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한나라의 전통음식에 관한 역사를 알기위해서는 현재 우 리가 먹고 있는 한식으로는 추측하기 힘들고, 기록으로 남겨 진 여러 문헌을 해제하고 종합분석 비교하여 알 수 있다.
우리의 옛 음식을 알 수 있는 문헌으로는 현재 조선 초기 것으로 알려진 1400년대 중반 어의를 지낸 전순의(全循義)에 의해 집필된「Sangayorok (山家要錄, 산가요록)」(1450년경) 이 있다. 그 다음은 100여년 후인 중종 때 안동의 광산 김씨 가의 김유(金綏, 1491-1555)라는 남성유학자에 의해 집필된 「Suunjapbang (需雲雜方, 수운잡방)」(1540년경)이다. 그 후 는 1600년도 후반 경북 영양 재령이씨가 여인 장계향(張桂 香, 1598-1680)이 저술한 「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 (1670년경)이나 하생원 저술「Jubangmun (주방문)」(1600 년대 말)이다. 대부분 옛 조리서가 조선시대 중기 이후의 것 이 많으나 조선 초기의 조리서는 매우 드물기에 조선 초기 의 식생활 연구에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고 보겠다. 특히 집 필연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저자의 생몰연대나 활동시기, 서체. 종이 재질 등으로 한정되어 정확한 년도나 월을 밝힐 수 없는 것도 어려운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에 초기의 조 리서가 귀하여 당대의 음식문화를 비교 연구할 수 없는 어 려움이 많은 가운데 「Suunjapbang (需雲雜方, 수운잡방)」 (1540년경)과 시대가 비슷한 「Gyemiseo (癸未書, 계미서)」 (1554)를 발표함은 조선초기의 식생활사를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계미서」는 7-8년 전 한 한학자에 의해 발견되어 (사)궁 중음식연구원에서 입수하여 수년간 해제와 조리과학적 분석 을 해오다, 이 책이 조선시대 초기의 음식문화를 잘 알 수 있는 귀중한 내용임을 발견하고 연구논문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계미서」는 집필 년대가 정확하므로 조선 초기의 식생활을 알 수 있는 한문 필사본이다. ‘조선개국 163년 갑 인 6월 14일 (1554년), 갑인 후 358년 (1911년) 제본을 다 시 함’ 이러한 내용으로 기존 옛 조리서나 앞으로 발견될 조 리서의 년대를 잡아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II. 연구내용 및 방법
1. 연구대상 문헌 소개
1) 서명의 추정. 저자와 서자
표지에 癸未書라고 쓰여 있으나 원제호가 붙었던 자리는 왼편 윗부분에 흰 자리로 남아 있다<Figure 1>.
<Figure 1>의 내용을 풀이하자면, 조선개국 163년이니 1554년 갑인년 6월14일 계미날에 만든 것을 갑인(1554년) 후 358년이 지난 후 신해년(1911년) 에 배접을 하여 만들었다. 보관은 옥지산방이고 황우(黃牛)라는 낙관이 찍혀 있다. 배 접하여 만든 표지에 의하면 집필년도를 확실히 알 수 있으 나, 황우라는 필자와 보관한 옥지산방에 대하여는 앞으로 밝 혀야 할 문제이다.
2) 책의 외형
이 책은 가로 21 cm, 세로 25 cm 크기에 20장으로 되어 있으며, 15행이며 행마다 20자를 기준으로 쓴 한문으로 쓴 필사본(筆寫本)이다. 서자가 행과 행마다 글자의 수효를 철 저하게 지키지는 않았으나 이를 지키려는 노력은 한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조리서들이 따로 책을 베끼는 경우도 많지만, 이 책은 한사람이 필사에서 판본의 인본을 사본으로 만드는 습관으로 한 익숙한 달필로 보인다.
전체가 본문 40면이고 본래 20장이었다. 글씨의 서체는 행 서이고 가정 갑인(1554년 조선 명종 9년) 6월 14일에 17면 10행까지 썼다. 이를 이어서 쓰고 20면의 끝에는 다음해 을 묘년 5월 초파일 신축에 썼음을 밝혔다. 이는 1장 2면과 5행 을 거의 1년 동안 증보하였으며, 1차 증보인 셈이다. 내용에 서 보면 저( )와 저의 방법을 비롯한 6개 사항을 추가한 정 도이다. 삼해주방이 앞에 쓴 내용과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가 앞서 나온 음식의 범주에 속한다. 이는 전체 책의 절반인 셈 인데 제 20면의 다음에는 분명하게 백지로 남겨 놓았다.
