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서 론
본 논문은 아직 식품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은 17세기 한 글 조리서의 원문과 내용을 최초로 소개하고 그 조리사적 특 징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가 ‘Jasonbojeon (자 손보전) 최씨 음식법’이라고 명명한 이 조리서(이하「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으로 표기)는 신창 맹씨 가문 호 군공파의 2세손인 맹세형(孟世衡, 1588~1656)의 정부인인 해 주 최씨(1591~1660)에 의해 기록된 것으로 현재 숙명여자대 학교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Jasonbojeon (자손보전)」이라 는 서첩 속에 포함되어 있다.
「Jasonbojeon (자손보전)」은 신창 맹씨가 가문 여인들의 한글 수적 34편을 모아 후손인 맹흠구가 1800년대에 장정 (裝幀)한 첩으로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이 1972년 고서상을 통해 인수하여 소장해 오고 있다. 현재 천안에 거주하고 있 는 신창 맹씨 호군공파 12대 종손이자 대종회장인 맹오영(92 세, 2015.3.13. 인터뷰)에 의하면 호군공파의 대종손 가문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종가에서 소장해 오던 서적과 문서들이 대거 유출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맹오영 본인도 청계천의 고서상을 통해 그 때 유출된 문서 일부를 회수한 적이 있는 데,「Jasonbojeon (자손보전)」 역시 그 당시 고서상을 통해 유통된 문서 중 하나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였다.
이 문건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이 1994년 개최한 <한양 여인의 향취전>이라는 특별전시회 를 통해서였고 1996년 원문 전체를 영인한 도록「조선여인의 삶과 생각(“Hanyang Women’s Aroma” Exhibition Pictorial Record)」에 건국대학교 김일근 명예교수의 해제와 함께 소 개된 바 있다. 하지만 원문 판독이 이루어져 보다 쉽게 내용 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 구팀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고전들을 번역, 해 제하여 간행한「조선후기 한글 간찰(언간)의 역주 연구」(Lee & Kim 2005)를 통해서 이다.
「Jasonbojeon (자손보전)」 에 수록된 음식법은 맹씨 집안 의 종부였던 해주 최씨(1591~1660)가 집필한 것으로 글이 기록된 연도가 나와 있지 않아 적어도 몰년(1660년) 이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이 조리서는 1600년대 초중반의 기록에 해당되는 셈이며,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한 글조리서로 알려져 있던 「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 (Jang GH, 1670년경)과 동시대인 17세기, 반가여성이 쓴 한 글조리서가 한 권 더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조리서의 발굴이 흔치 않은 일이기에「Jasonbojeon (자손보 전)」이 첫 번째 공개될 당시 해제를 맡았던 건국대학교 명 예교수 김일근은「Jasonbojeon (자손보전)」에 수록된 30여 건의 수적(手籍)들 중에서도 「Choi’s Eumsikbeop (최씨 음 식법)」을 ‘획기적인 신자료’라고 평가하였던 바 있는데(Kim 1996) 현존하는 조선시대 조리서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은데 다가 대다수의 조리서는 1700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김일근의 평가를 뛰 어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1994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Jasonbojeon (자손보 전)」이라는 문서의 공개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 에 수록되어 있던「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주 목을 받지 못하였고 아직까지 식품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전 혀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자료이기에 본 논문에서는 조리서 의 전문(全文)을 소개하고, 1600년대 전후 조리서에서 나타 난 특징과 비교 고찰을 통한 내용분석을 수행하여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이 지닌 조리사적 가치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II.연구 내용 및 방법
1.조사 대상 문헌
현존 조리서 중 1600년대 이전에 쓰여진 것으로는 1400년 대「Sangayorok (산가요록」(Jeon SE, 1450년경), 1500년대 「Suwunjapbang (수운잡방)」(Kim Y, 1540년경), 1600년대 「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 17세기 추정의「Jubangmun (주방문)」(Anonymous, 1680년경)과「Yorok (요록)」(Anonymous, 1680년경) 정도가 있어 희소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에는 1600년대 이전 조리서에서 만 나타나는 특징적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조리사 적 의의가 매우 크다. 게다가 조리의 주체인 여성이 직접 작 성한 한글조리서로서는 「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만 이 전해지는 가운데 종가의 종부가 직접 집필한 실용 조리 서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자료라 할 수 있다.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이 지닌 또 하나의 의 의 중 하나는 18세기 이후 한글 조리서들이 흡사한 방식의 조리법 구조를 갖거나 상호 인용한 흔적을 보이는 것과 달 리 조리법 기술방식에서 독자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다. 즉 누구의 조리법을 보고 베껴 쓴 것이 아니라 기록자인 해주 최씨 부인 스스로의 경험을 기록해 둔 것으로 파악된다.
본 연구를 통해「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이 식 품학계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기에 조리서의 원문 소개와 전반적인 해제(解題)에 우선순위를 두고, 구체적인 내용분석 은 조리서에 수록된 총 20종의 음식항목들 중 사료로써 가 장 큰 가치를 보여주는 김치류에 한정하여 수행하였다. 그리 고 김치류 제법에 나타나는「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 법)」의 특징과 의의를 확인하기 위해서 1400~1500년대 조 리서인 「Sangayorok (산가요록)」과「Suwunjapbang (수운 잡방)」 및 1600년대 이후 조리서인「Jubangmun (주방문)」, 「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Ryu JL, 1766), 「Gyuhapchongseo (규합총서)」(Bingheogak Lee 1809), 「Jusiksiui (주식시의)」(Anonymous, 1800년대 말),「Jusikbangmun (주식방문)」(Anonymous, 1800년대 말) 등에 실린 동일 항목 의 조리법과 사용재료를 참고하여 대조 분석하였다.
