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서 론
교통 발달로 품질 좋은 식재료가 생산 농가에서 가정의 식 탁까지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유통되는 시대가 됐다. 또한 냉장 ·냉동 기술의 발전으로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오 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며, 가정에서 먹는 일상 음식의 형태 와 양식을 변하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백 년 동안 대대로 내려온 종가의 일상 음식도 예외일 수 없으나 조상을 모시 기 위해 차리는 제례음식은 달랐다. 종가는 조상이 생전에 즐겨 먹었던 음식이나 그의 성품을 상징하고 기리기 위해 만 든 음식을 지금도 제사상에 올리고 있고, 이러한 형식은 수 백 년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다. 제례음식의 불변(不變)은 종 부에서 다음 종부로 ‘가문의 음식’이 전수되는 ‘종가’라는 특 수한 환경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일 년 에 수차례 지내는 ‘제사의 음식’이라는 상징적 의례 요소가 결합돼 지속될 수 있었다. 결국 오늘날 종가 스스로 지켜 내 려온 제례음식은 직계 후손들은 물론 한 나라의 미래 세대 에게도 알려 함께 보존해야 할 ‘지속적 가치’ 중 하나로 주 목해야 한다(Lee et al. 2016b).
종가 제례음식을 분석한 연구는 1996년 처음 발표된 뒤 2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연구에 접근하는 방법론은 다 양하지 않았다. 유교 제례를 설명하기 위해 덧붙이는 사상· 의례 음식이라는 구조적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와 노 력도 미흡했다. 그동안 완성된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드는 과 정, 음식을 제사상에 차리는 방식을 비교하는데 대부분의 연 구가 집중됐다(Lee et al. 2015a; Lee et al. 2015b; Kim et al. 2015; Lee et al. 2016a). 반면에 제례음식을 완성하기 전, 즉 조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일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식 재료는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다양한 종류의 제례음식 중 가가례(家家禮)에 따라 가문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몇 가지 특별한 음식 종류가 있 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음식 종류가 바로 ‘편 ( )’이다. ‘편’은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떡을 만들어서 하 나로 쌓기 때문에 오랜 준비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음식 이다. ‘편’은 본편과 웃기편으로 나뉘는데, 보편적으로 본편 의 기본 종류로 대표되는 시루떡과 반대로 웃기편은 조리 방 법과 사용하는 식재료에 따라 그 종류와 모양, 색이 각양각 색이다. 흰 쌀가루 반죽에 송기, 쑥 잎, 모시 잎, 거피녹두, 콩가루 등 식물성 식재료를 넣어 색깔을 내 만든 웃기편을 층 별로 쌓아 ‘편’의 색을 조화롭게 한다. 특히 그 가운데 송 기(松肌)는 곧게 뻗은 소나무처럼 조상의 올곧은 기개(氣槪) 를 상징하며 후손들이 그의 생활과 삶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Lee 2016).
송기는 소나무 속껍질을 나타내며, 흉년이나 춘궁기에 배 고픔을 달래기 위해 곡식 대신 먹는 구황식품(救荒食品)으로 활용해왔다. 1116년 중국 송(宋)나라 당신미(唐愼微)가 지은 본초학의 대표작『Jeunglyuboncho (證類本草)』「Guhwangbang (救荒方)」은 송기를 “반드시 곡식가루와 섞어 먹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예부터 쌀가루 등 곡식가루와 함께 섞어 떡 을 많이 해먹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식량이 부족 했던 시절, 송기를 벗겨서 그대로 먹거나, 죽이나 떡을 만들 어 먹을 때 곡식이 부족해서 곡식가루를 적게 넣으면 다량 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는 송기가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주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송기는 식용(食用)이 가능했지만 섬유소가 주성분이어서 다른 영양 소가 부족했던 시절에 변비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났고, 지금 까지도 변비에 걸리는 “나무껍질”로 알려져 왔다. 또한《산 림보호법》에 따라 소나무의 벌채와 채취가 금지되고 산업 발달로 먹을거리가 풍족해져, 일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없 는 식재료가 되면서 식용이 변했다. 한편 송기는 종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조상 대대로 제사상에 올리는 ‘제례음식’에 조상의 기개와 성정을 상징하는 재료로 또는 붉은 색을 내 는 발색제(發色劑)로 또는 떡이 쉽게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항균제(抗菌劑)로써 사용돼 왔다.
종가 제례음식에서 여러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송기지만 변비를 쉽게 일으키고 채취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경험적 ·법적 이유 등으로 식품 연구 분야 소재로 활용성은 미흡했 다. 이 때문에 추가로 연구해야 할 변비를 일으키는 성분 분 석이나 건강 기능성 효과 연구는 물론, 기본적인 영양 분석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단지 구조 분석, 추출 조건을 정립 하는 연구만 국내에 보고돼 있을 뿐이다(Song & Oh 1996). 반면에 해외 연구자들은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는 고대 원 주민들이 영양소 보충 식품으로 먹었던 송기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송기에 식이섬유, 탄수화물, 미네랄, 비타 민 C, 마그네슘, 아연, 철, 칼륨, 페놀성 화합물 등 건강에 이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Pan & Lundgren 1996; Bergman et al. 2004; Rautio et al. 2013).
본 연구는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분포하면서 식용으로 인 정된 소나무 종(種)을 탐색하고 그 송기가 식품으로써 이용 가능성과 영양학적 가치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기초 연구다. 여기에 앞서 송기가 과거 구황식품으로 먹었던 식재료라 할 지라도, 현재 기준에 식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식재료 원료 검증과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위로 적합한지 여 부를 평가하고자 한다. 또한 송기의 전래적 식용근거 검토부 터 일반성분, 무기성분, 총 폴리페놀, 총 플라보노이드, 식이 섬유 함량 분석을 통해 건강에 이로운 천연 영양자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명하고자 한다.
