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서 론
최근 전통 음식문화의 가치를 부각하여 새로운 문화상품 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을 계 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한 나라의 정체성과 혼을 담은 노력에 따라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다. 한국 전통음식 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음식의 원형을 발 굴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Kim & Chung 2013a; Kim & Chung 2013b; Lee 2013). 특별히 지역 향 토음식을 경험하고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 는 추세여서 음식문화상품으로서의 종가음식은 차별화된 체 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 음식자원으로서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Park & Hwang 2000; Lee & No 2013; Kwon 등 2014). 이렇게 관광산업에서 음식문화 상품의 중요성이 강조 되고 있는데, 관광 상품 유형 중 특히 도시 관광 산업에서의 음식문화 상품이 지역의 독특한 향토자산이나 문화적 자산 과 결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활성화 전략 으로 떠오르고 있다(Kim 2013).
전주시는 1900년대 말부터 도시의 역사적 유적 및 문화적 매력물을 도시 관광과 연계하여 새로운 도시계획으로 인식 하고 도시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요소를 도시 내에 많 은 사람들을 유인하는 매개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Lee 2006; Oh & Kwon 2010). 특히 전주 비빔밥 등 음식을 활 용한 도시관광 상품화 전략은 전주한옥마을과 함께 국내 성 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Yang 2013).
이러한 종가와 종가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은 명문가를 자 처하는 많은 종가에서 자기 가문의 고유한 문장과 인장까지 만들고 브랜드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Lee 2011). 사전적으 로 볼 때 ‘종가’란 여러 대에 걸쳐 분가를 한 경우에 분가의 본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분가로서 계속되어 온 대수가 많 고 적음에 따라 종가를 다시 ‘대종’과 ‘소종’으로 나눈다(Lee 2009). 소종(小宗)은 대종의 가계에서 갈라져 나온 적장자 자 손의 남동생들이 세운 가계를 말한다. 고조, 증조, 조부, 부, 자 의 5대에 걸친 일족을 한 범위로 한다. 종가는 조부모와 부 모,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확대가족으로서 성리학적 대가족 질서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 ‘가(家)’의 단위였다 (Joo 2011). 종가라는 말은 법령상의 용어가 아니고, 종법제 의 영향을 받은 풍속의 관념이다. 사회관습으로는 조상숭배 와 관련하여 종가를 존경하고 보호하였으며, 종가의 혈통이 끊어지는 일을 집안의 불명예로 생각하였다(Lee 2011). 제사 와 손님 접대가 다반사였던 종가에서는 종부를 중심으로 한 특색 있는 내림음식이 전승되기도 하였다. 종가의 음식 문화 는 오늘날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상품성까지 확 보해 가는 상황이다. ‘한’ 브랜드 사업을 시작으로 최근 건 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종가음식의 산업화 사례 는 증가하고 있다(Kim 2011).
최근 사회적으로 종가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종가의 조 건에 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종가를 이루는 조건 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종택이다. 종가의 고택은 명문 종가를 탄생시킨 역사적 인물과 그 후손들의 삶의 체취 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이것은 문화재적 가치를 공유하 고 있다(Kim 2010). 종가의 고택을 브랜드화 하여 관광 상품 의 자원으로 활성화시키려는 노력들도 이루어지고 있다(Lee 2009; Kim 2010; Song & Lee 2011; Lee 등 2013).
이와 같이 종가음식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관광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상품화 모델 개발을 통하여 우선 종 가 고택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태 관광 및 친환경 농산물 등과의 조화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다른 종가 고택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체적 브 랜드의 특성화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종 가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종가문화 등 인문학적 연구 나 고택 자체를 연구하는 건축학적 연구가 대부분이었으며, 종가음식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상품을 만들어낸 메뉴개발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사대부가의 복합적 음식문화 상품으로 서 종가음식을 산업화하기 위해서 전주에 있는 수원백씨인 재공파의 종택을 중심으로 종가음식을 개발하고 표준화하여 도시 관광형 종가 상품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II.연구 내용 및 방법
1.연구 대상 및 조사 기간
본 연구대상은 전주에 소재하고 있는 수원백씨인재공파(水 原白氏忍齋公派)의 종가인 ‘학인당(學忍堂)’을 대상으로 하였 다. 수원백씨인재공파가 전주에 터를 잡은 것은 충숙공(忠肅 公) 백인걸(白仁傑)의 6世 백시흥(白時興)선생이 숙종조 1700 년대에 전주최씨 부인을 맞이하여 처가인 전주로 이주하면 서 부터이며, 200여 년 6대에 걸쳐 전주의 유력가문으로 자 리 잡았다(조 2012). 조사기간은 2013년 8월부터 12월까지 4차에 걸쳐 이루어졌다<Figure 1>.
