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SoonjoGichukJinchanEuigwe (純祖己丑進饌儀軌)」는 1829년 순조가 왕에 즉위한지 30년이 되고, 보령 40세를 맞 이함을 기념하기 위한 진찬을 기술한 문서이다. JagyeongjeonJeongilJinchan (慈慶殿正日進饌)은 2월 12일에 치러졌는 데, 2월 9일 명정전 진찬이 거행된 3일 후이다. 왕실의 연향 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주로 생신에 거행된 연회를 통틀어 Jinyeon (進宴)이라 한다. 진연 계통의 연향으로는 Jinpongjeong (進豊呈), Jinyeon (進宴), Jinchan (進饌), Jincjac (進爵) 등이 있었다. 조선 초기에는 규모가 큰 진풍 정과 진연이 많이 거행하였고, 조선 후기로 갈수록 연회는 많이 간소화 하였는데, 영조(Youngjo) 48년에 진찬이란 용어 가 새로 등장하면서 조선 후기에는 규모가 큰 연회를 진찬 으로, 그보다 작은 연회를 진작이란 이름으로 치렀다.
1829년은 전년인 1828년, 2월과 6월에 왕비의 40세를 기 념하는 진작례를 거행 하고 난 후라, 왕의 40세를 기념하기 위한 기축년의 연회는 더욱 성대하게 하여 진작보다 규모가 큰 진찬으로 거행하였다.
자경전 정일진찬에서 Misu (味數)는 의식의 순서에 따라 왕에게는 7번의 음식상이 올려졌다 내려졌다 하였다. 우리나 라의 상차림이 한상차림 문화이지만 미수는 의식의 순서에 따라 미리 예정되었던 사람이 왕에게 술을 헌수하면서 올려 진 상차림이다. 식의 순서에 따라서 음식이 올라가고 내려졌 는데, 음식상 중간에, salt water (鹽水), dumpling soup (饅 頭), daeseon (大膳), soseon (小膳), tea (茶) 등도 곁들여 올려졌다. 본 논문은 자경전 정일 진찬이라는 왕실의 연회에 서 헌수에 따라 차례대로 올리는 미수의 상차림 형태와 조 리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Gichuk Jinchan Euigwe (기축진찬의궤)의 문헌 미수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규장각에서 보관하고 있는 기 축진찬의궤의 원문과, 한국어 번역서를 중심으로 자경전진찬 의 미수의 찬품을 분석하였고, 조선후기궁중연향문화(The Academy of Korea Studies 2005), 조선왕조궁중연회식 의궤 음식의실제(Kim 1995), 경국대전(Unknown authorship 1485), 국조오례의(Sin & Jung 1474), 속오례의 상례보편 (Hong 1758)등 에서 미수, 의주 등에 대하여 이론적 연구를 하였다. 본 연구의 찬품 분석은 기축진찬의궤에 나온 순서대 로 찬품을 과정류, 과일류, 탕류, 찬물류 등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미수가 올려 질 때 같이 올라갔던 상화에 대하여도 같 이 살펴보았다. 각종 조리법은 고조리서와 고조리서를 재현 한 국내 서적들과 논문 등을 참고로 고찰하였다.
III. 결과 및 고찰
1. 자경전정일진찬(慈慶殿正日進饌)
기축년인 1829년 1월 1일 Prince Hyomyeong (효명세자; 孝明世子, 1809-1830)는 Soonjo (純祖, 1790-1834) 즉위 30 년과 생신 40년을 경축하는 치세를 올리기 위한 연회가 개 최되었다. 다음달 2월 9일에는 대신들과 Munggunggun (明 政殿)에서 남성만 참석하는 Oejinchan (外進饌)을 거행 하였 고, 3일 후인 2월 12일에 창경궁 Jagyeongjeon (慈慶殿)에서 왕실 여성이 참석하는 Najinchan (內進饌)을 거행하였는데 이를 자경전 정일진찬이라고 한다. 기축진찬의궤 원문에 실 려있는 자경전 정일진찬 반차도 좌석배치는 <Figure 1>과 같 다. 자경전 정일진찬에서 대전께 올린 상차림은 Jineochanan (進御味數), JineoByulhangua (進御別行果), Jineomisu (進御 味數), Jinyeomsu (進鹽水), Jinyesoseon (進御小膳)), Jinyedaeseon (進御大膳), Jintang (進湯), Jinmandu (進饅頭), Jinda (進茶)였다. 왕비께 올린 상은 내진헌이라 명칭을 붙이 는데, 이날 왕비인 순원왕후는 전년도에 어머니 상(喪)을 당 하여 내진찬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순원왕후의 처소에 진찬 당일날 찬안과 별행과상이 올려졌을 것으로 예 상 된다(Song & Kim 2007). 왕비에게 올려진 상은 찬안과, 별행과이고 참석을 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상을 올려지지 않 은 것으로 보인다. 세자궁과 세자빈궁에 올려진 상차림은 진 찬안, 진별행과, 진미수, 진탕, 진만두, 진다가 올려졌다.
