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Search Engine
Search Advanced Search Adode Reader(link)
Download PDF Export Citaion korean bibliography PMC previewer
ISSN : 1225-7060(Print)
ISSN : 2288-7148(Onlin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Food Culture Vol.34 No.2 pp.129-141
DOI : https://doi.org/10.7318/KJFC/2019.34.2.129

Modernization and Kimchi culture

Jeong Won Kang*, Ju Young An, Ha Yan Lee, Hak Rak Choi
Da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Jeong Won Kang, Prof., Department of Anthrop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Kwanak-gu, Kwanak-ro 1, Seoul, Korea Tel: +82-2-880-9418 E-mail: kangjw@snu.ac.kr
April 15, 2019 April 22, 2019 April 23, 2019

Abstract


The modernization process of Korea, which can be considered westernization, has influenced Korean folk culture. In this process the kimchi culture could be destroyed. However the kimchi culture has survived very well to date. This study was conducted to investigate the cause of this survival of the kimchi culture. To accomplish this, the enormous influence of modernization on kimchi culture and the cause of its successful survival was investigated in the middle region of the Korean peninsula. We think that the kimchi culture can survive because of the inherent system and structure. Kimchi is composed of vegetables, salt, seasoning, and salted seafood (jeotgal), which are systemized. We also described the kimchi ethnography in this region to study the regional characteristics. The eastern coast uses a different method to salt the cabbage during the production of Kimchi, namely it uses seawater to accomplish this. Additionally, pollak broth is used instead of jeotgal. However nowadays the regional uniqueness of kimchi culture has greatly disappeared in large part, and Korean kimchi is standardized in this region.



근대화와 김치문화

강 정원*, 안 주영, 이 하얀, 최 학락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초록


    I. 서 론

    본 논문은 한국의 근대화 속에서 김치 민속문화가 가지고 있는 체계와 구조, 한국인들의 실천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로서, 기술과 경제의 변화가 일방적으로 민속문화 를 견인했다는 관점을 지양하고 상호 영향을 주었다는 관점 을 선택한다. 이는 경제결정론을 비판하면서 문화결정론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건이나 현상에 따라서 문화가 더욱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고, 경제가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이다.

    Kang(2014)은 김치가 한국 음식 구조에서 밥과 함께 핵심 요소임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음식문화 체계의 기본구조와 이상구조 모두에서 김치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대 상업 음식의 다양한 표현형태 혹은 표현구조에서도 김치의 위치는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김치 민속문 화 연구에서 간과된 점은 각 지역의 김치 민속문화 체계가 가지는 차이이다. 조선시대에 상업보다는 농업이 중요하게 간주되면서 지역 간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었고, 음식민속도 이에 준해서 지역성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한국 음식민속이 가지는 지역적 차이가 민속학이나 인류 학을 비롯하여 경험적으로 문화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차원 에서 충분히 논의된 적은 많지 않다. 음식을 거시적인 차원 에서 연구할 경우에는 국가와 민족이, 미시적인 차원에서 연 구할 경우에는 마을이 중요한 분석 단위였다. 상대적으로 지 역은 그리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Yoon(2007)이 나 Bae(2004) 등이 홍어나 간고등어, 안동소주 등을 연구하 면서 지역과 음식 연구를 연계시킨 적은 있지만, 김치의 경 우에는 지역 차원의 연구가 충분히 수행되지 못했다.

    본 연구에서는 근대화 현상 중에서 개인화와 문화의 표준 화, 서구화를 중요하게 보았으며, 이러한 근대화가 서울과 경 기도, 강원도의 김치와 김장 민속문화의 지역성에 미친 영향 에 대해서 논하였다. 또한 지역성의 변화를 김치 재료와 종 류의 변화, 김장 노동 구성과 시기 변화를 중심으로 파악하 였다.

    한국 중부 지역의 김치와 김장문화에 대한 민속지 작업1) 은 이미 2016년에 세계김치연구소에서 행한 바 있고, 본 논 문의 필자인 Kang JW, An JY, Lee HY, Choi HR도 이에 참여하였다. Kang이 총괄책임을 맡았고, An이 서울을, Lee 가 경기 지역을 담당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고, Choi가 강원지 역의 김치민속지를 작성하였다. 2016년에 수집한 자료를 기 반으로 Kang이 새롭게 해석을 가한 논문이 본고이며, 2019 년에 새롭게 추가 수집된 자료는 없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1. 연구 시각

    먼저 김치와 김장에 대해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김장은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겨우내 먹을 김치를 대량으로 담는 일 을 의미했고, 김치는 생채발효음식을 일컫는다. 김치는 다양 한 생채로 담을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채소에 배추나 무, 오 이 등이 속한다.

    선행된 전국 단위의 조사 및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으로 다 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 70년대 “Korean folkculture survey report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조사기간: 1969- 1979년, 문화재관리국)는 민속현상을 조사하면서 음식을 부 분적으로 다룬 바 있다. (2) 90년대 후반의 “General view of Korean Food (韓國飮食大觀)”(조사기간: 1995-1997년, 한 국문화재보호재단)은 지역별 조사라기보다는 조리의 측면에 집중하였고, 기능적 측면보다는 궁중, 사찰음식 등 한식의 특 별한 면모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3) 가장 최근 인 2000년대의 “Korean traditional local food (韓國傳統鄕 土飮食)”(조사기간: 1999-2007년,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원)은 지역별 접근을 기본으로 하지만, 각 지역별로 고유색 을 띠는 음식 전체를 포함하는 전방위적인 조사였다.

    기존의 연구들 중 “Korean folkculture survey report (韓 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를 주목해 볼 수 있는데, 이는 문화 재관리국에 의해 1966년 기획되었으며, 1968년 그 세부 조 사 내용 및 활동 사항이 확정되었고, 1969년부터 1979년까 지 총 10개년 계획으로 진행되었다. 이 때 한국인의 민속 전 반을 기록하는 목적 아래에 하위 주제로써 지역별 식생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70년대 한식의 지역별 다양성에 대 해 기록되었다.

    이와 같이 70년대 “Korean folkculture survey report (韓 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를 통해 당시의 전국 식문화에 대한 부분적 접근이 가능한데, 이는 전통지식의 근거로써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90년대의 “General view of Korean Food (韓國飮食大觀)”은 현지조사는 아니지만 조리법을 중심으로 하여 한식 전체를 망라한 주목할 만한 시도였다. 다만 음식 민속문화를 살펴보기에는 적잖은 한계를 보였다. 2000년대 의 “Korean traditional local food (韓國傳統鄕土飮食)”은 지 역별 음식 정보를 수집, 정리한 전국 단위의 조사연구였다. 하지만 설문조사 위주의 연구였다는 한계가 있었으며, 김치 는 부식류로서 지역색이 드러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접근되었다.

    김치민속의 역사적 깊이를 역사문헌에 대한 꼼꼼한 검토 를 통해서 보여 준 Park(2013)의 연구는 본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 중의 하나였다. 이 책에서 Park은 한국 김치와 중국 의 저를 명확하게 구분하였고, 김치 제조의 기술이 복합양념 형 2차 침채방식(1차 소금 절임 후 2차 복합양념혼합)에 있 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본고에서는 김치가 2차 침채방식 으로 제조되었으며, 생채발효방식을 선택한 염장발효음식이 라고 보았다.

    본 논문에서는 김치와 김장을 민속문화 속에서 설명하였 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민속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민속문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본고에서 민속문화는 민속성을 갖춘 문화로 정의하였으며, 일상성과 전승성, 공동체성을 특성으로 하는 민속성이 두드러진 문화 라고 보았다. 민속문화는 대중문화나 예술문화와 달리 민속 성을 지닌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표현복합이다. 생활의 표현 체계나 과정, 표현 결과물이나 표현매체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민속문화는 여타의 대중문화나 예술문화와 구분된다. 의식주나 여타 물질도 민속문화에 포함되는데, 이러한 물질 은 민속문화의 전승매체이자 결과물이며, 생활의 가능조건이 자 필요조건이다. 생활방식에는 생활 그 자체와 생활을 가능 하게 하면서 행동의 지표 역할을 하는 관념체계 즉, 지식체 계나 상징체계, 가치체계, 신념체계, 감정체계, 의미체계 및 행위체계 등이 포함된다.