2.조사 방법 및 세부주제 분류
1)연구 조사 방법
본 연구는 문헌의 내용을 체계적, 합리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내용분석(Content analysis)을 이용하였다(Holsti 1968; Kassarjian 1977; Krippendorff 1980; Oh 2000). 내용분석 은 양적·질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커뮤니케 이션 연구 분야에서 주로 활용 된다(Oh 2000; Lee & Cho 2008; Lee & Kim 2008).
2)유목 분류
유목 분류란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 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주제에 적합 하게 유목을 구성하는 것이 연구의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 다(Oh 2000; Park et al. 2011). 본 연구를 위한 유목 분류 에 따른 연구 주제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III.결과 및 고찰
1.조리서 형태 및 구성
앞서 밝혔듯이「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신 창 맹씨 가문 여성들이 쓴 270년 간의 기록을 모아 엮은 「Jasonbojeon (자손보전)」(19세기, 가로 29 cm 세로 36.3 cm) 의 1면~10면에 걸쳐 수록된 문서이다. ‘자손보전(子孫寶傳)’ 은 자손에게 보전하여 교훈의 자료로 삼는다는 의미이며, 여 기에는 해주 최씨의 조리법을 비롯해, 노비명단, 편지, 잡기, 행장 등의 한글 수적 등이 묶여 있다.Figure .1
Lee & Kim(2005)은「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 맨 첫 장의 시작이 앞면의 내용에 이어 ‘~의 치지지 니라’ 고 되어 있어 앞부분이 소실되었을 가능성을 추정한 바 있 는데, 이 조리법의 편제를 자세히 보면 그러한 심증이 더 굳 어진다.
아래에 소개한 조리법 항목을 보면 첫 면 앞장 기록에 뒤 이어 바로 조청과 흑당이 소개되어 있고, 그 다음은 유형별 로 분류하여 소제목(소제목을 < >로 표시 하였음)을 달아 놓은 형태이다. 찜류는 별도 소제목 없이 침채류의 게젓 뒤 에 바로 이어지고 있어 온전한 분류체계를 갖춘 조리서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조청과 흑당이 별도의 분류된 소제목으로 다른 항목들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항목 외에 다른 항목과 분류가 기록되어 있었을 가능성은 매 우 크다고 할 수 있다.
... ... < ? > ... ?..., 조청, 흑당 <편> 흰설교, 증편, 절편, 석이편, 교의상화, 앵두편 <즙디히> <팀채> 팀채, 파딤채, 외딤채, 가지딤채, 토란딤채, 게젓 붕어찜, 양찌는 방문, 연계찜 <가쟝법> <계란국수>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에는 총 20종의 음식 조리법이 위에 소개한 순서대로 편제되어 있는데 이를 재분 류해 보면 조미당류 2종, 면병과류 (정과(1), 떡(4), 만두(1), 국수(1)) 7종, 발효음식류(김치 6종, 젓갈 1종), 찜류 4종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조리서 일부가 소실되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려 운 부분이 있으나 단편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동일연대 여성 이 쓴 한글조리서인 「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의 김 치류에 주로 술안주용으로 만들던 꿩김치 3종만 기록되어 있 는데 반해 일상음식 형태의 김치 항목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는 점이 확인된다. 이는 백설기·절편 등 다른 조리서에 자 주 소개되지 않는 항목을 기재하면서 주재료인 쌀의 선택과 전처리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기록하였다는 점에서 독특하 다. 이러한 점들은 이 조리서의 실용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2.신창 맹씨 종가 내력 및 저자 소개
신창 맹씨는 충남 아산시 신창면을 본관으로 하며 고려 충 렬왕때 예부시랑(禮部侍郞)을 거쳐 예부전서(禮部典書)를 지 낸 맹의(孟儀)의 7세손을 파조로 분파되었는데, 맹석흠(孟碩 欽)은 신창군파(新昌君派), 맹석경(孟碩卿)은 사직공파(司直 公派), 맹석준(孟碩俊)은 호군공파(護軍公派)의 파조(派祖)가 되었다.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저자인 해주 최씨 는 신창 맹씨 호군공파 파조인 맹석준(1571~1594)의 장자(長 子)이자, 인조 때 성균관학유(成均館學諭)·박사(博士)·전 적(典籍)을 거쳐 호조좌랑(戶曹佐郞), 예조 정랑 겸 춘추관 기주관(禮曹正郞兼春秋館記注官)·금산 군수(金山郡守)·장 흥 부사(長興府使) 등을 역임하였던 맹세형의 정부인으로 고 려시대 문인인 최충(崔沖, 984~1068)의 후손이다. 맹세형과 친분이 있었던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쓴 맹세형의 묘 갈명(墓碣銘)에 따르면 최씨 부인은 “성질이 단정하고 정숙 하였으며 시어머니를 매우 공경스럽게 섬겼으며, 남편을 잘 내조하면서 근면과 검소로 집안을 유지하고 정성과 예절로 선조의 제사를 잘 받들었다”(Union Office)고 평가되어 있다.
족보에는 혼인 연령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아들을 처 음 낳은 나이를 기준으로 대략 가늠해 본다면 해주 최씨가 26세 때 맏아들 맹윤서(1616~1657)를 낳았으니 시어머니인 양주 조씨(1566~1643)를 적어도 27년 이상 모시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 주서( 瑞)가 남긴 사적(事蹟)에 의하 면 맹세형이 지방군수를 연임하면서도 20년간 어머니를 봉 양했다는 내용이 있어(Union Office) 이를 뒷받침 해준다.
