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식습관(eating practice)은 특정된 시간, 공간 속에서 사회 문화적 특성을 가진다(Murcott et al. 2013). 이러한 식습관 의 시간, 공간, 사회관계 세 측면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식 사구조(meal structure)를 이루며 이는 식사내용과 더불어 한 사회의 식사양식(meal pattern)을 결정한다(Marshall & Bell 2003;Mestdag 2007;Lee et al. 2012). 식사구조, 즉 식사 가 이루어진 시간, 장소 및 식사 동반자는 식사내용에 직접 적으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식사가 내포하는 사회문화적 의 미를 반영한다(Kim et al. 2016). 가족동반 식사와 같은 공 동 식사행위는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집단 연대를 유지 하는 면에서 식사의 사회성을 가장 많이 내재한 식사형태이 며(Sobal & Nelson 2003;McCullough et al. 2016), 현대 사회에서 불규칙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사회적 교류 없이 개 인적으로 간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식사의 사회성을 배제한 형태로 볼 수 있다(Poulain 2002).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 서 한국인의 식사구조도 변화하고 있다(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e Sciences 2010). 1인식사가 증가함과 동시에 가 족동반 식사는 감소하고, 식사횟수가 감소하는 반면에 간식 섭취 횟수는 증가하며, 편이식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가정조 리를 대체하는 것은 모두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의 식사구 조 변화를 대표하는 현상이다(Jung 2001).
시간은 식사의 구조적인 측면을 연구함에 있어 중요한 척 도를 제공한다(Warde et al. 2007).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하 루 24시간이 부여된 객관적인 자원이며, 축적이나 저장이 불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바쁜 현대인에게는 더욱 가치가 있 는 자원이기도 하다. 장시간 노동이 보편적인 한국 사회에서 근로자는 임금노동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이 한정되어 시간 부족을 경험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다(Chae 2005). 그러 므로 근로자들의 식사구조를 살펴보는 것은 식행동이 갖는 사회적인 의미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식행동에는 식사의 사회 적 규범과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실제로 현대사회를 살아가 는 사람들은 식사를 하는 장소와 식사의 내용에 대한 선택 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한다(Valentine 1999). 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 일 과표(social time table)(Park & Son 2005)에 따라 식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적 일과표란 사회 구성원이 일상생활에 서 반복하는 다양한 행동이 특정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나 타나는 사회적 시간표이다. 사회적 일과표에 따른 식행동으 로는 아침, 점심, 저녁의 특정 시간대에 식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식사시간대에 사회적 규범이 작 용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생활시간조사(Time Use Survey)의 자료는 이러한 사회적 일과표를 잘 반영하는 자료 이다.
생활시간조사는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조사이다. 생활시간조사를 통해 하루 동안 국 민들이 어떠한 행동을 어느 시간대에 하고 있고, 특정 행동 에 할당하는 시간이 얼마인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Statistics Korea 2015a). 생활시간조사 자료에서 식생활과 관련된 행동으로는 식사와 간식 음료를 섭취하는 행동과, 식 사 전 준비 및 식사 후 정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생활시간조사 자료로부터 국민 식생활에 관련된 중 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시간조사 자료 를 활용한 관련 연구는 드물었다. 그러던 중 10여 년 전 Mestdag(2005;2007)가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벨기 에인의 식사 탈구조화 현상에 대한 심층연구를 발표한 후, 생 활시간조사 자료를 식생활 연구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 해지기 시작했다. 관련 선행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생활시간 조사 자료는 식사구조의 시계열적인 변화를 파악하거나 (Cheng et al. 2007;Zick & Stevens 2010), 국가 간의 식 문화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Warde et al. 2007;Southerton et al. 2012;Kim et al. 2016) 유용한 자료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식사구조 관련 국내 연구로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 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해당 집단의 식행동과 식습관을 살 펴본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Shin et al. 2002;Macromill Embrain 2015).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어린이 의 식사구조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으나(Lee et al. 2012),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식사구조를 분석한 연 구는 보고된 바 없다. 본 연구에서는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근로자의 식사구조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정책 및 프로그램의 기초 자료를 구축하고 자 하였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1. 연구자료 및 대상
통계청에서 주관하여 1999년 처음 실시된 생활시간조사는 5년 주기로 2004, 2009, 2014, 2019년에 수행되었다. 본 연 구는 원시자료가 공개된 가장 최근 조사인 2014년 생활시간 조사의 자료(Statistics Korea 2015b)를 분석하였다. 2014년 생활시간조사는 12,000여 가구의 10세 이상 가구원 27,000 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규모의 조사이다. 2014년 생활시 간조사의 원시자료에는 조사대상자가 이틀씩 작성한 약 54,000부의 시간일지(time diary)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시 간일지는 조사대상자가 10분 단위로 각자의 행동을 기록한 것으로, 시간일지가 제공하는 개인의 시간단위 행동에 대한 정보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보장된다고 알려져 있다(Bhat & Koppelman 1999). 이와 같은 정확성과 객관성은 조사 규모 가 크고 전국 대표성을 갖는다는 특성과 함께 생활시간조사 가 지닌 강점이다.