    민속문화에 체계와 구조가 존재하며, 이를 구명하는 것이 민속학자의 중요한 과제이다. 문화는 경제나 사회, 정치에 비 해서 부차적인 것으로 흔히 이해되지만, 본고에서는 문화가 여타 하위 분야와 함께 자율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보 았다. 민속문화는 사회나 정치, 경제, 종교 등 각종 제도나 체계가 지속성을 가지고 유지되게 하는 기능을 가진 분야이 자 제도이며,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극복하게 하고 균 형을 회복시켜주며, 전체 사회 시스템이 자체 모순으로 가득 하게 되면, 이를 극복할 통로로 작동하기도 한다. 문화에는 어떤 형태가 존재하고, 이에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기본체 계와 구조가 존재하며, 엘리트들이나 어떤 힘에 의해서 행위 의 이상적 목표로 제시되는 이상체계와 구조가 있을 수도 있 다. 기본구조와 이상구조는 분리되기도 하고 결합되기도 하 는데, 결합되면 구조(기본구조)로 작동한다. 구조는 행위와 결합되면서 다양한 표현형을 만드는데, 표현형은 단기간 유 지되며, 여기에도 표현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

    김치와 김장은 한국 민속문화의 전승매체이자 생활방식이 며 표현대상이기도 하다. 여타 민속문화와 동일하게 일상성 과 전승성, 공동체성을 가진 김치와 김장은 한국인의 여타 민속문화와 동일하게 그 자체로 체계와 구조 및 기능을 가 지고 있다. 이러한 체계와 구조, 기능은 사람들의 의도적인 실천행위와 함께 변화하게 되는데, 이 때 사회나 정치, 경제 가 개입하면서 민속문화와 관계하게 된다.

    밥/국과 함께 한국인의 음식체계와 구조를 형성하는 김치 는 그 자체로도 구조를 가지고 있다. 김치가 한국 음식민속 에서 기본구조에 속함과 동시에 이상구조이기도 하다는 점 은 이미 Kang(2018)이 밝힌 바 있다. 구조는 체계가 지속되 면서 형성되는데, 요소들 사이의 지속적 관계를 의미한다. 김 치는 생채와 소금, 양념, 젓갈을 기본 요소로 해서 만들어지 는 음식으로, 자연 재료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음식에 속한다. 김치는 날 것에 물을 첨가하여 부패시키는 과정에서 부패를 중단한 음식인데, 부패를 발효로 전환시키는 핵심 구성 요소 가 소금이다.

    김치와 김장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에 근대화가 속한다. 근 대화는 근대성이 발현되어 가는 과정인데, 도시화나 사회의 다양화, 서구화, 개인화, 경제적 풍요의 증가, 전통 생활방식 의 합리화, 탈종교화 등으로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 화와 문화의 표준화, 음식의 서구화 등을 중요한 근대화의 지표로 활용하였다. 지난 Kang(2013b)의 연구에서 핵가족화 나 도시화, 김치냉장고의 증가, 맛의 서구화가 김치와 김장 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역으로 김치와 김장 민속이 가지고 있는 체계와 구조의 지속력이 어떻게 김치냉장고의 발명을 유발했는지에 대해 검토되었다. Kang(2013b)에 따르면, “일 상과 의례 음식의 지위를 갖추고, 모든 계층의 음식 체계 속 에 구조화되어 자리잡고 있었던 김치는 1980년대에 이르러 드디어 서구에서 수입된 냉장 기술을 자신에 맞게 변형시키 게 되었다.” Kang(2013b)은 이러한 김치 냉장고의 발명을 김치와 김장에 내재된 구조의 힘과 연관시켰다. 즉, 김치와 김장 민속의 구조적 힘이 김치냉장고라는 발명을 유도한 원 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물론 이 속에 사람들의 다면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개입되어 있으며,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사 회 계층적인 압박 등에 따른 실천의 결과로 김치냉장고가 발 명되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민속문화의 체계 와 구조가 가지는 지속력 혹은 유지력이 근대화에 브레이크 를 걸기도 하고, 새로운 근대화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는 것을 지난 Kang(2013b;2014)의 논문에서 볼 수 있었고, 이는 본 논문의 출발점이었다.

    한국의 근대화는 정치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서구화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미국이나 일본, 서구가 한국의 발전 모 델이었고, 한국은 서구를 향해서 머나먼 길을 가야하는 존재 로 간주되었다. 한국의 민속문화는 경제 발전, 즉 근대화의 걸림돌이었다. 민속문화의 대부분의 영역은 진선미 모든 영 역에서 방해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국가는 민속문화를 최 소한만 보존되는 차원에서 관심을 두었고, 일반 국민들의 인 식도 이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경제성 중심의 근대화에서 민속성은 한국 근대화에서 의 도적이고 정책적으로 배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적 배 제가 민속문화를 소멸시키기는 어려웠고, 오히려 경제성과 민속성은 항상 쌍생아처럼 붙어 다녔다. 민속문화가 일부 사 라지기는 하였지만, 생활방식차원에서의 민속성은 경제성과 밀접히 연결되었고, 한국 근대화의 상당 부분은 민속성에 기 초하였다(Kang 2013a).

    김치와 김장문화도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여타 민속문화 와 동일하게 경제성을 가지지 못한 민속문화로 취급되었다. 김치가 한국 민속문화에서 가지는 중요성, 즉 민속성과 경제 성을 충분히 함께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별로 주목 받지 못하였고, 심지어는 한국 근대의 맛과 냄새를 추하게 만드는 음식으로 취급받기도 하였다. 즉, 김치 냄새를 풍기 는 한국인은 추한 한국인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의 음식 민속 문화는 서구를 목표로 해서 진화 혹은 발달해야 했고, 김치 는 이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인식되었다.

    본고에서는 먼저 근대화 과정에서 김치 명칭과 종류의 변 화를 비롯한 김치 민속문화 일반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고, 둘째로 김장김치를 담그는 일을 매개로 형성되는 공동체와 관계망에 관해 고찰하였다. 이러한 민속지적 기술을 기반으 로 각 지역의 김치 민속문화의 형태와 체계 및 구조(기본구 조와 이상구조, 표현구조), 표현형태 및 행위실천의 관계에 대해서 논하였다.

    2. 중부지역 김치 민속지

    1) 서울의 김치와 김장 민속

    서울의 김치 민속연구는 2016년 하반기에 서울의 가정집 10집의 김치민속에 대해 심층조사한 것이다. 총 10명의 연구 참여자들(주로 주부)로부터 과거 어린시절 친정에서 먹었던 김치, 결혼 후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와 함께 담갔던 김치, 현재 담그는 김치까지 김치 민속의 변화상에 대해 조사하였 다. 10명의 연구참여자들 중에서 6명은 서울 출생이고, 나머 지 4명은 지방 출생으로 나중에 서울에서 거주한 경우이다.2) 본 연구에서는 서울의 경우 20년 이상 당해 지역 거주를 기 준으로 연구참여자를 선정하여 현지조사를 진행하였다.

    (1) 전승과 재료

    총 10명의 연구참여자들 중에서 8명은 친정어머니에게서 김치 제조방식을 전승받았다고 하며, 이 가운데 2명은 시댁 에서도 함께 배웠다고 말하였다. 친정어머니에게서 배운 연 구참여자들 중에서 1명은 친척과 동네 아주머니도 함께 언 급하였다.

    연구참여자들 대부분이 1020가지 사이의 김치를 담그고 있었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 계절별로 담그는 김치 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재료에 있어서는 배추와 무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오이, 부추, 파, 깻잎 등이 그 다 음으로 선호되었다. 서울지역의 특징은 이러한 김치 재료를 조달할 때 대부분 이를 시장에서 구입한다는 점이다. 특기할 점은 근대화를 겪고 서울이 거대도시화되기 전, 사대문 밖에 서는 자신들의 텃밭에서 배추나 무를 직접 재배하여 김장재 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뚝섬 근처에서 거주했던 연구참여자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배추보다는 무나 무청 을 김치에 많이 이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하 층에서는 배추보다는 무를 더 많이 이용하였던 것이다. 무청 김치를 담글 때에도 젓갈을 넣었는데, 새우젓과 멸치젓, 조 기젓 등과 마늘, 소금, 고춧가루가 주재료였다. 조기젓은 비 싸서 많이 넣지 못했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서울 의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배추김치뿐만이 아니라 보쌈 김치까지 담갔다고 한다. 보쌈김치는 소량으로 담가서 손님 대접이나 명절 음식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뚝섬에는 그 전에 무밭이 참 많았어요. 이런 상인들이 무를 심어서 팔기도 하고 그거를 겨우내 뒀다가 봄에도 팔고 그래 요. 우리가 그 때 동네서 와서 엄마들하고 무를 캘 때 그 많 은 무가 밭이 까마득한데 그걸 어떻게 혼자 캐고. 그래서 그 무를 뽑아줘 우리가. 뽑아주면은 무청. 무는 딱 잘라서 상인들 이 팔고. 거기다가 땅에 묻은 이파리 무청은 가져와. 그걸 줘 요. 그러면 나 그거 많이 가져왔어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랑 동네 아주머니들이랑 가가지고 무청이 참 좋아요. 그러면 그 거를 겉대는 띄어서 매달아서 이제 시래기하고. 그러고 속대 는 이제 절여서 무청 김치를 해요. 무청김치를 친정에서 많이 했어요. 무청김치를 해가지고 독에 담으면요. 진짜 배추김치는 그 때 우리가 배추김치는 무슨 손님 오시기 이러느라고 이만 한 항아리에다 하나씩 해요. … 배추는 우리 아버지가 조금 사 서 손님 올 때 명일 때 먹는다고 배추는 요만큼 담아. 배추김 치는. 그리고 그냥 얼갈이 이런 무청 김치 이런 거 담아서 우 리 먹고 깍두기 담고. 옛날에는 배추가 귀했어요. 그런데 우리 친정이 가게를 하는데 동네 가운데에 밭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 밭을 이만큼씩 되게 갈아 먹으라고 줬어요. 그래서 우 리 아버지가 가셔서 거기다가 배추를 심으셨어. 그래서 진짜 배추 좋지가 않아. 그 전에는 비료가 없어서 그런지 아버지가 직접 심으셨는데 배추가 좋지가 않아요. 요만큼씩 한 게. 그래 도 그걸 한 항아리씩 담아서 손님 오시면 정월에 명일때 그거 를 쓰시고 그랬어요. 친정에서.

