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2017년 9월에 발표된 ‘세계 발효식품 시장 2017-2022’ 보 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발효식품 시장은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에 대한 수요 증가와 건강기능성 식품의 선호 증 가로 2022년까지 총 400억 달러 규모, 연간 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였다(CISION PR NEWSWIRE 2017). 이러한 발효식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 품인 김치가 인기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대상국별 김치 수출액을 살펴보면 다양한 국가로 김 치 수출량이 늘어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김치의 일본 수 출액은 2010년 8,278만 1,000달러(한화 약 941억 2,000만원) 에서 2017년 4,556만 7,000달러(한화 약 518억 900만원)으 로 45% 감소하였으나, 같은 기간 다른 국가의 김치 수출액 은 1,557만 9,000달러(한화 약 177억 1,300만원)에서 3,582 만 7,000달러(한화 약 407억 3,500만원)으로 130% 증가하였 다. 따라서 기존 김치 수출국 외 다른 국가에서 김치 수출이 증가하게 된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Park et al. 2017). 특히 유럽권에 속하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김치 수 출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의 영국 수출액 은 2010년 87만 달러에서 2017년 268만 6,000달러로 208.7%가 증가하였고, 김치의 네덜란드 수출액은 2010년 54 만 4,000달러에서 2017년 243만 5,000달러로 347.6%가 증 가하여 유럽권에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Park et al. 2017). 또한 세계김치연구소는 2017 년 해외에서 ‘김치’의 대중화 정도와 김치 활용 형태를 알아 보기 위해 13개국 271개소 김치 요리 메뉴를 조사한 결과 총 63가지의 다양한 김치 요리가 판매되고 있었으며 (Joongang 2017), 영국의 경우 한 음식점에서 판매한 ‘김치 토핑 햄버거(Korean Burger)’를 2018년 런던의 10대 버거로 선정하기도 하였다(Daily Mirror 2018).
이처럼 다양한 국가에서 김치 소비가 늘어나고 있으나 국 외 김치 소비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김치 소비 연구는 내용 분류상 크게 제품 개 발 중심 조사와 유통ㆍ판매 경로 중심 조사로 나눌 수 있다. 제품 개발 중심 조사(Yang et al. 2005;Lee et al. 2006;Han et al. 2007;Han et al. 2009)는 맛, 향, 형태, 재료 등 관능적 선호도에 초점을 맞추어 김치 현지화 방안을 찾았다 면, 유통ㆍ판매 경로 중심 조사(Jung JH et al. 2016;Lee et al. 2017)는 김치 판매 추이, 가격, 규격 등 현지 김치 판매 실태 및 판로를 중심으로 결과를 도출하였다. 그러나 두 연구 내용의 경우 모두 김치가 진출하는 지역의 사회문화적 요인 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실제 현지 소비자의 욕구(Needs & Wants)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학(Humanities)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영역으 로서 인간의 존재 의의와 가치 탐구를 대상으로 그에 대한 근원적 답을 찾고자 하는 학문이다(Lee 2016). 과거의 인문 학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에 해답을 얻고자 하였다면, 현대는 철학, 종교, 미학, 예술, 심리학 등 인문학의 갈래에 서 나온 다양한 학문을 이용하여 여러 관점에서 인간 존재 ㆍ행동ㆍ태도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하였다(Lee 2016). 인문학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사물ㆍ현상을 상투적인 결 합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Kim 2007).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국외 김치 소비 증가에 따른 사 회문화적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정량적ㆍ정성적 연구 방법을 함께 적용하여 분석한 결과를 인문학 기반의 통합적 관점에 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정량적 연구를 통해 유럽권 소비자의 김치 소비 실태에 대한 전반적 경향을 알아보고, 정성적 연구 를 통해 정량적 연구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유럽 환경ㆍ문화 등에 기인한 소비자의 심층 심리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두 연 구 결과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관점을 적용하여 유 럽권 소비자의 다면적 욕구를 파악하고 현장 적용 가능한 마 케팅 및 문화전파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II. 연구 내용 및 방법
1. 정량적 연구: 설문조사
1) 연구 대상 및 기간
조사 기간은 2018년 4월 5일부터 5월 3일까지(29일간)며, 조사 대상은 국내 관광 또는 학업이나 취업 등으로 거주하 고 있는 유럽 국적자로 김치를 알고 있고 취식 경험이 2회 이상인 만 15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조사의 주요 목적이 김치를 선호 또는 기피 요인에 대하여 심층적 으로 파악하는 것이므로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취식 경 험이 전혀 없거나 1회 이하인 사람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 였다. 조사 방법으로는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 전문 업체를 통하여 대인면접법(1:1 개별 면접)을 실시하였다. 총 응답률 은 100%로 부실 응답된 설문지 없이 246부를 회수하였다. 조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 다. 응답자는 결혼ㆍ동거 등에 의한 가족구성의 변화, 건강 에 대한 관심 여부, 온오프라인 매체 이용 특성 등에 의해 연령별로 성향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크게 34세 이 하와 35세 이상의 그룹으로 나누었다<Table 1>.
2) 연구 내용 및 자료 분석
식문화권별 평소 식생활 양식에 따른 김치의 해외 확산 가 능성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 전략을 찾아보고자 조사도구를 개발하였다. 설문지는 김치에 대한 인식 및 태도 (32문항), 한국 김치의 개선 방향(16문항), 한국 및 자국의 식 문화 관련 인식 및 태도(29문항), 인구통계학적 특성(15문항) 총 92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설문의 척도는 명목척도와 리커트 5점 척도를 사용하여 조사하였다(1: 전혀 그렇지 않다, 5: 매우 그렇다). 분석 방법은 조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식문 화권별 김치의 확산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빈도 분석 (frequency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SPSS for window 19.0 (SPSS Inc., Chicago, IL, USA)으로 분석하였다.
2. 정성적 연구: 포커스 그룹 및 심층 인터뷰
1) 포커스 그룹의 구성 및 조사 설계
(1) 포커스 그룹의 구성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는 하나 의 연구 주제에 대해 선정된 소집단이 상호작용을 통해 자 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Morgan 1996;Hur et al. 2016). 마케팅에서 주로 사용되는 면접법이며 미리 준 비된 가이드라인(Guideline)이나 설문지에 따라 사회자 1명 이 6~10명의 전문가 혹은 대표 소비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Ahn & Lee 2012). 본 연구 주 제인 유럽권 소비자의 김치에 대한 잠재 욕구(Needs & Wants)의 다면적으로 파악하여 현장 적용 가능한 마케팅 및 문화 전략 방향 도출하고자 집단의 내재된 생각이나 견해를 이끌어내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적합하다 판단되어 포커 스 그룹 인터뷰를 실시하게 되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참여자는 국내 관광 또는 학업이나 취 업 등으로 거주하고 있는 20~49세 남녀 유럽 국적자로서 김 치를 알고 있으며(3점 이상/5점 만점), 취식 경험이 2회 이상, 향후 지속적인 김치 취식 의향 여부(3점 이상/5점 만점)까지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2>과 같다.
