측면과 식품 안정성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으므 로 식생활 안정성보다 영양 안정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Ingram 2020). 미국 USDA도 영 양 안정성이 식품 안정성, 식품의 질, 형평성의 개념을 모두 나타낸다고 설명한다(USDA Food and Nutrition Service n.d.).
현재 국내 학계, 연구계, 정부에서 식품지원 프로그램, 취 약계층의 식생활 문제, 농식품 정책을 다룰 때 이용하는 용 어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식품 안정성 용어를 이용한다. 국민 건강증진종합계획의 지표 중 하나로 ‘식품 안정성 확보 가구 분율 증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 Korea Health Promotion Institute 2022). 식품 안정성 지표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최근 1년 간 가족이 충분한 양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 는지를 묻는 질문을 이용하여 산출한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 2022). 식품 섭취의 충분성과 함께 다양성을 고려하 지만 영양 섭취에 대한 평가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지 표이므로 영양적 측면보다는 식품 접근성에 중점을 둔 지표 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식품 안정성, 식품보장, 먹거리보장 등의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여 취약계층의 식생활 문제에 접근한 다. 식생활 취약계층을 정의하고, 이들의 영양 섭취와 건강 의 관련성에 대해 수행한 연구는 영양 안정성의 개념을 포 함한다고 볼 수 있으나 식품 안정성, 식품보장 등 ‘식품’이 포함된 용어를 주로 이용하였다. 농업 분야에서는 국가적 차 원에서의 식량 자급률, 식량 주권 등을 반영하기 위한 지표 로 식품 안정성을 활용하며, 주로 식량안보라는 표현을 이용 한다. 농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식품 안정성 용어는 개인, 가 구, 지역사회 단위의 식품 안정성이 아닌 국가 또는 더 큰 차원에서의 식품 접근성의 개념이 강조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영양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Choi et al. 2019).
식품지원제도는 단순히 배고픔을 없애기 위해 식품을 제 공하는 식품 접근성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그치지 않고 식 품지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대상자의 영양 상태와 건강을 증 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일부 식품지원 프 로그램은 로컬푸드, 유기농 식품 등의 제공을 통해 대상자의 영양과 건강뿐 아니라 푸드시스템과 환경 측면까지 고려하 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의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보 장하고, 국가 식품 생태계를 고려하는 식품지원제도는 식품 접근성만이 아닌 영양적 측면을 포괄하는 영양 안정성 또는 식생활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식품지원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을 명확히 표현하기 위해서 는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 영양 섭취, 건강상태 향상을 반 영할 수 있는 용어의 사용이 필요하다. 본 연구진은 식품 안 정성, 영양 안정성, 식생활 안정성 중 식생활 안정성의 개념 이 식품지원제도의 목적을 반영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 단했다.
3.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생활 관리의 의미와 가치
국민영양관리법은 식생활을 “식문화, 식습관, 식품의 선택 및 소비 등 식품의 섭취와 관련된 모든 양식화된 행위” (국 민영양관리법 제2조 1항)로 정의한다(Korean Law Information Center, n.d.). 식품지원제도는 식생활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 는 인구 집단에게 영양적으로, 문화적으로 적절한 식품 또는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현금이나 바우처를 지원하여 취약계 층의 식생활과 건강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식품지원제도는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정성을 보장하여 건강 개선,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식품지원제도를 통해 식품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 만으로 식생활과 건강상태의 개선을 보장할 수 없다. 식품지 원제도의 대상자가 어떠한 식품을 선택하는지, 구매하거나 지원받은 식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식품지원제도는 취약계층 식생활의 질적 개선에 기여할 수도 있고, 기여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할 수도 있다. 미국 SNAP 참여자의 식 생활에 대한 연구 25편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연구(Andreyeva et al. 2015)는 SNAP 참여자의 식생활은 소득 수준이 유사 한 비참여자와 차이가 없거나 더 좋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 는 SNAP 참여로 식품 구매력이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전반 적인 생활여건이 좋지 않으므로 SNAP 참여자가 섭취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저렴한 식품을 위주로 선택하여 결과적으 로 영양적으로 질이 낮은 식품을 구매했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식품 구매력 강화만으로는 취약계층의 식생활을 개선하 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식품지원제도 는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 제고와 동시에 식품을 활용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은 취약계층에게 국내산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여 보다 나은 식생활을 위 한 구매력을 강화한다. 