생활시간조사의 원시자료는 ‘시간대’, ‘시간량’, ‘가구정보’ 및 ‘함께한 사람별 주행동’의 네 가지 형태의 데이터로 제공 된다. 본 연구에서는 시간대 데이터와 시간량 데이터를 분석 에 이용하였다. 하루 24시간 동안 10분 단위로 기록된 행동, 해당 행동이 이루어진 장소, 동반자 및 동반행동에 대한 정 보는 시간대 데이터에, 1일 시간일지별로 각 행동에 할당한 시간량을 집계한 정보는 시간량 데이터에 수록되어 있다.
본 연구는 생활시간조사의 원시자료에서 만 19-64세의 성 인 18,862명 중 조사 당시 경제활동에 참여한 근로자의 자 료를 분석하였다. 따라서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는 연 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조사 당시 휴가 중이거나 일시 휴직 중인 응답자도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만 19-64세의 한국 성인 남녀 근로자 9,846명이 1인당 2일 간 작성한 총 19,692부의 시간일지를 본 연구의 분석에 사 용하였다.
2. 분석내용 및 방법
1) 식사횟수 및 결식
식사횟수를 분석하기 위하여 ‘시간대 데이터’에서 10분 단 위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식사행동을 한 끼의 식사로 간주 하였다. 데이터 검사 단계에서 2회의 식사행동 사이의 시간 간격이 다소 짧은 경우가 발견되었다. 이에 식사횟수가 과대 계산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식사행동 사이의 시간 간격이 40분 이하인 경우 2회의 식사행동을 한 끼의 식사로 간주하 였다(Moore et al. 1981).
각각의 식사행동이 어느 끼니에 해당되는지를 구분하기 위 하여 Mestdag(2007)의 연구에서 사용된 적절한 식사시간 (proper mealtime)에 대한 정의에 근거하여 식사행위자 비율 이 5% 이상인 시간대를 전형적인 식사시간(typical mealtime) 으로 정의하였다. 정의에 따라 나타난 세 개의 전형적인 식 사시간 구간에 이루어진 식사를 각각 ‘아침’, ‘점심’, ‘저녁’ 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전형적인 식사시간에 해당 끼니의 식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결식으로 간주하여 끼니별 결식률을 산출하였다.
2) 식사시간
‘시간량 데이터’에서 식생활 관련 행동별 시간량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여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생활시간조사 자료 에서 식생활과 관련된 행동으로는 ‘식사’, ‘간식·음료’, ‘식 사준비’, ‘간식준비’, ‘식사 후 정리’가 있다. 시간량 데이터 에는 같은 시간대에 두 가지 이상의 행동을 한 경우, 가장 길게 한 행동이나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주된 행동이라고 판 단한 행동은 ‘주행동’으로, 나머지 행동은 ‘동시행동’으로 코 딩되어 있다. 행동별 시간량은 해당 행동이 주행동으로 이루 어진 경우와 동시행동으로 이루어진 경우를 합하여 산출하 였다.
하루 식사의 시간패턴을 알아보기 위하여 식사 외에 근로 자의 일상생활에서 할당한 시간량이 가장 많은 근무와 수면 행동도 분석에 포함하였다. ‘시간대 데이터’에서 0시부터 24 시까지 10분 단위로 매 구간 내에서 식사, 근무, 수면 행동 을 한 사람, 즉 각 행동별 행위자 수를 총 시간일지 수로 나 누어 매 시간구간의 행위자 비율을 산출하였다. 0시부터 24 시까지 총 144개(시간당 6개 시간구간, 총 24시간)의 시간구 간에 해당되는 행위자 비율을 연결시켜 24시간 식사·근무· 수면 행동의 시간패턴을 선 그래프로 그렸다. 전형적인 식사 시간에 대한 정의에 따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된 식사 들의 시작시간, 완료시간, 지속시간의 평균값을 각각 산출하 였다. 또한 각 끼니별로 식사 행위자 비율이 가장 높은 시간 인 끼니별 식사 피크타임을 파악하였다.