또, 며느리인 완주이씨(1618~1680)가 장손인 맹만시(1636~ 1681)를 나은 것은 19세로, 며느리와는 24년가량 함께 살았 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주 최씨 부인의「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시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며느리에게 내림 솜씨로 이어질만한 시간적 조건이 충분하였을 것이고, 더욱 이 시어머니 양주 조씨, 며느리 완주 이씨와 함께 3대가 동 거한 기간은 최소 7년 정도가 되므로 해주 최씨가 기록한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1500년대 말부터 1600년대 말까지 신창 맹씨 종가의 내림음식법으로써 집안 내에서 공유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온양에서 출생한 맹세형은 김장생, 송시열 등 당대 최고의 동향(同鄕) 학자들과 교유(交遊)하였고, 가계를 조사해 보면 시어머니인 양주 조씨의 집안이나 맹세형의 후손들이 조선 왕실과 혼반관계로도 얽혀 있었기 때문에「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조선 중기 지배층 및 충청도 지역의 음식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조리서 항목별 재료와 조리 방법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에 수록된 조리법의 항목과 내용을 수록된 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이 원문, 현대 어 해석과 조리법 요약 순으로 정리하였다. 후속 연구자들의 연구 편의를 돕기 위해「Jasonbojeon (자손보전)」에 수록 된 조리서 원문을 가급적 그대로 소개하되 원문의 가독 편 의성을 돕기 위해 띄어쓰기를 하고, 원문 판독이 확실하지 않거나 현대어 해석에 있어 모호한 부분, 한국학중앙연구원 의 역주(Lee & Kim 2005)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 등은 【】로 처리하여 또 다른 관점에서의 판독과 해석이 가능 하도록 여지를 열어 두었다. 현대어 해석은 한국학중앙연구 원의 역주(Lee & Kim 2005)를 참조하되 일일이 대조작업을 함으로써 식품전문가의 감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몇 군데 오류를 정정(정정 부분은 * 표시)하고 좀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풀이 하였다.
1)조쳥(조청)
<원문= 죠쳥은 ᄀᆞ장 고ᄅᆞᆫ ᄎᆞᄡᆞᆯ 닷되ᄅᆞᆯ 죄시서 셰말ᄒᆞ야 물 아홉 사발 ᄭᅳᆯ혀 항의 녀코 그 ᄀᆞᄅᆞ 프러 버드남그로 외오 저ᄋᆞ면 된풀 ᄀᆞᆮ거든 ᄭᅳᆯ흔 긔운이 식디 아녀셔 보리기름ᄀᆞᄅᆞ 칠홉 녀허 저으면 호로 로ᄒᆞ야 말근 물 같거든 항부리ᄅᆞᆯ ᄡᅡ 드슨 구드ᄅᆡ 노코 핫옷 하나흐로 더 퍼두면 안날 져녀긔 녀허 이튼날 아ᄎᆞᆷ의 내여 명지쟐리로나 모쟐리나 바ᄐᆡ되 손으로 거두지마고 【ᄆᆡ이ᄅᆞᆯ】 ᄡᅡ 바ᄐᆡ면 【즈의】 한 사발은 ᄒᆞ나니 라 그 므를 소ᄐᆡ부어 져의무 달히며 거ᄃᆞ기는 짐쟉ᄒᆞ라 아마도 ᄎᆞᆯ기장으 로 고으면 젼ᄭᅮᆯ ᄀᆞᆮᄂᆞ니라
<현대어역> 조청은 가장 고른 찹쌀 닷 되를 모두 씻어 가 루로 빻아 물 아홉 사발 끓여 항아리에 넣고 그 가루를 풀어 버드나무로 저으면 된 풀 같이 되거든 끓는 기운이 식지 않 았을 때 보리기름(엿기름) 가루 칠 홉 넣어 저으면 호르르하 여 맑은 물 같거든 항아리 입구를 싸 따듯한 구들에 놓고 솜 옷 하나로 덮어두면 전날 저녁에 넣어 이튿날 아침에 내어 명주(明紬) 자루나 모(毛)자루에나 밭치되 손으로 거르지 말 고【매우 이를】 짜서 받으면【족히】 한 사발은 되느니라. 그 물을 솥에 부어 저으며 달이며 그만두기는 짐작하고 하 라 아마 찰기장으로 고면 꿀 같으니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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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찹쌀가루(or찰기장)+끓인 물→풀죽을 쑨다. ② ①이 뜨거운 상태일 때 엿기름가루 7홉 넣어 맑은 물 처럼 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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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덮개를 덮고 하룻밤 방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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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천으로 걸러내어 솥에 넣고 달인다.