정해진 식품 현물을 제공하는 영양플 러스나 급식지원 사업과 달리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 처를 제공하므로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의 대상자는 식품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다.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이 목적으로 하는 취약계층의 영양 섭취와 건강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대상자가 한정된 예산으로 건강을 고려하면서 효 율적으로 식품을 선택하고 구매하고 활용하는 식생활 관리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식품을 구매할 수 있 는 바우처에 더하여 식생활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식생활 교육을 함께 제공할 때 농식품바우처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생활 관리의 의미와 가치는 취약계 층의 식생활 안정성을 보장함에 있다. ‘식생활’은 단순히 식 품을 섭취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식품을 선택하고 구매하고 조리하는 행위와 식문화, 전통을 포함한다. ‘안정성’의 ‘안 정(安定)’은 변하지 않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식생활 안정성은 ‘먹을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 태의 변화 가능성과 지속성 개념을 반영하고 현재의 상태뿐 아니라 미래 상태의 확보를 포함하는 보장의 개념을 함축한 다. 따라서 식생활 안정성은 국민의 식생활에 대한 기본적 권리로서, 양적·질적으로 적절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지속 적으로 제공하는 국가의 책임과 정책적 개입을 내포하는 뜻 을 가진다(Choi et al. 2019;Kim et al. 2021).
농식품바우처에 기반한 식생활 관리의 의의와 가치가 제 대로 실현되기 위해서, 즉 농식품바우처 대상자의 식생활 안 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식생활 관리 역량을 높이 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식생활 관리 역 량의 제고를 위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개 발, 실행되어야 한다.
IV.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미국의 대표적인 식품지원제도 SNAP에서 참여 자의 식생활 관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영하는 활동과 우리나라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또한 식품지원제도의 목적으로 제시되는 여러 용어를 검토 하고, 식품 접근성, 영양 섭취, 건강상태 향상을 모두 반영하 는 용어인 food and nutrition security에 대응하는 한글 용 어로 ‘식생활 안정성’을 제안하였다. 이어서 관련 용어의 정 리와 정의에 기반하여 농식품바우처 기반 식생활 관리의 의 미와 가치를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정성 제고로 제시하였다.
우리나라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과 유사하게 식품을 구매 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미국의 SNAP은 식품 선택의 자율성으로 인한 식생활 개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SNAP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참여자가 한 정된 예산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식품의 구매, 보관, 조리, 섭취에 이르는 다양한 식생활 관리 능력을 향상 하기 위한 교육과 활동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식품지원제도 중 대상자의 식생활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 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는 저소득 임산부와 영유아 를 대상으로 하는 영양플러스와 영양교육이 포함된 일부 제 도로 한정적이다. 단순히 식품이나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정성을 보 장할 수 없다. 식품지원제도를 통해 확보한 식품 접근성을 식사의 질을 향상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활용하는 식생 활 관리 역량이 수반되어야 식품지원제도 대상자의 식생활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식품지원제도의 목적인 식생활 안정성 보장을 위해서는 대상자에게 식품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대상자의 포괄적인 식생활 관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은 바우처를 제공하여 식품 접근성 을 보장함과 동시에 대상자가 식생활 관리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식생활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식품지원제도 와 차별성을 가진다. 농식품바우처 기반의 식생활교육을 통 해 대상자의 식생활 관리 역량이 증진된다면 시범사업 참여 기간 동안뿐 아니라 사업 참여 종료 이후에도 대상자가 한 정된 예산을 활용하여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 이다. 향후 농식품바우처에 기반한 식생활 관리의 의미와 가 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바우처 대상자의 식생활 관리 능 력 향상을 위한 식생활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활용이 활발 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