II.연구 내용 및 방법
1.식재료 원료와 사용부위 검색
1)기준과 근거 자료
송기를 벗겨낸 소나무가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인 지, 식용부위로써 송기가 적합한지 여부를 검토했다. 식품에 발생하는 위해(危害)를 예방하고 영양(營養)을 향상시키기 위 해 1962년 1월에 제정된《식품위생법》을 기준으로 참고했 다. 기준의 근거 자료로 이 법률 제7조 제1항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포함된《식품공전(食品公典, Korean Food Standards Codex)》(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2016)을 활용 했다. 《식품공전》에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4,705 종과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 189종으로 구분해서 총 4,894종의 식품 원료가 승인돼 있다.
2)원료 범위 설정
식품의약품안전처(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2016)에 따르면 “식품 원료에 독성이나 부작용이 없고 식욕 억제, 약리효과 등을 목적으로 섭취한 것 이외에 국내에서 식용근거가 있는 경우”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또 는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판단할 수 있 다고 한다.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는 조건 없이 사용 할 수 있는 원료를 뜻한다.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 는 원료’는 사용에 있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는 식품을 말 한다. ① 향신료, 침출차(浸出茶), 주류 등 특정 식품에만 제 한적 사용근거가 있는 것, ② 독성이나 부작용 원인 물질을 완전 제거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 ③ 독성이나 부작용 원인 물질의 잔류기준이 필요한 것과 같이 사용용도를 특정 식품 에 제한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 중 ‘식품에 사용할 수 있 는 원료’ 4,705종을 연구 범위로 설정하고, 소나무에서 송기 를 식품으로 사용할 있는 근거를 검토했다.
3)원료 대조 및 사용부위
《식품공전》은 원료별 생물 종류를 라틴어로 표현하는 이 명(二名)과 학술 편의를 위해 이름 붙인 학명(學名), 원재료 에서 식품으로 사용 가능한(인정된) 부위로 구분해서 서술돼 있다. 오늘날 종가에서 실제 먹고 있는 식재료이지만, 식품 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 원료 가운데 공식으로 인정된 사 용부위여야 하므로 적합한지 여부의 평가가 필요했다. 소나 무를《식품공전》의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4,705종 품목과 대조(對照)한 뒤 그 원료에서 식용이 가능한 부위에 송기가 해당되는지 검토했다<Figure 1>.
2.소나무 식용 가능성 고찰
1)문헌고찰
《식품공전》의 식품 원료 4,705종은 ‘식품 원료 사용을 위 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인정된다. 식품으로 사용 가능 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원재료가 국내의 전래적 식 용근거를 제시해야만 ‘식품’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종가 제례음식은 예부터 대를 이어 수백 년간 만들고 먹어온 음 식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먹었다는 종가 구성원의 증언(證言) 을 통한 식용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나 기억과 증언만으로는 사용할 수 있는 원료, 즉 ‘식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자 료가 부족하다. 따라서 종가 구성원의 이야기와 더불어 고(古) 조리서, 의학서, 농서, 생활서 등 문헌 기록을 통한 뒷받침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심층면접
4대(代)가 지나도 위패를 옮기지 않는 불천위(不遷位) 제사 에 송기를 사용해 만든 송기송편을 웃기편으로 올리는 경북 안동시 ‘의성 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와 경북 봉화군 ‘안동 권씨 충재 권벌 종가’를 사례 조사했다. 해당 종가의 불천위 제사일에 직접 방문해서 송기송편의 주재료인 송기의 구입 부터 가공 처리, 조리 방법 등 관련 이야기에 대해 종가 구 성원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사전 동의를 얻어 녹음과 사진 촬영을 같이 진행해서 연구 보조 자료로 활용했다.
3.실험 재료와 시료 처리
《식품공전》에서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인정된 원료인 뉴 질랜드산 라디아타소나무(Pinus radiata D. Don)의 사용부위 인 송기를 성분 분석 실험에 사용했다. 송기는 벌목과 채취 가 허가된 경상북도 청도군 벌목장에서 구입했다. 실험한 시 료는 송기 ‘원재료(pine inner bark, PIB)’와 종가에서 송기 송편을 만들기 위해 소다를 첨가해서 삶고 다지거나 찢는 가 공 방법을 변형·적용한 ‘송기 분말(pine inner bark powder, PIBP)’이다. 종가에서 송기송편을 만들기 위해 가공한 방법 을 실험에 적용했다.
송기를 삶을 때 넣는 소다는 송기떡의 조리방법별 관능적 ·기계적 특성을 연구한 Kim & Han(1993)의 연구를 참고해 서 송기 중량의 0.5%를 넣고 삶았다. 송기 분말을 만들기 위 해 다지거나 찢는 과정은 실험 시료를 정량하기 위해 동결 건조기(PV TFD 10R, ILSHIN, Yangju, Korea)에서 72시간 동결건조 했다. 일반 믹서(FMF-3300H, Hanil, Seoul, Korea)에 분쇄해 분말로 만들고 냉동 보관하면서 사용했다.