    배추의 경우에는 꼬랑이(꼬랭이)가 길고 속이 차지 않았던 조선배추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속이 꽉 차 있는 결구종과는 달리 속이 꽉 차 있지는 않지만 꼬랭이가 길게 나 있고 김치 를 담그면 속은 적지만 맛있었던 그 조선배추의 맛을 지금 도 연구참여자들은 잊지 못하고 있다. 배추꼬랑이로 김치를 담가 먹을 만큼 배추꼬랑이는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한다. 연 구참여자들 대부분은 배추꼬랑이로 김치를 담가 먹지는 않 았으나, 김장철에 배추가 집으로 들어오면 배추의 꼬랑이 부 분은 따로 모아서 칼로 껍질을 깎아서 말린 다음, 간식으로 먹거나 된장국에 넣기도 하였고, 꼬랭이국을 끓여먹기도 했 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쌈김치에 넣어서 먹기도 했다. 연 구참여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조선배추는 1960년대 말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 처음에는 100포기 담갔어요. 그 때 배추가 더 작았어 요. 배추가 작고 꼬랭이가 컸어요. 꼬랭이로 김치는 안담그고 꼬랑이를 움속에 뒀다가. 움속에 뒀다가 이렇게 소독소독 말 라요. 그러면 그거 깍아서 먹고. 저절로 말라. 소독소독 말라. 마르면 그걸 씻어서 꼬랑이로 된장국 끓여먹어요. 그러면 아 주 달콤한 게 맛있어. 지금은 그거 해먹을 꼬랑이가 안나와 지 금은. 품종이 달라. 그 때는 까풀이 얇고 꼬랭이가 달려있었어 요. 꼬랭이만 잘라서 뒀어요. 그런데 우리집에 나 시집와서도 벌써 그 때는 꼬랭이가 적어졌어요. 그 때부터 벌써. 그 전에 꼬랑이. 애들때 애기때. 내가 68년에 결혼했거든. 그 때부터 적어졌어요. 벌써 거기서는 꼬랑이만 먹고 그러지 않았어. 없 었어.…

    서울에서는 여름에 오이지를 많이 담가 먹었다. 오이지는 연구참여자들 모두 담갔는데, 주로 여름에 오이지를 담가 먹 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오이지를 항아리나 김치통에 담갔는데, 대부분 뜨거운 소금물을 팔팔 끓여서 그대로 항아리나 김치 통에 붓는 방식으로 담갔고, 그 위에 돌멩이를 얹어놓아서 뜨지 않게 하였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연구참여자 들이 오이지를 기존의 방식대로 담그는 것 대신 피클처럼 담 그는 방식을 알게 되었고, 피클처럼 담가 먹기도 한다는 것 이다. 한 연구참여자는 오이에 물을 넣지 않고 설탕, 식초, 소금을 1:1:1의 비율로 넣어서 돌멩이로 꽉 눌러놓고 피클처 럼 오이지를 담가 먹었다. 다른 연구참여자들도 오이지를 피 클처럼 담그는 방식에 대해 대부분 알고 있었고, 오이지를 담그는 것과 동시에 일부의 오이는 피클처럼 담가 먹는 사 례도 있었다. 즉, 계절김치는 기존의 전통적인 요리법에 새 로운 방식의 요리법이 더해져서 서구화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고 볼 수 있다.

    (2) 젓갈과 여타 양념

    Lee(1976)는 각 도별 주부 900명을 대상으로 김치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이 논문에 따르면, 서울의 배추통김치에 사용 하는 젓갈은 새우젓을 66%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었고, 두 번째는 황새기젓으로 41%, 세 번째는 멸치젓을 27% 사용하 고 있었으며, 그 외로 조기젓, 굴젓, 꼴뚜기젓, 갈치젓, 밴댕이 젓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경기도에서는 새우젓 을 81%, 황새기젓을 45%, 멸치젓을 35%의 순위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외의 젓갈로는 조기젓, 굴젓, 꼴뚜기젓을 사용하 고 있었다고 한다(Lee 1976). 1970년대로 들어서면 벌써 멸 치젓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새우젓과 황새기젓이 여전히 서울 배추김치의 대표적인 젓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김치 맛의 차이는 김치를 담글 때 넣는 젓갈의 양과 종류 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데, 2016년 현재 연구참여자들이 김 치를 담글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젓갈은 새우젓과 멸치젓(멸 치액젓), 까나리액젓, 황석어젓, 갈치젓 등이다. 또한 배추김 치에 넣는 풀도 예전에는 적게 넣거나 넣지 않았던 반면, 냉 장고와 김치냉장고의 대중적인 보급으로 인해 찹쌀풀이나 멥 쌀풀을 김치에 더 많이 넣게 되었다. 배추김치를 담글 때 풀 물을 넣으면 김치가 익어가는 동안 단맛이 강하게 나게 하 는 효과가 있으며, 김치가 빠르게 숙성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냉장고나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는 이 장점으로 인해 오 히려 여름철이나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김치가 너무 빨리 시어져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예전에는 풀을 지금 보다 적게 넣을 수밖에 없었는데, 총각김치나 열무김치는 풀 을 넣지 않으면 풋내가 나기 때문에 보통 밀가루풀을 넣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세대에서는 김 장을 할 때 주로 황석어젓(황새기젓)과 새우젓, 조기젓갈을 넣었지만, 이후 연구참여자들의 세대에서는 멸치액젓이 추가 되었다. 또한 멸치액젓에 더해 까나리액젓을 추가하거나, 멸 치액젓을 넣는 대신 황새기젓을 넣지 않는 사례 등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변화되었고, 김치의 맛에 있어서도 서울 김치 는 점점 싱겁게 변화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구참여자 들에 따르면, 서울의 김치는 원래 예전에도 타지역의 김치보 다 간이 싱겁고 맛이 담백하며 시원했다고 한다.

    동아일보의 1935년 기사3)를 보면, 서울 김장법의 특징으 로 고춧가루와 함께 실고추를 넣는다는 점, 조기젓국을 넣고 짭짤하게 담근다는 점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기포를 떠서 넣기도 하였는데, 예전부터 배, 밤, 낙지나 문어, 전복 등을 김치에 넣는 것은 서울의 중산층 이 상의 가정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중산층 이상의 서울 사람들은 배와 밤, 잣, 실고추 등의 귀한 재료들을 넣고 따 로 보쌈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심층조사한 서울 주부들의 김장법을 보면 배를 자주 언급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연구참여자들은 주로 배즙을 내 서(배를 믹서기에 넣고 간 뒤, 베보자기에 짜는 방식으로 배 즙을 냄) 김치속양념에 넣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 김 치속양념에 설탕이나 슈가를 넣고 있었으나, 설탕이나 슈가 를 적게 넣는 대신 배즙을 많이 넣는 방식의 레시피도 흔히 발견할 수 있었다. 김치냉장고는 사시사철 같은 온도에서 김 치를 저장하며 숙성시켜주는데, 김치냉장고가 등장하자마자 서울의 각 가정에서는 이를 전국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구입하여 김치를 보관하였다. 그 후 서울의 주부들은 대부분 배추김치에 소금을 덜 넣는 대신 (예전에는 넣지 않았던) 멸 치액젓을 넣게 되었고, 직접 조기젓이나 황새기젓(황석어젓) 을 담그던 방식에서 간편히 시장에서 사오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으며, 약간의 슈가나 설탕을 넣어서 김치를 달콤하게 담 그게 되었다. 다만 고춧가루는 예전보다 좀 더 넣는 경우도 있었고, 좀 덜 넣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가 많은 한 연구참 여자는 건강을 위해서 고춧가루를 덜 넣고 덜 맵게 담갔던 반면,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빨갛고 매콤한 김치를 좋아하 는 연구참여자는 고춧가루를 좀 더 넣고 매콤하게 담갔다. 즉, 고춧가루의 양은 각 가정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서울 김치의 맛은 점차 달 콤하고 싱거운 맛으로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으며, 새우젓과 멸치액젓의 보편화로 인해 서울 김치의 양념소맛은 특색이 옅어지고 비슷비슷한 맛을 띠게 되었다.

