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국제 채식인 연맹(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를 1억 80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중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비건, vegan)는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Korea Agro-Fisheries & Food Trade Corporation, 2021). 국내 채식 인구 역시 2008년 15만명에서 2021년 기준 250만명으로 추정되어 가파른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다(Korea Vegan Union, 2022). 채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채식주의자(vegan)’와 ‘경제(economics)’ 의 합성어로 채식과 식물 원료를 활용한 산업 전반을 의미하는 비거노믹스(veganomics)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Oh et al. 2023).
채식에 대한 높은 관심은 건강,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에서 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식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가공육을 포함한 육류의 섭취가 당뇨병과 암 등의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반면(Chen et al. 2018;Farvid et al. 2021), 식물성 식품을 기반으로 한 식사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Kim et al. 2019;Wang et al. 2023)가 보고되면서 소비자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채식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배경으로 동물 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Rothgerber 2015). 이와 같은 윤리적 소비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추구는 특히 젊은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며(Kim 2020), 채식 인구의 증가를 촉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식생활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의 하나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환경 전반을 의미하는 푸드시스템(food system)의 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며, 식생활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5%를 차지한다(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특히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온실 가스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면서(Michielsen & Van der Horst 2022), 식생활에서의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동물성 단백질 소비 감소가 제안되었고, 채식이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식사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Costa et al. 2022). 이와 같은 다양한 배경에 의해 채식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채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주의자의 식생활 특성을 알아보고자 한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기존의 연구는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간의 식품 및 영양소 섭취 수준(Orisa & Usoroh 2020;Storz et al. 2021;Lehto et al. 2022;Miles et al. 2022)과 건강 상태 및 그 효과를 비교한 연구(Le & Sabaté 2014;Gatto et al. 2021;Pattar et al. 2023;Saintila et al. 2024) 등 영양학적, 질병 예방적 관점에서 주로 수행되었다. 이 외에도 채식주의자의 식품 및 식당 선택에 대한 인식 및 태도에 관한 연구 (Kim et al. 2021;Kim et al. 2022;Shin et al. 2023), 채식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에 관한 연구(Jeon & Jo 2023a;Jeon & Jo 2023b)와 채식 소비자의 선택속성에 따른 시장 세분화 연구(Jeon et al. 2024)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간의 실제 식품 구입과 소비행태, 식생활 행태 차이를 밝히기 위한 연구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의 성인가구원 자료를 활용하여,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비율을 알아보고 채식 여부에 따라 일반적 특성 및 식생활 관련 인식, 식품 표시 관련 행태, 식품 구매 행태를 비교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증가하는 채식 인구의 식품 관련 인식 및 행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에 따른 식품 산업의 전략적 방향성 및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 이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1. 연구자료 및 대상
본 연구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조사인 식품 소비행태조사(Consumer Behavior Survey for Food) 자료를 활용하여 수행하였다. 2013년부터 조사가 시작된 식품소비 행태조사는 소비자의 구매행태와 선호 변화를 다각도에서 파악하여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식품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고 있다(Korea Rural Economic Institute). 매년 만 19세 이상 만 74세 이하의 식품 주구입자 및 만 13세 이상 만 74세 이하의 성인 및 청소년 가구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주구입자를 대상으로는 가구 단위의 식품 구입 및 외식 행태를, 성인 가구원 대상으로는 개인별 식생활과 정책 인식 및 소비자 역량 평가, 청소년 가구원에게는 개인별 식생활과 정책 인식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Korea Rural Economic Institute, 2024). 본 연구를 위한 분석에는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의 성인가구원 조사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성인 5,811명(남자: 2,541명, 여자 3,270명)이 포함되었다.
본 연구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2차 자료인 식품소비행태조사 자료를 활용하였으며, 연구대상자에 대한 개인식별정보를 수집하거나 기록하지 않는 연구로 한국교원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면제 승인을 받은 후 수행하였다(KNUE-202408-BM-0488-01).