3) 식사장소 및 식사동반자
식사장소와 식사동반자 관련 분석을 위해 한 끼 식사가 시 작되는 시점부터 완료되는 시점까지 식사장소와 식사동반자 에 변화가 없다는 가정을 설정하였다. 이러한 가정에 따라 식사시간의 첫 10분에 해당되는 장소와 동반자를 해당 식사 의 식사장소와 식사동반자로 간주하였다. 식사장소는 ‘본인 집’, ‘직장’, ‘식당’, ‘기타 장소’로 재분류하였다. 식사동반자 는 ‘없음’, ‘가족’(가족과 기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경우 를 포함), ‘기타 사람’으로 재분류하였다. 식사장소와 식사동 반자 현황을 끼니별로 분석하였다.
3. 통계분석
근로자의 경우, 근무일과 휴일의 식사구조의 특성이 매우 상이할 것으로 추정되어, 모든 분석을 근무일과 휴일로 구분 하여 수행하였다. 분석 내용에 따라 성별, 끼니별 차이를 분 석하였다. 분포나 평균의 차이의 통계적 유의성은 카이제곱 검정, 독립표본 t 검정 또는 분산분석 및 다중범위검정 (Tukey’s multiple range test)을 통해 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모든 분석에는 R 3.3.1 통계프로그램(R Foundation for Statistical Computing, Vienna, Austria)을 이용하였다.
III. 결과 및 고찰
1. 연구대상자의 일반사항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사항은 <Table 1>과 같다. 연구대상 자의 남여 비율이 각각 55.5, 44.5%로 남성이 차지하는 비 율이 높았다.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40대가 30.1%로 가장 많았고 19-29세가 17.1%로 가장 적었다. 교육수준은 고등학 교 졸업 이하가 41.7%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였다. 배우 자가 있는 경우가 68.1%로 많았으며 24.7%가 미혼이었다. 월 평균소득은 100만 원대가 34.6%, 200만 원대가 25.5%를 차지하여 과반수의 연구대상자가 이 범위에 해당되었다. 상 시근로자가 72.5%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임시근로자 와 일용근로자의 비율이 각각 17.3, 10.2%로 나타났다.
2. 근로자의 식사횟수 및 결식률
근로자의 하루 식사횟수를 살펴본 결과, 식사횟수가 3회인 날이 근무일과 휴일에서 각각 63, 65%를 차지하였다<Table 2>. 그 외 1/3 정도의 근로자가 하루에 2회 식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루에 식사를 1회 이하 또는 4회 이상 하는 근 로자는 드물었다. 전형적인 식사시간(식사행위자 비율이 5% 이상인 시간대)을 기준으로 하여 결식률을 산출한 결과, 근 무일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48%로 높았다.
3. 근로자의 식사시간
1) 식사시간 패턴
근로자의 식사시간 패턴을 근무일과 휴일로 나누어 분석 한 결과, 근무일과 휴일 모두 하루 세끼의 식사패턴을 보였 다. 근무일에는 휴일에 비해 이러한 식사시간 패턴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Figure 1>.
근로자의 근무일 하루 일과를 시간대에 따라 살펴본 결과, 5:00경부터 잠에서 깨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7:30에 노동행위자 비율이 수면행위자 비율을 초과하며 이때 아침 식사 참여율이 최고점에 도달하였다. 11:30부터 노동행위자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점심 식사행위자 비율이 급격히 상 승하면서 12:10에 점심식사 참여율이 최고점을 기록하였고 13:00에 이르러 노동행위자 비율이 식사행위자 비율을 초과 하였다. 짧은 시간구간 내에 집중하여 이루어진 점심식사와 비교할 때 저녁식사는 조금 더 넓은 시간구간 내에 분포되 었다. 19:20에 식사 참여율이 최고점에 도달한 후 점차 하락 하여 21:00에 식사행위자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졌다.
휴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행위자 비율이 각각 9:00, 12:20, 19:00에서 가장 높았는데, 휴일 근로자의 식사는 근무 일보다 시간적으로 좀 더 분산된 양상을 보였다. 아침식사는 근무일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저녁식사는 좀 더 이른 시간 에 이루어졌다.