    젓갈은 김치의 맛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젓갈의 변화는 김장김치의 맛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 다. 10명의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김치를 담글 때 과거 시 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넣었던 젓갈에서 조금씩 변화된 젓 갈을 넣고 있었다. 전라도 출신의 친정어머니들의 경우에는 멸치젓을 주된 젓갈로 선택하였고, 서울 출신의 경우에는 새 우젓을 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현재 연구참여자들의 경우 에는 대부분 새우젓을 주종으로 하면서도 멸치액젓이나 갈 치액젓을 추가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조기젓을 사용하는 경 우는 없어졌고 까나리액젓이 사용 목록에 추가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의 공통점은 예전에는 생새우가 비싸서 넣지 못했 는데 요즘에는 생새우를 넣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김치 레시피의 변화에 지인이나 동네 이웃들의 조언이 많은 영향 을 끼치는 것도 볼 수 있다.

    … 무채에 고춧가루 물을 들인 다음에 젓국, 액젓하고 새우젓, 황새기젓 그런 거를 다 넣고 버무리다가. 멸치액젓이 제일 많 이 들어가요. 그 다음에 새우젓, 그 다음에 황새기젓, 나중에 는 황새기젓 안넣고 갈치액젓을 썼어요. 갈치액젓은 그것도 한 10년 됐죠. 갈치액젓도 맛있다고 하니까 한번 써봤는데 괜찮 아서 그걸로 썼어요. 생새우도 물론 들어가죠. 예전에는 안 넣 었어요. 이게 비싸니까. 아주 예전에는 안 넣었고 그래도 한 30년은 된 거 같아요. 생새우 썼어요. 새우젓도 넣고 생새우도 넣고요.

    (3) 김장 방식

    김장 방식에서 특기할 점은 가족이 핵가족화되고, 한 가구 당 김장을 하는 양이 점차 줄게 되면서 서로 함께 김장을 담 그는 김장 공동체의 인원수가 점점 줄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로부터 며느리나 딸로 전수되던 김장문화가 이전에 비해 점차 줄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만 하다.

    이전에는 동네 이웃이나 지인들 3-4명이 함께 김장을 했고, 이들의 집에서 김장을 할 때는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의 관 계가 형성되었던 반면, 이제는 김장을 적게 하기때문에 딸이 나 며느리 1-2명만 와서 김장을 돕거나 연구참여자 혼자서 김장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김장 공동체는 서울의 빠른 핵가족화, 1인 가족의 증가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서 서히 변화되고 있다. 또한 더욱 간편한 방식으로 절임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는 집도 조금씩 증가하였다. 김치를 담그는 양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치의 재료 구입부터 김치를 담가서 보관숙성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점차 간편화되 고 단순화되었다. 연구참여자들 모두 배추김치를 김치통에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김치를 저장하고 있 었다. 이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경우에는 김칫독 항아리를 묻을 마당이라는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보편 적으로는 김치냉장고의 보급율이 급속하게 증가했기 때문이 다. 현재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에도 사용의 편리성때문에 김 치냉장고를 구입하였고, 그 안에서 김치를 숙성시키며 보관 하고 있었다. 다만 한 명의 연구참여자만 여전히 김칫독을 마당에 묻고 있었는데, 그 경우에도 김치 중의 일부만 김칫 독에 저장하고 있었다.

    김장의 조리 도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칼로 무채를 썰었는데 채칼이 생긴 이후에는 채칼로 무채를 썰게 되었고, 예전에는 돌절구, 쇠절구, 나무절구 등으로 마늘이나 생강을 빻았는데 현재는 카터기나 믹서기로 갈거나 시장에 있는 방앗간에 가서 빻아오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는 집의 외부에 있는 마당에서 김치를 담갔는데 현재는 대부분 집안 의 거실에서 신문지나 김장비닐을 깔고 김치를 담그게 되었 다. 또한 예전에는 주로 양철다라, 양은다라에서 김치를 담 갔는데 현재는 고무다라나 플라스틱다라에서 김치속을 버무 리게 되었으며, 예전에는 김칫독 항아리에 김치를 보관했는 데 현재는 대부분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게 되었다. 이 러한 방식은 연구참여자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채칼 로 썰면 무채의 맛이 떨어진다고 해서 여전히 칼로 써는 것 을 고수하는 연구참여자도 있었고, 다진 마늘이나 다진 생강 이 적은 양만 필요할 때는 플라스틱 절구를 사용하기도 하 였으며, 동치미나 무짠지 등 특별히 큰 통이 필요한 경우에 는 예전에 쓰던 항아리를 이용해서 담그는 경우도 볼 수 있 었다.

    2) 경기지역의 김치와 김장 민속

    (1) 전승과 재료

    경기지역의 김치 민속연구는 2016년 하반기에 경기도 평택 시와 화성시 일원에서 총 10집의 김치민속에 대해 심층조사 한 것이다. 총 10명의 연구참여자들 중에서 경기도 평택과 화 성에 연고를 두지 않은 친정어머니를 가진 경우는 1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이 지역의 토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된 전승 자로 친정어머니만을 언급한 경우가 6명이었고, 나머지 4명 중에서 1명은 시할머니를 언급하였고, 3명은 친정과 시댁 어 머니를 동시에 언급하였다. 경기도의 경우, 주된 전승 경로는 친정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평택이나 화성의 경우에는 주된 재료인 배추나 무, 열무, 오이 등을 직접 재배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 재료인 파의 경우에도 직접 재배한다. 하지만 독거 노인의 경우에 마늘이나 고춧가루를 농협이나 장에서 구입하는 것 을 볼 수 있다. 연구참여자 전원이 구입하는 김치 재료는 젓 갈과 소금이다. 젓갈은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사용하는데, 새 우젓의 경우, 연구참여자들에 따라 젓새우를 사서 직접 젓갈 을 담그거나 처음부터 담궈져있는 새우젓을 구입해서 쓴다. 직접 젓갈을 담그는 연구참여자들은 아산만이나 인천강화에 서 새우젓 트럭이 마을로 들어올 때 구입한다. 보통 추석이 지나고 며칠 후면 상인들이 젓새우가 담긴 커다란 통을 싣 고 마을까지 들어온다. 보통 5kg, 10kg 단위로 판매하며, 자 잘한 추젓만 있는데 추석 이후에 구입하면 새우가 굵은 편 이다. 새우젓이 익기까지는 대략 1달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김장 재료 가운데 제일 먼저 준비한다. 새우젓 장사는 1940 년대에도 있었다고 하는데, 한 연구참여자는 “젓국장사는 김 장철이 가까우면 마을에 들어왔는데, 가끔씩 김장이 아닐 때 도 마을로 들어오곤 했다. 새우젓, 조개젓(바지락젓), 가물치 젓 등을 팔았다.”고 기억했다. 소금도 액젓과 같은 방식으로 농협에서 구입하는데, 소금의 경우 이장이 구매를 담당한다.

    조사지인 평택에서 8명의 연구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수집 한 김치는 총 21종류로 각각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갓김치, 고추김치, 깍두기, 깻잎김치, 깻잎 장아찌, 나박김치, 늙은호 박김치, 동치미(신건지 혹은 싱건지), 배추김치(배추포기김치, 배추속배기김치, 김장김치, 배추속대(꼬갱이)김치), 석박지, 순무김치, 양배추물김치, 열무김치, 열무물김치, 오이지, 오이 고추(아삭이고추)김치, 오이소박이(오이김치), 지레김치(얼갈 이김치), 짠지(무짠지), 파김치(파장아찌, 쪽파김치), 총각김치 (알타리김치). 이러한 김치 종류에서 배추김치의 증가는 근대 화의 영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다양성의 증가도 근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생각된다. 토박이이자 노인인 연구참여자들에게 김치 민속문화는 근대화에도 불구 하고 함께 보존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이는 상차림에 대한 이들의 얘기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하나같이 김치는 상차림의 기본이라고 말 한다. 모든 음식을 먹을 때 김치를 곁들인다. 상을 차릴 때 김치의 가짓수는 혼자 먹는 경우에는 한가지나 두 가지 정 도 먹고 싶은 것만 내고, 남편이 있는 연구참여자들은 식사 때마다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김치를 올린다. 자녀들이나 손님,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연구참여자들 모 두 현재 있는 김치를 종류별로 다 상에 올린다고 응답했다. 봄에 묵은 김장김치가 물릴 때쯤 새로 심은 배추(얼가리 배 추)로 지레김치를 담가 먹고, 여름에는 오이지와 짠지를 먹 는다. 짠지는 겨울 김장 전에 담가둔 것이 여름이면 맛이 들 어서 먹을 수 있게 된다. 오이지는 무치거나 얄팍하게 썰어 서 생수에 띄워먹는데, 이 때 고춧가루를 추가하기도 한다. 짠지는 채 썰어서 생수에 담가 먹는데, 식초나 쪽파, 청양고 추를 채 썰어 추가하기도 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오이김 치나 열무김치를 담가 먹고, 가을에서 겨울 김장때까지는 배 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등을 담가서 새로 담근 김치를 먹 는다.