2)흑탕(흑당)
<원문> 흑탕은 ᄇᆡᆨ미 ᄒᆞᆫ말 밥을 ᄀᆞ장 무ᄅᆞ지어 보리기름 서되 진국 ᄒᆞᆫ홉과 물을 누근 쥭만치 고와 섯거 ᄌᆞ조 뒤저으면 ᄡᆞᆯ나치 두어만 뜨거 든 쥐 ᄡᅡ 바타셔 알마초 달히되 *누르디 말라
<현대어역> 흑당(엿)은 백미 한 말을 아주 질게 밥을 지어 보리기름 서 되 누룩(陳麴) 한 홉과 물을 눅은 죽만큼 고아 섞어 뒤섞어 쌀알이 두어개 뜨거든 모두 짜 걸러서 알맞게 달이되 *눌지 않게 하라
*조리법을 감안하였을 때 ‘누르지 말라’가 아닌 ‘눌러 붙 지 않게 하라’가 타당함
<조리법 요약>
3)흰셜교(백설기)
<원문> 흰셜교는 무른 ᄡᆞᆯ이어든 ᄒᆞᆫᄆᆞᆯᄅᆡ 물 두되 됴히 되고 ᄎᆞ ᄡᆞᆯ 닷홉 들고 신도미ᄂᆞᆫ 물 되 칠홉으로 두라 온갓 편 ᄡᆞᆯ이라 골치나게 슬허야 곱ᄂᆞ니라
<현대어역> 흰설기는 묵은 쌀이거든 한 말에 물 두 되 족 히 들고 찹쌀이면 닷 홉 들고 햅쌀일 경우는 물 한 되 칠 홉으로 하라 모든 떡(편) 쌀은 아주 세게 찧어야 고우니라
<조리법 요약>
4)증편
<원문> 증편은 안날 ᄡᆞᆯ ᄒᆞᆫ되ᄅᆞᆶ 쥭을 되게 쑤고 누록을 밤마곰 ᄠᆞ 려 우려 그 믈의 술을 비ᄌᆞ면 ᄇᆞᄉᆞᄉᆞ ᄒᆞᄂᆞ니 ᄇᆡᆨ미 ᄒᆞᆫ말치 ᄅᆞᆯ 긔쥬ᄒᆞ야 두면 퍽 긔ᄒᆞ거든 나조ᄒᆡ 안쳐 ᄠᅵ면 ᄀᆞ장 곱ᄂᆞ니라
<현대어역> 전날 쌀 한 되를 죽을 수고 누룩을 밤 크기만 큼 깨서 우리고 그 물에 술을 빚으면 바스스하나니 백미 한 말을 기주(起酒)하여(발효시켜) 괴거든 저녁에 안쳐 찌면 아 주 고우니라
<조리법 요약>
5)졀편(절편)
<원문> 졀편은 암만이라도 브ᄃᆡ 깁체로 뇌고 반쥭을 쥐면 덩이질만ᄒᆞ여야 알맛ᄂᆞ니 쉬나리ᄡᆞᆯ이나 밀다리ᄡᆞᆯ이야 졀편의 가ᄒᆞ니라
<현대어역> 절편은 암만해도 꼭 깁체로 쳐서 내리고 반죽 을 쥐면 덩이가 질만하여야 알맞다 희나리쌀(덜 익은채로 마 른 쌀)이나 밀다리쌀(늦벼를 찧은 쌀)이어야 절편에 좋으니라
<조리법 요약>
6)셕이편(석이편)
<원문> 셕이편은 ᄡᆞᆯ ᄒᆞᆫ말이면 셕이 서말을 죄 닷갑되고 만두소ᄀᆞ티 두드려 ᄀᆞᆯ되 섯그면 【가마ᄒᆞ가든】 흰셜기 ᄠᆡ듯 조ᄒᆡ 격지노하 ᄠᅥ내 여 덩이 ᄆᆡᆼ글고 *ᄇᆡᆨᄌᆞ 두드려 젼ᄭᅮᆯ의 ᄆᆞ라 편 덩이예 【니피라】 ᄀᆞ장 조코 비샹ᄒᆞ니라
<현대어역> 석이편은 쌀 한 말이면 석이(石耳) 서 말을 모 두 닦아서 만두소 같이 다져서 가루에 섞으면【검어지는 데】 흰설기 찌듯 종이를 격지로 놓아 쪄내어 덩이를 만들고 *잣(柏子)을 두드려 꿀에 말아 떡(편) 덩이에【입히라】 가 장 좋고 특별하니라
*글자 판독이 어려워 백근으로 읽히나 떡이라는 특성을 감 안할 때 잣인 백자(柏子)로 보아야 함
<조리법 요약>
7)교의상화
<원문> 교의상화ᄂᆞᆫ 진ᄀᆞᄅᆞ 죠히 노여 안반의 엷게 미러 ᄎᆡ소 맛나게 ᄒᆞ야 ᄡᅡ 어러미예 다마 ᄠᅧ 초지령과 노흐라
<현대어역> 밀가루를 깨끗이 놓아 안반에 엷게 밀어 두고 채소를 맛있게 하여 싸서 어레미에 담아 쪄서 초간장과 놓 아라.