21면부터 30면까지 5장 10면을 술 빚는 법으로 모두 채웠 다. 이는 2차 추가인 셈인데 「계미서」에 없던 술 빚는 법 을 망라한 새로운 분야를 정리하였다. 분량으로나 종류로나 내용을 철저하게 자료를 모아 정리하였다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이는 단순한 증보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 확대하 였다고 하겠으나 이를 증보한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다음 31면부터 34면까지 2장에 걸쳐 앞에 나온 내용을 보충할 항 목과 고기 굽는 법과 양봉밀방과 과자 굽는 법, 그리고 누룩 을 만들고 술을 빚는 날짜의 길일과 흉한 날이 추가되었다. 특히 황구를 굽는 법과 양봉법은 특이한 사항이다. 이는 3차 추가한 사항인데, 양봉법인 양봉밀방이 가장 두드러진 새로 운 분야이고 1면 전체를 할애하여 분량도 적지 않다. 35면부 터 40면까지 6면 3장은 4차 보충이고 술과 누룩에 대한 내 용을 여러 항목 증보하였고 국수에 대한 내용도 조금 보충 되었다. 장을 바치거나 무를 심는 날과 동이를 씻는 금기 날 짜를 보충하였다. 택일에 대한 가장 자세한 부분이 집중되어 보충된 느낌이 있다. 추가한 부분이 새로운 장에서 시작하더 라도 크게 공백은 많지 않은 셈이고 서체도 크게 변하지 않 은 같은 서체로 시종 일관된 느낌이 경이롭다. 이는 적어도 서자와 찬자가 같다는 증거라고 짐작된다. 또한 저자가 오랜 기간 경험이나 독서를 통하여 내용을 추가하였음을 알 수 있 고, 적어도 1553년 이후 매년 추가하여 5년 정도 기간을 보 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특징은 증보를 하 면서 중간 중간 집필한 일월을 적어 둔 서자의 명이주도한 글쓰기습관이 후세 공부하는 이들에게 대단한 단초를 제시 해준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나 술에 대한 내 용이 2차 증보에서 대폭 증가하고 이후에도 술에 대한 내용 이 적지 않다. 또한「산가요록」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조리 서들이 주방문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 장, 저, 초, 저장법 등 의 순서인데 이 책은 장이 먼저 나오고, 술 만드는 법 20여 가지가 뒤로 나온다. 증보를 하면서 가끔 집필한 연월일을 작게 써 놓았으니 앞서 즙저법까지는 ‘을묘 오월초팔일 신축 서(乙卯 五月初八日 辛丑書)’, 그 다음 술에서는 ‘을묘 사월 초사일 갑술서(乙卯 四月初四日 甲戌書)’로 되어 있다. 그 의 문은 사실 주방문을 쓴 날자는 한 달 먼저이니 한권의 책으 로 썼다면 앞부분에 나와야하나 따로 따로 써서 합본으로 만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 책의 마지막장에는 장과 항아리에 대한 주의가 나 오며 좌측 맨 끝줄에
‘洗手(指)側五 勿汚 勿破 勿失 勿(毁) 勿(損)
손가락을 잘 씻고 5가지를 지켜야한다. 더럽히거나 찢어지 거나 잃어버리거나 나른 나른해지거나 떨어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라고 적혀 있어 저자가 공들여지은 책을 자손에게 남기기 위해 당부의 말을 써 놓은 것으로 손을 잘 씻고 소중 하게 다루어 보관해 전해줄 것을 당부했음을 알 수 있다 <Figure 2>.
2. 「계미서」의 전체 구성과 그 내용
「계미서」에 나오는 음식들을 항목별로 나누어 정리하였 다<Table 1>.
조선시대의 대부분의 조리서에는 술 제조법이 제일 먼저 나오나「계미서」에는 장 제조법이 제일 먼저 나온다. 그 다 음으로 침채류, 초 제조법, 주식류, 찬물류, 떡과 과자 순으 로 나오고 술은 맨 나중에 나오고 있다. 이는 술 만드는 법 은 추가 하여 기록하고 제본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계미서」에는 장 제조법이 13종, 침채류 14종, 초 제조법 13종, 주식류 11종, 찬물류 26종, 저장법 3종, 떡과 과자 4, 술 제조법이 44종으로 총 128종의 음식법이 나온다.
III. 결과 및 고찰
1. 「계미서」의 장의 분류와 재료
대부분 고조리서가 술을 제일먼저 다룬 것에 비하여「계 미서」는 장을 먼저 다루었다. 「계미서」에 나오는 장 제조 법은 총 13종이 기록되어 있는데, 메주가 1종으로 말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장을 담구어 된장과 간장을 취하는 합장법이 3종으로 합장, 침장법, 수장침법이 기록되어 있다. 시를 만들 어 장을 담그는 제조법이 4종으로 전시법, 향시, 전시, 청장 이 기록되어 있다. 또 집장하는 법이 3종으로 즙저, 즙저법, 가즙저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 외 비지를 넣은 란장과 말린 청어를 넣어 장을 담근 청어장해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제조법별로 분류하고 재료를 살펴보았다<Table 2>.
그 중 메주 만드는 법인 ‘말장’은「계미서」보다 100여 년 전의 문헌인「산가요록」에도 말장훈조로 소개되어 있는 방 법으로 음력 정월에 콩을 삶아 덩어리로 만들어 메주를 띄 우는 방법이 오늘날의 메주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다.
