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현대 사회는 디지털 전환과 산업 구조의 변화, 코로나19 이후 고용환경의 재편 등으로 직업 세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기의 진로 선택과 직업 정체성 형성은 개인의 적성과 흥미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다양한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진로교육의 중요성 또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직업은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사회적 역할과 자아실현의 의미를 포함하며(Yang & Ko 2015), 청소년기의 진로 선택 경험은 이후의 삶과 직업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2025a)의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희망 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44%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으며, 교육부(2025b)의 『취업통계연보』에서도 특성화고 졸업생의 미취업과 취업 후 이직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단순한 취업률 향상을 넘어 청소년기의 자기 이해와 진로결정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생보다 이른 시기에 직업교육과 현장실습을 경험하며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진로 적합성과 자기 이해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Lee et al. 2022).
그동안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결정과 관련된 연구는 적성과 흥미, 직업가치관, 진로성숙도 및 진로만족도 등 다양한 변인을 중심으로 수행되어 왔다(Lent et al. 1994;Kim & Ahn 2012;Yoon & Lee 2014). 이러한 연구들은 진로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고 진로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였으나,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 현장실습, 교사와 또래, 가족 및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수정하며 형성해 가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하였다. 실제로 개인의 흥미와 전공 적합성이 높음에도 전공 적응이 낮은 집단이 존재하고, 반대로 적합성이 낮음에도 전공 적응이 높은 집단이 보고되고 있어(Kang 2011), 진로결정은 개인의 적성과 흥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과정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진로 경험과 직업 인식을 탐색하는 질적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나(Park & Goo 2011;Lee & Kang 2017), 대부분 특정 경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진로결정이 사회적 상호작용과 다양한 경험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조리 분야는 학교 실습교육과 산업체 현장실습의 비중이 높고 신체노동과 감정노동, 조직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업 분야이며, 학생들은 스타셰프와 대중매체, 학교 교육과 현장실습, 그리고 교사 및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직업 이미지를 형성하고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해 나간다.
사회인지 진로이론(Social Cognitive Career Theory; SCCT)은 개인의 진로 행동이 자기효능감과 결과기대 등 인지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하며(Bandura 1986;Lent et al. 1994;Lent et al. 2008),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지지, 환경 경험은 진로 목표와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Betz & Hackett 1981;Yang 2006;Kim & Ahn 2012;Yoon & Lee 2014;Joo et al. 2020;Lee & Shin 2019). 또한 자아 일치성 이론(Self-Congruity Theory)은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자아 이미지에 부합하는 직업을 선호하며,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이 진로 태도와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Sirgy 1982;Greenwald & Pratkanis 1984;Levy 1995;Jang & Kim 2007;Kim 2017). 진로 및 직업 분야에서도 직업 이미지와 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은 진로결정과 직업 만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으며(Gottfredson 1981;Sirgy 1982),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 역시 다양한 교육 및 사회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 직업 이미지를 자신의 자아 이미지와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경험한다(Kim 2021). 즉, 조리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결정은 개인의 인지적 특성과 환경적 경험의 상호작용 속에서 직업-자아 이미지가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진로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의 관계를 규명하거나 특정 경험의 의미를 기술하는 데 초점을 두었으며,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 현장실습, 교사와 또래,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직업-자아 이미지를 형성하고 진로를 수정해 가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명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사회인지 진로이론과 자아 일치성 이론의 관점에서 이러한 과정을 통합적으로 탐색한 질적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진로결정과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다양한 사회적 맥락과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는 현상학이나 특정 사례를 분석하는 사례연구, 개인의 생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내러티브 연구(narrative research)보다 사회적 과정과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실체이론을 도출하는 근거이론 접근이 더욱 적합하다(Glaser & Strauss 1967;Strauss & Corbin 1998).
따라서 본 연구는 Strauss & Corbin(1998)의 근거이론 접근을 적용하여 조리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결정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개인적⋅환경적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직업-자아 이미지의 형성과 조정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범주와 과정모형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조리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상담 및 진로교육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을 고려한 진로지도와 직무 선택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1.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는 조리 특성화고 학생의 직업-자아 이미지 경험과 진로결정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하여 세평적 사례 선택을 적용하였다. 세평적 사례 선택은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풍부한 경험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참여자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하는 방법으로, 질적연구에서 정보가 풍부한 사례를 확보하기 위한 표집방법이다(Lee & Kim 2012;Kim & Hwang 2019). 본 연구에서는 근거이론의 이론적 표집을 고려하여 다양한 진로 경험과 배경을 반영할 수 있도록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서울 소재 조리 특성화고 3개교의 조리교사 추천을 통해 모집하였으며, 추천 기준은 조리 분야 진로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있고, 조리실습 및 현장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 경험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으며,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학생으로 하였다. 또한 학년과 성별을 고려하여 참여자를 구성하였으며, 최종적으로 학교별 3명씩 총 9명을 선정하여 3개의 FGI(Focus Group Interview) 그룹을 운영하였다(Table 1).