2.연구방법
1)In-depth interview(심층면접)
연구방법은 응답자가 자유로이 화제를 진행시키도록 하는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을 통하여 학인당의 음식문화특 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면접 시간은 34시간 동안 진행되었 으며, 면접자가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간략히 설명하고 피면 접자는 진행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구술하였다. 피면 접자는 종가의 의례음식과 일상 음식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 으로 즐겨 먹었던 음식과 조리비법, 전통음식의 발전을 위한 견해 등 개인의 삶을 통한 음식 이야기를 자유롭게 이야기 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피면접자들이 면접 진행을 주도하였 고, 면접자는 피면접자가 음식이야기라는 큰 주제를 벗어나 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만 간단한 질문(음식의 종류, 조리법 등)으로 개입하면서 면접을 완성하였다.
2)영양분석
전주의 지역 식재료와 심층 면담 후 발굴된 학인당 종가 음식을 바탕으로 상품화에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식단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개발된 창작 콘텐츠는 1인 분량을 기본 으로 하였으며, 한국영양학회에서 제공하는 CAN-pro 4.0을 이용하여 영양소를 환산하였다(The Korean Nutrition Society 2011).
3)기호도 검사
학인당 모심상 식단의 기호도 검사를 위하여 훈련된 Panel 요원 성인 12명을 선정하여 기호평가에 대한 지식과 방법을 훈련시켰다. 준비한 음식에 대하여 맛, 색, 향, 조직감 및 전 체적인 조화, 기호도, 1인 분량을 조사하였다. 각 항목별 기 호성은 많이 싫은 것은 1점, 매우 좋은 것은 7점으로 나타내 었다. 검사를 통해 얻어진 결과는 식단별로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SPSS program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II.결과 및 고찰
1.스토리텔링을 통한 학인당 콘텐츠 발굴
1)구한말 조선 판소리의 메카 ‘교동 백부잣집’
전주 학인당의 한옥 특색은 국악인과 예술인을 위한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학인당의 건립자인 인재(忍齋) 백낙중(白 樂中, 1882-1930)은 국악과 소리를 아껴 전주감영과 전주부 에서 내려오던 대사습 경연이 조선조말 중단된 것을 안타깝 게 여겨 본채의 넓은 대청을 판소리 공연에 가장 완벽한 공 연장으로 제공하고, 국악인들을 초청하여 공연을 베풀고 후 원하여 전주국악과 판소리의 명맥을 유지하게 하였다. 또한 그의 아들인 백남혁(白南赫, 1905-1981) 역시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일제강점기에 국악인과 예술인들에게 공연을 베풀어 교류 장소로 제공하고 후원하였다(조 2012).
학인당과 대원군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대원군이 정권을 잡기 전, 전국을 유랑 하는 시절, 전주에 왔을 때 학인당의 주인 백낙중의 부친인 백진수와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절친해졌다고 전해진다. 대 원군이 판소리를 좋아하다 보니 소리꾼을 수시로 운현궁에 불러 들였고, 소리꾼에 대한 대접도 후했다고 한다. 당시 소 리꾼으로서 최고의 출세는 대원군 앞에 불려가서 공연을 하 는 것이었으며, 이 소리꾼들은 주로 전라도에서 공급되었다. 1905년에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면서 전주대사습놀이를 전 라감영과 전주부 같은 관청에서 진행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전주대사습놀이는 민간인 백 부잣집인 교동 학인당에서 맥 을 이어왔다고 한다(Cho 2010).
학인당은 다른 한옥구조와는 달리 4칸 규모의 대규모 방 과 4칸의 대청과 2칸의 건넌방까지 분합문을 열어 올리면 무 려 10칸의 대형 공간이 생긴다. 평소에는 미닫이문을 닫아 대청마루를 접대공간으로 사용하다가 공연시 미닫이문의 문 틀을 분리해 집을 두르고 있는 툇마루까지 포함하면 가히 호 남소리 공연의 메카로 손색이 없다(Cho 2012).
2)20세기형 근대적 종가 ‘학인당’
종가라는 개념은 성리학적 관점으로 조선시대 개념이지만, 최근까지도 조선후기의 문중과 종가, 그리고 종손과 종부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있다(Joo 2011). 하지만 학인당은 한국 전쟁 때 공산당 전라북도 당위원장의 전용숙 소로 사용되는 등 역사의 궤적과 함께 한 집으로 변화 과정 에서 줄기차게 적응해온 종가이기도 하다.