메주로 장을 담구어 된장과 간장을 취하는 법으로 ‘합장’ 은 메주 3말에 소금 1말, 물은 소금의 배 정도의 소금물을 만들어 장을 담근다고 비율을 강조하고 있다. 또 장을 담글 때 콩과 두부를 항아리 바닥에 넣었다가 좌반으로 써도 좋 다고 소개하고 있다. ‘침장법’은 합장을 간단히 적어 놓은 것 으로 명칭만 다를 뿐이다. ‘수장침법’은 간장 담그는 법을 간 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옛 장법에 나오는 시( )는 흩임메주로 볼 수 있다(Lee 1997). ‘전시법’은 칠월 하순에 콩 1사발로 시를 만들어 장 담그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향시’는 6-7월 상 순에 시를 만들어 장을 담그며 이때 산초잎이나 뽕잎을 넣 는다. 또 ‘전시’는 시를 만들어 장 담글 때 오이와 동아를 넣 는 집장법과 유사하다. ‘청장’은 콩과 밀기울을 섞어 시를 만 들어 장을 담구어 간장을 취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집장법으로 ‘즙저’는 시에 오이와 가지를 합하여 집장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즙저법’은 콩과 기울을 섞어 만든 시 에 오이를 합하여 집장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가즙저 법’은 시에 가지를 합하여 집장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즙 저를 장으로 볼 것인가 김치류로 볼 것 인가에 대하여 Han (2003)도 일전에는「산가요록」의 즙저를 고대 김치류의 흔 적으로 보았고, Park & Hwon(2017)은「Juchochimjeobang (酒醋沈菹方)」(1500s or 1600s)의 즙저를 김치류에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즙저는 장과 김치의 혼합형이지만 여름철에 콩 을 삶아 띄워 메주를 만들어 채소를 넣어 삭힌 것으로 장이 우선인 음식으로, 장으로 분류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에도 경상도 지역에서 여름철에 민든어 띄운 메주에 오이, 가지, 풋고추, 부추 등 여름철 채소를 넣어 삭혀서 즐겨 먹 고 있는 집장(거름장)이 바로 이 즙저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외 ‘란장’은 합장할 때 평상시에 모아 놓았던 비지를 말 려 가루로 만들어 항아리 바닥에 깔고 장을 담그는 비지장 법을 소개하고 있다 「계미서」에 기록된 청어장해(靑魚醬 )의 내용은 흥미롭다. 항아리 안에 말장가루를 깔고 말린 청어를 깔기를 켜켜이 반복하고 마지막에는 말장가루를 두 껍게 깔고 소금과 물을 합장의 예대로 섞어 붓고 봉하였다 가 가을 후 열어서 쓴다고 하였다. 이는 음식이름으로도 볼 수 있듯이 장법과 식해법의 혼용으로 볼 수 있다.「계미서」 에는 다른 식해법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식해에 관해서는「주방문」과「Yorok (要錄, 요록)」(저자미상, 1680 년대)에는 생선+소금+곡물의 전형적인 식해가 나타나고, 「Yeok-Jubangmun (歷酒方文) 「역주방문」(1800년대 중엽) 에서는 소의 양이나 멧돼지껍질을 쓰고 후추를 섞은 것도 식 해라 하였고,「Eumsikbo (飮食譜)」(1700년대)에서는 생선, 소금, 곡물, 밀가루, 누룩을 섞어 쓰고 있다(Kim & Lee 1988). 오늘날 식해는 동해안을 따라 경상도의 생선밥식해, 강원도의 북어식해, 함경도의 가자미식해 등 생선, 소금, 곡 물, 엿기름, 무, 각종 향신료를 섞어서 김치형식해 형태로 현 존하고 있다.
2. 「계미서」의 침채류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 나오는 침채류의 제조법은 총 14종이 기록되 어 있다. 그 중 저가 8종으로 조저법, 과저법, 과저, 납저, 가 과저, 염나복저1.2.3이 기록되어 있다. 침채류는 5종으로 진 청침채, 진청근침채1.2, 나박침채, 우침채가 기록되어 있다. 기타 개채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제조법별로 분류하고 재 료를 살펴보았다<Table 3>.
그 중 저의 조리법으로 ‘조저법’은 작은 오이를 항아리에 넣고 청장을 끓여 붓고 봉하여 사일 후 쓴다고 하였다. ‘과 저법’은 오이를 항아리에 세워 담고 청장과 소금을 섞어 끓 여 붓는다. ‘과저’는 항아리 바닥에 형개 열매와 향유이삭을 깔고 오이를 넣고 소금물을 끓여 붓는다. ‘납저’는 어린오이 를 소금과 술지게미를 섞어 담근다. ‘가과저’는 6-7월 사이 가지와 오이를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을 끓여 붓는다. 이 때 할미꽃 뿌리와 줄기를 물과 함께 달여 항아리에 붓는다고 소 개하고 있다. 오이지를 담글 때 할미꽃을 이용하는 것은「산 가요록」에서도 소개한 방법이며, 이러한 고조리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Han & Jo(2005)는 오이지 담글 때 연부현상을 방 지하기 위하여 할미꽃 뿌리와 줄기를 첨가함으로 향균효과 가 있어 오이지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저장성을 높이는 사실 을 실험을 통하여 증명하고 연구 보고하였다. ‘염나복저’는 당청저(唐靑菹)라 하며 무를 소금에 절인 후 씻어 물기를 뺀 후 소금물에 담그는 법과, 물에 담갔다가 소금에 절인 후 씻 어 물기를 뺀 후 소금물에 담그는 법, 무를 짚신으로 밟은 후 씻어 물에 담갔다가 소금물에 담그는 법 등 3가지 방법 을 소개하고 있다.