2. 자료 수집 방법
자료수집은 2024년 12월 2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실시하였다. 자료수집은 연구자가 직접 수행하였으며, 연구자는 조리교육 분야의 교육 및 현장 경험과 질적연구 및 심층면담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면담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면담은 Krueger(1998)의 FGI 절차를 참고하여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였으며(Kim 2013;Heo 2017;Choi & Kim 2024),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업-자아 이미지 형성과 진로결정과정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개방형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Table 2). 인터뷰는 청소년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회당 약 30분에서 1시간 동안 실시하였다. FGI 종료 후에는 초기 자료분석 과정에서 도출된 개념과 범주의 의미를 확인하고 범주 간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하여 추가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추가 심층면담은 2024년 12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초기 분석 결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연구참여자 3명을 대상으로 각 1회씩 약 30분간 진행하였다. 면담에서는 직업-자아 이미지 형성 경험, 진로결정 과정, 학교교육 및 현장실습 경험, 교사 및 또래와의 상호작용, 진로 지속 경험 등 FGI에서 도출된 주요 개념과 범주의 의미를 확인하고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수집된 자료는 ClovaNote를 활용하여 전사하였으며, 면담 과정에서 작성한 연구 메모를 함께 활용하여 참여자의 비언어적 표현과 상황적 맥락을 기록하고 자료 해석에 반영하였다.
3. 근거이론에 따른 분석 방법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Strauss & Corbin(1998)이 제시한 근거이론 분석 절차에 따라 자료수집과 분석을 순환적으로 수행하며 지속적 비교분석을 적용하였다. 먼저 면담 자료를 축어록으로 전사한 후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 있는 진술을 중심으로 개념을 도출하고 범주화하는 개방코딩을 실시하였다. 이후 축코딩 단계에서는 도출된 범주 간 관계를 재구성하고,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인과적 조건, 중심현상,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및 결과의 구조 속에서 현상을 분석하였다. 또한 자료와 범주를 지속적으로 비교⋅검토하면서 범주의 속성과 차원을 구체화하고 범주 간 관계를 정교화하였다(Hong et al. 2013) 마지막으로 선택코딩 단계에서는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범주를 통합하고 이야기 윤곽(story line)을 구성하여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업-자아 이미지 경험과 진로결정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실체이론을 도출하였다. 분석 과정에서는 FGI 자료와 추가 심층면담 자료를 반복적으로 비교⋅분석하여 도출된 개념과 범주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수정⋅보완하였다. 그 결과 새로운 개념이나 범주, 범주 간 관계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기존 범주의 속성과 차원이 충분히 설명되는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판단하여 이론적 포화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참여자 수의 적정성보다 자료의 심층성과 범주의 포화 정도를 기준으로 근거이론 분석을 수행하였다.
4. 연구의 신뢰성 및 연구 윤리
본 연구는 질적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속적 비교분석(constant comparative analysis), 이론적 민감성(theoretical sensitivity), 플립플롭 기법(flip-flop technique) 등을 활용하였다. 또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개념과 범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반복적으로 비교⋅검토하며 범주의 속성과 차원을 구체화하였다. 도출된 범주와 분석 결과는 현직 교사 1인, 조리과 교수 1인, 교육학 박사 1인을 대상으로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여 내용타당도를 확보하였다(Lincoln & Guba 1985). 더불어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은 후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참여자의 개인정보와 면담 내용은 모두 익명 처리하여 연구 윤리를 준수하였다.
III. 결과 및 고찰
1. 근거이론 분석에 따른 범주화 결과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업-자아 이미지 경험과 진로결정과정을 분석한 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개방코딩을 통해 36개의 개념, 18개의 하위범주, 6개의 범주를 도출하였으며, 범주 간 관계는 Strauss & Corbin(1998)의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인과적 조건, 중심현상,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및 결과로 구조화하였다. 또한 Table 3에는 원자료에서 개념과 범주가 도출되는 개방코딩 과정을 예시로 제시하였다.