2) 끼니별 식사시간
식사 참여자 비율이 5% 이상인 시간구간을 전형적인 식사 시간으로 정의하여 근무일과 휴일에 따라 분석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근무일 끼니별 식사시간 구간은 아침 6:30-8:30, 점심 11:50-13:40, 저녁 17:50-21:00으로 아침과 점 심식사는 두 시간 이내에 모여 있었다. 반면에 휴일 식사시간 구간은 아침 7:10-10:30, 점심 11:50-14:50, 저녁 17:40-20:50 으로 모든 끼니는 세 시간 정도의 범위에 분산되어 있었다. 끼니별 식사시간의 평균을 보았을 때 근무일에는 아침 식사 시간이 23분으로 가장 짧았고 점심 식사시간이 36분으로 가 장 길었다. 휴일에도 근무일과 마찬가지로 아침 식사시간이 29분으로 가장 짧았으나, 저녁 식사시간이 39분으로 가장 길 게 나타났다. 근무일과 휴일 각각의 아침, 점심, 저녁식사의 평균 시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각각 p<0.001).
3) 식사관련 행동별 시간량
근로자가 음식섭취 및 관련된 행동에 사용한 평균 시간을 근무일과 휴일로 나누어 <Table 4>에 정리하였다. 근로자의 식사시간, 식사준비 시간 및 식사 후 정리 시간을 성별에 따 라 분석한 결과, 근무일의 남성 근로자의 하루 평균 주행동 식사시간은 85분으로 나타나 여성의 식사시간(78분)보다 유 의적으로 길었다(p<0.001). 근무일에 여성 근로자가 식사준 비 및 식사 후 정리에 사용하는 시간은 각각 30분, 16분으로 나타나 남성 근로자(각각 3, 2분)에 비해 유의적으로 높았다 (p<0.001).
또한 근무일만 보았을 때, 근로자는 끼니 외의 음식 섭취, 즉 간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는 데는 식사시간의 약 1/2 수준 을 사용하였다. 식사는 거의 주행동으로만 이루어진 반면, 간 식·음료 섭취의 경우, 남성은 9분, 여성은 8분 동안 주행동 이 아닌 동시행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보고서(Statistics Korea 2015a)에 따르면, 20세 이상 한국인의 하루 평균 식사 시간은 87분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특정 집단인 19-64세 근 로자가 근무하는 날의 하루 평균 식사시간을 살펴본 것이므 로 생활시간조사 보고서의 20세 이상 한국인 전체의 평균 식 사시간에 대한 결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근로자가 근무하는 날에도 하루 중 식사에 할 당하는 시간이 80분 이상이라는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 근 로자의 하루 평균 식사시간이 한국 성인의 평균치에는 미치 지 못하지만 그 차이가 큰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 라서 근로자가 근무일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하여 시간부족 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Chae 2005)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간 부족이 근로자의 식사시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는 않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한국 근로자의 하루 평균 식사시간 중에 식사가 동시행동 으로 행하여진 시간은 거의 없었다. 또한 간식·음료 섭취 를 동시행동으로 한 시간도 하루 평균 간식·음료 섭취시간 의 1/4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섭취(식사와 간식·음 료 섭취를 포함)가 다른 주행동에 동반되는 동시행동으로 행 하여진 시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일부 선행연구를 통해 음 식섭취가 동시행동으로 이루어질 경우 건강에 부정적인 영 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Bertrand & Schanzenbach 2009;Hamrick et al. 2011;Zick & Stevens 2011)되고 있기 때 문이다. 특히 방송 시청에 동반되는 음식섭취의 경우에는 포 만감이 인식이 늦어져 과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결 과적으로 방송 시청 시의 음식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Kolodinsky & Goldstein 2011).