학인당이 위치하고 있는 전주의 한옥마을은 교동, 풍남동 일대로 700여 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루어 독특한 경관을 이 루고 있다. 1920년대부터 산업화 진행과정에서 자생적인 부 농과 상공업 등의 근대적인 직업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출 현은 새로운 주거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에 맞물려 일제 강점기 이후 호남평야의 침탈과 무역 등에 종사하는 일본인 들의 전주 정착으로 전주 도심의 팽창은 급속해졌다. 일본인 주택과 그들을 위한 공공시설의 건축 증가에 대한 반발로 신 흥자본가들의 주택건축이 불붙여져서 근대한옥 밀집지구가 만들어졌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Lee 등 2013).
학인당의 모태가 되었던 백진수도 원래 무반(武班) 집안의 후손이었으나, 구한말에 장사를 해서 재산을 모은 신흥자본 가였다. 조선 후기 무반들이 생계를 위해 상업에 종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큰돈을 버는 경우가 많았다. 백진수는 대원 군의 정치적 후원자로 인연을 맺으며 궁궐에 물품으로 단독 으로 납품할 수 있는 납품권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경제권은 백씨 집안을 당대 전라도 제일의 부자로 만들었다.
학인당은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사대부 양반집 가옥구조형 식이 아닌 개화기의 근대한옥으로써 개량형 한옥이다. 건물 의 구조에 있어서는 궁월양식의 전통한옥 형태를 취했지만 건물외면에 유리 여닫이문을 두르고 내부 생활공간의 배치 는 양옥의 형태인 서재세면장목욕탕화장실 등을 마루로 연 결하여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고 전기시설과 수도시설을 함 께 도입하였다. 내부는 복도식으로 연결되어 개방적이며 합 리적인 공간구조를 보이고 지붕의 정면에 돌출시킨 벽에 창 을 부설하여 다락의 채광과 환기를 도모한 2층집의 개량형 한옥의 모습을 지닌 학인당은 근대 한옥구조 변천사를 이해 할 수 있는 건축사 학술자료로 가치가 높음을 인정받았다 (Hong 2005). 이에 1976년 4월 2일 전주시 민속자료 제8호 지정되어 고택의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다.
3)학인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
명문 종가는 자기 종중의 자긍심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 는다. 명문 종가는 스스로의 자부심보다는 항상 타자와의 관 계를 고려한 사회적 배려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의하여 평가 된다(Lee 2011). 종가는 혈연적 성격을 넘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란 프랑스어로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는 말이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Son 2007).
전주 학인당도 역사의 변화 과정에 맞춰 사회적 책임을 다 하려는 노력들이 역력하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댄 인연으로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이 전주에 들르면 학인당 에 머물렀으며, 이를 증명하는 기념사진과 본채의 백범지실 이 전통문화체험시설로 일반인들에게 활용되고 있다(https:// from1908.kr). 대원군과 긴밀한 관계였던 백진수(白晋洙)는 경복궁 중건에 거금을 내놓았고, 그의 둘째아들인 백남신(白 南信)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군에게 전주성이 함락되었을 때 사태 수습을 원만하게 처리한 사람이었다 한다(Cho 2010). 즉, 백씨 가문은 동학혁명 이후의 전주를 포함한 전라도의 혼란한 인심을 수습하고 후속 조치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등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하였다.
또한, 학인당은 해방 이후로 가세가 기울어 쇠락해갔지만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주의 문화 담론 장(場)이었 다. 백낙중의 아들인 백남혁(1905-1981)이 일본 유학을 마치 고 돌아온 1930년대 중반부터 학인당은 전라도의 소리꾼을 비 롯하여 서예가, 화가, 문필가, 정치인들이 한데 모여 연회를 여 는 문화 예술담론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였다.
4)효(孝)의 실천 ‘孝子承訓郞英陸參奉白樂中之聞’
종가 문화의 기초는 바로 혈연의식을 매개로 한 효(孝)의 실천에 있다. 동일한 혈연을 공유한 종중의 연속성은 효의 실천을 통하여 강화되었기(Lee 2011) 때문에 효의 실천은 대 부분 종가의 일반적 특성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전주 학인 당 인재 백낙중의 집안은 전주에서도 효문(孝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집안의 효행에 감복 한 당시 조정에서도 이를 치하하여 관직을 내렸다고 한다 (Choi 2013). 전주시 고사동에는 이들을 기리는 효자문이 남 아 있고 학인당 솟을 대문에도 현판이 걸려 있다<Figure 2>.