1)일반성분 분석
송기와 송기 분말의 일반성분은 AOAC(1990)의 표준분석 법에 따라 수분, 조회분, 조단백질, 조지방을 분석했다. 수분 은 상압가열건조법으로 105°C에서 건조한 뒤 측정했다. 조 단백질은 Semi-micro Kjeldahl method로 자동단백질분석기 (Kjeltec 2400 AUT, Foss Tecator, Huddinge, Sweden)로 분석했다. 조지방은 Soxhlet 추출기(Soxtec System HT 1043 extraction unit, Foss Tecator, Hoganas, Sweden)를 사용해서 diethyl ether로 추출한 뒤 정량했다. 조회분은 600°C에서 직접회화법으로 5시간 이상 회화해서 측정했다. 탄수화물은 시료의 전체 중량에서 수분, 조단백질, 조지방, 조회분을 제외한 값으로 계산했다.
2)무기성분 분석
무기성분은 AOAC(1990)의 표준분석법에 따라 분석했다. 송기와 송기 분말은 각각 회화용 도가니에 적당량 담고 열 판에서 예비 회화시킨 뒤 600°C 전기로(AS-EMF 500, AXIS Sensitive, Kyeonggi, Korea)에서 2시간 이상 회화시 켰다. 회화된 시료는 방냉하고 증류수와 1:1로 섞은 HCl 10 mL을 섞어 하룻밤 방치한 후 No. 6 Whatman filter paper를 이용해 뜨거운 물로 여과했다. 일정량을 맞춰 각 시 료액으로 사용했다.
무기성분 측정을 위한 분석 장비는 유도결합플라즈마 분 광분석기(Inductively Coupled Plasma Optical Emission Spectrometer, ICP-OES) (GBC Scientific Equipment, Integra XL, Dandenong, Australia)를 사용했다. 무기성분별 분석 파 장은 ICP-OES의 최적화 조건에서 실시했다.
3)총 폴리페놀 함량 분석
총 폴리페놀 함량 측정을 위해서 Kim et al.(2015)의 연구 방법을 변형해서 시료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한 방법은 다 음과 같다. 송기와 송기 분말은 일정한 무게를 측정해서 80% ethanol 30 mL에 용해시킨 뒤 shaker를 사용해서 20분 간 교반하고 70°C에서 1시간 동안 초음파 추출한 뒤 20,000 rpm으로 15분간 원심분리해서 상층액을 취했다.
상층액 1 mL에 증류수 8 mL을 첨가하고 1 N Phenol reagent (Folin & Ciocalteu’s Phenol reagent) 1 mL을 넣어 혼합했다. 5분 후 15% Na2CO3 1 mL을 넣어 2시간 정치시 킨 뒤 분광광도계(UV-2550, SHIMADZU, Kyoto, Japan)로 76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했다. Catechin (Sigma Chemical Co., St. Louis, MO, USA)을 표준물질로 이용해서 검량선을 작성했고, 폴리페놀 함량은 시료 중량 100 g 당 mg catechin equivalent (mg CE/100 g)로 표기했다.
4)총 플라보노이드 함량 분석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 측정을 위해 Kim et al.(2015)의 연 구 방법을 변형해서 시료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송기와 송기 분말 일정한 무게를 측정해서 80% ethanol 30 mL에 용해시킨 뒤 shaker를 사용해서 20분 간 섞었다. 70°C에서 1시간 동안 초음파 추출한 뒤 20,000 rpm으로 15분간 원심분리해서 상층액을 취했다.
상층액 0.5 mL에 증류수 2 mL를 첨가하고 5% NaNO2 0.15 mL을 넣어 충분히 섞었다. 6분 후 10% AlCl3 · 6H2O 0.15 mL을 넣어 5분간 정치시킨 뒤 1M NaOH 1 mL을 넣 어 섞었다. 실온에서 15분간 정치시킨 후 reagent blank를 대조액으로 해서 분광광도계(UV-2550, SHIMADZU, Kyoto, Japan)로 51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했다.
Quercetin (Sigma Chemical Co., St. Louis, MO, USA) 을 표준물질로 이용해서 검량선을 작성했고,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시료 중량 100 g 당 mg quercetin equivalent (mg QE/100 g)로 표기했다.
5)식이섬유 함량 분석
식이섬유 분석은 AOAC(1990)의 표준분석법에 따라 시료 1 g 정도 평량해서 1단계 α-amylase, 2단계 protease, 3단계 amyloglucosidase로 각각 30분간 효소처리를 통해 전분, 단 백질 등을 분해하고 알코올로 침전시킨 뒤 여과, 세척 과정 을 거쳐 105°C 건조기에서 하루 동안 건조하고 각 시료별로 단백질을 측정한 뒤 525°C에서 5시간 회화시켰다.
식이섬유는 수용성 식이섬유(soluble dietary fiber, SDF)와 불용성 식이섬유(insoluble dietary fiber, IDF)로 나눠서 분석 했으며, 두 측정값을 합해서 총 식이섬유(total dietary fiber, TDF)를 계산했다.
6)통계 처리
통계 처리는 SPSS statistical package (21.0 version, IBM, Armonk, NY, USA)를 이용해서 기술통계분석을 했으며, 송 기와 송기 분말의 평균(mean, M)과 표준오차(standard error, S.E.)를 구했다.
III.결과 및 고찰
1.소나무 식용부위 탐색
1)사용가능한 식품 원료 구분
《식품공전》에 나온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4,705 종 품목에서 소나무 4종이 식품 원료로 검색됐으며 <Table 1>과 같다.
첫째,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라디아타소나무’다. 우리나라 는 목재의 약 87%를 수입하는데, 그 중 라디아타소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수입 원목 전체의 약 50% 정도다(Song et al. 2009; Kim & Bae 2013). 라디아타소나무의 학명은 Pinus radiata D. Don으로 식용 가능하다고 인정된 부위는 ‘나무껍질’이다.