본 연구의 결과에서 볼 때 한국 근로자의 음식섭취가 동 시행동으로 이루어진 시간량이 전체 음식섭취 시간에서 차 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40% 이상인 것으로 보고된 미 국에서 이루어진 선행연구(Zick & Stevens 2010)의 결과에 비하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생활시간조사의 역 사가 오래된 미국의 경우, 1975년부터 2006년까지의 생활시 간조사 자료의 분석을 통해 동시행동으로서 음식을 섭취하 는 시간이 30여 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하였음(Zick & Stevens 2010)을 보고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식생 활에서 간식섭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e Sciences 2010;Kim et al. 2016) 를 보이고 있고, 본 연구결과에서 제시하듯 간식섭취는 동시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 한국 근로자의 음식섭취에서도 간식이나 음료의 섭취 시간이 증가하는지, 그로 인해 음식섭취 시간에서 동시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시 간량이 증가하는지 등의 식행동 변화 여부에 관심을 갖고 지 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식사시간과 더불어 식사준비 시간 및 식사 후 정리 시간 을 성별에 따라 살펴본 결과, 근무일 식사시간과 식사준비 및 정리 시간에서 성별 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근무일 뿐 아니라 휴일에도 여성이 식사준비와 정리에 사용하는 시간 은 남성의 5배 이상이었다. 식사준비 시간에서 나타난 성별 차이는 대부분의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며 이 러한 성별 차이가 근로자라는 특정 집단에서도 나타난 것으 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생활시간조사를 이용한 몇몇 선행연 구를 통해 미국,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 여성의 식사준비 시 간이 감소하고 남성의 식사준비 시간이 증가하는 양상이 보 고되고 있다(Monsivais & Aggarwal 2014;Holm et al. 2015). 미국의 경우, 1965년에 9배 이상이던 남녀의 식사준비 시간 의 차이가 약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1998년에는 약 2배로 감소하였다. 미국의 경우와 같이, 향후 한국에서도 여성의 식 사준비 시간이 감소하고 남성의 식사준비 시간이 증가할지 여부와 그러한 변화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율 증가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 것인지를 관심 있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식사시간뿐 아니라 식사준비에 사용하는 시간에 관 심을 두는 이유는 식사준비 시간이 식사의 질과 관계가 있 기 때문이다. 식사준비 시간과 외식 및 패스트푸드의 연관성 을 살펴본 선행연구에 따르면 식사준비 시간이 짧을수록 외 식비용 지출과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한다고 하였다(Sayer 2005). 이는 가정조리를 패스트푸드, 편이식품, 배달음식 등 이 대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현대인들이 시간부족 을 경험하여 생활의 모든 면에서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에 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근로자의 식사장소 및 식사동반자
끼니별 식사장소와 식사동반자에 따른 식사 빈도분포를 근 무일과 휴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는 <Table 5>와 같다. 끼 니별 식사장소에 대해서 보면, 근무일 아침과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하는 비율이 각각 88.4, 66.5%로 나타났고 근무일 점 심식사는 주로 식당(45.5%), 직장(41.7%)에서 하고 있었다. 휴일 아침식사는 근무일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집(91.5%)에 서 하고 있었다. 휴일 점심식사는 집(49.0%)이 주된 식사 장 소로 나타났으나 식당(29.1%)과 기타 장소(21.8%)에서도 식 사가 이루어져 있었다.
끼니별 식사동반자에 대해서 살펴보면, 혼자 식사하는 비 율이 근무일 아침에 가장 높았고(40.0%) 가족과 함께 식사 하는 비율은 휴일 저녁에 69.4%로 가장 높았다. 근무일 점 심에 타인과 식사하는 비율이 81.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끼니별로 식사장소와 동반자를 조합한 식사구조를 분석한 결과,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비율이 근무일 아침 (49.4%)과 저녁(43.6%), 휴일 모든 끼니(아침 62.8%, 점심 28.7%, 저녁 53.9%)에서 높게 나타났다. 근무일 점심에는 식 당에서 타인과 식사하는 비율이 41.9%로 나타났다.
혼자 하는 식사는 식사의 사회성을 배제한 채 보통 끼니 를 간단하게 때우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Yates & Warde 2017). 따라서 식사에서의 사회성 배제 여부가 식사 시간이나 식사장소뿐 아니라 식사 내용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면 식사구조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끼니별 1인식사의 비율을 보면, 근무일에 근로자가 점심식 사를 혼자 하는 비율은 전체 점심식사의 14%, 혼자 먹는 저 녁식사는 전체 저녁식사의 24%를 차지하여 근무일의 저녁 식사에서 점심식사보다 1인식사의 비중이 높았다. 선행연구 에서 근로자가 혼자서 식사 하는 이유로는 ‘같이 먹을 사람 을 찾기 어려워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유롭게 먹을 수 있음’이 가장 주된 이유로 보고한 바 있다(Oh 2016). 그 중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사회 구성원들의 식 사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형적인 식사시간대 외의 시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식사시간의 비동기화(Golla & Vernon 2006)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특히 초과근무가 잦거나 비전형적인 근무시간에 일하는 근로자들 이 더 경험하기 쉬운 문제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식사 시간의 비동기화로 인해 근로자의 식사는, 식사가 사회적 규 범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동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게 될 가 능성을 보이게 된다.