(2) 포커스 그룹의 조사 절차 및 내용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1차 4그룹(2018년 6월 8일~6월 9일, 2일간), 2차 2그룹(2018년 7월 28일, 1일)으로 나누어 진행 하였다. 인터뷰 시작 전 조사 대상자들에게 연구 목적과 절 차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 참여 및 인터뷰의 기록과 녹음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았다. 또한 참여자의 익명성을 강조하여 자유로운 응답을 유도하였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최종적 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 응한 참여자는 33명이었다.
인터뷰의 경우 설문지 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 로 추가 심층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리한 뒤,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 이에 맞추어 표준화된 순서대로 인 터뷰를 실시하였다. 구조화된 인터뷰의 경우, 참여자들의 다 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생산적인 자료 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Kim J T 2015;Hur et al. 2016), 이를 보충하고자 인터뷰 진행 중 진행자의 추가적인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다양한 의 견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인터뷰 내용은 현장에서 바로 작성하였으며 추가 정보가 요구될 경우에는 전자 메일 이나 전화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2) 심층 인터뷰 구성 및 조사 설계
(1) 심층 인터뷰 대상자
심층 인터뷰(IDI, In-depth Interview)는 면접자가 질문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질문 내용이나 순서는 사전에 정한 바가 없어 면접자와 응답자 간의 상호 작용적인 대화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본 연구에 서는 반구조화된 면접법에 따라 실시하여, 인터뷰에 다루어 야 할 주제나 문제들을 진행자가 숙지하되 질문의 순서와 표 현은 유연성을 발휘하여 진행자의 재량에 따라 실시하였다 (Patton 1990). 본 연구에서는 포커스 그룹 조사를 통해 일반 소비자의 내면 심리를 파악하였다면,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유럽과 한국의 음식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김치 수 용 태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자는 한국과 자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특히, 김치를 단일 식품이 아닌 식재료로 파악하여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음식을 개발 할 수 있는 국내에서 활 동 중인 외국인 셰프 중심으로 피면담자로 선정하고자 하였 다. 이를 위해 대상자들에게 직접 혹은 전화로 연구의 취지 를 설명 한 후, 개별 면담에 응한 8인을 선별하였다<Table 3>.
(2) 심층 인터뷰 조사 절차 및 내용
본 연구의 질문은 유럽 문화권별 자국 식문화에 대한 태 도, 타국 음식문화의 수용 태도, 발효 저장음식에 대한 이해 도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피면담자들의 경험과 의견 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질문 과 대답은 현장에서 노트에 기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 으나, 기록 누락의 염려가 있어 사전에 피면담자에 양해를 구해 음성 녹음을 함께 진행하였다.
3) 분석 방법
포커스 그룹 및 심층 인터뷰 자료의 처리는 Barkin et al. (1999)이 제시한 인터뷰 자료 분석 방법을 차용하여 녹음 및 기록물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범주화하였다. 연구자들은 문서 프로그램으로 전사된 인터뷰 내용들을 반복적 숙독하여 각 문장에 내재되어 있는 핵심 단어나 구절들 중 일차적으로 유 의미한 정보(meaningful information)를 선정하였다(Hur et al. 2016). 선정된 정보는 반복적인 비교 및 통합 과정을 거 쳐 주제(theme)들로 범주화되었으며, 이 주제들은 하나의 현 상(finding)들로 확정하였다. 과정에 있어서 연구자간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은 상호 협의에 이를 때까지 토론 및 수정이 이루어졌다. 포커스 그룹 및 심층 인터뷰와 같은 질 적 연구의 타당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점검(member check)과 외부 전문가 감사(external audit)를 적용하였다(Creswell 2009).
3.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의한 조사 결과의 종합 분석 방법
구매행동이란 소비자가 최종 시행하는 소비 행동뿐만 아 니라 구매결정과 관련된 소비자의 행동 양상 전체를 포함한 다(Lim 2014). 본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수 집하여, 재화 간 비교를 거친 뒤 특정 제품을 구매한 후 만 족/불만족의 평가 과정 전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James et al. 1995).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에는 학습, 개성, 태도 등에 기인한 소비자 심리적 영향인 ‘내재적 요인’과 문화, 사 회 계층, 준거 집단, 가족 등의 ‘외재적 요인’이 영향을 끼친 다(James et al. 1995). 이에 소비자 구매의사결정과정에 다 양한 모델이 존재하나 Philip & Kevin (2012)은 이러한 구 매의사결정 과정을 5단계로 정리하여 이를 간단히 도식화였 으며<Figure 1>, 본 연구에서는 이 도식을 참고하여 한 개인 의 김치 소비 행동 즉, 김치 수용 태도의 종결을 김치 반복 취식으로 정하고 ‘(김치에 대한) 인지-(김치) 첫 시도 후 평 가-김치에 대한 니즈-(김치의 지속적) 소비 의향’의 4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주요 김치 수용비수용 핵심요인을 살펴보 았다.
III. 결과 및 고찰
1. 1단계 김치에 대한 인지: 인지도, 인지 경로, 이미지
1) 현지의 ‘김치’에 대한 인지도
정량조사에서는 김치 인식 정도에 대해 5점 척도로 물어 본 결과, 응답자의 85%가 김치에 보통이상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57%가 어느 정도 이상(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답하였다<Figure 2>.
[김치에 대한 정성적 인지 정도]
제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한국을 오기 전 까지 는 한국음식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다만, 김치라는 단어는 알 고 있었죠. 제가 사는 동네에 한국 음식점이 한 개 있는데, 거 기서 비싼 바비큐를 팔죠. 그 때 김치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해 요. (Case: 3E 스위스 25세)
프랑스의 경우, 아시아 혹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 은 김치가 뭔지도 모를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는 걸 귀찮아하고, 뭔지도 모르 거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는 않으니까요. (Case: 1F 프랑스 26세)
[김치를 알게 된 계기]
저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김치를 전혀 맛보지는 못했어요. 한 국으로 이사할 일이 생기면서 친구와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했 죠. 그 친구는 제게 “너 한국 가면 김치를 먹게 될 거야”하면 서 (김치에 대해) 알게 되었죠. (Case: 2D 프랑스 43세)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저의 베스트프렌드가 한국에 열정적 이었어요. 그 친구가 “이 드라마 봐봐. 스토리가 너무 쿨 해” 라고 하면서 드라마를 같이 봤는데, 그 때 김치를 알게 되었죠. (Case: 1F 프랑스 26세)
정량조사가 한국에 체류 중인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므로 실제 유럽 현지에서 김치 인지율을 가늠하기 위해 정 성조사를 통해 “자신의 가족, 친지, 지인들이 김치를 어느 정 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실제 자국 내 에서 인지율은 10%정도 수준 정도일 것이라는데 응답자들 대부분의 의견이 모아졌다.