<조리법 요약>
8)ᄋᆡᆼ도편(앵두편)
<원문> ᄋᆡᆼ도편은 됴흔 ᄋᆡᆼ도 닷되를 ᄠᅧ셔 거르고 ᄭᅮᆯ도 두되조차 달혀 [ᄌᆡᆼ반]의 프면 어ᄅᆡ거든 드는 칼로 ᄋᆡᆼ도닙마곰 져며 노ᄒᆞ라 하 더ᄃᆡ 어ᄅᆡ거든 녹도ᄀᆞ로 깁의 노예 잡간 【드디려】 어ᄅᆡ으라
<현대어역> 앵두편은 좋은 앵두 닷 되를 쪄서 거르고 꿀 2되를 달여 [쟁반]에 퍼서 엉기거든 잘 드는 칼로 앵두잎만 큼 저며 놓아라 많이 더디게 엉기거든 녹두가루를 깁체에 쳐 서 조금【넣어】 엉기게 하라
<조리법 요약>
9)즙디히(즙저, 집장)
<원문> 팔월 초ᄉᆡᆼ의 콩 두말 슬ᄏᆞᆮ 고오다가 밤자여 이튼날 밀기울 서말 브어 다시 ᄒᆞᆫᄃᆡ 닉게 ᄠᅧ 방하의 ᄂᆞᆯ온이 ᄯᅵ허 더온 김의 아ᄒᆡ 주 먹마곰 주여 플 뷰여 싸코 며조랑 닥닙흐로 격지두어 두닐웨 ᄠᅴ오면 몌조 소기 발가ᄒᆞ고 노른김의 썻ᄂᆞ니 ᄭᅢ이저 벼ᄐᆡ ᄆᆞᆯ로여 어러메로 처 즙기울 ᄒᆞᆫ말의 누록 ᄒᆞᆫ되식 섯거 소곰 팔홉식 물 프러 주먹지게 반쥭ᄒᆞ여 가지 외를 ᄒᆞᆫᄇᆞᆯ식 ᄭᆞ라 항부리 식지로 ᄡᅡᄆᆡ고 솓두에 다다 【흙ᄇᆞᆯ라 】 두험기피 파 풀만히 부여 싸코 ᄠᅴ워 세닐웨 후에 내라 데 ᄠᅳ면 싀고 [불사] ᄒᆞ니 자조 보고 잘 ᄠᅴ오라
<현대어역> 팔월 초순에 콩 두 말을 실컷 고아 밤을 보내 고 이튿날 밀기울 세말을 부어 다시 한데 익게 쪄 방아에 같 이 찌어 더운 김이 날 때 아이 주먹만큼 쥐어 풀을 베어 쌓 고 메주랑 닥나무 잎으로 격지 두어 이 주를 띄우면 메주 속 이 발갛고 노란 곰팡이가 피었거든 이것을 깨어 볕에 말려 어레미로 쳐서 *즙기울 한 말에 누룩 한 되씩 섞어 소금 팔 홉씩 물에 풀어 주먹지게 반죽하여 가지 오이를 한 벌씩 깔 아 항아리 입구를 유지로 싸매고 솥뚜껑을 닫아 **흙발라 두 엄을 깊이 파 풀 많이 베어 쌓고 삼칠일 후에 내어 쓰되 ***잘못 뜨면 쉬어서 사용할 수 없으니 자주 보고 잘 띄워 라.
*즙기울은 즙지히 제법을 감안했을 때 밀기울의 즙이 아니 라 앞의 과정에서 만든 즙지히용 전용 메주를 가루 낸 것으 로 보아야 함
**즙지히를 만들 때는 공기차단을 위해 유지로 싸거나 흙 을 바른 뒤 두엄에 묻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으므로 솥 뚜껑을 덮고 흙을 바른 것으로 보아야 함
***발효가 잘 못 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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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콩 2말을 쪄서 하룻밤 방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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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다음날 ①에 밀기울 3말을 부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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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②를 방아에 찧어서 주먹크기로 메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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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풀 위에 메주를 쌓고 닥나무잎을 사이사이에 두어 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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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메주에 곰팡이가 피면 볕에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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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⑤를 어레미로 쳐서 누룩 1되+소금 8홉+ 물을 섞음→ 주먹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반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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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⑥을 항아리에 넣고 가지, 오이를 한 벌씩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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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입구를 유지로 싸고 솥뚜껑을 덮은 뒤 흙으로 막아 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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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구덩이를 파서 두엄, 풀을 넣고 덮어 띄워서 3주 후에 꺼내 쓴다.
10)팀채(김치)
<원문> 무오 불ᄒᆡ과 닙 고오니 【나풋이운닙】 업시ᅙᆞᄃᆡ 무오 몸이 샹티 아니케 죄 시서 ᄀᆞᆫᄒᆞ여 세 동ᄒᆡ예 됴흔 감쟝 ᄒᆞᆫ사발을 ᄇᆡᆨ임ᄌᆞ ᄒᆞᆫ되 반 봇가 ᄒᆞᆫᄃᆡ ᄯᅵ허 ᄀᆞᄂᆞᆫ 뵈주머니예 녀허 독미ᄐᆡ 담고 무오를 시서 다시 ᄀᆞᆫ 잠간ᄒᆞ여 도긔 녀흔 이튼날 졍화슈ᄅᆞᆯ ᄀᆞ득 부어 두면 마시 각별이 됴ᄒᆞ니라
<현대어역> 무 뿌리와 잎 고운 것을【시든 잎】 없게 하 되 무 몸이 상하지 않게 모두 씻어 간하여 세 동이에 좋은 감장 한 사발을 흰깨(백임자) 한 되 반 볶아 함께 찧어서 가 는 베 주머니에 넣어 독 밑에 담고 무를 씻어 간을 잠깐 하 여 독에 넣은 이튿날 정화수를 가득 부어두면 맛이 각별히 좋으니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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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 3동이를 씻어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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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흰깨 1.5되를 볶아 감장 1사발에 넣고 찧어서 베주머니 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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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베주머니를 독 밑에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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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절여 둔 무를 독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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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다음날 정화수를 가득 붓는다.
11)파딤ᄎᆡ(파김치)
<원문> 파딤ᄎᆡᄂᆞᆫ 파ᄅᆞᆯ 불ᄒᆡ과 겁질조차 죄시서 발우ᄒᆡ 펴고 소곰 잠간 ᄲᅳ려【나잘만디나】 【시들 죽거ᄃᆞᆫ】 ᄎᆞᄎᆞ 항의 녀코 졍화슈 넘 ᄯᅵ게 브어셔 항우희 검프ᄅᆞᆫ 물이 흐르고 거품업거든 ᄡᅳ라
<현대어역> 파김치는 파를 뿌리와 껍질까지 모두 씻어 발 위에 펴고 소금을 잠깐 뿌려 놓아【만디나】【시들시들해 지면】차차로 항아리에 넣고 정화수를 넘치게 부어서 항아 리 위에 검푸른 물이 흐르고 거품이 없어지거든 쓰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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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파를 다듬어 발 위에 펴서 소금을 뿌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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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무가 소금에 잘 절여져 시들해지면 항아리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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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②에 거품이 빠지도록 정화수를 계속 넘치게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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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항아리 위에 거품이 없어지면 꺼내 먹는다.