2. 미수(味數)
Misu (味數)란 연회를 치르는 동안 왕에게 세자, 세자빈, 문무백관 대신 등이 왕에게 술을 헌수 하면서 같이 올리는 상차림을 말한다. 미수는 의주의 순서에 따라 올려 지는데 미수를 올릴 때에 각종 음악도 같이 연주되어 연회의 분위 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조선왕조에서 연회의 음식 상차림은 두 종류로 분류하는 데, 하나는 신(神)을 위한 상차림인 아가상과 과상 등의 간 반이고, 다른 하나는 연회를 받는 주체 대상인 사람(대전, 중 전, 세자, 세자빈 등)을 위한 상차림인 별행과(別行果) 미수 (味數), 염수(鹽水), 만두(饅頭) 등으로 분류 된다고 한다. 따 라서 왕이 실제로 먹는 음식은 별행과나 미수, 염수, 만두 등 이었다.
자경전 내진찬의 미수는 음식을 일곱 번 상을 차려 올리는 데, 첫 번째 올리는 미수를 초미, 두 번째 올리는 미수를 2미, 세 번째 올리는 미수를 3미 이런 식으로 하여 총 일곱 번의 미수 상을 차려 올렸다. 한 상에는 7가지의 음식을 올렸다.
3. 의주(儀注)에 따른 미수(味數)
Uiju (儀注)란 여러 가지 의식(儀式)의 상세한 절차로서 1443년(세종 25)에 의주상정관(儀註詳定官)을 두어 왕실에서 거행하는 각종 의식의 진행 절차를 제정하게 했고,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에 합당한 의전절차를 마련해 이에 따 라 거행하였다. 따라서 왕실의 연회, 사신단의 접대, 외교적 절차에서도 미리 식의 절차를 계획해 놓고 그에 따라 식을 거행하였다. 한 예로 고려시대부터 외교 관계에서, 사신단이 상대방의 왕을 만나기 위해 며칠에 걸쳐서 치루었던 절차가 의주의 순서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기술되어 있고(Kim 2013), 여러 왕실의 연향에서도 연회의 의례와 절차를 두고 연향을 진행 하였다.
왕실의 주요 연향 전 특별한 도감이나 실록청을 설치해 운 영하였고, 연향이 끝나고 나면 의궤청(儀軌廳)을 설치해 논 의 과정부터 행사 후 유공자에 대한 포상에 이르기 모두 기 술하였다. 기축진찬의궤에는 진찬과 관련된 예소(睿疎), 영교 (令敎), 계사(啓辭), 해당 관청 사이에 오간 문첩(文牒), 소요 된 경비와 인원 따위를 빠짐없이 기록해 의궤를 편집, 후세 에 참고하도록 기록하였다.
이렇게 연향의 의주의 기준이 되는 것은 경국대전, 국조오 례의, 속오례의 상례보편(喪禮補編) 등의 문서를 기준으로 하 고, 연회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변형하여 실행하였다.