둘째, 국내산 적송(赤松)을 의미하는 ‘소나무’다. 우리나라 에 자생하는 ‘적송’의 학명은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로 소나무과(Pinaceae)에 속하는 상록 교목이다.《식품 공전》에서 식품으로 인정된 사용부위를 한약명으로 표현하 면 순(筍)은 송순(松筍), 가지와 줄기는 마디를 뜻하는 송절 (松節), 잎은 송엽(松葉), 꽃가루는 송화분(松花粉)이다(Korea Biodiversity Information System 2016). 국내산 적송은 껍질 이 식용부위로 인정돼 있지 않는다.
셋째, 중국이 원산지인 ‘백송’이다.《식품공전》에서 인정 된 사용부위는 ‘씨앗’이다. 백송의 학명은 Pinus bungeana Zucc. ex Endl.로 일명 흰소나무라고 부른다.
넷째, 스코틀랜드가 원산지로 일명 Scots pine으로 부르는 ‘구주소나무’다. 구주소나무의 학명은 Pinus sylvestris L.으로 《식품공전》에서 인정된 사용부위는 순, 줄기, 나무껍질, 가 지, 잎, 꽃가루다. 구주소나무의 나무껍질(속껍질)은 원주민 Sami 족이 고대부터 먹어온 기록과 많은 국외 연구를 통해 내용이 밝혀져 있다(Bergman et al. 2004). Sami 족은 소나 무 속껍질을 식용으로 먹어 온 사람들 중 북부 스칸디나비 아 반도(Scandinavia peninsula)와 미국, 유라시아에 사는 원 주민을 말한다.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하는 Sami 족은 식이 섬유, 탄수화물, 비타민 C, 미네랄이 포함된 소나무 속껍질 로 영양소를 보충했다(Östlund et al. 2009). 소나무 속껍질 은 생(生)으로 먹기도 하고 햇볕에 말리거나 불에 굽거나 또 는 갈아서 가루와 섞어 먹고 심지어 즙을 내서 먹기도 했다. 보통 우유를 사용하는 음식과 생선, 고기를 넣은 요리의 국 물 농도를 맞출 때도 사용했다(Bergman et al. 2004; Rautio et al. 2013).
2)사용가능한 품종 해석과 적용
우리나라에서 나무껍질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나 무 품종은 ‘라디아타소나무’와 ‘구주소나무’로 정리할 수 있 다. 소나무의 나무껍질은 두꺼운 코르크(cork) 세포로 구성 된 ‘겉껍질’과 체관부에서 줄기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속껍 질’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모두 같은 나무껍질로 볼 수 있지 만, 사용하는 예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용어 사용 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식품공전》에 정확한 명칭으 로 표현돼 있지 않아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할 가능성이 있 다. 예를 들어 나무껍질을 겉껍질로 해석하면, 소각 또는 매 립해서 버려지는 폐수피를 식용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구주소나무(Pinus sylvestris L.)’의 속껍 질을 고대 원주민 Sami 족이 먹어온 사실을 근거로《식품 공전》에서 사용부위로 인정한 라디아타소나무와 구주소나무 의 나무껍질을 ‘소나무 속껍질(송기)’로 해석했다. 이를 통해 적송과 백송을 제외한 라디아타소나무와 구주소나무의 송기 를 식용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 중에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돼 있는 ‘라디아타소나무’를 연구에 적용했다.
2.송기의 식용근거와 변화
1)전래적 식용근거
송기를 식용하고 송기떡을 만들어 먹은 기록은 여러 고(古) 문헌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목록과 용어는 다음과 같다 <Table 2>. 조선시대 기본 법전인『Gyeonggukdaejeon (經 國大典)』에는 ‘松皮(송피)’로 소개됐으며, 세종 때는 흉년 재 해 시 백성을 구휼하기 위한 방법을 한글로 쓴 책인 『Guhwangbyeokgokbang (救荒穀方)』을 간행했다. 그러나 현존하지 않 고 이것을 원류로 1554년(명종 9)에 간행된 『Guhwangchwalyo (救荒撮要)』와 1766년(영조 42)에 유중임이 홍만선의 『Sallimgyeongje (山林經濟)』(Chae JJ ed. 2007)를 증보해서 엮은 농서인『Jeungbosallimgyeongje (增補山林經濟)』(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ed. 2010a)에는 다른 초근목피 (草根木皮)와 함께 송기가 수록돼 있다(Lee 2016).
18세기 말엽 서호수가 쓴『Haedongnongseo (海東農書)』 (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ed. 2010b)에서 송기를 ‘송백피(松白皮)’로 기록하며, “쪄서 익혀 먹으면 곡식을 먹 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서유구는 『Imwongyeongjeji (林園經濟志)』(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ed. 2010c)에서 ‘股松皮休糧方(고송피휴양방)’ 으로 “소나무 속껍질을 먹으면 곡식을 끊을 수 있다.”고 까 지 했다. 그러나 곡식을 먹지 않고 송기만 먹을 경우, 주성 분인 섬유소(fibers)가 소화되지 않아 변비(便)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1116년 송(宋)나라 당신미(唐愼微)가 지은 본초 학(本草學)의 대표작『Jeunglyuboncho (證類本草)』「Guhwangbang (救荒方)」을 모두 인용하면서 “반드시 곡식가루와 섞 어 먹어야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부터 쌀가루 등과 함 께 섞어 떡을 많이 해먹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고(古) 문헌에 나온 송기의 손질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음력 3~5월경 송기는 수분이 차올라 단맛이 많이 난다. 이때 소나 무의 거친 겉껍질을 벗기고 연한 속껍질만 가늘게 찢어 준 비한다. 떫은맛(澁味)을 없애기 위해 물에 2~3일 정도 담근 뒤 건져서 연초경회(煙草莖灰)와 명화소회(明花燒灰)를 섞어 삶는다. 삶은 송기를 물에 2~3일 정도 담근 뒤 재(연초경회, 명화소회) 냄새를 빼고 손으로 가늘게 찢는 게 공통의 손질 방법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송기를 부드럽고 떫은맛 없 이 제대로 먹으려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송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넣는 연초경회와 명화소회는 ‘담배줄기 재’와 ‘명화(明花)를 태운 재’를 각각 의미한다. 여기서 회(灰) 는 석회(石灰)를 뜻한다.