생활시간조사의 조사자료는 조사대상자가 자신의 하루 일 과를 시간일지의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특정 연구주제 에 따라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비하여 높은 객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heng et al. 2007). 특히 본 조사의 응 답자가 본인의 행동을 기입할 때 식사행동에 초점을 두고 기 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사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나 이 상적인 식생활 양식을 의식하여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왜곡 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생활시간조사는 식사구조 의 시간, 공간, 사회관계 측면에 대한 정확성이 높은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서 식사행동을 실 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 점이 있다.
한편 사람들이 식사에서 섭취한 음식의 조리 장소는 식사 내용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요인으로서 오로지 식사의 시간, 장소, 동반자에 대한 정보만으로는 사람들의 식사구조를 완 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본 연구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생활시간조사 자료에는 식사내용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본 조사자료를 식품영양학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활 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은 근로자가 일하는 날의 점심 식사를 제외한 나머지 끼니에서 모두 주된 식사장소로 나타났지만 집에서 식사로 섭취한 음 식이 가정에서 직접 조리된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조리된 편이식품 또는 배달음식인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미국 생활시간조사(American Time Use Survey) 에 Feed & Eating Module을 결합하여 신체계측, 식품 구매, 음식준비, 식사 동반행동 등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 고 있으며(Hamrick et al. 2011), 이로부터 미국인의 음식섭 취 관련 시간사용과 비만과 같은 건강관련 문제 사이의 연 관성을 규명한 연구가 몇몇 보고된 바가 있다(Bertrand & Schanzenbach 2009;Kolodinsky & Goldstein 2011;Zick & Stevens 2011). 이는 앞으로 한국 생활시간조사도 조사내 용에 대한 개선을 통해 식품영양학 분야 연구에서도 유용하 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IV. 요약 및 결론
2014년 생활시간조사 자료의 분석 결과, 한국 근로자의 식 사구조는 근무일과 휴일에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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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사횟수가 3회인 날이 근무일의 63%, 휴일의 65%였 고, 다음으로 2회인 날이 각 30% 수준이었다. 아침식사의 결 식률이 높았는데 특히 근무일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약 48% 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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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근무일과 휴일 모두 하루 세끼의 식사패턴을 보였다. 근 무일에는 휴일에 비해 이러한 식사시간 패턴이 더욱 뚜렷하 게 나타났다. 근로자의 끼니별 식사시간대는 근무일의 아침 과 점심식사는 두 시간 이내에 모여 있는 반면, 근무일 저녁 과 휴일의 모든 끼니는 세 시간 정도의 범위에 분산되어 있 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 은 시간이 근무일의 경우에는 각각 7:30, 12:10, 19:20이었고, 휴일의 경우에는 각 9:00, 12:20, 19: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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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근무일 식사시간의 평균이 남성의 경우 약 85분, 여성 의 경우 약 78분인 반면, 식사준비 및 정리 시간은 남성이 약 5분, 여성이 약 46분으로 성별 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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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근무일 아침과 저녁식사의 경우, 식사 장소가 집인 비율 이 각각 88, 67%로 가장 높았고, 점심식사의 경우, 식당과 직장인 비율이 각각 46, 42%였다. 혼자 먹는 비율이 가장 높은 끼니는 근무일 아침이었고(약 40%), 가족과 함께 식사 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끼니는 휴일 저녁이었다(약 69%). 끼 니별로 식사장소와 동반자를 조합한 식사구조를 분석한 결 과, 근무일 아침과 저녁, 휴일의 모든 끼니에서는 집에서 가 족과 하는 식사구조가, 근무일 점심에서는 식당에서 타인과 하는 식사구조가 대표적이었다.
본 연구는 1개 년도의 생활시간조사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한국 근로자의 식사구조 특성을 살펴보았기에 식사 구조의 시계열적인 변화 추세를 규명할 수는 없었다. 이전의 조사 자료인 1999, 2004, 2009년의 자료 및 향후 공개될 2019년의 조사 자료와 연계한 통합적인 분석을 통하여 한국 근로자의 식사구조의 시계열적인 변화를 연구할 필요가 있 다. 또한 근로자의 식사구조 특성이 근로자의 근로시간, 통 근시간, 시간부족 등 상황요인과의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분 석하는 연구가 진일보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식품영양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한국 근로자의 식사구조 특성을 파악함으 로써, 특정 집단의 식생활 행태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접 근방법을 제시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 근로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식 사행동을 실천하는지를 이해하는데 신뢰성 있는 자료로 사 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