2.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정의
본 연구에서는 채식 여부에 따른 식품 관련 행동 특성을 비교하기 위하여 연구대상자를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로 구분하였다. 이를 위하여 식품소비행태조사의 ‘식생활 행태’ 조사 항목 중 ‘채식주의와 관련하여 평소 귀하의 식생활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은 다음 중 무엇입니까?’ 질문을 활용 하였다. 위 질문에 대하여 ‘육류는 먹지 않고, 오직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것을 먹는다(채식주의자)’, ‘식물성 재료로 만든 것을 먹지만, 달걀과 우유 또는 어패류는 먹는다(준 채식 주의자)’, ‘가급적 동물성보다는 채식위주로 먹는다(간헐적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한 경우, 채식주의자로 분류하였다. 식물성, 동물성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비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한 경우에는 비 채식주의자로 분류하였다.
3. 일반적 특성 및 식생활 특성 변수
한국 성인의 채식 여부에 따른 일반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 수집한 변수들을 활용하였다. 일반적 특성으로는 성별, 연령, 거주지역, 월 평균 소득, 교육 수준, 결혼 상태, 직업, 건강 관심도, 가구 형태, 규칙적인 신체 활동 여부, 음주 빈도를 알아보았다. 성별은 ‘남성’과 ‘ 여성’의 2개 그룹으로, 거주지역은 ‘도시’, ‘농어촌’의 2개 그룹으로, 월 평균 소득은 ‘100만원 미만’, ‘100-200만원 미만’, ‘200-300만원 미만’, ‘300-400만원 미만’, ‘400만원 이상’의 5개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교육수준은 ‘중학교 졸업 이하’,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졸업 이상’의 3개 그룹으로, 결혼 상태는 ‘미혼’과 ‘기혼’의 2개 그룹으로, 직업은 ‘관리자, 전문가, 사무직’, ‘서비스, 판매종사자’, ‘농업, 단순노무, 기능원’, ‘주부’, ‘기타’의 5개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건강 관심도는 ‘매우 그렇다’, ‘그런 편이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의 5개 그룹으로 구분하였으며, 가구 형태 는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의 2개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 여부는 ‘예’와 ‘아니오’로, 음주 빈도는 ‘주 2회 이상’, ‘주 1회’, ‘월 1-2회’, ‘월 1회 미만’, ‘마시지 않음’의 5개 그룹으로 구분하였으며, 연령은 연속형 변수의 형태로 활용하였다.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식품 관련 행동 특성을 비교하기 위한 식생활 특성 변수로는 식생활 단계별 중요도,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 식품에 대한 품질 및 식생활 관련 정보 습득 경로, 식품 구매 시 식품 표시사항 확인 여부, 식품 표시현황 만족도 및 신뢰도, 전년 대비 식품 표시 내용에 대한 확인 정도 및 신뢰 여부를 포함하였다. 친환경 식품 구입 행태와 관련해서는 친환경 식품 구입 빈도, 친환경 농산물, 축산물, 가공식품 구입 여부,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는/구입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였으며, 간편식 구입 행태와 관련해서는 간편식 구입 빈도, 간편식 유형별 (즉석조리식품, 즉석섭취식품, 밀키트(간편조리세트), 신선편의식품) 구입 빈도, 간편식을 구입하는/구입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였다.
4. 통계분석
본 연구에 포함된 모든 자료는 SAS version 9.4 (SAS Institute, Cary, NC, USA)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식품소비 행태조사는 복합표본설계(complex sampling design)를 기반으로 한 자료이므로(Korea Rural Economic Institute, 2024) 가중치와 층화 변수, 조사구를 고려한 복합표본 분석방법을 적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모든 통계 분석은 p<0.05 수준에서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채식 여부에 따른 일반적 특성, 식생활 관련 인식 및 정보 획득 경로, 식품 표시 관련 행태, 친환경 식품 및 간편식 구입 행태에 대한 분석 결과는 범주형 변수인 경우 빈도와 가중치를 고려한 비율로 나타냈으며, 연속형 변수는 평균과 표준오차로 계산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식생활 특성을 비교하기 위하여 범주형 변수는 카이제곱 검정을 실시하였으며, 연속형 변수의 경우 일반선형회귀모형을 적용하여 두 그룹 간의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III. 결과 및 고찰
1. 채식 여부에 따른 일반적 특성 및 채식주의자의 비율과 채식 동기