    (2) 젓갈과 여타 양념

    먼저 배추(속배기)김치의 양념은 무채를 기본으로 하여 기 본 양념으로 마늘과 생강 다진 것, 쪽파, 대파, 갓, 고춧가루, 새우젓이 들어간다. 이외의 재료들은 연구참여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양파를 채 썰어 넣거나 갈아서 넣기도 하고, 좀 더 붉은 색을 내기 위해 당근을 채 썰어 넣기도 한 다. 단, 이러한 재료들은 집에 재료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 고 따로 일부러 재료를 구입해서 넣지는 않는다. 가을과 겨 울 김장에서 담그는 배추김치류와 무김치류에는 찹쌀풀을 쑤 어 넣는데 이렇게 하면 맛이 더 빨리 든다(즉 금방 익는다). 찹쌀풀은 찹쌀을 그대로 묽은 죽처럼 쑤거나 믹서기에 갈아 서 쓰기도 하며, 떡을 해 먹으려고 빻아둔 멥쌀가루가 있으 면 그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대부분 생수를 쓰는데, 북 어 대가리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서 사용하기도 한다.

    여름 김치에는 밀가루풀을 쑤거나 찬밥을 갈아서 넣거나 감자를 갈아서 내린 물을 넣는 경우가 있고 아예 풀을 쓰지 않을 때도 있다. 쑤어서 식혀둔 풀에 고춧가루와 새우젓, 멸 치액젓(또는 까나리액젓), 갈치액젓을 넣고 준비해둔 부재료 들을 한데 섞어 속을 만든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이 양념 에 뉴슈가나 설탕을 추가하고 있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직 접 담근 매실액이나 함초액을 넣기도 하는데, 발효한 것을 김장에 넣으면 좋지 않다고 알고 있는 연구참여자들은 이를 쓰지 않는다. 젓갈은 연구참여자들 전원이 새우젓과 멸치액 젓(또는 까나리액젓), 갈치액젓 정도만 사용한다. 새우젓을 위주로 쓰고 부족한 간은 액젓으로 맞춘다. 액젓이 많이 들 어가면 김치가 익으면서 색이 검게 돼서 보기에도 좋지 않 으며, 여름 김치에는 젓갈을 많이 쓰면 냄새가 나서 좋지 않 기 때문에 새우젓을 소량만 쓰거나 액젓만으로 간을 해서 담 근다.

    무가 들어가는 김치의 경우에, 깍두기는 소금에 절여서 물 이 빠지면 따라버리고 바로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순무김치 와 석박지는 소금에 절이지 않고 바로 양념과 함께 버무린다. 무김치류는 익으면서 무 자체에서 물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양념의 농도를 ‘빡빡하다’ 싶을 정도로 한다. 열무김치의 경 우에는 생고추를 갈아서 넣는 연구참여자들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고춧가루로만 담갔을 때보다 더 시원한 맛이 난다.

    연구참여자들 전원은 예전 김치와 요즘 김치를 비교하면 서 요즘 김치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더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연구참여자는 “예전에는 재료가 부 족해서 김치에 들어가는 게 별로 없었다. 마늘도 거의 없어 서 배추, 무만 소금에 절여서 고춧가루에 젓국만 넣은 양념 에 버무려 먹었다.”고 했고, 또 다른 연구참여자는 “이전에 는 모든 게 부족해서 배추나 무 정도만 소금에 절여서 고춧 가루 물만 들면 먹었다”고 설명했다. 김치 재료뿐 아니라 김 치의 간도 변화되었는데,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자녀들과 함께 김장을 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짜게 안 먹어서’ 김치가 싱거워졌다고 이야기한다. 또 예전 김치에는 단맛이 전혀 없 었는데 요즘은 뉴슈가(2030년 전부터)나 설탕, 직접 담근 매 실청(56년 전부터) 등을 양념에 넣으면서 단맛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3) 김장 방식

    김장을 할 때 예전에는 주로 새우젓이나 게젓, 바지락젓, 황석어젓, 경우에 따라서는 강달이젓이나 밴댕이젓을 활용했 는데, 지금은 새우젓 외에는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며, 이 를 멸치나 갈치액젓으로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김치 재료 를 절일 때 바닷물을 사용하였지만, 현재는 마을 주민들 전 체가 농협에서 소금을 구입해서 쓰고 있으며, 소금을 사서 쓰게 되면서 자연스레 소금 사용량이 줄었다는 것이 연구참 여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다양한 젓국을 이용해 서 김치의 간을 맞추기도 했는데, 젓국과 소금의 비율은 2:1 로 했다. 젓국의 경우에는 한 번 끓여서 쓸 때도 있었지만, 그냥 써도 비린내가 나지는 않았다.

    요즘 이 지역에서는 가족이나 친족끼리 김장을 하는 형태 가 많다. 김장은 입동 전후로 하는데, 보통 음력 10월에 추 워질 때쯤 하게 된다. 김장일은 연구참여자들이 자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다 같이 집에 있는 날을 확인한 뒤, 날 짜를 결정한다. 이후 자녀들에게 전화로 김장일을 통보하면, 날짜에 맞춰 연구참여자들의 집으로 내려와 다함께 김치를 담근다. 자녀들이 이 지역으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대개 김장일은 주말로 잡는다. 김장 전날 오후부터 배추를 절이고, 김장 당일 속을 넣고 정리하는 작업까지 하려면 꼬박 이틀 이 걸린다. 김장 때는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들까지 모 두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일하는 어른들만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품앗이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유형화될 수 있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가 모두 내려와서 다 같이 김장을 하는 경 우, 딸과 사위만 내려오고 아들은 처갓집에서 가져다 먹는 경우, 아들과 며느리만 내려오고 딸들은 시댁에 가서 담그는 경우다. 딸과 며느리는 연구참여자들과 함께 직접 김치를 담 그고, 아들과 사위는 무거운 것을 나르는 등의 힘쓰는 일을 돕는다. 이외에 자녀들이 멀리 살거나 (특히 딸이) 직장이 있 는 경우, 김장때 오지 않고 연구참여자가 자녀들 몫까지 담 아놓으면 내려와서 가져가거나, 배추와 고춧가루 등의 재료 를 보내주어 알아서 담가 먹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배추를 절이는 작업에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독거하는 연구참여자 들의 경우에는 딸이나 며느리가 김장 전날 내려와서 하루 자 면서 같이 준비하고, 부부가 동거하는 경우에는 남편과 둘이 한다.

    대략 10년 전까지만 해도(가족끼리 김장을 담그기 전) 마 을에서 이웃끼리 34명 정도가 모여서 김장 품앗이를 했다. 계절별 김치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담가 먹 었지만, 김장은 꼭 품앗이를 했다. 연구참여자들 전원은 (시 간적으로) 길거나 짧게 마을 이웃들과 김장 품앗이를 한 기 억을 가지고 있다. 연구참여자 가운데 최고령인 1920년대생 할머니에 의하면, 품앗이는 돌아가면서 했는데, 김장하는 집 마당에 다 같이 모여서 김치를 담갔다고 한다. 주로 양념 속 을 싸는 일을 도왔는데, 총지휘는 집주인이 한다. 집주인은 또 품앗이를 하러 와준 이웃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점 심 메뉴는 밥과 함께 반찬으로 절인 배추, 양념 속, 돼지수 육4)을 내었고, 국이나 찌개거리가 있으면 동태찌개를 끓여서 내었다. 김장이 끝나고 돌아갈 때는 품앗이를 하러 온 이웃 들에게 겉절이와 꼬갱이 김치(혹은 고갱이 장아찌) 1사발씩 을 싸주었다. 연구참여자들중 가장 어린 1950년대 초반생의 연구참여자도 마을 김장 품앗이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 다. 품앗이를 하면 김장하는 집 마당에서 절여둔 배추를 함 께 씻고 속을 넣는 일을 도왔으며, 정작 주인은 도와주러 온 이웃들의 밥과 새참을 준비하느라 김치를 만져보지도 못했 다고 한다. 한 연구참여자는 마을 품앗이가 사라진 이유를 “김 장을 마치고 나중에 김치를 보면 속을 꼼꼼히 넣지 않은 것 부터 각자 하는 방식이 달라서 주인 마음에 들지 않는 김치 를 먹어야 했기 때문에 점차 품앗이를 꺼리게 되었다.”고 설 명한다. 품앗이는 주로 김장 때만 하였고, 계절김치는 양이 많지 않아 대부분 혼자 담갔다고 한다.

    3) 강원지역의 김치와 김장 민속

    강원도 김치 민속연구는 2016년 하반기에 강릉과 홍천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심층 조사한 것으로, 강릉의 사천 면과 홍천의 서면이 주된 조사 대상지역이었다. 연구참여자 들의 나이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분포를 보이는데, 50대 후반이 2명, 60대가 5명, 70대 초반이 3명이며, 결혼을 한 나이도 20대 중반을 넘기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친가, 외가, 시댁 세 가지의 계보 중 최 소 한 군데 이상이 강원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향이 강 원도인 경우는 다섯 명이고, 그 중 두 명은 친가, 외가, 시댁 이 모두 강원도이다. 타향 출신은 두 명이 경상북도, 두 명 이 충청북도, 한 명이 평안남도 출신이며, 모두 결혼 후 강 원도로 이주하였다. 거주 이력을 살펴보면, 1명을 제외한 나 머지는 모두 강원도에서 최소 30년 이상을 거주하였다.