즉 한류에 관심이 있거나 힙스터가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 대부분 잘 알지 못하다가 한국 방문, 또는 거주를 앞두고 정 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김치를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입국 후에는 일상 속 에서 자주 접하게 되므로 김치 인지수준이 높아지게 되었으 며 유럽에 계속 거주하면서 한국과 특별한 접점이 없었다면 여전히 잘 몰랐을 것이라 하였다. 아시아나 미국에 비해 유 럽은 한국 음식문화인 김치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여 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개인이 다른 문화를 만나고 기존 문화와 새로운 문화 사이에 상호작용을 거치며 적응하는 과정을 문화접변 (Acculturation)이라 하며 이때 선결조건이 지속적인 접촉이 수반되어야 한다(Berry 1997;Gibson 2001;Park & Jung 2007). 하지만 한국과 유럽은 지리적 거리감과 문화적인 교 류가 상당히 적었다. 만약 인도, 베트남, 중국, 아프리카처럼 식민 지배 혹은 이민, 국제 비즈니스를 통한 인적 교류가 활 발하였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웠거나, 일식 태국음식처럼 글로 벌 외식시장에 일찍 진출하였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따 라서 최근 유럽 내 한국인 관광객과 교역량이 증가하는 국 가 혹은 K-POP 등 한류가 인기를 끄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 다는 점은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진출에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또 한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오히려 아직 낯설고 신선 하다는 점은 약점이자 기회로 포착되었다.
김치를 아는 사람을 조사대상으로 하였으나 정량조사 결 과 김치 종류, 역사, 조리법, 적정 취식 시기 등에 대한 구체 적인 지식수준은 5점 만점에 평균 2.2~2.7점으로 나타났다 <Figure 2>.
[김치에 대한 지식수준]
인터넷을 통해 김치가 한국의 전통요리이며, 한국에서 매 끼니 마다 먹는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김치의 냄새가 강하고 발효가 되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부정적 이었습니다. (Case: 3C 프랑스 20세)
김치의 좋은 점은 다양한 음식이랑 조합해서 맛을 가미해주는 점 같아요. 그리고 칼로리도 낮아서 건강적 혜택이 있다는 점 이죠. (Case: 5B 독일 25세)
처음 김치를 보았을 때 ‘빨간색이긴 한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 이 들면서 이상해 보였어요. 그리고 강력한 매운 냄새가 ‘이건 먹으면 반드시 맵겠구나’라고 느꼈죠. (Case: 5D 스페인 32세)
한국에 오니까 다양한 김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지, 한국을 떠 나서는 보통 다 배추김치만 생각하죠. (Case: 4D 스페인 36세)
정성조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김치의 단편적인 정보만 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한국에 오래 체류하고 있 거나,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를 제외하면 김치에 대한 지식은 ‘한국 전통 음식’, ‘몸에 좋은’과 같이 피상적이거나 혹은 ‘맵 고 빨간 음식’, ‘배추로 만든’처럼 외관과 관련된 단편적인 수 준에 머물러 있었다. 즉, 김치가 그들에게 알려져 있지도 않 으며 관여도가 높은 음식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유럽에서 김 치에 대한 정보의 노출율과 질적 수준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 들의 관여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매개체가 무엇인지 아시아, 북미지역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유럽인들에게도 ‘한국=김치’가 자동 연 상된다는 점은 김치가 실물음식 외에 한국대표 문화상품으로 서 소비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눈여겨 볼 지점이다.
2) 최초의 김치 인지 경로
정량조사를 통한 김치의 최초 인지 경로를 살펴보면 유튜 브(YouTube) 등 동영상 사이트(20.3%), 인터넷 검색(19.1%), 한국 내 한국 식당 방문(15.9%), 한국인 지인/친구 소개 (12.6%), 사회관계망서비스(SNS)(8.5%) 순으로 나타났으며 <Figure 3>, 대체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인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4세 이하와 35세 이상 연령대로 비교해 보았을 경우 34세 이하는 유튜브(YouTube) 등 동영상 사이트 (21.4%), 인터넷 검색(19.4%), 한국인 지인/친구 소개(13.6%) 순으로 온라인 매체 이용이 두드러졌다. 반면 35세 이상의 경우 인터넷 검색(25.0%), 한국 내 한국 식당 방문(20.8%), 한국인 지인/친구 소개(16.7%) 순으로 나타나 34세 이하에 비해 오프라인 활동에 의해 김치를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 <Figure 3>. 그러나 두 연령대 모두 ‘인터넷 검색’이 타 경 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검색하여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정보 공급 관리(온라인상 존재감 확보) 가 중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김치를 알게 된 경로]
6, 7년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한국 관련 홈 페이지에서 김치는 빵 같은 음식이라 느꼈어요. 스페인에서는 빵이 식사 때 반드시 먹는 사이드 디쉬(side dish)인데 한국에 서는 김치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 때 당시에는 먹어 보지 않고, 3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 김치를 먹게 되었죠. (Case: 6D 스페인 27세)
정성조사 결과 역시 유럽 전반에 김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가 언론매체, 홍보나 광고, 제품 진열 등을 통한 노 출도 낮기 때문에 비자발적 인지는 거의 생기기 어려우며 한 국 문화에 대한 관심 증대, 한국 방문 등의 개인적 계기에 의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온라인 접속 과정 중 김치를 알 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스스로 검색이라는 행동을 하게할 동인(動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가 지고 있는 TV, 라디오, 인쇄물 등 전통적 매체를 통해 노출 시킴으로써 비자발적 정보 접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요구된다.
그런데 음식임에도 실물을 통한 직접 경험보다 간접 경로 로 접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개인 혹은 그 지역권에 존재 하는 문화적 코드 및 가치 같은 선입견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긍정적 기회요인과 부정적 위험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럽인들이 생소한 타문화음식인 김치를 매체에서 다루려면 건강, 새로움, 독특함 등 김치에서 그들을 매료시 킬 만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낸 후, 그 소구요소를 강조하며 다가가야 할 것이다. 이는 김치를 실물로 접할 기 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 다. 다음의 응답을 통해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3) 김치에 대한 이미지
김치 최초 인지 시 ‘호기심’과 ‘취식 의향’의 긍정비율이 각각 71.5%(평균 3.7점), 62.6%(평균 3.7점)으로 김치에 대 한 관심도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Figure 4>.
[김치에 대한 첫 인상]
김치를 먹었을 때 일반적이지 않은(unusual) 조금 특이한 맛이 라 생각했죠. 매운 맛과 피클 맛 외에도 김치 전반적인 맛은 묘한 맛(exotic)이 있기는 한데 저는 좋았어요. (Case: 5A 영국 21세)
한국음식에 대한 홍보가 지난 몇 년간 급증했어요. 프랑스 여 성 잡지에 김치에 대해 나왔는데 한국의 전통 음식이며, 박테 리아 때문에 위장에 좋고 면역체계에 도움을 준다는 등의 건 강적(healthy)으로 매우 좋다고 하더라고요. (Case: 2E 프랑스 42세)
유럽에서는 김치를 멋진(fancy) 음식이라 여기지만 평소 먹는 음식과 너무 달라서(unusual) 매일 먹으려고 하지는 않아요. (Case: 1E 포르투갈 23세)
정성조사 대상자들도 김치의 첫 인상에 대해 낯선 (unusual), 한국 전통의(Korean traditional), 멋진(fancy), 이 국적인(exotic), 건강한(healthy) 등과 같이 낯설기는 하나 긍 정적인 요소를 지닌 음식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견을 살펴보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한국 방문 등과 같 은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면 김치에 대한 선입견이 별로 없 는 편이었다. 이는 그동안 한국 문화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 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으나,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상승 된 후 접하게 되면서 ‘호기심 가는’, ‘멋진’, ‘이국적인’, ‘신 비로운’ 등 긍정적인 단어와 연계된 것으로 추측된다. 즉,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은 미지(未知)의 한국 전통문화이자 건강 한 음식이라는 정보와 포개져 좋은 이미지로 포지셔닝 된 것 이다. 이는 미국사회에서는 김치문화가 이민자와 가난한 유 학생과 같이 경제적 지위가 낮은 한국인들을 통해 유입됨으 로써 저급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과 다른 지점이다(Min 2006).