기축진찬의 자경전 진찬 의주에 의하면 미수는 총 7미로 하고, 한상에 7가지의 음식을 올린다. 자경전 내진찬의 의례 순서를 살펴보면, 제 1작(爵)은 왕세자를 시작으로 제 2작(爵) 은 왕세자빈, 제 3작(爵)은 좌명부 반수, 제 4작(爵)은 우명 부 반수, 제 5작(爵)은 종친반수, 제 6작(爵)은 의빈반수, 제 7작(爵)은 척신반수 순으로 제 7작까지 왕에게 헌수(獻壽)한 다. 작과 미수를 올리는 동안 초미를 올리고 초미 후, 왕에 게 염수, 소선, 탕, 대선, 만두가 차례로 올려진다. 그 후 2미 를 올린 후에 왕에게 차(茶)를 올리고 3미부터 7미까지 왕에 게 올린다. 그 다음 왕이 왕세자와 세자빈에게 잔을 내리고, 탕, 만두, 차(茶)를 올린다. 그 후에 왕에게 별행과를 올리고, 왕세자와 왕세자빈에게 별행과를 올린다.
4. 대전진어미수(大殿進御味數) 및 세자궁진어미수(世子宮進 御味數)
상은 의주 순서에 따라 상이 올려지고 물려지고 한다. 대 전 미수는 총 7미로 이루어지며 의주에 올려진 7작의 의례 에 맞게 음식이 올려진다. 대전진어미수는 대전진어찬안과 다르게 음청류는 포함되지 않고 과정류, 과일류, 탕류, 찬물 로 이루어졌으며 매상마다 상화5개(모란꽃 1개, 월계화 1개, 홍도삼지화 1개, 홍도별건화 2개)가 꽂혀서 진상되었다. 대 전진어미수는 미수마다 7그릇으로 놋그릇과 자기를 사용하 였고 주칠소원반에 차려졌다. 대전의 경우 총 7미의 미수가 진상되었지만 세자와 세자빈에게는 각각 총 1미의 미수만 제 공되었다. 대전의 미수상에는 상화가 5개가 올라간 반면 세 자세자빈궁 미수상에는 상화가 4개(모란꽃 1개, 월계화 1개, 홍도삼지화 1개, 홍도별건화 1개)가 올라갔다. 상은 흑칠소 원반을 사용하였고, 그릇은 대전과 마찬가지로 놋그릇과 자 기가 사용되었다.
대전과 세자궁에 올려진 진어미수를 과정류, 과일류, 음청 류, 탕류, 찬품, 상화로 크게 분류하면 <Table 1>과 같다.
대전 미수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미는 첫 번 째 올려지는 미수로, 왕세자가 작을 받아 진작위에 나아가 진제1작과 상을 같이 올린다. 초미는 연약과, 준시, 열구자 탕, 족병 전복초, 장만두, 부어증이 올라갔다. 초미를 올린 후 에 왕에게 대전 진염수, 소선, 대선, 진탕, 진만두가 올려졌 다. 1작 후 올려 진 대전진염수에는 염수가, 소선에는 쇠고 기숙편, 양고기숙편, 대선에는 돼지고기숙편, 닭고기숙편, 대 전진탕에는 금중탕이 올려 졌고, 마지막으로 대전진만두에는 만두가 올려졌다.
2미는 왕세자빈이 작을 받아 진작위에 나아가 2미를 올린 다. 2미에는 연행인과, 실백자, 병시, 만증탕, 저육숙편, 어전 유화, 생복화양적이 올라갔다. 왕세자빈이 왕에게 2작을 올 린 후 진다가 올려지는데, 2미 후의 진다에는 작설차가 올라 갔다.
3미는 좌명부 반수가 진작위에 나아가 올리는데, 삼미는 홍미자, 정과, 완자탕, 우육숙편, 생치초, 압란화양적, 해삼증 이 올려졌으며 과일류는 올리지 않았다.
4미는 우명부 반수가 진작위에 나아가 올리는데, 사미에는 흑임자다식, 황률, 저육장방탕, 생복초, 낙지화양적, 우족초, 생합회가 올려졌다.
5미는 종친 반수가 주렴 밖의 진작위에 나아가 올리는데, 오미는 백미자, 증대조, 양탕, 골만두, 처녑회, 저증, 생복회 가 올려졌다.
6미는 의빈 반수가 주렴 밖의 진작위에 나아가 올리는데, 육미에는 홍료화, 조란, 고제탕, 생합만두, 연계숙편, 양전유 화, 어화양적이 올려진다.