    (1) 전승과 재료

    김치의 명칭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홍천에서 김치 와 ‘짠지’를 상호호환이 가능한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추김치는 ‘짠지’, 알타리김치는 ‘알타리짠지’, 열무 김치는 ‘열무짠지’로 부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총각무(김 치)’, ‘달랑무(김치)’와 ‘서거리 깍두기’, ‘오징어 채김치’, 챙 채김치’도 사용하고 있다. 깍두기와 채김치의 경우에는 ‘서 거리’나 ‘오징어’라는 표현을 덧붙이지 않아도 대부분의 경 우 그것들이 부재료로 포함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연구참 여자들이 식해도 김치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서울이나 경기지역에 비해서 이 지역에는 생태환경에 따 라 특별한 김치를 전승하고 있다. 강릉에서는 명태나 오징 어, 해삼, 멍게 등을 이용한 김치가 발달하였는데 명태는 부 위별 사용법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다(Kangwon-center of technology 2004). 명태김치(김장할 때 포를 뜬 명태를 몇 포기의 배추를 골라 사이에 넣은 것), 서거리 깍두기, 오징어 채김치, 가자미 밥식해, 해물김치 등 이 이에 해당된다. 무나 배추 이외에 감자를 사용한 감자채 김치나 돈나물김치가 여타 지역과 구분되는 김치라고 할 수 있다.

    서거리는 명태의 아가미인데, 이를 이용한 깍두기가 동해 안 강원지역에서 흔히 발견된다. 서거리를 양념에 함께 버무 려서 깍두기에 넣는 것인데, 서거리를 손질하여 숙성시키는 데에는 전승되는 민간지식이 요구된다. 서거리는 명태의 아 가미 부분으로 명태가 살아있는 동안 축적된 온갖 불순물이 사이사이에 끼어 있다. 먼저 이것을 소금으로 팍팍 치대면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그런 다음 서거리를 갈기갈기 부채모 양으로 찢는다. 그 다음 서거리를 절여 놓는데, 여기에 사용 되는 것은 엿질금 가루이다. 엿질금 가루와 함께 고춧가루나 소금을 넣거나 둘 다를 넣는 경우도 있다. 깍두기를 담기 하 루 전에 절이거나 한꺼번에 손질하고 절인 뒤 밀봉해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일 년 내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채김치, 혹은 챙채김치는 무와 오징어를 채쳐서 양념에 버 무리는 것으로 뚜렷이 구별되는 김치의 한 범주라고 볼 수 있다. 강릉 집성촌에 거주하는 한 연구참여자는 제사 그 자 체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구정이나 추석, 기제사 때에 가족 들을 대접하기 위해서 채김치와 서거리 깍두기를 꼭 준비한 다고 한다. 따라서 명태김치와 마찬가지로 이 음식들도 지역 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에서 특수한 의례적 의미를 갖고 있 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자미 밥식해는 크게 보아 강원도의 해안권에 속하는 토 속김치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 자미를 무와 함께 절여서 섞고, 이에 좁쌀밥이 포함된 양념 을 넣고 버무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가자미 밥식해와 함께 찹쌀풀이나 밀가루풀 대신에 감자를 넣는 열무김치도 강원 도 해안가의 독특한 김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배추나 무를 비롯하여 고춧가루 등도 대부 분 자급하고 있는데, 파나 마늘, 젓갈류, 소금 등은 구입에 의존하였다.

    재료는 다 직접 키우지. 요새는 열무김치 심어서 많이 해먹고. 재료는 안사, 다 키우지 … 알타리하고 파는 다 이 앞에서 키 우고, 배추는 옛날에 여기다 했는데 지금은 저 앞에 밭이 또 하나 있거든. 걸어서 오 분이나 십분 거리에. 그래도 대개 집 앞에서 다해, 심는 것 다 심어 여기다가 … 키우는 양은 먹을 만큼 하는 거야. 집 앞은 말하자면 마트야. 먹을 것은 다 심는 거야, 거기다가. 시장에다 파는 것이 아니라 집에다 먹을 것만 다 농사지어서 먹는 거야.

    집 앞을 ‘마트’라고 표현하는 연구참여자 말에는 여러 가 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는 물론 식생활에 있어 재료 의 자급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며, 둘째로 식생활이 매우 소 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식물의 성장주기에 따라서 만드는 김치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재료 자급도가 높은 연구참여자들이 김 치를 담그고 소비하는 시기는 계절의 순환과 크게 괴리되어 있지 않다. 특히 김치와 관련된 많은 부분이 기본적으로 텃 밭이나 집 주변의 밭에서 키운 채소들의 주기와 맞물려 돌 아간다. 즉, 김치의 사이클이 계절의 사이클과 연동되어 있 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배추와 무, 여름에는 열무, 가을에는 알타리무를 중심으로 하는 소박한 김치 조리와 소비의 사이 클이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2) 젓갈과 여타 양념

    김치 재료의 자급도가 높다는 사실은 김치의 조리법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연구참여자의 사례 만큼이나 높은 재료 자급률을 보이는 또 다른 연구참여자는 자신의 조리법에 특정한 양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직접 키우는 채소들만을 김치의 재료로 사 용하다 보니 그때 그때 양이 달라져서 “있으면 넣고, 없으면 못 넣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씀바귀 김치에 들어가 는 밤은 어떻게 구입하는냐는 질문에 대해 연구참여자는 “길 가의 밤나무 밑에서 줍는다”고 대답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 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강원도, 홍천의 김치 재료 수급의 경 로들은 아직 상품화된 시장의 양태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텃밭에 김치를 의존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양상 은 새로운 작물이 재배됨에 따라 새로운 김치를 조리하게 되 는 것이다. 역시 소금, 젓갈류를 제외한 모든 작물을 재배하 는 다른 연구참여자는 3년 전부터 파김치를 해먹고 있다. 한 연구참여자가 파김치를 담그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파를 시 험 삼아 키워봤는데 그것이 잘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제 여름에 파를 심어 초겨울 김장할 때 한 번, 파가 다시 올 라오는 이른 봄에 한 번, 즉 1년에 2회에 걸쳐 파김치를 만 들어 먹고 있다. 배추와 무를 재배하는 연구참여자들이 김장 을 하는 양이 그해 농사의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친정어머니를 통해서 김치 제조 방식을 배우는 경우가 많 기는 했지만, 이동이 심한 경우에는 이를 특정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옛날에 양념 그래 없어, 지금은 양념이 다 들어가는데 뭐. 옛 날에는 고춧가루, 허연 고춧가루나 넣어서… 지금은 세월이 좋 으니 양념이 많이 늘었지. 옛날에는 새우젓도 못 넣고 마늘도 귀하고, 파하고 고춧가루만 이래 넣었지.

    옛날에 양념 그래 없어, 지금은 양념이 다 들어가는데 뭐. 옛 날에는 고춧가루, 허연 고춧가루나 넣어서… 지금은 세월이 좋 으니 양념이 많이 늘었지. 옛날에는 새우젓도 못 넣고 마늘도 귀하고, 파하고 고춧가루만 이래 넣었지.

    김장김치는 우리 어릴 때는 사는 게 어려웠지, 어렵고 하니까. 그때는 멸치를 사가지고 푹 삶아가지고, 국물을 많이 해가지 고 거기다 고춧가루 넣고 인제 파, 마늘 해가지고 지금처럼 양 념으로 한 쪽씩 해가지고 무채를 넣는 것이 아니라 그 물에다 가 그냥 덤벙덤벙 적셔, 대충 그냥 발르는 식으로. 새우젓 뭐 이런 거 많이 못 넣고, 국물을 많이 만들어서 거기다 배추를 슬슬 대충 바르더라고.

    할머니 때 보던 김치는 큰 가마솥에다 오징어, 북어, 멸치 같 은 해물 넣고 큰 가마솥에다 끓이고, 그 물을 큰 바구니에 걸 러놓고는, 추우니까 손이 시렵고 장갑이 없으니까 그 물에다 배추를 덤벙 적셨어… 적셔가지고 무 채치고 파, 마늘, 고춧가 루만 넣어가지고는 그거 가지고 무치기만 했어. 또 소금이 비 싸니까 여기 사람들은 (배추를) 바닷물에 가서 씻어 왔지.

    그때는 가마솥에다 물을 붓고 불을 때요, 뜨뜻하게. 저기다 배 추를 절였다고… 그거 개울로 가서 씻어다가 고춧가루. 고춧 가루나 있나, 시퍼런 고춧가루 넣고 소금하고 해서 뒤적거려 서 항아리에 넣지.