침채 조리법으로 ‘진청침채’는 무를 조각내어 소금에 절여 씻어 물기를 뺀 후 소금물에 담그는 제조법을 소개하고 있 다. ‘진청근 침채’는 토읍침채(土邑沈菜)라고도 하며, 무를 조 각내어 소금물을 끓여 식혀 붓는다. 또 다른 법으로 무를 조 각내어 물에 담그고 맑은 물이 나오도록 물을 계속 갈아주 거나, 혹은 옅은 쌀뜨물을 끓여 차게 식혀 소금기 약간 있게 해서 항아리에 넣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박침채’는 참무 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깎아 얇게 잘라서 담근다고 간략하 게 소개하고 있다. 우침채는 모비읍 침채(毛飛邑沈菜)라고도 하며, 서리 내리기 전 토란줄기를 베어다가 쪼개어서 소금에 절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특이한 침채로 개채(芥菜)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동아 를 손가락 굵기로 한 치 길이로 끓는 물에 참기름을 넣고 데 쳐내어 짙은 겨자즙에 섞어 담는데, 이 때 무 줄기를 한 치 길이로 잘라서 같이 담가도 좋다고 하였다. 이러한 동아침채 는 「산가요록」에서도 동아와 순무를 썰어 소금에 절인 후 참기름과 겨자가루를 섞어 담근다고 소개하고 있다. 예부터 동아는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두고 먹을 수 있는 채소로서 는 으뜸이었음을 알 수 있다. 1795년 정조가 모후 혜경궁을 모시고 화성행차 8일간의 상차림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 궤에 수록된 음력 윤 2월 10일 조수라에 올린 침채인 동과 초(冬瓜醋)도 비슷한 조리법의 동아침채라고 볼 수 있겠다 (Han et al. 2018).
4. 「계미서」의 초 제조법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 나오는 초 제조법은 총 13종이 기록되어 있 다. 고리 제조법으로 황의법조 1종이 기록되어 있다. 초 제 조법은 12종으로 황의진초, 모초, 대맥초법1. 2, 사절초1. 2, 병정초1. 2, 파의초, 무시파의초, 창포초, 고시초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제조법별로 분류하고 재료를 살펴보았다<Table 4>.
그 중 고리 제조법으로 ‘황의법조’는 밀을 불려 푹 쪄서 삼 잎을 섞고 참쑥을 두껍게 덮어 칠일 후 누런 털이 생기면 햇 볕을 쬐어 사용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초 제조법으로 ‘황의진초’는 쌀 1말로 밥을 지어 황의 2되 와 누룩 2되로 쌀 식초를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모초 ’는 주재료인 겉보리 1말과 쌀 약간으로 식초를 제조하는 법 을 소개하고 있다. 보리쌀로 만드는 초는 2종이 소개되고 있 는데 ‘대맥초법1’은 보리쌀을 쪄서 식힌 후 항아리에 넣고 5 일 후 털이 생기면 물을 넣어 봉한 후 21일 후 맑아지면 쓴 다고 하며, 2법은 같은 제조법이나 7월 7에 물을 넣어 15일 후 쓸 수 있다고 여름철 초제조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절초 ’는 병정일에 제조하는 초법으로 1법은 쌀의 1/2분량의 밀과 누룩을 섞어 사용하며, 2법은 쌀과 누룩만 사용하며 제조하 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파의초’는 6월 그믐에 시작하여 8 월 15일 밤에 열어 사용하라고 하며, ‘무시파의초’는 때에 상 관없이 담금 후 21일 후 쓰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창포 초’는 5월에 담근 지 3일 후 쓸 수 있는 초로 소개하고 있다. ‘고시초’는 주재료가 찹쌀로 담근 지 14일 후 쓸 수 있는 초 로 소개하고 있다.
5. 「계미서」의 주식류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 나오는 주식류는 총 11종이 기록되어 있다. 밥은 1종으로 온반이 기록되어 있으며, 죽은 3종으로 백죽, 담죽, 기매죽이 기록되어 있다. 면은 녹두녹말 내는 법인 조 녹두말 1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면 제조법은 5종으로 면, 별 면법, 작세면, 면시, 진주분이 기록되어 있다. 만두 법은 수 고아 1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제조법별로 분류하고 재 료를 살펴보았다<Table 5>.
그 중 ‘온반’은 밥 위에 쇠고기나 꿩고기, 다시마전, 두부, 소유병(小油餠), 잣 등 고명을 얹고 청장으로 간을 한 육수 를 끼얹은 탕반으로 육수는 쇠고기나 꿩고기로 만든 흑탕을 쓴다.