[발효라는 단어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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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들에게 ‘발효’라는 단어는 어떤 이미지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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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E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아요. (모두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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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들이 먹는 치즈, 요거트도 발효식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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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E 치즈는 자연적으로 발효된 식품인데, 김치도 그와 같은 원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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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A 저는 ‘숙성된(aged)’을 쓰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위스키 가 12년 동안 숙성됐다라는 건 좋잖아요. 그거는 성숙된 그런 느낌이 드는데 (발효도 숙성과) 같은 뜻인데 느끼기 에는 다르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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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D 요거트나 치즈가 발효식품 인걸 알지만 수년 동안 저희 삶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그냥 저희가 그걸 발효식품이다 라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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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E 얘기했다시피 치즈나 요거트는 저희가 수백 년 간 먹었 고 다들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신제품이 발효식품이라 홍 보 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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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6A 프랑스 23세, 6D 스페인 27세, 6E 이탈리아 32세
그런데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발효음식 임을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 럽에서는 발효(fermented)라는 단어가 썩은(rotten)과 동일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부정적 어휘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늘 먹는 치즈, 요구르트를 발효음식으로 제대로 인지하 고 있는 조사대상자가 극히 일부였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 목이다. 발효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개인적인 관심이나 직업적 관련성으로 인해 교육 혹은 정보습득을 한 사람에 한정되어 있어 유럽권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 ‘김 치는 발효음식이다.’라는 정보를 들었을 때, 부정적인 이미지 를 떠올리게 된다고 응답하였다. 한편 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조사대상자들은 발효(fermented)보다 숙성(aged) 이라는 단어와의 조합이 더 잘 어울린다고 조언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발효음식 = 건강식품’을 연상하는 것과 대조적인 부분으로 한국적 문화코드에 의한 접근이 얼마나 위험한 것 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되며, 아울러 이를 대체하는 용 어의 개발이나 긍정이미지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2. 2단계 첫 시도 후 평가
취식 전-최초 취식 후-현재-향후 김치 취식 의향과 같이 김 치를 접하는 전 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김치 최초 취식 직후 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Figure 5>. 정성조사 역시 김치에 대한 첫인상을 살펴보면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던 이 유는 맵고 시큼한 맛의 관능적인 요소부터, 흐물거리고 무섭 도록 빨간 외관, 특유의 냄새 등 1차적으로 물질적 속성 때 문이었다.
[김치 첫 시식 후 평가]
실제 (김치를 접한) 첫 체험은 한국 광주의 김밥매장에서 먹어 본 김치였죠. 남미에서 온 친구랑 같이 시도해보자 해서 젓가 락으로 집어 셀카를 찍은 다음 먹었는데, 입에서 불이 났어요. 너무 매웠죠. 이게 진짜 김치구나. 비행기에 먹은 김치를 김치 도 아니구나. ‘오마이갓. 너무 맵다. 절대 다신 안 먹어.’ 라고 생각했죠. (Case: 3E 스위스 25세)
처음 한국에서 김치를 처음 봤을 때, 토마토도 아닌데 왜 이렇 게 빨간지 생각했어요. 김치를 먹어보니 너무 발효되어 엄청난 신맛이 났어요. 그래서 먹는 순간 배가 폭탄처럼 터지면서 나 중에는 배탈이 난거예요. 과하게 익은 김치는 (제가 먹기엔) 너 무 셌나봐요. (Case: 2B 스페인 45세)
이렇게 부정적 반응 응답자들은 다시 2가지 유형으로 나 눌 수 있다. 첫 번째는, ① 저가 식당, 마트 등에서 품질이 낮은 김치를 먹었거나, ② 맵기나 원재료의 종류가 개인이 수용 가능한 수준과 달랐거나, ③ 김치에 대해 상상하고 있 던 이미지와 실물간의 격차가 커 익숙해지기 어려웠던 그룹 으로 추후 호감으로 바뀔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경우이다. 이러한 ‘잠재적 우호자 그룹’의 경우, 김치 취식 경험치가 늘 어나면서 점차 맛있는 김치와 맛없는 김치를 판별하기도 하 며, 미숙 - 완숙 - 과숙된 김치의 맛을 구분하여 숙성도에 따 라 본인이 좋아하는 김치를 선택하기도 하였다. 다른 기회에 여러 종류의 김치를 접해본 후 물김치, 오이김치와 같이 재 료에 따라 맞는 유형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김치의 취식 경험에 따른 선호 김치 양상]
저는 너무 시거나 쓰면 이건 오래 된 김치라 생각하죠. 저는 신선하면서 약간 차다고 할까나, 시원하다고 할까나 그런 김치 가 좋아요. 그리고 덜 맵고 신선한(fresh)한 느낌이 나며 아삭 한 김치가 좋아요. (Case: 1E 포르투갈 23세)
저는 더 신 것(익은 것)이 좋아요. 김치찌개를 좋아하거든요. 김치찌개에는 익은(old)한 김치가 필요하죠. 저는 그런데 한편 으로는 신선한 김치도 좋아해요. 그게 좀 더 맛이 더 고소하다 고 할까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Case: 1A 독일 25세)
김치 문화 확산을 위한 주 목표고객인 잠재적 우호자들의 첫 김치 경험을 긍정적으로 관리하고 이후의 재시도율을 높 이기 위해서는 이들이 주로 처음 김치를 접하는 공간에 대 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정량 조사를 통해 김치를 처음 먹어 본 국가 및 장소를 살펴보았을 때, 한국 74.4%, 자국 24.0% 로 대부분 한국에서 김치를 처음 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가별 김치 취식 장소를 살펴보면 한국(79.7%), 자국 (94.5%) 모두 식당에서 김치를 처음 시도하는 경우가 압도적 으로 많았다<Figure 6>. 따라서 외국인들의 첫 김치 경험 관 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으로 요구된다.
또한 처음 형성된 비호감도는 김치에 대한 부정이미지를 각인시킬 뿐 아니라 이후 재시도와 반복 취식에 큰 장애가 된다. 이에 다양한 원료, 양념 유형, 모양을 한 번에 제시해 자신의 선호에 맞추어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유인하는 방책 도 필요할 것이다.