    연구참여자들이 회상하는 김치 조리법의 공통점은 가마솥 에 물을 끓여서 거기에 배추를 적셔서 고춧가루와 소금, 그 리고 파 정도를 잘게 썰어서 배추에 바르는 것이었다. 해안 가인 강릉에서는 그나마 해산물을 가마솥 국물에 넣을 수 있 었지만, 내륙인 홍천지역에서는 그조차도 넣지 못하고 그냥 소금물을 끓여서 배추를 절였다. 이렇게 소박하던 김치 조리 법에 젓갈이나 풍부한 부재료 채소들, 그리고 설탕이나 매실 즙 등이 추가되기 시작한 것은 강릉 지역의 경우 30여년, 홍 천 서면 팔봉리의 경우 10여년 전부터라고 한다. 현재는 모 든 연구참여자의 김장김치에 마늘, 생강, 젓갈류, 그리고 최 소한 두 가지 이상의 채소가 부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강릉과 홍천을 분리하여 살펴 보면, 홍천지역 연구참여자 들이 새우젓만을 사용하고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비해 강릉의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새우젓과 함께 한 종류의 액젓 을 사용하고, 거기에 해산물을 이용한 육수까지 사용하고 있 다. 육수의 재료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명태의 머리 로, 명태가 풍부하게 잡히던 과거 강릉의 생태 및 경제 환경 을 아직까지 반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홍천과 비 교할 때 액젓과 해산물 육수를 사용하는 강릉의 김장김치는 아직까지 뚜렷이 강원도 해안지방의 특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3) 김장 방식

    김장을 위한 배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 스스 로 재배하고 있었다. 강릉, 홍천지역에서 김장을 위한 배추 를 스스로 재배하는 것은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8월 중순경 김장을 위한 배추와 무를 파종하여 김장 2-3일 전에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김장하는 배추의 양 은 20포기에서 200포기까지 다양하다. 모든 연구참여자가 사 용하는 양념 및 부재료는 무, 파, 새우젓, 소금, 고춧가루, 마 늘, 생강인데, 이것들이 강릉과 홍천 지역 김장의 기본양념 이라고 볼 수 있다.

    김장을 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개인적으로 혼자 김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혼 자서 배추 100포기까지 담기도 한다. 두 번째로 가족과 함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며느리나 동서, 딸과 함께 김장을 한다. 이것이 현대 한국 사회에서 쉽게 발견되는 김장 유형 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딸과 며느리가 김장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주로 주말에 김장을 하게 된다. 또한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김장 유형은 친구나 지인과 함께 도시에서 행하는 김장모임이다. 이러한 모임은 지연이나 취미연, 혹은 여러 인 연을 매개로 결성된다. 동네 친구를 중심으로 품앗이를 하는 경우가 있고, 요리 강좌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끼리 김장 을 하는 경우(취미연 모임)가 있으며, 학부모 모임을 매개로 김장 품앗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현대 도시화로 인 해 강릉에 새로운 품앗이 모임이 생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지연 중심으로 행해진 김장 품앗이는 도시화와 함께 상당수가 해체되었고, 이는 가족이나 취미 모임, 학부모 모 임 등으로 대체되면서 김장 품앗이가 필요할 경우에 수행되 고 있는 것이다.

    김장한 김치는 대부분 자녀들에게 배분되고 있었다. 이 같 은 세태는 최근 한 김치냉장고의 광고에서도 차용될 정도로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소비하는 김치보다 자녀들 에게 나누어주는 김치가 더 많은 경우가 흔했으며, 따로 정 해진 양도 없이 수시로 배분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Joo(2011)는 이같이 김치를 공식(共食)하는 것이 확대 부계 가족의 범주적 구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Joo 2011). 자녀들이 분가한 뒤에도 원래 한 가족의 구성원이었음을 나 타내는 방식의 하나로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저장음 식의 분배가 이루진다는 것이다(Joo 2011). 이같은 양상은 강 릉, 홍천지역의 김장김치 분배에서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확대 부계가족에서 자녀들뿐 아니라 같은 세대의 방계, 즉 시누이나 동서에게도 김치가 배분되는 경우가 있었고, 심지 어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 배분되는 경우도 있었다.

    III. 결과 및 고찰

    Kang(2013a;2014)이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김치는 한국 음식민속 문화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문화요소에 해당하며, 김치는 채소와 소금, 젓갈, 양념을 구성요소로 하여 구성된 다. 젓갈이나 해산물을 별도의 구성요소로 취급할 수도 있고, 양념에 포함시킬 수도 있지만, 여타 양념에 비해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요소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 된다.

    김치는 한국 음식 상차림의 기본체계를 형성한다. 밥과 김 치로 이루어진 구조가 오랜 시기 기본구조로 형성되다가 국 이 추가된 형태인데, 이 기본 음식체계와 구조는 21세기까지 도 유지되고 있다. 20세기 이후에 근대화가 수행되었지만, 기 존의 이러한 기본이상구조를 대체할 어떤 새로운 음식 이상 구조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생활에서는 서구에서 수용된 의생활의 구조가 완전히 기존 구조를 대체한 반면, 식생활에서는 여전히 기존 구조가 굳건히 현대 식생활의 기 본체계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의 여러 다양한 상업음 식 등에서 분명한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상 적 음식민속문화 체계와 구조가 아직 명확하게 부상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구조를 기반으로 다면적 실천이 이 루어지고 있고, 이 실천을 통해서 다양한 표현 형태 혹은 표 현 구조가 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Kang 2014;2018).

    한국의 경제 중심의 근대화가 지역 차원에서 존재하고 있 는 지역성, 특히 김치와 김장과 관련된 지역민속 문화구조를 어느 정도로 변화시켰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경기 지 역과 서울, 강원지역의 김치 민속문화에서 문화권을 구분하 는 두 기준이 있다. 첫 번째 기준은 배추를 익혀서 김치를 담는가의 여부이다. 이에 따라 지역을 구분해 보면, 근대화 이전의 경기도와 서울은 생채 상태에서 배추나 무 등을 1차 염장하는 생채민속문화권에 해당하였고, 강원도는 배추 등을 숙채로 만든 후에 양념을 첨가하는 숙채민속문화권에 속했 다. 두 번째로는 양념에 해당하는 젓갈의 종류와 관련해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새우젓을 주된 젓갈로 사용하는 문화권 과 어물육수를 사용하는 동해안 문화권으로 분류된다. 새우 젓을 기본요소로 하는 문화권은 강원도 영서지방까지 포함 하였으며, 동해안은 새우젓을 사용하지 않고 명태 대가리 육 수를 이용한 문화권이었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가 근대화 과정을 지나면서 어떻게 변 하게 되었는가? 우선 젓갈 기준과 관련된 지역성부터 살펴보 겠다. 새우젓을 주로 사용했던 경기도나 서울 지역의 경우에 새우젓과 함께 멸치액젓이나 갈치젓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생 새우도 함께 갈아 넣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에도 새우젓을 기 본으로 사용하지만, 강릉에서는 이에 추가하여 멸치젓이나 까 나리액젓까지 사용하며 동시에 해물육수도 함께 넣고 있다. 근대화와 함께 멸치젓이나 까나리액젓이 서해안부터 동해안 까지 사용되는 것으로 변했고, 젓갈 사용을 통해 구분되던 문 화권은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물육수를 사용하는 측면에만 한정해서 본다면 동해안권과 비동해안권으로 구분 된다. 강릉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권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해 물에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추를 살짝 익혀서 사용하는 방식도 더 이상 찾아보기 어 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홍천이나 강릉에서도 소금물을 끓여 서 이에 배추를 살짝 익히면서 절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방 식을 고집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 바닷물을 절일 때에 이용하는 방식은 서해안이나 동해안에서 공히 나타나는 방 식이었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근대화와 함께 완전히 소멸 했다가, 최근에 들어서서 다시 바닷물을 배추절임시 사용하 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는 있다.

    김장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여러 사람들을 동원해서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김장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다. 김장의 규모를 적게 한다면 김장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고 가족 단 위로 수행될 수도 있었다. Kang(2013a)의 연구에 의하면,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 농촌에서 김장을 대규모로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농촌 인구의 상당수는 핵가족 위주로 살았고, 텃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배추나 무에 소량 의 양념을 버무리는 방식으로 김장을 수행했기 때문에 김장 하는 데에 큰 품이 들지 않았다. 부농이면서 딸린 식구가 많 은 경우에는 마을 주민들 중에서 일부가 김장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농촌에서 중하층의 경우 에 주부가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 적은 양의 김장을 하는 경 우가 많았다.

    1970년대에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이 이루어짐에 따 라서 김장의 규모도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웃공 동체나 친족공동체가 품앗이를 통해서 김장을 수행하는 경 우가 많아졌다. 김장 민속의 사회적 주체가 가족에서 친족이 나 이웃으로 확대된 것이다. 친족이나 이웃이 주체가 된 김 장공동체의 경우, 품앗이의 원리에 의해서 작동되었다. 구성 원 사이에서 김장할 순서를 정하고,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방식이었는데, 김장하는 집에서 점심 등 일체를 대 접하였다. 도시의 경우에는 주부들이 이웃을 중심으로 새롭 게 공동체를 만들어서 김장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개인화와 함께 가구의 규모가 줄게 되면서 김장을 하는 데에 이웃이 점차 참여하지 않게 되었고, 직계가족만이 김장하는 데에 참 여하거나, 가족 단위로 다시 김장을 수행하는 식으로 김장 공동체가 변하게 되었다.