12)외딤ᄎᆡ(외김치)
<원문> 외딤ᄎᆡ는 만물 외ᄅᆞᆯ 벼ᄐᆡ 잠간 ᄆᆞᆯ뇌여 죄 시서 ᄀᆞᆫ텨 둣 다가 이튼날 도긔 녀코 외 ᄀᆞᆫ텻던 소곰물의 소곰과 물 더프러 ᄭᅳᆯ혀 더우니 부어두면 이툴ᄭᆞ지 독모미 ᄯᆞᆺᄯᆞᆺᄒᆞ거든 분디과 ᄇᆡᆨ두옹을 부여 우 니여 두면 이듬ᄒᆡ 봄이라도 므ᄅᆞ디 아니ᄒᆞᄂᆞ니라 삭삭ᄒᆞ니라
<현대어역> 오이김치는 끝물 오이를 볕에 잠깐 말리어 모 두 씻어 소금을 쳐서 두었다가 이튿날 독에 넣고 오이 간 쳤 던 소금물에 소금과 물 더 풀어 끓여 더울 때 부어두면 이틀 까지 독이 따뜻할 때 분디(산초열매)와 할미꽃을 베어 우리 어 두면 이듬해 봄이라도 무르지 아니하고 삭삭하느니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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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끝물 오이를 말려서 간하고 절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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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다음날 절인 오이를 독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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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오이 절임에서 나온 소금물에 소금+물을 더하여 끓인다.
-
④ 소금물의 더운 김이 가시기 전에 독에 붓는다.
-
⑤ 다음날 ④에 분디+할미꽃 넣어 우러나도록 하면 무르 지 않는다.
13)가지딤ᄎᆡ(가지김치)
<원문> 가지딤ᄎᆡ는 ᄀᆞ을 ᄒᆡ긋 가지ᄅᆞᆯ 곡지 ᄀᆞᆯᄒᆡ고 죄시서 칼로 열십ᄌᆞ로 어히고 마ᄂᆞᆯ 뎌며 ᄭᅵ오고 항의 녀코 졍화슈의 소곰 잠간 ᄠᅡ 넘게 붓고 만두람이로 우녜고 닉거든 ᄡᅳ라
<현대어역> 가을에 끝물 가지를 꼭지를 따고 모두 씻어 칼 로 열십자로 베어 마늘 저며 끼운 후 항아리에 넣고 정화수 에 소금 잠깐 타 넘치게 붓고 맨드라미로 우려내고 익거든 써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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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지를 씻어 열십자로 칼집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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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마늘을 저며 가지 사이에 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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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②를 항아리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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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항아리에 소금물을 넘치게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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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맨드라미 넣어 가지에 붉은색이 우러나도록 하여 익혀 먹는다.
14)토란딤ᄎᆡ(토란김치)
<원문> 토란딤ᄎᆡᄂᆞᆫ 토란 줄기ᄅᆞᆯ 죄시서 쟉도의 싸흐라 ᄒᆞᆫ말의 소 곰 한줌식 녀혀ᄀᆞᆫ 칠제도 두손으로 힘 ᄭᆞ장 치고 항의 녀흘제도 ᄆᆡ이 【다 져】 녀코 니거서 놔려 골커ᄃᆞᆫ 졈졈 【다지고】 다ᄅᆞᆫ 항의 치라도 더 퍼 녀허 ᄡᅳ라 져그나 【섭면 물ᄅᆞᄂᆞ니라】
<현대어역> 토란줄기를 모두 씻어 작두에 썰어 한말에 소 금 한줌씩 넣어 간 칠 때도 두 손으로 힘껏 치고 항아리에 넣을 때도 매우 *다져서 넣고 익어서 가라앉아 삭거든 점점 *다지고 다른 항아리의 것이라도 더 퍼서 넣어 써라 (양이) 적거나【성기게 하면 무르느니라】
*꼭꼭 눌러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므로 ‘다지 다’로 해석하였음
<조리법 요약>
15)게젓
<원문> 게젓 ᄃᆞᆷ기ᄂᆞᆫ 소금 ᄒᆞᆫ되예 굴근 게ᄂᆞᆫ 열식 듕게ᄂᆞᆫ 열다ᄉᆞᆺ 홀니ᄂᆞᆫ 스믈식 혜아려 ᄃᆞᄆᆞ되 산게ᄅᆞᆯ ᄆᆞᆯ근 물의 자바 녀ᄒᆞ면 제ᄆᆞ음으로 ᄃᆞᆫ녀 더러온 거ᄉᆞᆯ 다 시서 ᄇᆞ되고 ᄇᆡᆺ소긔 더 러운 거ᄉᆞᆯ 다 토ᄒᆞ여든 자바 내여 노망태예 녀허 ᄃᆞ라 두면 촛촛ᄒᆞ여 죽 디 아닐만 ᄒᆞ여거든 소곰물 ᄆᆡ이 달혀 소ᄅᆡ의 퍼두면 성에렷거든 게를 자바 녀흐면 주린 김의 그 므ᄅᆞᆯ 죄 혀고 죽거든 도로 내여 쟛바되혀 항의 ᄎᆞᆫ ᄎᆞᆫ 장여 녀코 국브어 ᄡᅡᄆᆡ여 니키라
맛나게 ᄃᆞᄆᆞ려ᄒᆞ면 소곰국을 ᄧᆞ게 ᄒᆞ고 지령 조곰 진말 서너되나 ᄒᆞ 고 호초ᄀᆞᄅᆞ 진유 ᄒᆞᆫ종ᄌᆡ나 ᄒᆞ고 오미ᄌᆞ 너촐ᄀᆞᄅᆞ ᄒᆞᆫ줌만 녀 허 고로고로 저어서너 소곰 ᄭᅳᆯ혀 식거든 보면 성에렸거든 산게ᄅᆞᆯ 【그톄로 】ᄒᆞ여 자바 녀흐면 주린 김의 그 즙을 다 마시고 죽거든 항의 주어 녀호ᄃᆡ과 쟛바리혀 녀코 【져근덧】 더퍼두면 그머 국물이라 다 도로 흘러나거든 항을 【손 서픠로 ᄀᆞ리오고】 국을 ᄠᆞᆯ와 다시 젼지령을 ᄩᅡ 달혀 퍼 시겨 항의 도로 브어 ᄡᅡ 둣다가 식거든 ᄡᅳ라
<현대어역> 게젓 담기는 소금 한 되에 굵은 게는 열씩, 중 간 게는 열다섯, 작은 게는 스물씩 세어서 담되 산 게를 맑 은 물에 잡아넣으면 제 마음대로 다녀니니 더러운 것을 다 씻어 버리고 뱃속의 더러운 것을 다 토하거든 잡아내어 노 망태기에 넣어 달아두면 시들시들하여 죽지 않을 만 할 때 소금물 매우 달여 소래기에 퍼 두어 김이 나가면 게를 잡아 넣으면 주린 상태에 그 물을 다 먹고 죽거든 도로 내어 뒤집 어 항아리에 찬찬히 쟁여 넣고 국물을 부어 싸매어 익혀라