죽 조리법으로 ‘백죽’은 죽 한 사발을 하려면 쌀 3홉에 쌀 뜨물 한 사발 섞어서 죽이 한 사발 될 때까지 끓인다고 소개 하고 있다. ‘담죽’은 율무가루, 산약가루, 원미가루를 같은 분 량으로 섞어 끓는 물에 넣고 죽을 쑤어 꿀을 섞어 먹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기매죽’은 청장으로 간을 한 고기육수에 기 장쌀로 죽을 쑤고 가늘게 썬 살코기와 짠무김치와 오이지나 오이장아찌를 짠 맛을 없애고 가늘게 썰어 익혀서 함께 넣 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면 제조법으로는 먼저 녹두로 녹말 만드는 법으로 ‘조녹두 말’을 소개하고 있다. 또 ‘면’은 메밀로 메밀가루를 만들고 녹두가루를 섞어 면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별면법’ 은 밀가루에 달걀이나 꿩알을 넣어 반죽하여 면을 만들어서 먹으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작세면’은 녹두녹말을 끈기 있는 풀로 쑤어 바가지 구멍으로 흘려내려 가는 면을 만드 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면시’는 닭을 삶아 청장으로 간을 하여 육수를 만들고, 닭고기는 찢어 양념하여 볶아 육수와 섞은 후 면을 넣고 장 양념을 얹는다고 요즘의 국수장국을 소개하고 있다. ‘진주분’은 기장이나 메밀을 곱게 정미하여 무른 밥을 지어 냉수에 씻어 건져 밀가루를 묻히고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찬물에 씻어 건지기를 2번 하고 녹두녹말을 묻혀서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찬물에 씻어 건지기를 2번 한 다. 이러한 방법은 보리수단의 조리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오이장아찌를 가늘게 썰어 짠 맛을 씻어 내고, 연 한고기를 진주분 크기로 썰어 참기름에 볶아 익히고, 각종 향채와 들깨즙을 넣고 섞어 숟가락으로 먹는다고 소개하는 음식으로 각양 재료와 모양과 색이 귀한 진주 모양으로 아 름답고 맛이 뛰어난 음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두는 ‘수고아’로 밀가루에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하여 피 를 만들고 쇠고기 소를 넣어 빚어 물에 삶아 생강즙과 함께 먹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6. 「계미서」의 찬물류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 나오는 찬물류는 총 28종이 기록되어 있다. 탕이 4종으로 흑탕, 포탕, 별탕, 족탕이 기록되어 있으며, 두 부가 2종으로 취포, 건두포가 기록되어 있다. 또 고기음식이 12종으로 편적, 란저두, 마미육, 치개미육, 육적, 자우육법, 자 마육법, 진조, 계팽, 팽계, 팽황구, 치장이 기록되어 있다. 이 는 돼지고기, 소고기 외에도 말고기, 참새고기를 먹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다른 고조리서에서 볼 수 없는 말고기 음식을 다룬 것이 특이하다. 생선음식이 2종으로 연전포, 은 어가 기록되어 있다. 그 외 산삼좌반1. 2, 빙자, 우방연법, 치 염, 개즙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조리법별로 분류하고 재 료를 살펴보았다<Table 6>.
‘흑탕’은 육수법이다. 날짐승 삶은 물이 최고 좋다고 한다. 「산가요록」에도 흑탕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주재료는 생치 이나 닭이나 날짐승도 쓴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는 예부터 우리나라는 쇠고기 육수보다 꿩이나 닭 등 날짐승고기 육수 를 더 보편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농업국가에서 농경 에 큰 동력인 소의 식용은 극히 삼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Kim & Lee 2008). ‘포탕’은 두부를 두껍게 썰어 참기름으 로 지져 청장을 두르고 무김치 줄기를 잘라 같이 끓이면 좋 다고 하였다. ‘별탕’은 자라를 잘 손질하여 참기름을 두르고 볶은 후 된장을 풀어 삶아 양념하고, 파 흰 부분을 섞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족탕’은 각종 가축의 족을 손질하여 푹 삶 아 찢은 후 청장으로 간을 맞추고 양념한다.
‘취포’는 콩 1말과 녹두 1말로 두부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콩과 녹두를 같이 쓰면 두부가 연하고 부서지지 않는 다고 한다. ‘건두포’는 2월에 두부를 콩 1말로 9 조각 나게 단단하게 만들어 낮에는 햇볕에 말리고, 밤에는 두부 통 물 에 담가 두는데 그 두부물이 다할 때까지 반복하면서 건두 부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편적’은 고기 굽는 법이며 ‘란저두’는 돼지머리를 삶아 얇 게 썰어 겨자즙에 찍어 먹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미육’ 은 말꼬리로 육수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치개미육’은 고기 삶을 때 호두알 3-4개를 넣으면 맛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육적’은 기름기 없는 고기를 청장즙과 참기름에 재웠 다가 굽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우육법’은 늙은 쇠고기 삶 을 때 으깬 살구씨와 지황잎을 넣고 삶으면 쉽게 익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때 솥뚜껑을 덮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 다. ‘자마육법’은 말고기 삶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파와 술 을 넣으면 좋으며, 이때도 솥뚜껑을 덮으면 안 된다고 한다. 병든 말고기는 소금, 술, 파, 산초, 회향 등에 하루나 이틀 담 가 두었다가 술을 뿌리면서 쪄야 독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진 조’는 참새를 구워 좋은 술에 담갔다가 참새고기를 먼저 먹 고 그 술도 마신다. 동지 후 입춘전의 참새가 좋다고 한다. ‘계 팽’은 손질한 닭 뱃속에 회향, 지채, 천초장, 참기름을 섞어 넣고 대침으로 봉한 후 청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춘 물을 작은 항아리에 넣고 닭을 넣고 기름종이로 봉한 후 솥 안에 횡목을 걸치고 항아리를 놓고 중탕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12 시간 정도 중탕 한 후 닭을 찢고 삶아낸 국물에 후춧가루를 넣어 먹는다고 한다. ‘팽계’는 계팽의 내용과 비슷하나 닭을 항아리에 넣지 않고, 닭을 위와 같이 하여 단정하게 묶어서 솥에 손가락만한 나무 서너 개를 넣고 닭을 그 위에 안치 후 에 물 1 사발을 붓고 끓인다. ‘팽황구’는 황구의 살을 발라 물 5사발과 참기름 5홉, 청장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봉하여 솥에 물을 붓고 담가 삶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먹을 때 초 와 청장과 파즙을 섞어 곁들인다. ‘치장’은 꿩고기로 완자 만 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전포’는 말린 전복을 삶을 때 진흙이나 부서진 기와를 조금 넣고 삶으면 연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은어’는 마른은 어를 쌀뜨물에 담갔다가 청장즙과 참기름을 조금 섞은 물에 삶으면 갓 잡은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기타 ‘산삼좌반1’은 더덕을 껍질 벗겨 홍두개로 두드리고 칼로 쪼개어서 항아리에 담고 청장즙을 넣어 스며들고 마르 면 참기름을 발라 쓴다. ‘산삼좌반2’ 법은 더덕을 삶아 익혀 껍질을 벗기고 찧은 후 하는 법은 같다. 그 외 녹두빈대떡 만드는 법인 ‘빙자’, 우엉 연하게 삶는 법인 ‘우방연법’, 고운 소금 만드는 법인 ‘치염’, 겨자즙 만드는 법인‘개즙’이 기록 되어 있다.