마지막으로 올려진 7미는 척신 반수가 주렴 밖의 진작위 에 나아가 올리는데, 칠미에는 백료화, 건정과, 저포탕, 생선 화양탕, 간전유화, 양화양적, 어만두가 올려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전의 미수는 과정류와 과일류를 합하 여 2개가 올려졌으며, 과일류는 5미 이후에는 올려지지 않고 대신 과정류가 2개씩 올라갔다. 탕류는 총 9가지의 종류가 올려졌고, 찬물은 26개의 종류가 올라갔는데 전체적으로 49 개의 음식이 7미가 올려지는 동안 중복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세자궁 미수는 한차례로 5가지의 음식이 올려졌다. 과정류 인 연약과, 탕류인 열구자탕, 찬물류로는 전복숙, 돼지찜, 어 전유화가 올려졌다. 연약과와 열구자탕은 대전의 초미에 올 려진 것과 같고, 어전유화는 대전에서 이미에 올려졌다. 하 지만 대전에 올려지지 않았던, 전복숙과, 돼지찜이 올려졌다.
상화는 대전에는 각 미수마다 5개의 상화가 올려 졌는데, 목단화, 월계화, 홍도삼지화는 1개씩 홍도별건화는 2개가 올 려 졌고, 세자에게는 목단화, 월계화, 홍도삼지화, 홍도별건 화가 1개씩 올려졌다. 상화의 모양은 <Figure 2>와 같다.
6. 찬품(饌品)의 분석
미수에 올라간 찬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본 저자가 과정류, 과일류, 탕류, 찬물류 등으로 분류하였다. 원문을 보면 과정 류, 탕류, 찬물류의 순서로 기재되어 있다<Table 1>.
1) 과정류(Sweets and cookies, 果正類)
과정류는 yeon-yakgwa (연약과), yeonhangingwa (연인행 과), red-mija (홍미자), fruits preserved in honey (정과), black sesame-tea confectionery (흑임자다식), white-mija (백 미자), steamed jujube (蒸大棗), red-ryohwa (홍료화), jujube balls (조란), white-ryohwa (백료화), dried fruits preserved in honey (건정과)가 올려졌다. 1미는 연약과, 2미 는 연인행과, 4미는 흑임자다식이 올라갔으며 3미는 홍미자 와 정과, 5미는 백미자와 증대조, 6미는 홍료화와 조란, 7미 에는 백료화와 건정과가 2개씩 올라간다.
연약과는 밀가루를 살짝 볶아 꿀, 참기름, 후춧가루를 넣 고 반죽하여서 기름에 지져 즙청에 담근다(Han, Jeong & Lee 2013; Lee 1809). 연행인과는 밀가루를 살짝 볶아 꿀, 참기름을 넣고 반죽해 살구씨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지져 즙청하여 쓴다(Jung, Lee, Park & BaekJJ 2008). 홍미자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Lee 1924)에 의하면 미자는 곧 한과 임을 알 수 있다. 한과의 조리법은 밀가루에 참기름을 먹여 물로 반죽하여 1 cm 정도의 두께로 밀어 네모지게 썰어 만 드는데 홍미자는 지초를 넣고 우려내 풀솜에 거른 붉은색의 기름에 튀겨내어 즙청하여 쓴다. 정과는 재료를 꿀에 넣고 조리는 형태인데, 3미에 올려진 정과는 연근정과로 연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썰어 끓는 물에 데쳐 꿀을 넣고 조린다. 흑임자다식은 검은깨를 볶아 찧어 고운체에 친 다음 꿀로 반죽하여 절구에 찧어 기름을 뺀 후 다식판에 박는다. 홍료화는 가루에 꿀을 넣어 끓는 물로 반죽하여 기름에 지 진다. 그 후 집청을 발라 고물을 묻히는데 고물은 지에밥을 쪄서 말린 건반을 지초를 넣어 붉은색을 낸 기름에 튀겨 붉 은색의 세건반을 만들어 붙인다. 백미자는 밀가루에 기름을 넣고 섞어 설탕을 넣고 물로 반죽하여 밀어 네모지게 썰어 속이 겨우 익을 만큼 지져내어 즙청한다. 백료화는 밀가루를 꿀을 넣고 끓는 물에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서 집청을 바르 고 찹쌀을 쪄서 말려 튀긴 것을 묻힌다.