학인당은 인재(忍齊) 백낙중(白樂中, 1882-1930)이 장자 백 남혁(白南赫, 1905-1981)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여, 1905년 착공하여 1908년에 완성한 고택으로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 에서 연유하였다고 한다. 학인당의 당호에서도 부자간의 사 랑을 느낄 수 있는데, 아들 백남혁이 부친인 인재공을 기리 기 위하여 아버지의 호 가운데 ‘인(忍)’자를 합하여 고택명을 ‘학인당(學忍堂)’이라 정한 것이다. 학인당 고택을 지은 인제 백낙중은 뛰어난 효자로, 고종으로부터 승훈랑 영릉참봉에 제수되었다. 솟을대문에 당시의 명필 김돈희가 썼다는 ‘효자 승훈랑영릉참봉수원백낙중지려(孝子承訓郞英陸參奉白樂中之 聞)’라는 현판이 있다(Cho 2012).
2.전주의 전통 식재료와 학인당 종가음식
1)조선시대 전주의 전통 식재료
조선왕조의 발상지이며 전통과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전주는 예부터 그 어느 지역보다도 드넓게 퍼져 있는 평야 와 야산, 하천의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밑거름 되어 높은 기 상과 곧은 인성으로써 특징적인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 선시대 문헌 속에서 전주 지역에 대한 언급은 쉽게 찾을 수 있다.⌈신증동국여지승람⌋은 역대 지리지 중 가장 종합적 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서 정치사·제도사의 연구는 물론, 특 히 향토사 연구에도 필수불가결한 자료로 높이 평가되고 있 다(민족문화추진회 1989).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주에 대 한 소개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전주부는 땅이 넓고 인 구가 조밀하며 물자가 극히 풍부하다. 또 사방으로 통하는 중앙지에 위치하여 서울에서 충청도를 거쳐 호남이나 영남 으로 가려면 다 이곳을 거쳐야만 한다. 전주는 실로 물자와 인물이 집중되는 교통 경제의 대 중심지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려 있는 조선시대 전주의 전통 식재료는 <Table 1>과 같다. 15세기 전주의 식재료로는 석 류, 감 등의 과실류, 생강, 죽순, 울금 등의 채소류, 웅어, 붕 어, 게 등의 어류와 꿀이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역사지리학과 지방사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제 공해주는 세종실록지리지를 통하여 본 전주의 특산물을 살 펴보면 <Table 2>와 같다(//sillok.history.go.kr). 전주는 오곡 이 풍성하고 배, 감, 대추, 석류, 모과, 밤, 오디, 매실 등의 과실류가 풍부하였으며, 채소류 중에는 생강, 석이, 죽순, 오 미자, 연자, 방풍나물, 당귀, 삿갓나물 등이 특산물이었다. 또 한 서해안에서의 상어, 조기, 청어 등 해산물이 유입되어 특 산물이 되었으며,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에는 인삼, 꿀, 차 등의 토산물들이 산출되었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 전주의 토산물 중 석류, 감, 생강, 죽순, 꿀 등이 대표적인 특산물로 진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석류는 서아시아와 인도 서북부 지역이 원산지로 한국에 는 고려 초기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 되며, 주로 온난한 남부 지방에서 재배되었다. 석류는 열매 안에 많은 씨가 들어 있어 다산을 상징한다. 또한, 석류 열매의 씨를 덮고 있는 가식부 분에서 항산화, 항암물질과 에스트로겐 대응 성분 및 여러 생 리활성물질이 약90여종 이상 보고 되었다(Lansky 등 2005).
감은 우리나라에 고려 명종때(1138년) 고욤에 대한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나 조선초기에는 경상도 고령에서 감 재배 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유 등 2002a).
생강은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서기 기원 초 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서기 1018(고려현종 9년)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재배되었을 것 이라 보며 현재 충남, 전북지방이 우리나라 총생산량의 95% 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북의 봉동 생강은 널리 알려져 있 다(유 등 2002b)
조선시대 문헌인⌈증보산림경제⌋에도 죽순초가 수록되어 있다(윤숙자 엮음,⌈증보산림경제⌋ 2007). ‘죽순 조각을 살 짝 데쳤다가 말린 후 생강, 천초가루 등의 양념과 밀가루를 곱게 갈아 섞은 다음 1시간 정도 재웠다가 먹는다’고 하였다.죽순은 헤미셀룰로오스 함량이 높아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 으며, 아스파라긴, 티로신, 베타인, 콜린 등의 단백질이 풍부 하여 죽순의 감칠맛 성분이 된다(Shin & Kim 2012). 1611 년 허균의⌈도문대작⌋에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경상도와 전 라도가 대나무 생육지역으로 적합하며 죽실에 감가루와 밤 가루를 넣어 죽을 쑤어 먹었는데 하루 종일 든든했다는 기 록이 있어 대나무의 열매도 식재료로 쓰였음을 짐작 할 수 있다(Cha 2003).