본 연구에 포함된 연구대상자를 채식 여부에 따라 채식주 의자와 비 채식주의자로 분류하여 일반적 특성을 비교한 결과는 <Table 1>과 같다. 채식 여부는 성별(p<0.01), 건강에 대한 관심(p<0.05), 가구 형태(p<0.05), 음주 빈도(p<0.001) 와는 유의적인 연관성을 보인 반면, 연령, 거주지역, 월 소득, 교육수준, 결혼 상태, 직업, 규칙적인 신체활동 여부와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비 채식주의자에 비하여 채식주의 자에서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 1인 가구, 음주 빈도가 월 1회 미만이거나 전혀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채식주의자의 비율과 채식 생활을 유지하는 주된 동기에 대한 결과를 <Figure 1>에 제시하였다. 전체 연구대상자 5,811명 중 식물성, 동물성을 가리지 않고 먹는 비 채식주의 자는 4,885명(84.6%)이었으며, 채식주의자는 926명(15.4%)으로 조사되었다. 채식주의자 중 오직 식물성 재료로 만든 것 만을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는 13.1%, 식물성 재료로 만든 것 외에 달걀, 우유, 어패류를 섭취하는 준 채식주의자는 47.8%, 가급적 동물성보다는 채식 위주로 섭취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는 39.1%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 채식주의자 내에서도 다양한 수준의 채식 형태가 나타났는데 이는 개인의 가치관, 생활 방식, 사회적 요인 등에 따라 채식 실천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Yoo (2012)는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을 통하여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사회적 압력과 그에 대한 대처 방식을 알아보았으며, 문화적 요인이 채식 실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를 채식 동기와 채식 수준에 따라 유형화한 연구(Kim et al. 2024)에서 채식주의자를 개인적 적극형, 개인적 간헐형, 이타형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채식주의자의 유형별로 성별, 연령, 소득수준 및 직업 등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채식 생활을 하는 주된 이유는 건강(50.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육식에 비해 지구 환경에 대한 적은 부담(31.1%), 다이어트(15.1%) 등을 이유도 응답하기도 하였다. 이는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채식을 하는 성인 여성에게 채식을 하게 된 동기를 조사한 연구(Ju et al. 2013)에서‘건강 혹은 체중 조절을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46.6%)이 가장 많았고, 이어서 ‘환경 및 동물 보호(24.7%)’라고 응답한 것으로 보고된 결과와 유사하였다. 또한 이타적인 동기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를 중요한 이유로 생각하고 있는데(Kim et al., 2024), 이는 채식이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채식 여부에 따른 식생활 관련 인식 및 행태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간의 식생활 관련 인식 및 정보 획득 경로를 비교한 결과를 <Table 2>에 나타냈다. 식생활을 식품 선택(식재료 및 식당 선택), 식품 소비(조리, 섭취),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 등 세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를 비교하였다. 식품 소비 단계에 대해서는 채식 여부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식품 선택(p<0.05) 및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p<0.001) 단계에서는 유의적인 차이가 있었다. 비 채식주의자에 비하여 채식주의자는 식품 선택 단계에 대한 중요도는 낮게 생각하는 반면,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의 중요도는 높게 생각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들이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결과는 채식주의자들의 식생활이 단순히 개인적 선호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Kim et al. (2022)의 연구에서 채식주의자들이 동물권,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을 채식의 주요 동기로 꼽은 결과와 유사하다. 또한 채식주의자들은 동물 윤리, 환경 보호, 지속가능성 등 폭넓은 사회 문제와 연관된 가치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관이 식품 선택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Kim 2020). 채식 여부에 따라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인에도 유의적인 차이가 있었는데(p<0.001), 채식주의자는 ‘채소 중심의 식생활(31.1%)’을 가장 중요한 요인 으로 응답한 반면 비 채식주의자는 ‘규칙적인 식생활(33.8%)’ 이라고 응답하였다. 식품에 대한 품질 및 식생활 관련 정보 습득 경로에도 채식 여부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p<0.001).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모두 주위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습득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채식주의자: 33.4%, 비 채식주의자: 31.7%), 이어서 채식주의자는 ‘포장지 표시나 문구(18.2%)’를 통하여 정보를 습득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던 반면 비 채식주의자는 ‘판매자(19.4%)’나 ‘TV, 라디오 등의 방송(19.3%)’을 통하여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채식 여부에 따라 식품 표시 관련 행태에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Table 3>, 채식 여부는 식품 구매 시 식품 표시사항 확인 여부와 유의적인 연관성이 있었다(p<0.001). 