오늘날 종가는 송기송편을 만들기 위해 송기를 삶을 때 석 회 대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식용(食用) 소다(탄산나트륨, Na2CO3)를 사용한다. 소다를 넣으면 삶은 뒤 재 냄새 빼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이렇게 손 질한 송기는 쌀가루와 버무려 안반(案盤)에 치댄 뒤 송편을 비롯해서 인절미, 절편, 시루떡, 개피떡 등 다양한 종류의 떡 을 만들 수 있다.
『Sangayorok (山家要錄)』(Han BR ed. 2011)의 ‘松膏餠 (송고병)’과『Gyuhapchongseo (閨閤叢書)』(Jung YW ed. 2008)의 ‘숑고병(송고병)’은 반죽을 빚어 소를 넣고 참기름에 지지는 조리법으로 지진 떡의 한 종류다. 또한『Siuijeonseo (是議全書)』(Lee HG ed. 2004)의 ‘송기졀편(송기절편)’, 『Joseonyorijebeob (朝鮮料理製法)』(Yoon SJ ed. 2011)의 ‘송 기떡’,『Joseonmussangsinsigyorijebeob (朝鮮無雙新式料理 製法)』(Han BR ed. 2001)의 ‘송기(송기떡)’ 등 19세기 이후 조리서에도 송기를 이용한 여러 떡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 외래종 리기다 소나무(Pinus rigida Mill.) 를 들여온 사람으로 알려진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가 1919 년 지은『Hardy Plant Resource of Joseon (朝鮮の救荒植物)』 (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ed. 2010d)에 ‘진피’와 1945년 임태치의『Hardy Plant Resource and Method of Joseon (朝鮮の救荒植物の食用法)』(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ed. 2010e)에 ‘心皮(심피)’, ‘甘皮(감피)’라는 용어의 송기로 만든 떡을 소개하고 있어 일제강점기에도 송 기를 먹었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임태치(林泰治)는 1942년 겨울, 찹쌀가루와 송기를 5:1 (1 되:2홉, 20%) 비율로 섞은 송기떡을 맛보고 질(質)이 치밀하 고 딱딱했으며 배를 채우는 맛이라고 했다. 또한 송기를 분 말내고 곡물가루를 30% 이상 잘 섞어서 떡을 만드는 방법 을 제시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국립보건복지연구소에서 송기 가루를 전체 중량의 50% 이상 넣으면 건강에 해롭다 는 결과를 보고하면서, 25% 정도 하향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추천했는데(Bogdanova 2016), 임태치가 제시한 20% 비중과 유사했다. 즉 송기가 전체 중량의 절반 이상일 경우, 변비 증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전체 중량의 1/4 (25%) 또 는 1/5 (20%) 정도가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2)현대 종가의 송기 식용 사례
경북 안동시 ‘학봉 종가’와 경북 봉화군 ‘충재 종가’는 송 기로 송기송편을 만들어 웃기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학봉 종 가의 종부는 송기송편을 만들기 위해 송기의 물이 올라오는 3월경에 종택 인근에서 구해 보관해둔다. 송기의 손질 방법 은 삶을 때 식용 소다를 넣어 무르게 하고, 물에 2~3일 담가 떫은맛이 가시도록 놓는다. 우린 물은 모두 버리고 송기만 홍두깨로 두들겨 잘게 찢어놓는다. 이 단계까지 완성되면 비 닐 팩에 잘 싸서 냉동 보관해뒀다가 제삿날 사용한다. 송기 송편은 찹쌀과 멥쌀을 섞은 쌀가루에 다진 송기를 넣고 온 수로 익반죽하는데 반죽이 완성되면 적색이 된다. 거피팥고 물을 소로 넣고 송편 모양을 빚으면 송기송편이 완성된다. 찜통에 가지런히 놓고 15분간 찐 뒤 참기름을 발라 서로 달 라붙지 않게 가지런히 놓는다<Figure 1>.
“송기는 음력 3월과 7월 물이 올라올 때 벗겨야 잘 벗겨지고 단맛도 많이 납니다. 멥쌀가루로만 송기송편을 만들면 딱딱한 느낌이 있습니다. 찹쌀가루를 반 보다 적게 섞어 줍니다. 송기 는 미리 삶고 찢어서 냉동에 보관해둡니다. 색깔 나는 거 보고 송기 양을 맞춥니다.” (학봉 종가 종부)
충재 종가의 송기송편 조리법은 식용 소다를 넣고 무르게 삶은 송기를 잘게 다져서 찹쌀가루와 소금을 넣고 익반죽한 다. 적색 반죽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볶은 콩가루와 물엿을 섞어 만든 동그란 소를 넣고 송편 모양으로 빚는다. 끓는 물 에 삶은 뒤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을 발라 완성한다.