맛나게 담으려면 소금국을 짜게 하고 간장 조금 밀가루 서 너 되 후춧가루 참기름 오미자 줄기의 가루를 한 줌만 넣어 골고루 저어 서너 소끔 끓여 식어 김이 나갔거든 산 게를 그 대로 뒤집어 넣으면 배고픈 상태에서 그 즙을 다 마시고 죽 거든 모두 항아리에 뒤집어 넣어 잠깐 덮어두면 그 먹은 물 이 다 도로 흘러나오거든【덩굴손으로 성기게 짠 것을 대 고】그 국물을 따라 간장을 타서 달리고 식혀서 항아리에 도로 부어 싸두었다가 익거든 써라
<조리법 요약>
<방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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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산게를 맑은물에 잡아 넣으면 더러운 것을 다 토해놓 으니 죽지 않았을 때 달여서 식힌 소금물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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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게가 주린 상태에서 소금 물을 다 먹고 죽으면 도로 꺼 내어 항아리에 다시 차곡차곡 넣고 국물 부어 봉해서 익힌다.
<방법2. 맛나게 담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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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짠 소금물+간장+밀가루+후춧가루+참기름+오미자 줄기 가루를 섞어 한소끔 끓여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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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산 게에 ①을 넣으면 주린 상태에서 그 즙을 마시고 죽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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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게를 항아리에 넣어 잠깐 두어 먹은 물이 다 빠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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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이 국물을 따라 내어 간장을 타 달인 뒤 식혀서 항아리 에 도로 부어 잘 싸서 익힌다.
16)붕어ᄯᅵᆷ(붕어찜)
<원문> 붕어ᄠᅵᆷ은 부어ᄅᆞᆯ 죄 싯고 진말 지령 호초 진유 각각 교합ᄒᆞ야 덩이 지어 부어 소긔 녀허 솓미ᄐᆡ 노코 ᄉᆡᆼ치 다리ᄅᆞᆯ 그 우ᄒᆡ 덥고 ᄂᆞᆯ콩ᄀᆞᄅᆞ과 ᄉᆡᆼ미나리ᄅᆞᆯ 둣거이 덥고 지령국 념담히 ᄒᆞ여 부어 블 ᄊᆡ오긔 마고 만화로 고ᄃᆡ 져녀긔 안쳐 이튼날 식후의 내라 머리나 등ᄆᆞ ᄅᆞ거나 ᄲᅧ노가 두부 ᄯᅥ먹듯 ᄒᆞᄂᆞ니라 미나리 업거든 딤ᄎᆡ라도 죄 ᄲᆞ 라 더프라
<현대어역> 붕어찜은 붕어(魚付漁)를 모두 씻고 밀가루 간장 후추 참기름 각각 혼합하여 덩이를 만들어 붕어 속에 넣어 솥 밑에 놓고 생치(生雉) 다리를 그 위에 덮고 날콩가루와 생 미나리를 두껍게 덮고 간맞추어 부어 불 세게 하지 말고 뭉 근한 불로 고되 저녁에 안쳐 이튿날 식후에 내라 머리와 등 마루나 뼈가 녹아 두부 떠먹듯 하느니라 미나리가 없거든 김 치라도 모두 빨아 덮어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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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밀가루+간장+후추+참기름 섞어서 덩어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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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붕어 뱃속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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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붕어를 솥 밑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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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꿩다리를 그 위에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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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날콩가루, 생미나리를 두껍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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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간장국물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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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저녁에 뭉근한 불에 앉혀 다음날 식후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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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머리, 등의 뼈가 녹아 두부 떠먹는 것 같은데 미나리가 없거든 김치를 물에 헹구어서 덮는다.