7. 「계미서」의 저장법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는 채소저장법이 총 3종 염강, 장가, 장과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조리법별로 분류하고 재료를 살펴보 았다<Table 7>. ‘염강’은 생강을 소금에 절여 물에 씻어 말 리는데 이 때 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바른다고 하였다. ‘장가 ’는 가을철 서리가 내리기전 가지를 꼭지가 달린 채로 항아 리에 재를 넣고 꼭지를 밑으로 하여 재에 묻어두면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장과’는 오이를 소금에 묻 어 두었다가 절회수(折灰水)에 담구어 소금기를 빼서 쓰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8. 「계미서」의 떡과 과자류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 나오는 떡과 과자류는 총 4종이 기록되어 있 다. 떡이 1종으로 기증병, 약과가 1종으로 약과조법, 정과가 1종으로 동과정과, 엿이 1종으로 흑탕법이 기록되어 있다. 이 것을 제조법별로 분류하고 재료를 살펴보았다<Table 8>.
조선 중기 이후 제례나 의례의 필수품인 유과나 다식(Cho et al. 2008)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조선 초기의 시대적 특징 과 「계미서」의 집필 목적이 의례용 음식을 기록함이 아님 을 엿볼 수 있다.
‘기증병’은 증편하는 법으로 밤채, 잣, 호두, 석이, 대추를 고명으로 뿌리고 쪄낸 후 꿀을 바른다. ‘약과조법’은 밀가루 1말, 꿀 1되 5홉, 참기름 5홉을 섞어서 약과를 빚어 익힌 후 꿀에 집청 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동과정과’는 동아를 썰 어서 사와가루(굴껍질로 만든 재)와 섞어 하룻밤 재운 후 씻 어 꿀과 섞어 끓인 후 그 꿀은 버리고 새 꿀을 섞어서 끓여 생강채를 섞어서 항아리에 두면 오래 되어도 새것과 같다고 기록되어 있다. ‘흑탕법’은 겉보리로 엿기름을 만드는 법과 쌀과 엿기름으로 엿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9. 「계미서」의 술의 분류와 재료
「계미서」에 나오는 술은 총 44종이 기록되어 있다. 술을 제조 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한 번 빚은 술인 단양주는 이화 주가 기록되어 있다. 이양주는 20종으로 세신주, 별세신주사 절통용, 벽향주1, 두강주2, 이미주, 정향주, 녹파주, 하양주, 혜향주, 하향주, 하별조주, 하양좌청주, 절주법, 과하주, 삼두 주, 예주법, 하일불산주, 모주, 사절통용육두주, 육두주사절통 용이 기록되어 있다. 세 번 빚은 삼양주는 6종으로 삼해주, 두강주1, 벽향주2, 오두주, 구두주, 십두주가 기록되어 있다. 또 술을 빚은 지 1주일 이내 쓰는 속성주는 8종으로 일일주, 삼일주1.2.3.4, 하일주, 하일절주, 열시주가 기록되어 있다. 감 주법이 3종으로 감주1.2.3.이 기록되어 있다. 또 소주법이 1 종, 기타 수주, 치개미주, 조국법, 조국길일, 조국기일에 대하 여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제조법별로 분류하고 재료를 살펴 보았다<Table 9>.
단양주는 1차 발효만 시키는 상용약주로 그 양조법이 단 순하다.「계미서」에서는 이화주 1종만 기록되어 있다. 이 화주는 전통적인 쌀누룩 술로 청주를 분리하지 않은 탁하고 흰죽과 같은 술이나 오늘날의 막걸리와는 다른 술로 볼 수 있다. 이화주는 보통 배꽃이 필 무렵 빚는 술이지만, 「계미 서」에서는 술을 빚는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쌀가 루를 절병처럼 쪄서 배꽃 꽃잎처럼 뜯어 술을 빚는다고 기 록되어 있다. 고려에 말 이규보의「동국이상국집」의 시 가 운데 이화주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때부터 빚어 졌던 고급 탁주이다. 또한 조선시대 고조리서 주방문에는 거 의 언급되는 술로 배꽃이 연상되는 것처럼 배꽃이 사용되는 술은 아니다(Park 2015).