“송기는 종택 근처에서 재선충병을 피해서 1년 전에 준비합니 다. 제삿날 어른들은 송기송편을 제일 많이 찾습니다. 종가에 서 제사지낼 때만 먹을 수 있는 별미라고 합니다. 저희는 콩가 루에 꿀을 섞어 송기송편 소에 넣고 있습니다. 입에 넣기 전에 는 참기름 향이 나고, 한입 베어 물면 소나무 향과 맛이 나고, 씹으면 꿀 향이 입안에 퍼져서 맛이 좋다고 합니다. 다른 웃기 편은 찹쌀가루를 쓰는데, 송기송편만 멥쌀가루를 사용합니다. 송기 자체에 수분이 많아서 찹쌀가루를 넣으면 반죽이 퍼집니 다. 송기에 소다를 넣고 삶아서 칼로 다지거나 믹서에 곱게 갈 아서 사용합니다. 멥쌀가루에 붉은색이 나는 정도를 보면서 송 기를 조금씩 넣습니다. 조금만 넣어도 색이 많이 납니다. 정확 한 양은 알 수 없지만, 색을 보면서 넣습니다.” (충재 종가 종 부)<Figure 2>
3)송기의 식용 변화
송기는 흉년이나 춘궁기에 기근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구 황식품 등으로 많이 활용해왔다. 봄철 두꺼운 겉껍질을 벗기 면 나오는 부드러운 속껍질을 얇게 긁어서 결대로 뜯어먹으 면 단맛이 나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다. 송기는 자체 그대 로 먹거나 갈아서 곡식가루와 함께 섞어 죽과 떡을 만들어 먹었다. 이러한 식용 방법은 흉년이나 춘궁기에 곡식이 부족 해져서 곡식가루의 함량이 적어지면, 오히려 송기 함량이 더 많아져 변비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곤 했다.
한편 1988년 부산광역시 동래구 금정산(金井山)의 소나무 에서 재선충(材線蟲, pine wood nematode)이 처음 발견됐다. 이후 2005년《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소나무는 국가에서 보호·관리하는 수종(樹種)이 됐다. 현재는 산림면적에서 차지하는 소나무 대부분이 활엽수로 대체되면 서 점차 그 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다.
가정에서 송기를 일반적인 식재료로 사용하는 않는 이유 는《산림보호법》과《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이 제정 된 영향도 일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산림보호와 병해충 방 제를 위해 제정된《산림보호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산림 보호구역에서 소나무의 벌채(伐採)나 채취(採取)가 금지돼 있 다. 예전처럼 아무 곳에서나 개인이 소나무 속껍질을 벗길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드시 산림청장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 를 받은 지정 벌목지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산림보호구 역이 아니더라도《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으로 재선 충병을 막기 위해 항공에서 방제한 살충제가 송기에 잔류했 을 가능성이 있어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친 것 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송기는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없 는 식재료가 됐다. 그러나 종가는 조상이 즐겨 먹었던 음식 이나 조상의 성정(性情)을 상징하는 송기로 만든 음식을 빼 놓지 않고 수백 년 세월 동안 제사상에 올리고 있다. 종부에 서 다음 종부를 통해 음식이 계승되는 종가의 특수한 환경 과 제례음식이라는 상징적 의례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에 가 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3.송기의 성분 분석
1)일반성분
송기와 송기 분말의 일반성분을 측정한 결과는 <Table 3> 에 제시했다. 탄수화물은 시료의 전체 중량에서 수분, 조단 백질, 조지방, 조회분을 제외한 값으로 송기는 82.09±0.09 g/ 100 g, 송기 분말은 88.71±0.18 g/100 g으로 두 시료 모두 함 량이 가장 많았다. 송기의 조지방은 3.76±0.05 g/100 g, 조단 백질은 3.13±0.00 g/100 g, 조회분은 1.59±0.05 g/100 g으로 나타났고, 송기 분말의 조지방은 4.05±0.17 g/100 g, 조단백 질은 3.88±0.02 g/100 g, 조회분은 3.35±0.05 g/100 g으로 나 타났다.
탄수화물은 식물성 식재료의 세포에 많고, 원주민 Sami 족 이 영양소로 보충했던 Scots pine (Pinus sylvestris L.) 속껍 질에도 탄수화물 성분이 많다(Pan & Lundgren 1996; Bergman et al. 2004; Slavin 2005; Östlund et al. 2009; Rautio et al. 2013). 송기의 수분은 9.43±0.01 g/100 g인 반 면, 송기 분말은 동결건조해서 수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한편 본 연구와 같은 시료지만 다른 가공처리 방법을 사 용한 연구 결과로, 물에 송기를 72시간 우린 뒤 삶아서 30분 간 물기를 빼주고 열풍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Woo(2015)는 송기의 수분함량을 7.81%로 보고했다. 선행연구의 다른 식 재료 수분함량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송기가 가지고 있는 섬 유질의 높은 수분 보유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부 유럽 페노스칸디아(Fennoscandia)의 Scots pine 속껍 질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Rautio et al.(2013)의 연구에서 탄 수화물 함량은 신선한 속껍질의 탄수화물 함량은 10 g/100 g 이고 동결건조 후에 26~27 g/100 g으로 농축됐다. 이 연구에 서 분석한 Scots pine은 본 연구에서 분석한 송기(pinus radiata)와 종류, 원산지가 다르지만, 넓은 범위에서 같은 소 나무 종(種)으로 볼 수 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두 연구에 서 분석한 각각의 송기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다.