2)전주의 특산물
종가는 지역사회와의 연계 속에서 존재하며, 지역에서 생 산되는 먹을거리를 근거로 하여 종가음식을 만들어낸다. 따 라서 종가음식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전통 식재료와 현재 생산되고 있는 로컬 푸드를 살펴볼 필 요가 있다. 옛적에 전주 사람들이 즐긴 음식을 ‘전주팔미(全 州八味)’라고 하였다(Han 1988). 전주 팔미는 서낭당골의 파 라시(음력 팔월에 나는 감), 기린봉의 열무, 오목대의 청포 묵, 소양의 담배, 전주천의 모래무지, 한내의 게, 사정골의 콩 나물, 서원 너머의 미나리였다. 현재 전주 지역에서 생산되 는 5대 농·특산물은 복숭아ㆍ배ㆍ미나리ㆍ호박ㆍ딸기 등 이며 이들은 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사이트 검색을 통한 현재 전주 지역 특산 로컬푸드는 <Table 3>과 같다.
⌈남유록(南遊錄)⌋은 이하곤(李夏坤,1677-1724)이 호남지 방을 유람하면서 견문한 지방의 특징적 내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기행일기이다(이상주 편역,⌈남유록⌋ 2003). 여기엔 ‘전주시장에 진열된 상품 중에 평량자(平凉子)와 박산(薄散) 이 그 반을 차지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물산 이 풍부한 전주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3)학인당 종가의 일상음식(日常飮食)
학인당 종가의 대표적인 계절음식은 <Table 4>와 같다. 봄 에는 화전을 만드는데. 맨드라미로 붉은 물, 치자로 노란 물, 쑥으로 파란 물을 드려 색색의 반죽 안에 팥소를 넣고 기름 에 지진 떡이 학인당 화전이다. 매년 여름에 무더위를 이기 기 위해 피문어탕을 끓이는데, 피문어탕은 제사에 쓰고 남은 피문어와 쇠고기 사태살, 북어, 갑오징어, 홍합 등의 건어물 을 가마솥에 한 나절 이상 푹 고아 만들어 여름 내내 장복하 는 탕 음료이다. 피문어탕은 어른들께 봉양하는 학인당의 보 양식이다. 또한, 여름철 즐겨 먹는 보양식으로는 육개장이 있 다. 학인당은 삼계탕 대신 육개장을 즐긴다. 육개장은 양지 를 푹 삶아 토란대, 고사리, 양파, 대파, 숙주 등을 넣고 끓 인다. 고추기름은 쓰지 않고 집 간장으로 간을 한 것이 특징 이다. 가을에는 가을무를 채 썰어 시원한 한채를 만든다. 한 채는 마당 밑 땅샘(학인당 앞마당의 우물)에 채워 놓으면 시 원한 맛이 일품이며, 화단에 있는 석류나무에서 석류를 따 알을 넣으면 보기에도 좋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 의 시절음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김장이다. 학인당 김장 은 멸치젓을 사용하지 않고 가자미 젓갈을 주로 사용하는 것 이 특징이다.
학인당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은 바로 시어른들을 봉양하 는 모심상이다. 종부가 전하는 대표적인 모심 상차림에는 잔 칫상과 평상시 먹는 일상 모심상이 있다<Table 5>.
시증조모님 생신에는 화려한 잔치상을 올렸다. 대표적인 음식은 잔치국수, 전복쌈, 신선로, 어란, 편육, 맛나지 등이다. 잔치국수는 멸치로 다시국물을 내고 석이, 쇠고기, 호박, 지 단 등을 올려 만들어진다. 전복쌈은 마른 전복을 불려 얇게 포 떠서, 잣을 싼 음식이다. 어란은 잔치상에 반드시 올리는 음식인데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며, 고소하고 짭조름한 것이 맛있었다. 잔치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 또한 신 선로였다. 쇠고기를 다져 양념하여 밑에 깔고 각종 저냐를 지져 위에 돌려가며 쌓는다. 편육은 쇠고기를 삶아 썰어 밤 채와 통깨를 뿌린다. 잔치상에는 쇠고기장조림이 올려지는데 맛나지라고 부른다. 쇠고기를 큰 덩어리째 삶아 집간장과 왜 간장으로 조려서 잔치상에 덩어리째 올렸다.