이양주는 어느 정도 발효시킨 밑술에 다시 덧술 하는 방 법으로 우리나라 전통술의 종류 중 가장 많은 양조법이다. 「계미서」에 수록되어 있는 20종의 이양주 제조법에서 초양 에 사용하는 곡물 재료는 멥쌀 17회, 찹쌀 2회, 보리쌀 1회 사용하였다. 이양에서 사용한 곡물 재료는 멥쌀 13회, 찹쌀 6회 사용하여 멥쌀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누룩은 초양에 서 모든 술 빚는 법에 사용하였으며, 이양에서 5회 사용하였 다. 발효보조제로 사용한 밀가루는 초양에 3회, 이양에 3회 사용하였다. 모주( 酒)는 보리를 쪄서 3일 동안 물에 담갔 다가 씻어 말려 다시 찧어 물에 담가 법대로 술을 빚는다고 자세한 재료는 언급하지 않았다.
삼양주는 섬세한 방법으로 여러 번 덧술 하여 순후(醇厚) 한 맛이 나도록 빚어내는 약주이다.「계미서」에 수록되어 있는 6종의 삼양주 제조법에서 초양에 사용하는 곡물 재료 는 멥쌀 5회, 찹쌀 3회 사용하였다. 삼해주는 초양에 찹쌀을 벽향주2와 십두주는 초양에서 멥쌀과 찹쌀을 같이 사용하였 다. 이양에서 사용한 곡물 재료는 멥쌀 6회, 찹쌀 1회 사용 하였으며, 삼해주 이양에서는 멥쌀과 찹쌀을 모두 사용하였 다. 삼양에서 사용한 곡물 재료는 멥쌀 6회 사용하였다. 누 룩은 초양에서 모든 술 빚는 법에 사용하였으며, 이양에서 4 회 사용하였고, 삼양에서는 구두주에서만 1회 사용하였다. 발 효보조제로 사용한 밀가루는 2회로 삼해주와 두강주1에서 각 각 사용하였다.
속성주는 단 시일 내 숙성되는 술인 순내주(旬內酒)로 대 개 1주일 정도 걸린다. 보통 단양주가 많으나, 「계미서」의 속성주는 일일주, 삼일주1, 삼일주3, 삼일주4, 열시주는 이양 주이다. 사용된 재료는 멥쌀이 가장 많고, 그 다음 찹쌀을 사 용하였고, 단시간의 발효를 위해 누룩의 양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특히 하일주와 하일절주는 속성발효를 위하여 밀가 루를 첨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계미서」(1554)에는 감주법이 3종 수록되어 있다. 감주는 특별한 양조법으로 달게 빚어진 술로 엿기름으로 만들어진 식혜와는 달리 누룩을 이용하여 빚는 술로 물을 아주 적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감주법이 3가지 소개되었는데 3법 은 엿기름가루를 첨가하였다.
소주법은 멥쌀 1말에 누룩 3되로 술을 빚는 법을 간단하 게 소개하고 있다.
그 외 수주, 치개미주, 조국법, 조국기일, 조주기일 등 술 에 관한 기본법과 주의점이 수록되어 있다. 좋은 누룩을 꿩 알 만하게 깍아서 술항아리에 넣으면 술 맛이 변하지 않는 다는 ‘수주법’과 찹쌀가루로 떡을 만들어 구멍을 뚫어 옹기 바닥에 두고 시어진 술을 붓고 며칠 지나면 맛이 처음과 같 아진다는 ‘치개미주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조국법’은 기울 과 녹두를 섞어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누룩 만들기 좋은 날과 술 빚기 좋은 날을 소개하고 있다.
10. 조선 초기 100년의 음식 비교
현재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 조리서인「산가요록」부터 100 년 사이에 나온 책인 「수운잡방」이 있지만 「계미서」가 발굴되므로 3종이 되었다. 따라서 2종보다는 3종의 책을 비 교함으로서 조선초기의 식생활을 음식명, 재료, 조리법 등으 로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산가 요록」,「계미서」,「수운잡방」에 소개된 음식명을 비교하 여 유사점을 찾아보았다<Table 10>.
「산가요록」의 음식을 100년이 다되도록 이어졌음에 주목 해볼 수 있다. 또한 「산가요록」과「계미서」를 비교하고 「산가요록」,「수운잡방」을 비교한다면「계미서」가 「산 가요록」의 내용과 같은 음식이 많음을 알 수 있으며, 앞으 로의 연구에서는 「산가요록」의 필자와 「계미서」의 필자 와의 연관성도 유추해볼 수 있겠다.
3종의 책에 모두 나타나는 음식은 술에서는 이화주, 벽향 주, 두강주, 녹파주, 예주, 삼해주, 오두주, 삼일주이며 장에 서는 전시, 즙저, 초에서는 사절초, 창포초, 침채에서는 과저 법, 진청근침채, 채소저장은 장가, 주식류에서는 면, 병과에 서는 동과정과, 찬물류에서는 산삼좌반 등이다.
IV. 결론 및 요약
「계미서」는 표지에 집필 년대를 정확하게 밝힌 조선초기 의 한문 필사본이다. 「계미서」는 조선개국 163년(1554년) 에 집필한 후 훼손된 것을 358년 후 조선말기인 1911년에 장정을 대대적으로 배접했음을 표지에 크게 써 놓아서 집필 년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조선초기의 식생활을 알 수 있 으며 동시대의 조리서를 알아내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책이 다. 이러한「계미서」에 기록된 음식들을 소개하고 그 내용 을 분석하여 조선초기의 음식문화를 살펴보았다.