[김치의 적응 장기화에 따른 단축 방안]
저는 김치 적응하는데 3년은 걸린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적응 기간이 필요 없는 음식도 있기는 한데, 이건 어느 지역에 따라 다르기보단 음식 자체에 의해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만약 충분히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제 선호에 맞게 골 라먹으면 되니까 적응기간이 더 짧아지겠죠. (Case: 4D 스페 인 36세)
두 번째는, 김치의 품질과 무관하게 취향에 맞지 않아 익숙해 지기 어려운 경우다. 한국인 부인이 한국음식을 꼭 먹어야하기 때문에 한국음식이나 김치를 먹는 것이지 굳이 찾아서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치의 관능적 요소 외 김치 소비 이유]
한국 사람들은 한국음식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아내랑 유럽 여행을 했을 때 일주일동안 한국음식 못 먹으니까 스트 레스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고기에 고추장을 뿌려서 먹을 만 큼 매운 음식을 그리워하는데 저는 그런 거 전혀 없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한국음식은 일주일에 한번이면 충분하죠. 그렇지 만 그녀의 기분을 맞춰 줄려고 (해외)여행 중에도 한국음식을 먹죠. (Case: 5E 스페인 35세)
독일 여성들은 야채를 좋아하고 컬러풀한데다 칼로리가 적으 니 김치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요. 맛도 다양해서 밥이랑 먹 을 때가 좋지만, 제 친구는 빵 위에 김치를 얹어 먹어요. 심지 어 김치를 만드는 친구도 있죠. 다른 친구는 건강 때문에 일부 러 김치를 찾아서 먹기도 해요. (Case: 5B 독일 25세)
저는 채식주의자라 한국에서 바비큐 요리 하는데서 뭘 먹어야 할지 곤란할 때, 샐러드나 김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 에요. (Case: 2E 프랑스 42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의 사례들처럼 입에 맞거나 맛있 다는 생각이 들지 않음에도 김치를 찾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은 유럽인들의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의 미이다. 따라서 관능적 만족/불만족 요인을 찾아 외관, 맛 등 과 같은 물질적 속성을 보완하는 것 못지않게 김치로부터 얻 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잠재적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작업이 중요한데 정성조사 결과, 김치에 대해 지니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 속성 중 특히 건강, 채식, 저칼로리라는 것이 강력한 소구 요소로 파악되었다.
3. 3단계 김치에 대한 니즈: 맛, 물성, 외관, 향/냄새
정량조사를 통해 만족과 불만족의 세부적인 요인을 살펴 보면 <Figure 7>과 같다. 만족요인으로는 매운 맛(41.9%), 신 맛(29.9%), 취식감(26.5%), 조화로운 맛(24.8%), 발효음식 의 독특한 맛(23.1%)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불만족 요인으 로는 매운 맛(43.4%), 젓갈 맛(31.0%), 향/냄새(21.7%), 짠 맛(18.6%), 신 맛(13.2%) 순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인의 경우 김치 취식 후 향미에 대해서는 매운 향, 맛에 대해서는 매운 맛, 색에 대해서는 빨간색, 조직감에 있어서는 아삭거림을 가 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향미와 맛 모두에 서 매운 특성을 가장 크게 받아들였다(Lee et al. 2006). 이 에 크게 맛, 물성, 외관, 향/냄새 나누어 대해 구체적으로 어 떠한 점에서 어느 수준의 강도로 만족ㆍ불만족 하는지 파악 해 보고, 김치가 유럽권에 진출하기 위해서 제품 측면에서 어떠한 방향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았다.
1) 맛
정량조사 결과, 김치의 매운맛과 신맛이 가장 좋아하는 이 유인 동시에 싫어하는 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치 는 유럽의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운맛과 발효되 면서 나는 은은한 신맛이 매력적이다. 단, 매운맛과 신맛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맵거나 시어져버리 면 불만족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한편, 매운맛의 선호가 남 녀에 따라 달라 남자보다는 여자가 매운 맛에 긍정적인 반 응을 보이긴 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개선점으로 매운 맛의 저 하를 꼽았다(Lee et al. 2006). 이는 유럽인이 수용 가능한 매운맛은 한국인이 짐작하는 수준보다 훨씬 낮은 단계인 것 을 알 수 있다.
[김치를 접했을 때 맛에 대한 느낌]
충격적인 게 딱 보면 김치는 야채잖아요. 신선한 김치도 있고, 숙성되어 깊은 맛을 내는 김치도 있지만 어쨌든 야채가 매울 거라는 생각을 못 하니까요. (Case: 4C 스페인 36세)
저는 매운 음식을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다 른 분이 얘기했듯이 어떨 때는 (김치가) 너무 매워서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김치로 만든) 채소 자체 가 신선한지 안 신선한지 못 느껴요. …중략… 저는 김치를 좋 아하긴 하지만 다른 원재료의 맛을 덮어 버리는 게 아쉬워요. (Case: 4D 스페인 36세)
(김치가) 조금 차가우면서 좀 더 아삭(crunchy)해야 맛있어요. 단맛과 매운맛의 적정한 균형(balance)이 중요해요. 너무 달아 도 안 되고 너무 물렁해도 안 되고 너무 아삭해도 안돼요. 저 는 약간 짤 때가 좋아요. 고향에서 맛보던 짭짤한 양배추 음식 이 떠올랐거든요. (Case: 1B 노르웨이 20세)
인터뷰에 따르면 통상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배추김치를 처음 먹어본 유럽인은 일찍이 경험해 본 적 없는 매운맛과 무서울 정도의 빨간색이 충격적이었다고 응답하였다. 입안은 물론이고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이며, 김치를 먹으면 함 께 먹는 다른 음식의 맛을 다 덮어버리기 때문에 시도하기 가 두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인이 좋아할 수 있는 적정 한 정도를 찾고, 그 강도를 단계별로 세분화하여 선택의 폭 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인들이 의외로 잘 발효되 었을 때 나는 김치의 조화로운 맛(24.8%)과 발효미(23.1%) 를 인지할 수 있고 선호한다는 점도 해외진출용 김치 개발 에 참고해야할 중요한 속성일 것이다<Figure 7>.