범주 간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결정과정은 이상화된 조리사 이미지를 바탕으로 진학한 이후 학교교육, 현장실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적성, 가치관 및 역량을 재인식하고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참여자들은 이상적 자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직업 이미지를 실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실제적 자아에 맞게 재구성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은 현실적인 진로 수용과 직업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지는 핵심 과정으로 확인되었다.
2. 근거이론의 패러다임 모형 분석 결과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업-자아 이미지 인식과 진로 형성 및 선택 과정을 분석한 결과, 최종적으로 36개의 개념이 도출되었다. 이후 개념 간 유사성과 관련성을 중심으로 18개의 하위범주를 구성하였으며, 이를 다시 6개의 범주로 통합하였다. 분석 결과, 인과적 조건은 ‘조리 전공의 입문 계기와 막연함’, 중심현상은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 형성과 진로 내재화’, 맥락적 조건은 ‘조리사의 전문성과 현실적 직업관 형성’, 중재적 조건은 ‘심리적⋅사회적 지지를 통한 진로 지속’, 작용/상호작용은 ‘직업 세계를 경험하며 진로를 재탐색하기’, 결과는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에 따른 진로 수용과 확립’으로 도출되었다. 또한, 연구자는 두꺼운 서술(thick description)을 활용하여 참여자들의 경험과 상호작용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자 하였으며, 자료 해석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문가 검토를 거쳐 내용을 수정⋅보완하였다. 최종적으로 도출된 근거이론의 패러다임 모형은 Figure 1과 같다.
1) 인과적 조건 : 조리 전공의 입문 계기와 막연함
인과적 조건은 중심현상이 발생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상황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연구 참여자들은 조리에 대한 흥미와 관심,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 스타셰프와 대중매체를 통해 형성된 이상화된 직업 이미지 등을 계기로 조리 특성화고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리사는 전문성과 사회적 인지도를 동시에 갖춘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자신의 적성과 충분히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직업의 상징적 이미지와 매력에 이끌려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Jin et al. 2016). 그러나 학교교육과 조리실습을 경험하면서 참여자들은 조리 직업의 현실과 자신의 역량 및 적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으며, 진로에 대한 막연함과 불확실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초기 경험은 이후 자신의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을 탐색하고 실제적 자아를 재인식하는 과정의 출발점으로 작용하였다.
“ 조리과에 진학한 계기요?
성적이 낮은 편이기도 했고, 조리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셰프 멋있잖아요.
근데 요리를 할 줄 몰라서 앞으로 좀 막막하긴 해요. ”
- (P07) 학생 인터뷰
“ 샘, 저는 솔직히 TV에서 유명 셰프들 보고 특성화고에 왔는데,
3년간 조리를 배워보니까 환상은 다 없어지고
진짜 내가 적성에 맞는지, 실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걸 알게 됐어요(후략). ”
- (P03) 학생 인터뷰
“ 처음에는 그냥 요리를 좋아해서 왔는데, 학교에서 실습을 하면서 제가 요리하는 시간을 가장 즐거워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앞으로도 조리 분야에서 계속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 (P05) 학생 인터뷰
2) 중심 현상 :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 형성과 진로 내재화
중심현상은 인과적 조건의 영향 속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핵심 현상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은 전공 수업과 조리실습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성격, 적성 및 가치관을 탐색하고, 조리사라는 직업 이미지와 자신의 자아 이미지 간 적합성을 인식하고 확인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초기에는 이상화된 조리사 이미지를 동경하며 진학하였으나, 실제 교육과 실습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직업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면서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점차 형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학생들은 조리 분야에서 요구되는 성실성과 책임감, 전문성을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하고 구체적인 진로 목표를 설정하면서 진로를 내면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이상적 자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직업 이미지를 실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실제적 자아에 맞게 재구성하고,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확인하면서 직업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핵심 과정으로 나타났다.
“ 음…. 조리사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외향적인 이미지죠.
아무래도 조리사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떠올라요.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저랑 잘 맞고 비슷해요. ”
- (P08) 학생 인터뷰
“ 조리사로 취직하기 위해 목표 설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중략).
진로와 직업 수업에서 장⋅단기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면 좋다고해서
앞으로의 5년 계획을 세워봤어요. ”
- (P04) 학생 인터뷰
“ 처음에는 셰프가 멋있어서 선택했는데,
실습을 하면서 제가 꼼꼼하게 일하는 걸 좋아하고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점점 조리사가 제 성격과 잘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 (P02) 학생 인터뷰
3) 맥락적 조건 : 조리사의 전문성과 현실적 직업관 형성
맥락적 조건은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환경과 상황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교육과 조리실습, 현장실습, 그리고 교사 및 조리 명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리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반복적인 실습 과정에서 기본 조리기술과 직업 태도를 습득하였으며,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근면성, 책임감 및 협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또한 우수한 셰프와 조리 명장을 직업적 롤모델로 인식하고, 그들의 전문성과 성실성을 자신의 직업적 가치관으로 받아들이면서 조리사에 대한 현실적인 직업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교육 및 실습 환경은 학생들이 조리사의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이해하고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태도와 직업적 기초 역량을 형성하는 중요한 맥락으로 작용하였다.