2)무기성분
송기와 송기 분말의 무기성분을 측정한 결과는 <Table 4> 와 같다. 전체 무기성분 가운데 송기는 칼슘(Ca) 436.27± 3.72 mg/100 g, 칼륨(K) 342.73±0.55 mg/100 g, 마그네슘 (Mg) 149.43±1.53 mg/100 g 순으로 나타났다. 송기 분말은 칼슘(Ca) 1417.90±0.06 mg/100 g, 나트륨(Na) 189.47±7.60 mg/100 g, 칼륨(K) 117.00±4.04 mg/100 g 순으로 함량이 높 아 주요 성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Rautio et al.(2013)의 연구에서 Scots pine 속껍질의 주요 무기성분으로 칼슘과 칼 륨의 함량이 가장 높은 주요 성분으로 보고한 것과 대표적 인 다량 무기성분이 유사한 경향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무기성분 함량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트 륨은 송기 6.03±0.61 mg/100 g, 송기 분말 189.47±7.60 mg/ 100 g으로 송기 분말의 함량이 송기보다 31.4배 높다. 칼슘 은 송기 436.27 mg/100 g, 송기 분말 1417.90±0.06 mg/100 g으로 송기 분말의 함량이 송기보다 3.3배 높다. 망간(Mn)은 송기 22.33±0.15 mg/100 g, 송기 분말 38.77±1.70 mg/100 g 으로 송기 분말의 함량이 송기보다 1.7배 높다. 철(Fe)은 송 기 1.50±0.06 mg/100 g, 송기 분말 2.10±0.12 mg/100 g으로 송기 분말의 함량이 송기보다 1.4배 높다. 반면, 칼륨(K)은 342.73±0.55mg/100 g, 마그네슘(Mg)은 149.43±1.53mg/100 g, 인(P)은 64.43±0.43 mg/100 g, 황(S)은 49.00±0.00 mg/100 g, 아연(Zn)은 5.70±0.06 mg/100 g, 구리(Cu)는 0.30±0.00 mg/ 100 g으로 송기 분말보다 송기의 함량이 더 높다.
송기보다 송기 분말에서 가장 많은 함량을 보인 무기성분 은 나트륨이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이유는 송기를 부드럽게 삶기 위해 넣는 식용 소다(Na2CO3)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3)총 폴리페놀과 총 플라보노이드
송기와 송기 분말의 총 폴리페놀 함량과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측정한 결과는 <Table 5>와 같다. 총 폴리페놀 함량 은 송기가 9026.57±187.84 mg CE/100 g이고, 송기 분말은 4079.54±203.77 mg CE/100 g으로 나타났다. 송기를 물에 삶 아서 분말로 만드는 과정에서 열을 가해서 손실이 일어난 것 으로 판단된다(Woo 2015).
송기의 총 폴리페놀을 분석한 선행연구가 없어 겉껍질의 함량을 분석한 연구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소나무 11종의 겉껍질 추출물에 대한 폴리페놀을 분석한 Ku et al.(2007)의 연구에서 본 연구와 같은 종인 Pinus radiata의 총 폴리페놀 이 629 GAE (gallic acid equivalent) mg/g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산 적송의 겉껍질 추출물 Pinexol®(소나무껍질추출 물, 뉴트라팜)을 분석한 Lee et al.(2013)의 연구에서 총 폴 리페놀이 717.40±6.86 GAE mg/g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 서 분석한 속껍질보다 겉껍질의 총 폴리페놀 함량이 더 높 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페놀 함량은 높은 항산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겉껍질은 속껍질보다 페놀 함량이 높아 항산화 효과도 더 클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항산화 효과가 높더라도 속껍질처럼 식용이 가능한 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식품으로써 가치는 속껍질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송기 54.84±1.86 mg QE/100 g, 송기 분말 107.11±3.17 mg QE/100 g으로 나타났다. 송기를 삶고 건조시켜 분쇄한 송기 분말의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약 2배 증가했다. 식물에서 합성되는 페놀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보노이드는 과일류와 채소류 같은 식물성 식 재료와 차, 와인 등에서 발견되는 미량영양소이다(Lee et al. 2013).
4)식이섬유
송기와 송기 분말의 식이섬유 함량을 분석한 결과는 <Table 6>과 같다. 송기의 수용성 식이섬유는 5.12±0.03 g/ 100 g, 불용성 식이섬유는 50.86±0.81 g/100 g, 총 식이섬유 는 55.98±0.88 g/100 g이다. 송기 분말의 수용성 식이섬유는 5.62±0.11 m/100 g, 불용성 식이섬유는 68.10±0.71 g/100 g, 총 식이섬유는 73.72±0.69 g/100 g이다.
송기와 송기 분말 100 g에는 절반 이상의 식이섬유가 함유 돼 있다. 함유된 식이섬유 가운데 90% 이상은 불용성 식이 섬유다. 송기와 송기 분말의 불용성 식이섬유 함량은 수용성 식이섬유보다 10배 이상 많다. 특히 송기 분말의 불용성 식 이섬유 함량은 쌈채소류 11종은 평균 24.95 g/100 g (Kim & Kim 2004), 표고버섯 33.13±0.48 g/100 g (Jin et al. 2006), 수리취 37.9±2.6 g/100 g (Park et al. 2011), 참취 24.7±0.9 g/100 g, 곰취 21.4±0.7 g/100 g (Cho et al. 2008)보다 2배 이상 많고, 심지어 함초 50.89±1.69 g/100 g (Cho et al. 2008)보다 높았다.
송기를 물에 넣고 열을 가해 삶아 동결건조해서 만든 송 기 분말은 송기 원재료보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 섬유 모두 증가했다. 이는 생식 시료를 열풍건조시켜 식이섬 유를 분석한 Jin et al.(2006)과 콩나물과 시금치를 가열처리 해서 식이섬유 값을 제시한 Lee & Kim(1994) 연구에서 수 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가 일정하게 증가한 결과 와 같다. 시료에 열을 가해서 식이섬유를 분석한 다른 선행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Englyst et al. 1983; Varo et al. 1983). 가열에 의해 세포벽 안에 있는 섬유소가 유리(遊 離)되면서 식이섬유 값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Vidalvalverde & Frias 1991).