2) 물성
유럽인들은 아삭거리는 치감(齒感)을 선호하는데 김치의 경우, 외관상 물컹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삭한 식감 (26.5%)을 가지고 있어 이 점이 유럽인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요소인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7>. 프랑스인 역시 씹는 식감 때문에 김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et al. 2006). 단, 김치의 아삭한 물성은 잘 발효된 김치 혹은 배추 줄기 부분에 한정된 것이고 과숙성된 김치나 먹거나 배추 이 파리를 먹은 경우 오히려 그들이 싫어하는 물성을 느끼게 되 므로 김치가 지닌 아삭한 속성을 어떻게 극대화하여 경험하 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개발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김치의 물성]
아삭(crunchy)하지 않는 김치는 맛이 없어요. 무미(無味). 그냥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미예요. 그래서 따로 먹기 에는 별로니까 김치찌개에 넣어버리는 거겠지요. (Case: 1F 프 랑스 25세)
저는 무김치를 되게 좋아해요. 무김치가 제 페이버릿(favourite) 이에요. 다른 김치를 많이 먹어 본 것도 아니고, 무김치가 식당 에서 자주 나자오는 반찬이 아니라 자주 먹지 못하지만 가장 좋 아하는 김치는 무김치, 깍두기예요. (Case: 2B 스페인 35세)
저는 김치가 배추만 김치냐 아니면 다양한 재료로 만든 것들도 김치라고 부르는지 저는 헷갈려요. 무로 만든 깍두기 같은, 오 이 같은 김치들도 좋아해요. (Case: 2F 독일 40세)
정성조사에서도 특히 취식감은 좋은 김치를 고르는 기준 의 하나로 과숙하여 물컹거리는 김치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 지를 주는 반면, 적당하게 숙성된 김치의 아삭거리는 질감 (Crunchy)은 긍정적인 선호도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재료 자 체가 주는 아삭거리는 치감에 대한 선호가 강하기 때문에 배 추김치의 경우 잎부분 보다는 줄기 부분을, 무 혹은 오이와 같이 어느 정도 씹히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청량감이 느껴지 는 채소를 적극 활용하는 등 대안이 필요해 보였다. 따라서 배추김치 위주의 수출을 탈피하여 오이와 무 등을 활용한 김 치로의 종류 다양화를 시도하거나, 유럽에서 대중적으로 식 용하고 있는 식재료 중 아삭한 맛을 지닌 콜라비, 양배추와 같은 현지 재료를 활용한 응용김치 상품화도 모색해야 할 것 이다.
3) 외관
잘 모르는 음식을 처음 접할 때 외관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성조사의 응답자들은 유럽 에 배추김치와 유사한 형태의 음식이 없다보니 무섭도록 빨 간색과 흐물거리는 모양새, 건더기 아래로 흐르는 국물, 유 럽에서 잘 먹지 않는 낯선 배추가 통으로 있는 등의 난생 처 음 보는 이상한 외관(Presentation)은 거리감을 준다고 답하 였다. 따라서 고춧가루의 색깔을 등급화하여 김치에 적용하 거나 김치의 담음새(Plating), 포장 방식과 디자인을 개선하 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김치의 외관에서 불편한 부분]
저는 새로운 음식 먹는 걸 좋아하니까 김치 먹는데 장벽은 없 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빨간색이 장벽이 될 것 같아요. 빨간색과 매운맛이 같이 연동해서 떠오르면서 공포 감을 주거든요. (Case: 6A 프랑스 23세)
한국에 와서 서울에 있는 음식점에서 김치를 (처음) 먹게 되었 는데, 먹고 싶지 않았어요. 외관(Presentation)이 별로였거든요. 저런 음식을 본 적이 없기도 했고, 녹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건데 별로라고 느꼈죠. (Case: 2C 이탈리아 43세)
저는 막 크게 나온 김치, 두꺼운 잎사귀가 나오는 김치가 싫어 요. 한두 개 정도만 들기 쉽게 되어 있어 먹기 쉽게, 적당한 크 기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게 좋아요. (Case: 2E 프랑스 42세)
김치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그 소스 밑에 조그마한 마른 생 선의 눈알들 보이면 그걸로 끝. 맛은 괜찮은데 시각적으로 순 간 보이는 게 안 좋으면 최악이죠. (Case: 2F 40세 독일)
4) 향/냄새
한편 젓갈 맛은 정량조사 결과로는 불만족 요인으로 나타 났으나<Figure 7> 정성조사 결과, 충격적인 매운맛과 시뻘건 외관만큼이나 정도가 아주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이 치즈와 같이 풍미가 강한 식문화를 지니고 있다 보니 과거 에 비해 발효음식이 지닌 이국적 향취에 대해 관대함이 생 긴 측면이 있다고 하였으며, 소수 지중해권 패널들이 젓갈 맛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는 정도로 확인되었다. 지중해권의 경우 농수산물이 풍부하고 이들을 사시사철 구할 수 있어, 주로 샐러드 등과 같이 신선하게 즐기기 때문에 젓갈과 같 이 발효된 생선 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인 및 문화차가 큰 요소라는 점은 감안하여 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젓갈에 대한 지중해권과 타 권역과의 다른 상반된 반응]
① 지중해 권역
저는 99년도 스페인에서 처음 먹었거든요. 한국인 부부 친구 에게 초대되어 먹어 봤는데, 친구들이 스페인에는 매운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고 했죠. 김치 자체만 먹어보 니 들은 대로 맵고 짜서 약간 별로였는데, 한국음식이랑 먹다 보니까 맛있더라고요. 젓갈 같은 게 들어가니까 처음에는 냄새 가 그렇잖아요. 사실 저희하고 안 맞는 냄새거든요. 김치를 먹 을 때는 냉장고 냄새나 썩은 냄새 같은 게 나는데 다른 음식 들과 함께 먹으면 맛있더라고요. (Case: 4C 스페인 36세)
② 타 권역
저는 생선의 발효된 냄새 느껴지긴 했으나 큰 불편함은 없었 어요. 다만 일부 사람에게는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 해요. 한편으로는 프랑스 사람들은 치즈를 먹는데, 치즈 냄새 가 그리 좋지 않거든요. 치즈냄새를 고려한다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Case: 6A 프랑스 23세)
4. 4단계 소비 의향
1) 식문화적 요인을 고려한 김치 현지화 방안
정량조사를 통해 향후 김치 취식 의향에 대해 물어 본 결 과 3.8점(5점 만점), 취식 의향률 75.2%로 높은 취식 의향을 보였다. 세분 시장별 특성을 볼 때 서유럽 중에서는 독일 (81.6%)이 프랑스(71.9%), 영국(60.5%)보다 높은 김치 취식 의향을 보였다<Figure 8>. 정성조사에서는 지속적인 김치 취 식의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한국에서 생활하면 매끼니 마 다 반찬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먹는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 으나, 일부는 김치가 맛있는 음식점을 찾을 만큼 매운맛과 발효되어 나는 시큼한 김치 고유의 맛을 좋아해서 김치를 먹 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량조사 결과로는 취식의사가 높은 걸 확인하였고, 정성 조사 응답자들도 유럽에서의 김치 확산 가능성을 높다고 평 가하였으나 실제 본국에 돌아가서 김치를 먹게 될지는 미지 수라 하였다. 취식 의향과 별개로 낯선 이국음식을 수용할 때는 관능적 요인 외에 문화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Kim 2018). ‘자국 음식의 맛과 조화를 이루기 힘들다.’, ‘주 변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포크를 이용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유럽 문화권에서는 다른 사람과 반찬을 공유하지 않 는다.’ 등 관능적 요소 외에 인문ㆍ문화적 코드가 다르다보 니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치 현지화에 대한 식문화적 측면의 장애 요인]
왠지 김치는 한식이랑만 연계되어 있는 것 같아요. 독일 음식 이랑은 (김치를 같이 먹는 걸) 상상하지 못하겠어요. (Case: 3B 독일 29세)
우리 집에 아빠와 남자 형제는 김치를 싫어해요. 특히 우리 아 빠는 ‘김치는 최악, 절대 악이다.’라고 생각해요. 둘은 한국음 식 시도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저랑 엄마는 좋아해요. 그래서 잘 안 먹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한테 확장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Case: 5A 영국 21세)
스페인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저희는 음식을 각자 접시로 서 빙 해 주잖아요. (스페인은) 나만의 음식이 있는 건데, 한국에 서 김치는 같이 나눠먹어야 하지만 (모르는 사람의 경우) 내가 먼저 먹어야 되는지 이걸 어떡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 혀 없거든요. (Case: 2B 스페인 45세)
김치와 빠에야를 섞는 것은 절대 안 돼요. 그런데 바비큐, 햄 버거 등 인터내셔날 음식에는 김치를 섞는 것이 가능하나 빠 에야는 성스러운 음식이에요. 그거(빠에야)는 건드리면 안 돼 요. (Case: 5E 스페인 35세)
유럽은 유럽연합 탄생이후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면서도 문 화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구성원들 간의 고유의 문 화를 인정하고 보존함으로서 유럽 문화가 단순화, 획일화되 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Park 2010). 그러나 소속된 개별 국 가의 문화에 대한 지향점은 다르다. 국가별 정체성 확립을 위해 문화 통합을 추진하며 내부 구성원들 고유의 문화를 배 척하고 있기 때문이다(Park 2011). 이러한 현상은 오랜 역사 를 가지며 제국주의 시대 당시 해외 여러 곳의 식민지를 건 설하였던,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다. 대제국을 건설하였다는 그들의 자긍심은 새로운 식문화 에 대해서도 ‘문화적 배타권’으로 표출되고 있다.