“ 학교에서 조리실습을 할 때마다
선생님이 조리사의 전문성과 근면⋅성실함을 많이 강조하세요(중략).
그리고 전문적인 기술도 많이 알려주셔서
조리 과정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
- (P05) 학생 인터뷰
“ 학교 특강에서 조리 명장님 수업을 들었는데,
아, 정말 조리에 대한 자세가 진지하시다….
저희에게 조리사의 근면성과 자기개발의 중요성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
- (P02) 학생 인터뷰
“ 처음에는 칼질도 잘 안되고 실수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반복해서 실습하다 보니까 기본기가 조금씩 늘었고,
작은 과정 하나도 정확하게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조리사는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과 책임감, 꾸준한 노력이 모두 필요한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
- (P06) 학생 인터뷰
4) 중재적 조건 : 심리적⋅사회적 지지를 통한 진로 지속
중재적 조건은 중심현상에 영향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심리적⋅사회적 요인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연구 참여자들은 조리실습과 현장실습을 통해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형성하고, 조리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다. 또한 교사와 친구, 선배의 정서적 지지와 격려는 진로를 지속하는 데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반면, 현장실습 과정에서 신체적 피로와 직무 스트레스, 학교교육과 산업현장 간의 차이를 경험하기도 하였으나, 주변의 격려와 지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려는 의지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지지는 학생들이 조리 분야에서 진로를 지속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중재적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 졸업생 선배의 특강을 들었는데,
저도 졸업한 선배들처럼 훌륭한 조리사로 성장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꾸준하게 노력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
- (P01) 학생 인터뷰
“ 제가 현장실습으로 복교를 고민할 때
친구들과 선생님의 지지가 큰 힘이 됐어요(중략).
힘든 부분을 이겨내니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
- (P09) 학생 인터뷰
“ 실습을 계속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못했던 것도 점점 할 수 있게 됐어요.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계속 배우고 노력하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
- (P06) 학생 인터뷰
5) 작용/상호작용 : 직업 세계를 경험하며 진로를 재탐색하기
작용/상호작용은 참여자들이 중심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수행하는 행동과 전략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교육과 현장실습, 다양한 조리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 방향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조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리 현장의 실제 업무를 경험하면서 조리 직업의 높은 노동 강도와 불규칙한 근무환경,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의 어려움 등을 인식하였으며,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직업 이미지와 현실 간 차이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다시 점검하고 현실적인 진로 방향을 재탐색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또한 선배 조리사와 현장 멘토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 목표를 수정하거나 구체화하고, 적성에 맞는 진로 분야를 탐색하는 등 다양한 적응 전략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이상적 자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직업 이미지를 실제적 자아에 맞게 재구성하며 현실적인 진로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 조리사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1학년 때는 조리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2학년 때는 수업에 열중했고,
3학년 때는 현장실습을 통해 조리사의 현실을 깨달았어요(중략).
남들 쉴 때 일하고, 밤늦게 일하는…. 워라밸이 없더라고요. ”
- (P06) 학생 인터뷰
“ 샘, 고등학생 신분으로 취업을 하다 보니 직장생활이
마냥 쉽지는 않더라고요(중략).
나이가 어리다고 쉽게 대하는 경우도 있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
- (P03) 학생 인터뷰
“ 현장실습을 하면서 여러 부서를 경험해 보니까
저는 일반 조리분야보다 제과 분야가 더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셰프님께 조언도 많이 들으면서 앞으로
어떤 분야를 준비해야 할지 방향이 조금씩 정리됐어요. ”
- (P07) 학생 인터뷰
6) 결과 :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에 따른 진로 수용과 확립
결과는 작용⋅상호작용 이후 나타나는 변화와 최종적인 결과를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 교육과 조리실습, 현장실습을 거치며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직업-자아 이미지가 적합하다고 인식한 학생들은 조리 분야에 대한 만족감과 직업정체성을 형성하며 진로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직업 이미지와 자신의 가치관 또는 적성 간 불일치를 경험한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나 외식산업의 다양한 분야 등 새로운 진로 방향을 현실적으로 모색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결정과정은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가치관과 역량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진로를 수용하고, 직업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 하나 확실한 건 조리 전공을 통해 내 성격, 가치관, 태도가
조리사와 점점 닮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 (P02) 학생 인터뷰
“ 이제 깨달았어요.