식품 표시현황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 모두 비 채식주의자에 비하여 채식주의자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전년과 비교할 때, 식품 표시 내용을 더 많이 확인하는지 여부와 더욱 신뢰하는지 여부는 채식 여부와 유의적인 연관성이 나타났다(all p<0.001). 채식주의자는 비 채식주의자와 비교할 때, 전년 대비 식품 표시 내용을 더욱 많이 확인하고, 더욱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채식주의자들이 제품의 성분과 원산지 등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하 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국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채식소비자를 위하여 식품에 채식 수준별 라벨링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원재료명 등 식품 정보를 상세하게 확인해야만 채식소비자가 섭취가능한 식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Vegan Society, 2021). 채식소비자를 위한 AI 기반 식품 판별 서비스 개발 연구(Yu et al. 2022)에 참여한 채식소비자들은 식품 구매 시 식품에 포함된 원재료의 동물성 여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며 이들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Kim et al. (2021)의 연구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은 식품 소비 시 윤리적 가치와 건강을 중시하며, 이러한 가치에 부합하는 정보를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보고하면서 채식주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정보의 정확성과 일관성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3. 채식 여부에 따른 친환경 식품 구입 행태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친환경 식품 구입 행태를 살펴본 결과<Table 4>, 채식 여부에 따라 친환경 식품의 구입 빈도는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다.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모두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채식주의자: 41.3%, 비 채식주의자: 45.9%), 이어 1달에 1회 이하로 구입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채식주의자: 31.1%, 비 채식주의자: 29.4%). 친환경 식품을 농산물, 축산물, 가공식품 등의 유형별로 구분하여 구입 행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채식 여부에 따른 유의적인 차이가 나타났다(all p<0.01). 비 채식주의자에 비해 채식주의 자에서 농산물, 축산물, 가공식품을 구입하는 경우 대부분의 식품을 친환경 식품으로 구매하거나, 특정 식품을 항상 친환경 식품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주로 구입하는 친환경 식품 역시 채식 여부에 따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p<0.001), 비 채식주의자는 친환경 식품으로 주로 채소(40.0%)를 구입한다고 응답한 반면, 채식주의자는 채소류(24.8%), 달걀(17.8%), 우유 및 유제품(14.9%), 과일류(14.5%) 등 다양한 식품군을 친환경 식품으로 구입하고 있었다. 채식 여부와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는 이유 역시 유의적인 연관성이 있었다(p<0.001).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모두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는 이유로 ‘친환경 식품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채식주의자: 41.6%, 비 채식주의자: 54.7%)’, ‘친환경 식품이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채식주의자: 27.0%, 비 채식주의자: 28.6%)’라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로 비 채식주의자와 다르게 채식주의자는 ‘환경보호를 위해서 (23.4%)’라는 응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채식 여부와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 사이에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친환경 식품 구입 행태를 분석한 결과, 채식 여부에 따라 친환경 식품의 구입 빈도에는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나, 구입하는 친환경 식품의 유형과 이유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채식주의자와 잡식주의자 202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행동에의 참여 여부를 조사한 Chinea Montesdeoca et al. (2022)의 연구에서 잡식주의자에 비해 채식주의자가 생태적 제품과 중고 제품을 자주 구매하며, 채식이 일부 친환경 구매 및 소비행동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 결과와 유사하였다. 또한 Fan et al. (2019)의 연구에서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이 친환경 호텔 숙박과 같은 다른 소비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연구 결과 비 채식주의자에 비해 채식주의자는 더 높은 수준의 친환경 가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하였으며, 채식주의자의 채식 행동이 친환경 호텔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하였다.