생신 등의 특별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어른들께 올리는 밥 상은 늘 신경을 썼는데, 어른들이 음식을 드시기 쉽게 부드 러운 음식으로 준비하고, 잡수실 때 손이 가지 않도록 잘게 잘라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였다. 모든 생선 은 살을 발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어른들께 올 리는 일상식에는 주로 젓갈, 회, 떡갈비, 생선찜, 생선구이, 율란, 더덕구이, 콩나물 짠지, 미찌, 동치미, 참게장, 머위 들 깨탕, 생합적, 죽순회, 우뭇가사리, 튀각 등이 있다. 젓갈은 꼴뚜기의 껍질을 벗겨 담은 고록젓, 큰 조기에 소금을 뿌려 독에 담아 여름에 알을 빼어 밥 위에 쪄 먹으면 일품인 조기 젓, 황석어젓, 김장에 많이 사용하는 가자미젓 등을 즐겨 먹 었다. 회는 주로 쪽파, 미나리강회, 오징어오이도라지회 등을 즐겨 먹는다. 떡갈비는 다져서 다시 뼈에 끼워 손가지 않게 상에 올린다. 생선찜이나 구이도 자주 오르는데 생선구이는 유장에 발라서 굽는다. 가을에는 밤을 다져 꿀에 재어 계피 찍어 밤 모양으로 만드는 율란을 즐겨 올린다. 더덕구이는 양념장에 마늘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콩나물짠지는 생 콩나물에 다진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간장, 참기름 양념장 을 얹어 찐 것이다. 노인음식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좋다. 미 찌라 불리는 무짠지는 조선무 중 못생기고 작은 무를 골라 소금과 고추씨, 짚을 눌러 놓고 봄철에 꺼내 먹는다. 동짓달 과 늦가을엔 참게장이 좋은데 실고추, 마늘, 쪽파, 생강 등의 양념을 게딱지 속에 넣고 간장을 달여 붓고 7주일 후 다시 달이는 과정을 2, 3번 반복한다.
머위들깨탕은 머위 줄기를 삶아 껍질 벗겨 들깨가루를 풀 어 볶은 음식이다. 죽순은 데쳐 초간장 찍어 회로 먹기도 하 고 볶아 먹기도 한다. 가을이나 이른 봄에 생합을 사다 쇠고 기, 채소 등을 함께 다져 쪄 먹는 생합적이 학인당의 특별 음식이다. 여름엔 우뭇가사리를 초국물로 무쳐먹으면 좋다. 튀각은 미역튀각, 다시마 튀각 등을 자주 먹는데, 튀각위에 설탕, 깨를 뿌린다. 나물은 제철 나물을 데쳐 양념을 달리 하 여 무치는데 비름나물은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사용하고, 머 위는 된장으로 간을 한다. 즐겨먹는 나물은 호박고지, 고사 리, 도라지, 미나리나물 등이다.
3.학인당 ‘모심상’ 메뉴 상품 개발
1)학인당 시어른 ‘모심상’ 스토리텔링
학인당의 시조인 인제공 백낙중 선생은 뛰어난 효자로 고 종황제로부터 승훈랑 영릉참봉에 제수되고 ‘효자승훈랑영릉 참봉수원백낙중지려(孝子承訓郞英陵參奉水源白樂中之閭)’ 현 판을 하사받아 학인당 솟을 대문에 걸었다. 이렇듯 전주 학 인당 인재 백낙중 집안은 전주에서도 효문(孝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종가의 가장 기본 덕목은 효(孝)의 실천이며 학 인당 종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바로 일상 생활 속에서 효를 실천하는 시어른 모심상이 있다. 노종부가 전하 는 학인당 시어른 모심상 이야기는 <Table 6>과 같다.
2)학인당 ‘모심상’ 컨텐츠 개발
학인당 종가 모심상은 전주지역의 식재료와 종가의 전통 조리법을 기본으로 외국인과 한국인의 보편적인 입맛을 고 려하여 표준화 하였으며, 영양적 균형을 맞춰 식단을 작성하 였다. 학인당 식단은 시어른을 모시는 상이기 때문에 노인 (75세 이상)의 하루 기본 열량인 1600 kcal로 구성하여 대상 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학인당 모심상은 종교적 이유로 단식이 잦았던 시어른을 위해 소화와 흡수율을 고려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사용 하였 으며, 식이섬유소와 단백질이 높은 식단으로 구성하였다. 시 어른들의 기름지거나 비린 맛 그리고 자극적인 매운맛을 선 호하지 않은 식습관도 반영하여 담백하고 신선한 원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메뉴 구성과 천연조미료를 사용하여 음 식의 풍미를 더하고자 하였다. 모심상 식단의 식품군별 단위 수는 <Table 7>과 같다.