2) 과일류 (Fruit, 果實類)
대전진어미수에서 과일류는 1미에서 곶감, 2미에서 잣, 4 미에서 황률을 올렸다. 2월에 치러진 연회라 과일의 형태가 생과보다는 말린 형태의 과일을 사용하였다. 다른 찬품류는 1미부터 7미까지 골고루 올라갔으나 과일류는 7미 중 3미에 만 제공된 것으로 보아도 계절의 영향으로 올릴 수 있는 과 일이 한정된 이유와, 음식의 순서상 앞쪽 미수에 먹기에 가 벼운 과일을 좀 더 넣은 것으로 생각된다. 1미, 2미, 4미에 과일이 올라갈 때에는 과정류가 한 개씩만 올라갔고, 과일이 올라가지 않을 때에는 과정류가 2개씩 올라간 것을 보면 미 수를 올리는 상에 과정류와 과일류를 합하여 2개 정도로 정 해놓은 듯하다.
3) 탕류(Soup, 湯類)
『임원십육지』에 의하면 탕이란, 향기 나는 약용식물을 뜨 거운 물에 달여서 마시는 음료라 하였으며(Seo 1835),『동 의보감』에는 약이성(藥餌性) 재료를 뜨거운 물에 달여서 보 강제로 사용하는 것이라 하고(Heo 1610),『사례편람(四禮便 覽)』에는 “갱(羹)이란 원래 고깃국이고 채갱(菜羹)이란 채소 국이다. 그런데 요즘은 탕에다 어육(魚肉)을 쓰고 있으니 이 제 탕도 국이 되었다(Lee 1844)”라고 하였다. 약이성 음료로 써의 탕이 후에 국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위에 대전에게 올려진 미수 중 탕류는 열구자탕, 만증탕, 완자탕, 저육장방탕, 양탕, 고제탕, 저포탕, 생선화양탕이 올 려졌고, 조리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열구자탕(悅口資湯)은『음식방문』,『규합총서』,『규곤 요람』등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 중 음식방문의 기록에 따 르면 각종 육류와 해산물, 채소 등을 바둑처럼 썰고 계란을 부쳐 나박나박하게 썬 것, 생선에 녹말을 묻혀 지진 것 등 여러 가지를 한데 섞어 기름에 볶아 양 고은 국물을 알맞게 넣고 끓인 뒤 퍼서 먹는 음식이라 하였다.『임원십육지』에 서는 ‘놋쇠로 만든 작은 동이만한 크기의 그릇을 사용한다. 그릇의 중앙 부분이 위로 돌출되어 있고 그 안에는 숯불을 피울 수 있도록 되어 있다(Seo 1835). 재료들은 편을 썰고 색을 맞추어 순서대로 돌려가며 배열한다’고 설명하고 있 다. 오늘날 열구자탕이 지금은 신선로라 불리 우고 있고 신 선로는 원래 화통이 붙은 냄비라는 뜻이다.
만증탕(饅蒸湯)은 순조조인 1827년과 1829년에 행한 연향 에 두 번 등장한다. 만증탕이란 이름으로 다른 문헌에서 조 리법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그 재료를 보아『규합총서』 의 ‘아저(兒猪)’라는 돼지새끼집찜의 재료와 비슷하다(Lee 1809). ‘아저’의 조리법을 살펴보면 연한 돼지를 큰 솥에 넣 고 나물과 함께 무르익게 삶아 내어 뼈를 없이하고 살은 가 늘게 찢는다. 나머지 재료도 썰어 간을 맞추고 기름, 깨소금 을 많이 넣어 주물러 섞어 큰 놋합에 담아 중탕하여 익히고 지단을 채썰어 겨자에 먹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만두 만 (饅)’, ‘찔 증(蒸)’자를 쓰는 것으로 보아 저태(돼지새끼)에 갖 은 재료를 넣어 찐 음식으로 생각된다.