첫째,「계미서」에 기록된 내용은「산가요록」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리서들이 주방문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 장, 저, 초, 저장법 등의 순서인데 이 책은 장이 먼저 나오고 그 다 음으로 김치류, 초 만드는 법, 주식류, 찬물류, 떡과 과자 순 으로 나오고 술은 맨 나중에 나오고 있다. 이는 술 만드는 법은 추가 하여 기록하고 제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계미 서」에 기록된 음식법은 장 제조법이 13종, 침채류 14종, 초 13종, 주식류 11종, 찬물류 26종, 저장법 3종, 떡과 과자 4, 술 제조법이 44종으로 총 128종의 음식법이 나온다.
둘째,「계미서」에 나오는 장 제조법은 총 13종이 기록되 어 있다. 메주는 말장이 기록되어 있다. 장을 담구어 된장과 간장을 취하는 합장법으로 합장, 침장법, 수장침법이 기록되 어 있다. 시를 만들어 장을 담그는 제조법으로 전시법, 향시, 전시, 청장이 기록되어 있다. 또 집장하는 법으로 즙저, 즙저 법, 가즙저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 외 비지장법인 란장과 말 린 청어를 넣어 장을 담근 청어장해가 기록되어 있다. 특히 청어장해는 말장가루와 말린 청어를 켜켜로 넣고 합장하듯 이 소금과 물을 섞어 붓고 담근 것으로, 음식이름으로도 볼 수 있듯이 장법과 식해법의 혼용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계미서」에 나오는 침채류의 제조법은 총 14종이 기록되어 있다. 그 중 저는 조저법, 과저법, 과저, 납저, 가과 저, 염나복저가 기록되어 있다. 침채류는 진청침채, 진청근침 채, 나박침채, 우침채가 기록되어 있다. 또 특이한 침채로 개 채(芥菜)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동아를 손가락 굵기로 한 치 길이로 끓는 물에 참기름을 넣고 데쳐내어 짙은 겨자즙에 섞 어 담그는 것으로「산가요록」의 동아침채와 유사하며 당시 겨울철 저장 식품으로 동아가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계미서」에 나오는 초 제조법은 총 13종이 기록 되어 있다. 고리 제조법으로 황의법조가 기록되어 있다. 초 제조법으로는 황의진초, 모초, 대맥초법, 사절초, 병정초, 파 의초, 무시파의초, 창포초, 고시초가 기록되어 있다.
여섯째,「계미서」에 나오는 주식류는 총 11종이 기록되 어 있다. 밥은 온반이 기록되어 있으며, 밥 위에 쇠고기나 꿩 고기, 다시마전, 두부, 소유병(小油餠), 잣 등 고명을 얹고 청 장으로 간을 한 육수를 끼얹은 탕반으로 육수는 흑탕을 쓴 다. 죽으로는 백죽, 담죽, 기매죽이 기록되어 있다. 면은 녹 두녹말 내는 법으로 조녹두말이 기록되어 있으며, 면 제조법 으로는 면, 별면법, 작세면, 면시, 진주분이 기록되어 있다. 만두 법은 수고아가 기록되어 있다.
일곱째, 「계미서」에 나오는 찬물류는 총 28종이 기록되 어 있다. 탕으로는 흑탕, 포탕, 별탕, 족탕이 기록되어 있으 며, 두부는 취포, 건두포가 기록되어 있다. 또 고기음식으로 는 편적, 란저두, 마미육, 치개미육, 육적, 자우육법, 자마육 법, 진조, 계팽, 팽계, 팽황구, 치장이 기록되어 있으며, 생선 음식으로는 연전포, 은어가 기록되어 있다. 그 외 산삼좌반, 빙자, 우방연법, 치염, 개즙이 기록되어 있다.
여덟째, 「계미서」에 나오는 떡과 과자류는 총 4종이 기 록되어 있다. 떡은 기증병, 약과는 약과조법, 정과는 동과정 과, 엿으로는 흑탕법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계미서」에는 채소저장법이 총 3종 염강, 장가, 장과가 기록되어 있다
아홉째,「계미서」에 나오는 술은 총 44종이 기록되어 있 다. 술을 제조 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단양주는 이화주가 기 록되어 있다. 이양주는 20종으로 세신주, 별세신주사절통용, 벽향주, 두강주, 이미주, 정향주, 녹파주, 하양주, 혜향주, 하 향주, 하별조주, 하양좌청주, 절주법, 과하주, 삼두주, 예주법, 하일불산주, 모주, 사절통용육두주, 육두주사절통용이 기록되 어 있다. 삼양주는 6종으로 삼해주, 두강주, 벽향주, 오두주, 구두주, 십두주가 기록되어 있다. 또 속성주가 8종으로 일일 주, 삼일주, 하일주, 하일절주, 열시주가 기록되어 있다. 감주 법이 3종이 기록되어 있다. 또 소주법, 기타 수주, 치개미주, 조국법, 조국길일, 조국기일에 대하여 기록되어 있다.
열째, 조선 초기의 조리서인「산가요록」,「계미서」,「수 운잡방」, 3종의 책에 모두 나타나는 음식은 녹파주, 두강주, 벽 주, 삼일주, 삼해주, 예주, 오두주, 전시, 즙저, 사절초, 창포초, 과저법, 진청근침채, 장가, 면, 동과정과, 산삼좌반 등 이다.
이상으로 집필연대가 정확한 조선초기의 조리서인 「계미 서」의 내용을 소개하였다. 본 연구 내용이 앞으로 동시대 및 후대의 고조리서의 내용과 비교 연구하여 조선시대 우리음 식의 내용과 조리법의 변천과정을 연구하는데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