모심상 식단의 식품군별 교환 단위수는 곡류군 8단위, 어 육류군 5단위, 채소군 6단위, 과일군 2단위, 유제품 2단위, 지방군 1단위이다.
노인을 위한 식단 구성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다 섯 가지 기초식품군을 골고루 사용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 소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생선이나 기름기가 적은 육류의 살 코기 등 소화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증가시키고 식 물성 지방의 섭취를 적당량 추가 하였으나, 염분의 섭취는 줄이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인식의 식이원칙을 근거로 개발 한 학인당 모심상 식단 구성은 <Table 8>와 같다.
학인당 모심상 아침 식단은 미음, 물김치, 어란찜, 장조림, 참게장, 고구마전, 미나리강회, 율란 등이고, 점심식단은 밥, 홍어애탕, 김치, 맛나지, 굴비구이, 고록젓, 쪽파강회, 더덕구 이, 홍시이며, 저녁식단은 밥, 콩나물국, 김치, 떡갈비, 홍어 찜, 조기젓, 콩나물짠지, 머위 들깨탕, 잣사지 등으로 구성하 였다.
학인당 종가음식을 시어른 모심상의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개발한 컨텐츠 이미지 예시는 <Figure 3>과 같다.
3)학인당 ‘모심상’의 영양 분석
학인당 종가의 효(孝)를 실천하는 스토리텔링과 노인식 식 사원칙을 근거로 하여 개발한 1일 모심상 메뉴의 영양소를 분석하면 <Table 9>와 같다.
영양섭취기준은 시어머니 연령대인 70세 여성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필요량에 따라 조정이 가능 하도록 하였다. 본 식 단의 열량은 정상체중을 유지하도록 하였으며, 총열량 (1630.8 kcal/day) 중 탄수화물(276.8 g/day)이 차지하는 비율 이 65%, 단백질(82.3 g/day)은 20%, 지방(27.3 g/day)은 15% 로 구성하였다. 즉, 열량과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고 고지 방 어육류군은 피하고 기름기가 적은 저지방 어육류군의 섭 취를 늘렸다. 섬유질(39.1 g/day)을 충분히 섭취하여 장 활동 을 활발하게 하였고, 가능하면 싱겁게 조리하여(Na: 682.5 mg/day)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자 하였다. 신체활동의 원활한 조절을 위해 미네랄(Ca: 684.7 mg, Fe: 24.9 mg)과 비타민 (Vit A: 679.4 μg/day, Vit B1: 1.6 mg/day, Vit C: 198.2 mg/day, Vit E: 14.8 mg/day)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하 였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노인식 메뉴의 영양가를 한국인영양 섭취기준(DRIs)와 비교하면 <Figure 4>와 같다. 아침, 점심, 저녁 식단 영양소 함량은 DRIs를 기준하여 작성되었다. 끼 니별 열량 배분은 아침이 556 kcal, 점심은 521 kcal, 저녁은 554 kcal로 세끼를 균형 있게 배분하였으며, 각 식단은 고단 백, 고비타민, 저염식이 될 수 있도록 식단을 개발하였다.
4)‘모심상’ 식단의 기호성 평가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선정하여 기호평가에 대한 지식과 방법을 훈련시킨 후 개발된 식단의 맛, 색, 향, 조직감, 전체 적인 조화, 기호도 및 만족도를 조사하였으며 결과는 <Table 10>과 같다.