완자탕은『규합총서』에서 ‘큰 생선을 껍질과 뼈 없이 하 고, 살을 곱게 두드려 돼지고기나 쇠고기나 생치나 닭이나 중에서 또 곱게 두드려 후추, 생강, 파, 표고를 기름장 합하 여 주물러 밤 만하게 환을 만들되, 가운데에 잣 하나씩 넣어 계란이나 녹말이나 씌워 장국에 끓인다’라고 하였으며(Lee 1809),『술빚는 법』에서 ‘생치(生雉: 날 꿩고기)를 살만 발 라 가늘게 짓이기고, 제육에 계란, 우유 중 한 가지를 넣고 두드린 뒤, 후추와 생강, 파 모두를 기름장에 합해 주물러서 밤 크기로 만들어, 가운데에 잣을 하나씩 넣고 계란이나 녹 말을 씌워서 장국에 끓인다’라고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Unknown authorship. 1800).
완자탕은『규합총서』에서 ‘큰 생선을 껍질과 뼈 없이 하 고, 살을 곱게 두드려 돼지고기나 쇠고기나 생치나 닭이나 중에서 또 곱게 두드려 후추, 생강, 파, 표고를 기름장 합하 여 주물러 밤 만하게 환을 만들되, 가운데에 잣 하나씩 넣어 계란이나 녹말이나 씌워 장국에 끓인다’라고 하였으며(Lee 1809),『술빚는 법』에서 ‘생치(生雉: 날 꿩고기)를 살만 발 라 가늘게 짓이기고, 제육에 계란, 우유 중 한 가지를 넣고 두드린 뒤, 후추와 생강, 파 모두를 기름장에 합해 주물러서 밤 크기로 만들어, 가운데에 잣을 하나씩 넣고 계란이나 녹 말을 씌워서 장국에 끓인다’라고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Unknown authorship. 1800).
돼지고기장방탕(猪肉醬方湯)은 돼지족을 푹 무르게 익힌 다음 곱게 다지거나 저며 썰고 계란, 후춧가루, 생강, 참기 름, 젓국으로 양념하여 육수에 넣고 끓인 음식으로 생각된다.
양탕은 소밥통을 곱게 다져 양념하여 완자로 만들어 밀가 루, 계란물을 묻히면서 끓는 국에 넣어 익혀 먹는 음식이다.
고제탕(苽制湯)은 오이가 들어가 있는 탕을 말하며 과제탕 이라고도 불렀다.
저포탕은『시의전서』에서 고기를 삶아 낸 육수는 장국으 로 하고 나머지 재료들은 골패형으로 썰어 장국에 넣어 익 혀먹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생선화양탕은 숭어를 얇게 저미고 생선뼈는 국물을 내어 장국을 만든 다음 저민 생선은 녹말, 참기름, 간장, 생강즙, 후춧가루로 한데 섞어 끓는 장국에 넣어 익힌 음식이다.
4) 찬물류(Side dish, 饌物類)
찬물류는 조리법에 따라, 숙편, 만두, 전유화, 초, 찜, 회 등 이 있다. 숙편류에는 족병과 저육숙편, 우육숙편, 연계숙편이 미수에 올려졌다.
족병은 우족과 꿩, 연계 등을 무르도록 끓인 다음 뼈를 골 라내고 건더기를 곱게 다져 네모진 그릇에 담고 계란지단과 표고버섯, 고추도 채썰어 그릇에 같이 넣고 찬데 두어 굳혀 네모반듯하게 썰어낸 음식을 말한다. 오늘날 족편이라고도 부른다. 저육숙편과 우육숙편, 연계숙편 등은 고기를 삶아 납 작하게 눌러 편으로 썰어 내고 초장이나 젓국을 곁들어 먹 는다.
만두에는 양만두, 병시, 골만두, 생합만두, 어만두가 올려 졌다. 어만두, 양만두, 골만두, 생합만두에 쓰인 재료를 살펴 보면 만두피로 밀가루나 메밀가루가 쓰이지 않고 대신 녹말 이 쓰이거나 주재료가 되는 생선이나 고기를 넓적하게 저며 만두피로 대신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양만두는 소의 양(月羊) 을 만두껍질로 하고 만두의 소는 꿩, 연계를 다져 양념하여 만든다. 병시(餠匙)는 ‘수저로 떠먹는 병’이란 의미로, 밀가 루 반죽을 피로 하여 만든 물만두, 장국만두의 궁중용어이다.