김치 역시 동아시아 국가의 식문화이며 건강식품일 뿐, 본 인들의 문화와 공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양상은 정성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김치-한식’ 혹은 ‘김치-아 시안’ 음식과의 연결은 가능하나 ‘김치-유럽 자국음식’ 매칭 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나라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음식을 김치를 넣어 활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김치 현지화를 위한 추천안]
저는 바비큐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샐러드랑 같이 섞어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고, 따로 먹어서 다른 맛을 낼 수도 있지요. (Case: 4E 프랑스 29세)
영국은 ‘이것이 진짜 영국요리다.’라고 부를 만한 요리가 없기 는 해요. 근데 로스트비프는 야채와 함께 먹으니까, 거기에는 김치가 안 맞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Case: 5A 영국 21세)
투르시(Turshi)라는 여러 채소들을 피클링(pickling) 한 터키음 식이 있는데 김치와는 매운 맛만 달라요. 독일에서도 피클된 걸 많이 먹거든요. …중략… 저는 김치가 독일의 소세지랑 조 합이 좋을 것 같아요. 사우어크라우트랑 소세지를 (이미) 먹고 있기 때문에, 구운 김치와 소세지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Case: 5B 독일 25세)
대신 김치는 바비큐와 궁합이 환상적이며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맛이기 때문에, 유럽 주식인 육류 요리와 조합 (Pairing)이 가장 매력적일 것으로 꼽았다. 또한 현재 유럽권 에서 대중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저장식품인 피클, 사우어크 라우트(Sauerkraut), 터키의 투르시(Turshi)와 김치의 맛이 유 사한 것으로 보았으며 Lee et al(2006)의 연구에서도 양배추 절임, 양배추 샐러드, 소금 절임 발효식품, 샐러드, 양파절임 을 김치와 유사한 음식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이 음식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용도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하면 좋 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들 저장식품은 유럽에서 ‘저 가의’, ‘노인들이 먹는’, ‘신선하지 않은’, ‘만든 지 오래된’ 등으로 인식되고 있어 섣불리 피클의 대체시장으로 들어가 는 것은 김치의 이미지와 가격 포지셔닝에 바람직하지 않다 고 판단된다. 따라서 유럽권 기존 저장식품의 사용 용도는 차용하되 김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신선샐러드를 경쟁 타 깃(Target)으로 삼고, 신선샐러드 보다 건강ㆍ기능성ㆍ맛ㆍ용 도에서 차별점을 찾고, 현지화ㆍ전통 김치 각각의 이미지 속 성에 맞는 상품 개발 및 홍보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Figure 9>.
2) 유럽권 진출용 김치의 방향성: 현지화 제품과 전통김치
정성 조사를 통해 큰 비중은 아니지만 매운맛과 발효되어 나는 신맛이 김치 고유의 맛으로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응 답자들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울러 김치라는 음식의 문화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유럽인들의 관능기호 에 맞춘 현지화 제품개발과 함께 반드시 한국 고유성을 그 대로 담은 김치의 진출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전통김치를 선호하는 이들은 김치를 먹은 경험치가 늘어 날수록 잘 발효된 김치가 지닌 풍성하고 조화로운 깊은 맛 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초기에는 전통김치 가 유럽인에게 주는 관능적인 불편함이 있으나, 통상적인 타 국음식의 수용 과정에 따르면 원형(Originality)의 맛을 추구 하는 소비층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미래 소비의 대응을 위 해서는 전통 및 현지화를 병행한 이원적 진출이 필요하다 생 각된다.
[유럽권 수출용 김치의 2원화 방안]
① 현지화 된 김치에 대한 견해
전통 김치를 스페인에 가져가면 사람들이 먹은 다음에 고통을 느낄 거예요. 매운 맛이 조금 약한 것부터 시도하면서 괜찮아 진다면 진짜 한국 김치를 먹을 수 있겠죠. 처음부터 전통 김치 를 홍보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Case: 5E 스페인 35세)
저는 아직 김치가 아시안 인들만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 다. 하지만 제가 김치를 판매한다면 오리지널은 아시안 음식 전문점ㆍ마켓 등에서 판매하고, 마일드한 맛은 일반적인 프랑 스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김치 의 건강 기능적(fitness) 측면을 부각시켜 홍보하면 가능성이 있 다 생각됩니다. (Case: 6C 프랑스 29세)
② 한국 전통 김치에 대한 견해
개인적으로 저는 원조 김치를 홍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 아요. 오히려 현재 영국에서 판매되는 김치 스타일로 판매한다 면 인기가 없을 것 같고, 원조 김치의 경우에는 현재 영국에서 판매중인 김치와 워낙 다르기(unique)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 이 그걸 시도하고 싶을 거예요. (Case: 5A 영국 21세)
처음에 김치를 먹었을 때 원래 먹던 음식들과는 너무 달라 놀 랐어요. 그러나 김치가 한국음식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음식점마다 김치 맛이 좋은데도 있고 나쁜데도 있다는 것을 알 게 되면서 계속 시도하다보니 좋아지게 되었어요. (Case: 2D 프랑스 43세)
IV.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국내 체류 중인 유럽 국적의 외국인을 대상으 로 정량적ㆍ정성적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조사ㆍ분석한 결 과를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관점에서 김치의 현지화 방안을 탐색하였다. 조사 내용을 ‘인지-첫 시도 후 평가-김치 에 대한 니즈-소비 의향’의 4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주요 김치 수용ㆍ비수용 핵심 요인을 살펴보았다.