4. 채식 여부에 따른 간편식 구입 행태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간의 간편식 구입 행태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5>와 같다. 채식 여부에 따라 간편식의 유형(즉석조리식품, 즉석섭취식품, 밀키트(간편조리세트), 신선편의식품)별 구입 빈도에는 유의적인 차이가 있었다. 모든 간편식 유형에서 비 채식주의자에 비하여 채식주의자에서 주 1회 이상 구입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all p<0.001). 간편식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채식 여부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간편식을 구입하는 이유는 채식 여부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p<0.05).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모두 간편식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라는 공통적인 응답을 하였다. 하지만 비 채식주의자는 이어서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 ‘간편식이 맛있어서’ 등을 이유로 꼽은 반면, 채식주의자는 ‘간편식 이 맛있어서’, ‘직접 조리할 시간이 없어서’, ‘직접 조리할 줄 몰라서’ 등을 이유로 응답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모두 간편식을 구매하는 이유로 시간 절약과 조리의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 집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기 보다는 간편식이나 외식을 선호한다고 보고한 결과(Yoo & An, 2023;Lee & Choi, 2024)와도 일치한다. 본 연구 결과, 채식주의자의 간편식 구매 빈도가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Lee et al. (2021)의 연구에서 채식주의자들의 채식 밀키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높은 구매의도를 보고한 결과와 유사하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채식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한정된 채식 식당 및 메뉴 등의 이유로 식사를 준비하거나 섭취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Corepal & Copeman 2014;Lee et al. 2021), 현재 식품 시장에서 제한적인 채식 중심 제품이 채식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Contini et al. 2020). 따라서 앞으로 간편식 시장에서 채식주의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식 간편식 제품의 개발과 함께, 이들의 식품 선택 동기를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는 이러한 가치를 강조한 제품 홍보가 효과적일 수 있겠다. 또한, 채식주의자들이 간편식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직접 조리할 줄 몰라서’라는 응답이 언급되기도 하였는데,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형 레시피 및 조리 교육 자료를 제공하여 채식 메뉴를 직접 조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도 필요하겠다.
IV.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2023년 식품소비 행태조사의 가구원 조사에 참여한 성인 5,811명을 대상으로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간의 일반적 특성, 식생활 관련 인식 및 행태, 친환경 식품과 간편식 구매 행태 등 식생활 특성을 다각적으로 비교하였다.
채식 여부는 성별, 건강 관심도, 가구 형태, 음주 빈도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으나 연령, 거주 지역, 소득,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직업 등과는 관계가 없었다. 채식주의자는 비 채식주의자와 비교할 때 여성 비율이 높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1인 가구인 비율이 높았고 음주 빈도는 낮았다. 전체 연구대상자 중 채식주의자는 15.4%를 차지하였으며, 채식을 하는 주요 동기는 건강, 환경 보호, 다이어트의 순으로 나타나 개인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주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는 식생활의 세 단계(식품 선택, 식품 소비,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 중에서 식품 선택 단계보다는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채소 중심의 식단을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응답하였다. 식품 정보 획득 경로에서는 채식 여부에 관계없 이 주위 사람을 주요 정보원으로 고려하였으나, 그 다음으로는 채식주의자의 경우 포장지 표시를, 비 채식주의자는 판매자와 방송을 통한 정보를 선호하는 차이를 보였다. 식품 표시 사항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는 채식주의자에게서 더 높았으며, 식품 표시에 대한 확인 빈도 역시 전년과 비교하여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친환경 식품 구입 행태 분석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다양한 친환경 식품군을 고르게 선택하고 있으며, 환경 보호를 친환경 식품의 구매 이유로 응답한 비율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간편식 구매에 있어서 채식주의자는 비 채식주의자보다 즉석조리식품, 즉석섭취식품, 밀키트, 신선편의식품 등 모든 유형에서 높은 구매 빈도를 보였으며, 맛과 시간 절약을 주요 구매 이유로 들었다. 반면에 비 채식주의자는 간편식을 구매하는 이유로 비용 절감과 조리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 모두 간편식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나, 채식 여부에 따른 간편식의 구매 행태와 선호 요인은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채식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 연구는 채식 여부에 따른 식생활 특성을 다각도에서 분석하여 채식주의자의 개인의 건강 및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식생활 특성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채식 인구를 겨냥하여 향후 식품 산업이 다양한 채식 및 친환경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 수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자기보고(self-reported) 방식에 의존하여 응답의 주관성과 과장 가능성이 존재하며, 지역적, 문화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채식 여부와 특정 식생활 행태 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규명을 하지 못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적 배경을 포함하여, 채식주의자의 식생활 행태가 나타나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겠다.
본 연구는 채식주의자와 비 채식주의자의 식생활 특성, 식품 정보 습득 방식, 친환경 식품 및 간편식 구매 행태에서 차이가 있음을 파악하였다. 채식주의자는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 채식주의자와는 구별되는 식품 선택과 소비 행태를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채식주의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식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며,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 산업 마케팅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유용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