학인당 모심상의 세끼 식단별 기호성 평가의 점수를 살펴 보면 아침 식단에서는 담음새(5.82±0.65)가 가장 점수가 높 았으며, 기호도(5.75±0.66), 맛(5.74±0.67), 목넘김(5.74±0.65), 색(5.70±0.71), 식감(5.69±0.66), 향(5.61±0.73)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0.946). 점심 식단에서는 음식의 식감이 5.64±0.66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내었고, 그 다음으로는 기 호도(5.62±0.67), 목넘김(5.61±0.64), 향(5.60±0.65), 식감 (5.60±0.69), 색(5.59±0.69), 담음새(5.58±0.6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p=1.000). 저녁 식단에서는 담음새가 6.26±0.76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내었으며, 식감(5.55±0.64), 향(5.53± 0.64), 목넘김(5.53±0.69), 기호도(5.48±0.70), 식감(5.46±0.71), 색(5.39±0.73)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저녁 식단의 기호성의 점수 간에는 유의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 0.0001). 즉, 아침식사는 담음새가 보기에 좋고, 점심식단은 식감과 목넘김이 좋으며, 저녁식단은 담음새가 보기에 좋고, 식감과 목넘김이 좋은 식단으로 평가되었다. 모심상은 노인 식으로서 정갈한 담음새로 식욕을 촉진시키고 식감, 목넘김 등에 중점을 두어 노인들의 소화, 흡수율도 고려하여 개발된 식단으로 이러한 특징이 기호성 평가에서도 잘 반영된 것으 로 나타났다.5
IV.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사대부가의 복합적 음식문화 상품으로서 종가 음식을 산업화하기 위한 새로운 상품화 모델 개발을 목적으 로 전주의 수원백씨인재공파의 종택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 텔링과 이에 따른 종가음식을 개발하고 표준화하여 도시 관 광형 종가 상품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은 전주에 소재하고 있는 수원백씨인재공파의 종가인 ‘학인당’ 이며, 연구 방법으로는 심층면접을 실시하여 표준화된 식단 개발 및 영양소 분석, 기호도 검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전주 학인당은 다른 한옥구조와 달리 판소리 공 연에 적합하게 설계되었으며, 판소리 공연을 베풀고 후원하 는 등 구한말 조선 판소리의 메카로서 기능을 하였다. 종택 은 개화기의 근대한옥으로써 개량형 한옥이며, 모태가 되었 던 백진수는 구한말에 장사를 해서 재산을 모은 신흥자본가 로서 학인당은 20세기형 근대적 종가라 할 수 있다. 학인당 종가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하였으며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기도 하는 등 역사의 변화 과정에 맞 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들이 역력했다. 또한, 백씨 집안은 전주에서 효문(孝門)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학인당 솟을 대문에도 고종으로부터 받은 관련 현판이 남아 있다.
학인당 종가음식을 개발하기 위하여 먼저 전주의 전통 식 재료를 고찰하였다. 조선시대 전주의 특산물로는 석류, 감 등 의 과실류, 생강, 죽순, 울금 등의 채소류, 웅어, 붕어, 게 등 의 어류와 꿀 등이⌈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 되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오곡이 풍성하고 배, 감, 대추, 석류, 모 과, 밤, 오디, 매실 등의 과실류가 풍부하며, 채소류 중에는 생강, 석이, 죽순, 오미자, 연자, 방풍나물, 당귀, 삿갓나물 등 이 특산물로 기록되었다. 또한 서해안에서의 상어, 조기, 청 어 등 해산물이 유입되어 특산물이 되었으며, 전주를 둘러싸 고 있는 산자락에는 인삼, 꿀, 차 등의 토산물들이 산출되었 다. 현재 전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5대 농·특산물은 복숭 아·배·미나리·호박·딸기 등이며 이들은 전국에서 각 광받고 있었다.
종부 인터뷰를 통한 학인당 종가음식의 특징을 살펴보았 다. 학인당의 대표적 시절음식으로는 봄에는 화전, 여름에 육 개장과 피문어탕, 가을에는 한채, 겨울에는 가자미젓갈 배추 김치가 있다. 학인당의 시어른 생신상에는 잔치국수, 전복쌈, 신선로, 어란, 편육, 맛나지 등이 올라갔으며, 일상식으로는 주로 젓갈, 회, 떡갈비, 생선찜, 생선구이, 율란, 더덕구이, 콩 나물 짠지, 미찌, 동치미, 참게장, 머위 들깨탕, 생합적, 죽순 회, 우뭇가사리, 튀각 등이 있었다.
종가의 가장 기본 덕목은 효(孝)의 실천이며 학인당 종가 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모심상을 개발하였다. 모심 상 식단은 시어른을 모시는 상이므로 75세 이상 노인을 대 상으로 하여 총열량 1630 kcal/day 중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66%, 단백질은 20%, 지방은 15%로 구성하였다. 아 침 식단은 미음, 물김치, 어란찜, 장조림, 참게장, 고구마전, 미나리강회, 율란 등이고, 점심 식단은 밥, 홍어애탕, 김치, 맛나지, 굴비구이, 고록젓, 쪽파강회, 더덕구이, 홍시이며, 저 녁 식단은 밥, 콩나물국, 김치, 떡갈비, 홍어찜, 조기젓, 콩나 물짠지, 머위 들깨탕, 잣사지 등으로 구성되었다. 학인당 모 심상의 기호도 평가 결과 정갈한 담음새와 식감, 목넘김에 중점을 둔 식단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 이 학인당 모심상은 수원백씨인재공파 종가 학인당의 시어 른을 향한 효(孝)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밥상으로 학인당을 대표하는 음식의 상품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