IV.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종가 제례음식 편()에 사용하는 송기의 전래 적 식용근거와 성분 분석을 분석한 연구다. 송기의 전래적 식용근거를 문헌고찰하고 현장 사례 연구, 성분 분석 실험을 통해 식품으로써 갖는 영양학적 가치와 이용 가능성을 검토 해서 천연 영양자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명했다.
《식품공전》에 나온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4,705 종에서 검색된 소나무 4종 중 ‘나무껍질’이 식용 가능한 사 용부위로 인정된 ‘라디아타소나무(Pinus radiata D. Don)’를 연구에 적용했다. 소나무 속껍질의 한자어인 송기(松肌)는 예 부터 흉년이나 춘궁기에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구황 식품이었지만, 부족해진 곡식으로 다른 영양소가 결핍되고 오히려 송기를 많이 먹게 돼 변비에 걸리는 부작용이 나타 났다. 또한 오늘날 먹을거리가 풍족해지고 채취를 금지하거 나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에 의해 식 용이 제한되면서 송기의 사용이 감소됐다.
그러나 송기는 조상의 기개와 성품을 상징하는 식재료로 써 수백 년 동안 제사를 지내는 특수한 환경과 상징적 의례 요소가 결합된 ‘종가의 제례음식’에 올리는 편( )에 사용되 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송기로 떡을 만들어 먹은 기록은 여 러 고(古) 문헌을 통해 고찰할 수 있고, 경북 안동시 ‘학봉 종가’와 경북 봉화군 ‘충재 종가’를 통해 현대 종가에서 송 기로 떡을 만들어 제사상에 사용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 다. 종가에서 송기로 떡을 만들 때 부드럽게 하기 위해 소다 를 넣어 삶고 다지거나 찢는 가공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법 을 변형·적용해서 송기를 가공하고 송기 원재료와 송기 분말 로 나눠 일반 성분과 식이섬유를 분석한 실험 결과를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송기(PIB)는 탄수화물 82.1%, 조단백질 3.1%, 조지방 3.8%, 조회분 1.6%, 수분 9.4%, 송기 분말(PIBP)은 탄수화 물 88.7%, 조지방 4.1%, 조단백질 3.9%, 조회분 3.4%, 수 분 0.0%로 분석됐다. 송기의 주성분은 식물성 식재료의 세 포에 많은 탄수화물이다. 동결건조로 가공한 송기 분말에서 탄수화물 함량이 증가했다.
송기의 무기성분은 칼륨,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순으로 분석됐다. 그 중에 나트륨은 송기 6.03±0.61 mg/100 g, 송기 분말 189.47±7.60 mg/100 g으로 송기 분말의 함량이 송기보 다 31.4배 높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이유는 송기를 부드럽 게 삶기 위해 넣는 식용 소다(Na2CO3)의 영향을 받은 것으 로 추정할 수 있다.
송기의 총 폴리페놀 함량은 9026.57±187.84 mg CE/100 g으로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식품공전》에서 인정하고 있는 식물성 식재료(Pinus radiata D. Don)기 때 문에 식품으로써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 총 플라 보노이드 함량은 송기 54.84±1.86 mg QE/100 g, 송기 분말 107.11±3.17 mg QE/100 g으로 식물에서 합성되는 페놀류 가 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보노이드가 약 2배 증가했다.
송기와 송기 분말 각 100 g에는 약 50% 이상 식이섬유가 함 유돼 있다. 그 중에 약 90% 이상은 불용성 식이섬유로 구성돼 있다. 이는 수용성 식이섬유보다 10배 이상 많고, 선행연구에 서 분석한 다른 식물성 식재료의 불용성 식이섬유 함량보다 2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료에 열을 가하면 세포벽의 섬유소가 배출되면서 식이섬유 함량이 증가하는데, 삶은 후 동결건조로 가공한 송기 분말에서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 함량이 모두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제례음식으로 사용하는 송기는 현재 종가에서 사용하는 식 재료로 일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없다. 구황식품으로 배고 픔을 면하기 위해 먹었던 송기는 함께 섭취하는 영양소가 부 족하거나 적정 수준 이상으로 많이 먹어서 변비가 쉽게 걸 렸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은 음식과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 취하고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송기 섬유질이 장내 수분을 흡수해 변비가 생겼던 옛날과 달리 균형 있는 영양소와 함 께 섭취하면 오히려 장내 소화 활성을 돕고 장 건강을 도와 줄 가능성이 있다. 송기와 같은 식물성 식재료의 세포에는 탄수화물과 리그닌처럼 인체의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식 이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Slavin 2005). 식이섬유는 소 장에서 소화·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대장으로 내려가 장관을 통과하는 동안 안에서 다양한 생리적 기능 효과를 가져다주 는 것으로 나타났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15).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은 송기를 섭취하면 몸 속 잔여물로 쌓 여 장관 내 수분을 흡수하고 보유하는 능력이 높아져 변이 묽어지고, 장관 안에서 연동운동(動運動)을 촉진시켜 분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결국 분변이 부드러워 지고 양이 많아져 변비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해소하는 역할 을 할 수 있다(Heller et al. 1980; Stevens et al. 1988; Gordon 1992; Cummings 1993).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해외 소나무 종(種)의 송기를 이용한 실험 사례에 국한된 자료의 결과라 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 송기를 천연 영양자원으로 주 목하고 동물 실험을 통해서 배변활동 개선으로 장 건강에 도 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려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