저는 조리는 좋아하지만, 주방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외식 업체에 취업하고 싶어요.
그게 제 적성에 맞을 것 같아요. ”
- (P08) 학생 인터뷰
“ 예전에는 무조건 유명한 셰프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오래 일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 진학과 취업도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제 성격과 가치관에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게 진짜 진로라는 걸 알게 됐어요. ”
(P04) 학생 인터뷰
IV.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근거이론 접근을 활용하여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업-자아 이미지 형성과 진로 탐색 및 선택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들의 경험 구조를 바탕으로 실체이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조리 특성화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FGI와 심층면담을 실시하였으며, Strauss & Corbin(1998)의 근거이론 분석 절차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상적 나’에서 ‘실제적 나’로 전환해가는 진로 타협 및 수용 과정” 으로 개념화되었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과적 조건으로는 ‘조리 전공의 입문 계기와 막연함’이 도출되었다. 학생들은 스타셰프와 대중매체의 영향, 조리에 대한 흥미와 직업적 매력성을 계기로 조리 특성화고에 진학하였으며, 초기에는 직업의 상징적 이미지와 사회적 매력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실제 교육과 실습을 경험하면서 진로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자기 이해와 현실적 직업 탐색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중심현상은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의 형성과 진로 내재화’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조리교육과 실습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흥미, 가치관을 탐색하고 직업 이미지와 자신의 자아 이미지를 비교⋅조정하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직업에 대한 이해는 자기 정체성과 직업 가치관의 형성으로 이어졌으며,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은 진로 동기와 직업정체성 형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Sirgy(1982)의 자아 일치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맥락적 조건으로는 ‘조리사의 전문성과 현실적 직업관 형성’이 도출되었다. 학생들은 학교교육과 조리실습, 현장실습 및 조리 전문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문성과 책임감, 직업윤리를 학습하고 이를 자신의 직업 가치관으로 내면화하였다. 또한 반복적인 실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기본 조리역량과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태도를 형성하며 조리 직업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높여 나갔다.
넷째, 중재적 조건으로는 ‘심리적⋅사회적 지지를 통한 진로 지속’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조리실습과 현장실습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미래 기대를 형성하였으며, 교사와 친구, 선배의 사회적 지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로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강화하였다. 특히 자기효능감과 긍정적인 결과기대는 진로 지속 의지를 높이는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하였으며, 사회적 지지는 이러한 과정을 촉진하는 중요한 중재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다섯째,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는 ‘직업 세계를 경험하며 진로를 재탐색하기’가 도출되었다. 학생들은 현장실습과 다양한 조리 경험을 통해 조리 직업의 현실과 조직문화를 경험하였으며, 이상적 직업 이미지와 실제 직업 환경 간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을 다시 점검하고, 현장 전문가의 조언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진로 방향을 재탐색하고 조정하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여섯째, 최종 결과로는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에 따른 진로 수용과 확립’이 도출되었다. 직업-자아 이미지가 자신의 가치관과 적성에 부합한다고 인식한 학생들은 직업정체성을 형성하며 조리 분야에서의 진로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직업 이미지와 자신의 자아 이미지 간 불일치를 경험한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나 외식산업의 다양한 직무 등 새로운 진로 방향을 현실적으로 모색하였다. 즉,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 형성 과정은 직업-자아 이미지의 적합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역량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진로를 수용하고 확립해 가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본 연구의 학술적 시사점은 근거이론 접근을 통해 조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업-자아 이미지 형성과 진로결정 과정을 과정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자아 일치성 이론과 사회인지 진로이론을 통합적으로 적용하여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과 진로 형성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다는 데 있다. 실무적 시사점으로는 학생들의 자기 이해를 기반으로 직업-자아 이미지 적합성을 탐색하고 현실적인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진로상담 및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Cha et al. 2007). 또한 진로 탐색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개인의 적성과 진로 목표에 적합한 맞춤형 현장실습과 취업 연계, 직무 배치를 지원함으로써 산업현장 적응력과 진로 지속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Lee et al. 2015).
한편, 본 연구는 서울 소재 일부 조리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되어 연구 참여자의 지역적⋅학교 유형적 다양성이 제한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전체 조리 특성화고 학생에게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며,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역과 학교 유형을 포함한 연구를 통해 연구 결과의 외적 타당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