어만두는 숭어를 위주로 하여 만든 것으로서『음식디미 방』의 “슈어만두 맛질방문”에 의하면 ‘신선한 숭어를 얇게 저며 소금 간을 살짝 해놓고 소는 기름지고 연한 고기를 잘 이겨서 두부, 생강, 후추를 섞어 기름과 간장에 잘 볶아 저 민 고기로 싸서 단단히 말아 만두형으로 만들어 녹말가루를 온 몸에 두루 묻힌다. 새우젓국을 삼삼하게 타서 푹 끓거든 만두를 넣고 익으면 대접에 대여섯개씩 뜨고 파를 다져서 초 장에 넣어 같이 든다’로 나와 있다(Han, Han & Han 2010).『음식방문』에는 ‘크고 결 좋은 생선을 얇게 저미되 껍질이 칼등에 얇게 붙도록 하고, 소를 맛있게 잘 만들어 껍 질 조각에 소를 싸고 녹말을 묻혀 만두모양으로 잘 만든다. 삶아서 찬물에 건져 초장에 생강, 잣가루를 넣어 쓴다’라고 되어있다.
골만두는 두골, 닭, 꿩 등의 살을 곱게 다져 합하여 양념 한 후 원형으로 빚은 다음 녹말가루를 입혀 기름에 지져낸 다(Han, Jeong, Lee, Jeong & Kim 2007).
생합만두는『음식방문』에서 ‘좋은 생합을 잘 손질하여 만두소처럼 만들어 생합의 혀 속에 넣고 녹말을 묻혀 데쳐 서 초간장에 찍어먹는다’하였다.『시의전서』에서는 ‘생합을 다져서 녹말가루로 버무려 모양을 만든 후 장국에 넣어 익 힌 후 초간장을 곁들인다’고 기록되어있다.
전유화는 재료를 기름에 지져낸 음식으로 미수에서 어전 유화, 양전유화, 간전유화가 올려졌다. 재료를 살펴보면 주재 료에 기본양념을 하고 녹말 또는 밀가루와 계란물을 씌워 지 져낸 음식이다.
화양적은 생복화양적과 압란화양적, 낙지화양적, 처녑화양 적, 어화양적, 양화양적 등이 초미를 제외하고 미수에 모두 올려졌다. 화양적의 재료를 살펴보면, 주재료의 이름이 화양 적이름 앞에 붙어 음식명칭이 되었으며 주재료 외에 공통적 으로 들어가는 재료들은 간장, 후춧가루, 밀가루, 계란, 참기 름 등이다. 간장이나 후춧가루, 소금 등은 조미를 위한 것이 며 밀가루는 꼬치에 꿴 재료에 옷을 입히는데 사용되었다고 보이며, 계란의 용도는 밀가루옷 위에 계란물을 씌워 참기름 에 지져낸 것으로 보인다.
초류로는 전복초와 생치초, 생복초, 우족초가 진상되었다. 재료를 보면 주재료만 바뀔 뿐 생강, 참기름, 간장이 기본으 로 들어간다. 장국을 만들어 주재료를 넣고 간장과 생강을 넣고 졸이다가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어 맛과 향을 주고 잣 가루를 뿌려내는 음식류이다.
찜류에는 부어증과 해삼증, 저증 등이 진상되었다. 부어증 (붕어찜)은 ‘붕어의 창자를 뺀 다음 소를 넣고 녹말 묻힌 것 을 계란에 담갔다가 기름에 지져내어 사발에 담고 장국을 심 심하게 만들어 부어서 솥에 중탕하고, 그 장국을 도로 따라 서 즙을 맞추어 온갖 양념을 넣고 계란을 부쳐 위에 얹어 먹 는다’라고 하였다(Han, Jeong, Lee, Jeong & Kim 2007). 에서는 ‘굵은 붕어를 모두 씻고 속에다 양념을 연계찜(軟鷄 蒸)하듯이 넣어 대접에 담고 오래 쪄서 즙째 넣는다’라고 기 록하고 있다(Han, Jeong & Lee 2013). 해삼찜(海蔘蒸)은 꿩 연계는 육수내고 건지는 다지고 양념하여 해삼 뱃속에 채운 다음 밀가루, 계란 옷을 입혀 지진 후 육수에 넣고 중탕으로 뭉근하게 익힌 음식이다(시의전서). 돼지찜은 돼지갈비와 돼 지다리, 쇠고기안심, 꿩, 닭 등을 삶은 다음 썰어서 양념한 후 국물에 간을 맞추어 자작하게 붓고 끓인다(Lee 1924).