첫 단계인 ‘김치의 인지’ 단계의 주요 요소로는 김치에 대 한 정보 노출 방식과 정보의 질적 수준의 관리 방안을 강구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가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먹 는 행위와 같이 직접 접하는 경우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한국 방문 등을 계기로 인터넷 검색과 같이 간접 경로 로 접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전 세대에 걸쳐 온라인을 통해 김치를 주로 접하기 때문 에 홈페이지 혹은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유튜브 (YouTube) 등을 김치 홍보 주력 채널로 이용해야 한다. 이때 개인 혹은 문화권에 따른 선입견으로 인해 잘못된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으므로 현지의 관습, 정서, 심리적 요인을 반영 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 대상으로는 멋진(fancy), 이국적인(exotic) 등과 같이 김치가 새로운 트렌드의 음식임 을 홍보하며, 기성세대 대상으로는 김치가 한국 문화에서 지 닌 의미와 건강 기능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보조 채널로는 국내외 대형 행사 혹은 방송과 같이 권위 있는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김 치 명인 혹은 요리사를 동원하여 김치 시연ㆍ시식을 진행하 는 일방향적 의사 전달(Communication) 형태보다는 음식 전 문가나 주요 기자단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김치를 중심 으로 한국 문화 체험 과정을 문답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처 럼 쌍방향적 의사 전달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건강에 관련된 구매 동기 요소 중 하나 로 발효(fermented)라는 단어를 쓰나, 유럽에서는 요구르트, 치즈 등과 같은 발효식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효식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발효(fermented)’라는 이미지를 ‘썩은 (rotten)’과 같이 부정적 이미지와 연관 지어 생각하였다. 유 럽권에서 김치를 홍보할 시 발효를 대체할 키워드를 개발해 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단계인 ‘김치의 첫 시도 후 평가’ 단계의 주요 요 소로는 잠재적 우호자 및 관능 외 요소에 기인한 김치 소비 자 관리이다. 대부분의 경우 최초 김치 취식 직후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잠재적 우호자의 경우 품질 낮은 김치의 취식 혹은 개인적 수용도보다 높은 수준 의 김치의 매운 정도 등으로 인해 처음에는 김치를 어렵게 느끼다가 익숙해지면서 추후 호감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우 원료, 양념의 강도, 모양 등을 관 능적인 부분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이들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
관능 외 요소에 기인한 김치 소비자의 경우 김치가 맛있 어서 먹기 보다는 환경적, 건강적 측면에 의해 김치를 먹는 데 이는 관능적 요소 외에도 김치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요 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조사에서는 건강, 채식, 저칼 로리가 가장 주된 이유였으나 좀 더 구체적인 잠재적 욕구 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단계인 ‘김치에 대한 니즈’ 단계의 주요 요소로는 매운 맛과 신맛, 아삭한 식감, 외관이다. 매운 맛의 경우 만 족ㆍ불만족 요인 모두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통제ㆍ관리가 필요한 요소로, 적정 강도를 찾음과 동시에 강도를 세분화하 고 이를 제품에 표기하여 소비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 품을 선택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한 고추 외 마늘, 생강 등의 복합 작용으로 인해 나는 매운맛에 대한 원 인을 찾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맛의 경우 김치 의 숙도에 따라 선호하는 양상이 다르므로 포장지에 숙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표시가 있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치의 아삭 거리는 식감(crunchy)은 유럽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관능적 요소 중 하나로, 이를 위해 배추김치의 경 우 배추의 아삭한 줄기부분만을 취한 김치 제품을 만들거나 현지인에게 익숙하고 단단하며 수분감이 있는 식재료를 이 용한 현지형 김치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김치가 어떤 재료 를 가지고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내 체류 유럽 인들은 무, 오이, 콜라비, 양배추 등을 가장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료로 꼽았다.
한편 김치 외관의 경우 김치가 유럽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이 다보니 낯선데다, 무섭도록 빨간색과 흐물거리는 모 양새, 건더기 아래로 흐르는 국물 등의 담음새로 인해 더욱 거리감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우 식당에서 제 공하는 김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식당에서 제 공되는 김치의 적정한 담음새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대형 마트 등에 판매되는 김치 제품은 적정한 1회 분량을 정 하고 이에 맞춘 포장 용기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젓갈 향을 잘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샐러드와 같이 신선 한 채소에 익숙하기 때문에 발효된 생선 향에 민감하게 반 응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혹은 문화에 의한 차이로 발생될 뿐 큰 장애요인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네 번째 단계인 ‘소비 의향’ 단계의 주요 요소로는 문화ㆍ 환경적 요소이다. 김치와 같이 낯선 이국음식을 수용할 때는 관능적 요인 외 문화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국내 거주 유 럽인들의 경우도, 김치 취식의사는 높았으나 본국에 돌아가 서 먹는 것에는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치 유통의 활성화ㆍ높은 가격 등의 요소도 분명 있으나 인문ㆍ문화적 요소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표적인 추천안으로는 육류 요리와의 조합(Pairing) 을 꼽았으며, 그 외 사우어크라우트, 투르시와 같이 유사 저 장식품을 이용한 조리법 등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을 꼽았다. 다만 유럽권 기존 저장식품이 저가, 오래된, 구 세대가 먹는 등과 같이 포지셔닝 되어 있고 그 시장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 타깃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신선샐러드를 경쟁 타깃으로 삼아 건강ㆍ기능성ㆍ맛에 서 차별화 되는 요소를 찾고, 기존 저장식품의 사용 용도를 차용하여 제품 개발 및 홍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유럽인들의 경우 과거 대제국을 건설하였다는 자국ㆍ자민 족(自民族)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새로운 식문화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김치는 동아시아 건 강식품의 하나일 뿐 본인들의 식문화 속에 공존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김치를 유럽의 식문화 속에 이 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김치의 현지화를 위해서는 그들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김치와의 접점을 찾고, 지속적으로 경험시키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한다.
상기의 사항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김치는 우리의 소중하 고도 독창적인 음식 문화이므로 유럽 소비자의 욕구를 일방 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한국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들의 문화적 자부심과 식단의 특성을 인정하는 차원 높은 전략적 접근(Two-track)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 김치의 정 체성을 가진 전통김치와 김장과 같이 공동체적 문화나 조리 도구 등의 한국 전통 문화를 결합한 ‘전략상품’으로 한국과 김치의 이미지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지의 식 재료, 관습, 정서, 심리 등 식문화적 요인에 맞춘 김치 및 김 치 응용 요리를 ‘주력상품’으로 하여 김치를 처음 접하는 사 람들도 김치에 다가가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일본의 스시는 다양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판매중이나 고급음식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스시에 신비스러운 일본 문화 이미지를 입혀 판매하기 때문이다. 우리 김치 역시 한국 문화와 전통 김치를 결합한 전략 상품이 김치의 전체 이 미지를 만드는 것이므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