    경기도와 서울, 강원도의 대부분의 가족에서는 가족 단위 로 김장을 하고 있으며, 강원도 강릉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 취미나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를 통해서 김장을 행하는 경우가 일부 있었다. 김장을 많이 하는 경우 에도 이웃이나 직장 동료와 나누어 먹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직계 가족과 분배하기 위해서 하는 것 이며, 이 때 정서적인 교류도 함께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 다. 이러한 부분에서 지역적 예외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김치 민속문화 구조의 지속력은 김치냉장고를 발 명하게 만들었다. 서구나 일본에서 다양한 음식민속이 유입 되었고, 새로운 음식 민속을 다양하게 받아들였지만, 기존의 김치 음식민속을 대체하지 못하였다. 변화된 아파트의 생활 방식에서도 사람들은 김치를 중심으로 한 기존 음식민속 체 계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김장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도구 로써 새로운 냉장고의 형태인 한국식 김치냉장고가 탄생되 었다. 이는 민속이 기술 발전을 견인한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도입된 김치냉장고는 김치의 맛을 변화시키 게 되는데, 이로써 김치의 짠맛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이 러한 변화는 비단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기도와 강 원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발생되었다.

    근대화로 인해 김치민속의 기본구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김치의 지역성이 소멸하면서 김치의 맛은 전국이 점차로 유 사해지게 되었다. 게나 조기 등으로 직접 젓국을 만들어서 사용하던 방식에서 공장제로 생산된 멸치액젓 등을 구매하 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됨으로써 전국 김치 맛의 표 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급자족 방식으로 집안에서 만들 었고, 지역 내에서 주로 전승되던 김치민속 구조가 도시화나 유통의 근대화 등으로 인해서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되고 있 다. 이에 따라 중부 지방에서 존재하던 문화권은 파괴되었다 고 할 수 있다.

    IV. 요약 및 결론

    본 논문은 김치의 역사적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김치의 구조와 체계의 변화에 대한 연구이다. 민속문화는 전 승성과 일상성, 공동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민속성을 지닌 문 화로서 생활방식과 그 표현복합으로 정의된다. 김치 민속문 화는 김치와 김치로 표현된 민속문화를 의미하는데, 본 연구 의 필자들은 이 민속문화에 체계와 구조가 존재하며, 이 구 조와 체계가 민속문화에 지속력을 제공한다고 본다. 이 지속 력을 가진 민속문화가 근대화라는 현상 속에서 어떠한 변화 를 보여주는가를 김치를 통해서 검토하였다.

    김치는 한국의 숨기고 싶은 음식에서 한국의 대표 음식으 로 변신에 성공한 민속문화이다. 이러한 변신은 사람들의 사 고체계에 원인을 두고 있는데, 김치가 건강음식으로 선정되 면서 한국인들이 자신의 민속에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한 경 우에 해당한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이 여세를 몰아서 유네스 코 대표목록에 등재되었고, 김치를 연구하는 세계김치연구소 까지 발족시켰다.

    본 연구에서는 근대화 속에서 김치문화의 기본이상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었는지, 구조의 지역성이 어떤 표현형 태를 보여주게 되었는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2016년 하반기에 서울, 경기도 평택과 화성, 강원도 홍 천과 강릉에서 총 30명의 연구참여자들과 면담을 수행하였 고, 김장을 하는 과정에 대해 직접 참여관찰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주로 이들이 현재 만들고 있는 김치의 종류와 레 시피, 양념의 종류, 김장 방식에 대해 자료를 수집정리하였다.

    1930년대에서 1950년대에 출생한 연구참여자들의 경우에 는 밥-김치-국으로 구성된 전통 밥상 체계와 구조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었고, 다양한 김치를 각 계절별로 담그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김장김치도 담가서 김치냉장고를 이용해 보 관하였다. 중부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김치는 주 로 배추와 무로 만들어진 김치였고, 오이도 배추와 무 못지 않게 중요한 김치재료로 선택되었다.

    본고에서는 젓갈의 종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 았다. 젓갈은 소금과 마늘 등의 양념과 함께 중요한 김치 구 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의 영서지역은 새우젓을 김치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는데, 조사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릉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근대화 이전에 새우 젓보다는 명태 등을 이용한 해물 육수를 이용해서 김치를 담 갔다. 서해안에서는 새우젓 대신에 방게나 황석어 등의 젓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상이한 젓갈을 사용하여 분명한 문 화권을 형성하던 두 지역의 김치민속이 근대화와 함께 표준 화와 동일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두 지역에서 사람들은 동일한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새우젓이나 해물 육수와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즉, 김치 민속문화 구조의 지역성이 사라진 것이다.

    근대화 이전 시기에 김치민속의 지역성은 배추를 절이는 방식에서도 나타났는데, 강원도 영서지방에서는 배추를 뜨거 운 물에 절였지만 현재 이러한 방식은 거의 소멸되었다. 근 대화 과정에서 이러한 김치민속의 지역구조의 소멸은 전국 김치민속의 표준화를 야기시켰다. 육수나 젓갈 사용 방식, 해 물의 사용 정도에 따라서 미세한 지역성은 유지되고 있었으 나, 그 차이는 근대화 이전보다 현격하게 줄었다.

    음식 민속문화, 특히 김치 민속문화의 구조가 가지는 지속 력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김치 민속문 화는 김치냉장고를 만들게 하였고, 많은 상업 김치 공장도 만들어냈으며, 표준화된 상업음식의 상차림도 구성해냈다. 상 업음식에도 개입하는 이러한 전통의 힘은 기본구조와 이상 구조가 결합된 차원에서 나오는 지속력과 영향력인 것이다. 하지만 김치가 상차림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힘은 아 이러니하게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뒤늦게 대표 음식으로 승격되었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 화나 서구화, 도시화로 인하여 김치와 밥, 국으로 구성된 구 조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밥에 소금간이 되어 있지 않은 현 상태에서 김치나 국은 식사에 소금을 제공하고 감칠맛을 주기 때문에 일정 정도 유 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밥에 소금간이 들어간다거나 밥 의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밥과 김치를 연결하는 힘 이 급격히 약해지고, 김치도 한국 음식의 기본구조에서 탈락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사의 글

    2016년도에 제출된 An Ethnographic Research on Local Kimchi in Gyeonggi, Gangwon Provinces의 사용과 인용을 허락해 준 World Institute of Kimchi에 감사드립니다.

    Figure

    Table

    Reference

    1. Bae YD. 2004. The decontextualization and commercialization of the traditional cuisine of Andong. Society and History, 66:35-68
    2. Dongailbo (동아일보), Way of Kimjang of every place-Way of Seoul kimjang (각처의 김장법(二) 내 고향의 자랑거리 경 성김장법), 1935.11.13.
    3. General view of Korean Food (韓國飮食大觀). 1995-1997. Cultural Heritage Foundation
    4. Joo YH. 2011. Foodhumanities (飮食人文學), Humanist, pp 65-66
    5. Kang JW . 2013a. Homo Folkloricus and Postcolonialism. The Korean Folklore 57. pp 141-176
    6. Kang JW . 2013b. Modernization and kimjang culture. The humanistic understanding of Kimchi & Kimjang Culture. World Institute of Kimchi, Gwangju, pp 212
    7. Kang JW. 2014. The Structure of foodculture and kimjang. The Humanistic understanding of kimchi. World Institute of Kimchi, Gwangju, pp 181-205
    8. Kang JW & Jung YH , An JY , Lee HY , An CM , Choi HR. 2016. An Ethnographic Research on Local Kimchi in Gyeonggi, Gangwon Provinces. (unpublished report) World Institute of Kimchi. Gwangju
    9. Kang JW. 2018. The Structure and differentiation of Korean foodculture. International Humanities Symposium on Korean Traditional Foods. The Foundation of Korean Cultural Center, Seoul, pp 279-294
    10. Korean folkculture survey report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1967-1979.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Seoul
    11. Korean traditional local food (韓國傳統鄕土飮食). 1999-2007. 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Sciences
    12. Lee JS. 1976. The Survey report and consideration of Korean nowadays kimjangkimchi. Master’s degree thesis, Ewhawomens- university, Korea, pp 21
    13. Park CL. 2013. Roots of Joseon dynasty Kimchi: a deep, wide study of culture, cuisine and folklore (조선시대 김치의 탄 생). Minsokwon, Korea
    14. Taste of Kangwondo, Kimchi (강원도의 맛, 김치).2004. Kangwon-center of technology, pp 12
    15. Yoon HS. 2007. Commonification of the Skate Food and Collado Rebional Identity, Hangukminzokmunhwa, 32:399-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