회류에는 생합회와 생복회가 진상되었다. 생합회와 생복회 는 재료 그대로 생으로 먹는 회종류이며 내장을 제거하고 저 며서 접시에 담은 다음 잣가루를 뿌리고 생강과 함께 간장 과 식초로 만든 장에 찍어 먹도록 했다.
IV.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순조 기축년의 진찬 중 자경전 진찬의 미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기축진찬의궤는 효명세자가 순조의 40세 생신과 즉위 30년을 경축하기 위하여 순조를 위해 연향을 올 린 연회에 대한 기록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수의 의미와 자경전 정일 진찬에서 대전에게 올리 는 미수의 상차림을 분석하였다. 미수는 의주의 순서에 따라 세자, 세자빈, 문무백관들이 왕에게 술을 헌수하면서 같이 올 린 상차림이다. 왕세자와 신료들은 왕에게 헌수하는데 설행 목적을 둔 효도의 예로도 간주되었다. 대전진어미수는 헌수 할 때마다 한 상씩, 총 7번이 올려 졌고, 매 미수의 음식 수 는 7가지였다. 즉 미수에 올려 진 음식은 7개의 음식이 7미 에 걸쳐 올려져 총 49가지 음식이 미수로 올려졌다. 음식의 종류는 과정류, 과일류, 탕류, 찬물류로 나눌 수 있는데, 과 정류는 1, 2, 4미에는 1개씩, 3, 5, 6, 7미에는 2개씩 총 11 개가 올려 졌으며, 과일류는 1, 2, 4미 총 3개만 올려졌다. 탕류는 1, 3, 4, 5, 6미 에는 1개씩, 2, 7미에는 2개씩 총 9 개가 올려졌다. 찬물류는 2, 7미에는 3개씩, 1, 3, 4, 5, 6미 에는 4개씩 총 26개가 올려졌다. 미수를 올릴 때 사용한 상 은 왕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붉은 색의 주칠소원반을 사용 하였고, 그릇은 유기와 자기를 사용하였다. 음식위에는 상화 라는 꽃을 꽂아서 나갔는데 왕에게는 5개의 상화가 올라갔 다. 세자세자빈궁은 한 번의 헌수와 미수상이 올려 졌으며 흑칠소원반을 사용하였고 음식은 놋그릇에 담고 4개의 상화 가 올라가 대전과는 차별을 두었다.
대전진어미수의 상화는 목단화 1개, 월계화 1개, 홍도삼지 화 1개, 홍도별건화 2개가 올려져 각 미수에 5개씩 올렸으며 세자세자빈궁의 미수상에는 목단화 1개, 월계화 1, 홍도삼지 화 1개, 홍도별건화 1개로 4개씩 올렸다.
둘째, 의주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의 자리배치와 상차림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의례절차에는 일정한 격식이 존재한다. 제1작 왕세자, 제2 작 왕세자빈을 필두로 내외명부, 종친, 의빈, 척신반수까지 7 작례가 시행되었다. 헌작례가 시행될 때마다 같이 제공된 각 미수의 음식은 다른 미수와 음식들이 겹치지 않는 것을 보 아 순조를 위한 잔치가 화려하고 규모가 컸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상으로 기축진찬의궤의 자경전진찬의 미수에 대하여 살 펴보았다. 본 연구는 연회의 의주에 따른 의례절차와 의례식 을 행하며 올리는 미수의 음식의 종류와 개수 조리법에 대 한 연구이지만 전반적인 의례의 음식에 대한 것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추후 대전진어찬안이나 세자궁진찬안과 같은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조선후기의 궁중연향음식의 종류와 조리법, 상차림에 대한 연구에 조금이나마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