17)양찌는 방문
<원문> 양ᄠᅵᄂᆞᆫ 방문은 대우 양을 죄 【실ᄒᆞ야】 사항의 담고 지령국 슴 슴이 ᄒᆞ야 항의 ᄀᆞ득이 붓고 진유 ᄒᆞᆫ종ᄌᆞ 뎡가 호초ᄀᆞᄅᆞ조차 항의 녀허 항부리ᄅᆞᆯ 유지로 ᄃᆞᆫᄃᆞᆫ이 ᄡᆞ고 ᄉᆞ면을 숫불 픠오ᄃᆡ 항 허리 만 되게 픠워 쟝물이 반만 달코 양이 므ᄅᆞ 닉거든 내여 시겨든 칼로 사흐라 ᄡᅳ 라 양 거픠 ᄒᆞᆯ 제 물 너무 ᄭᅳᆯ히면 질긔ᄂᆞ니 하 ᄭᅳᆯ히지 말고 고올 제 ᄉᆞᆯ진 ᄃᆞᆰᄒᆞ고 젼복 ᄒᆞᆫ곳조차 고으면 세가지 마시 나 됴ᄒᆞ니라
<현대어역> 양 찌는 방문은 큰 소의 양을 모두【껍질을 벗겨】사기 항아리에 담고 간장국을 심심하게 하여 항아리 에 가득 붓고 참기름 한 종지 정가(형개) 후춧가루조차 항아 리에 넣어 항아리 입구를 유지로 단단히 싸고 사면에 숯불 을 피우되 항아리 허리만 미치게 피워 장물이 반만 닳고 양 이 무르게 익어든 내어 식혀 잘 드는 칼로 썰어 써라 양 거 피할 때 물 너무 끓이면 질겨지니 많이 끓이지 말고 고을 때 살찐 닭과 전복을 한 곳에 고면 세 가지 맛이 나 좋으니라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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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소 내장( 양)의 껍질 벗겨 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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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손질한 양을 사기항아리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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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간장국을 심심하게 만들어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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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참기름 1종지, 형개, 후춧가루로 양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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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항아리를 유지로 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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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숯불이 항아리 허리까지 오도록 묻어 장물을 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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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양이 무르도록 익으면 꺼내서 식혀 칼로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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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양 거피할 때 물을 너무 끓이면 질겨지니 많이 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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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고을 때 살찐 닭과 전복을 함께 넣어 고으면 3가지 모 두 맛있다.
18)연계ᄠᅵᆷ(연계찜)
<원문> 연계ᄠᅵᆷ은 ᄉᆞᆯ진 ᄃᆞᇃ을 죄 싯고 뎡가 ᄎᆞ소기 호쵸 지령 진말 진유ᄅᆞᆯ 각각 짐쟉ᄒᆞ야 ᄃᆞᇃ 소긔 녀코 바ᄂᆞᆯ로 호와 항의 녀코 지령국 반 사발 남ᄌᆞᆨ 브어 아ᄎᆞᆷ으로 셔나 【죄어나나 죄됴셔】 아ᄎᆞᆷ이나 내여 ᄡᅳ라
<현대어역> 영계찜은 살찐 닭을 모두 씻고 정가 차조기 후 추 간장 밀가루 참기름 각각 짐작하여 닭 속에 넣고 바늘로 꿰매어 항아리에 넣고 청장국 반 사발 남직 부어【아침에 하였으면 저녁에, 저녁에 하였으면】아침에 내어 써라
<조리법 요약>
<현대어역> 본초강목에 가로되 개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유 익하다 하였나니 구워 먹으면 갈증이 나느니라 죄 빨아 아 주 무르게 고아 넙죽넙죽 편을 지어 밀가루와 참깨 찧은 것 과 참기름 간장물을 타 후춧가루조차 그 편 지은 고기에 무 쳐 쪄내니 가장 좋더라.
19)가쟝법(개고기찜)
<원문> 본초애 ᄀᆞᆯ오ᄃᆡ 개고기ᄅᆞᆯ 사ᄅᆞᆷ이 머그면 유익다 ᄒᆞ엿 ᄂᆞ니 구어 머그면 갈증이나ᄂᆞ니 다 죄 ᄲᆞ라 ᄀᆞ장 므ᄅᆞ 고와 넙죽넙죽 편 디워 진말과 진임 ᄯᅵᄒᆞ니 과 진유 지령 물 ᄩᅡ 호초ᄀᆞᄅᆞ조차 그 편 디운 고기에부텨 ᄠᅧ내니 ᄀᆞ장 됴터라
<현대어역> 본초강목에 가로되 개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유익하다 하였나니 구워 먹으면 갈증이 나느니라 죄 빨아 아주 무르게 고아 넙죽넙죽 편을 지어 밀가루와 참깨 찧은 것과 참기름 간장물을 타 후춧가루조차 그 편 지은 고기에 무쳐 쪄내니 가장 좋더라.
<조리법 요약>
20)계란국슈(계란국수)
<원문> 계란을 만히 ᄠᆞ려 그르ᄉᆡ 담고 모미ᄀᆞᄅᆞ과 녹두ᄀᆞᄅᆞ과 섯 ᄭᅳᄃᆡ 녹두ᄀᆞᆶᄅᆞ랑 죠곰ᄒᆞ야 그ᄅᆞᆯ 긔 알ᄒᆡ ᄆᆞ라 쳐 홍도개로 암반의 ᄀᆞᄂᆞ긔 ᄆᆡᆼ그나 지령국의 ᄉᆡᆼ티 안가슴 ᄉᆞᆯ마 그 ᄉᆞᆯ ᄀᆞ ᄂᆞ긔 ᄧᅳᆺ고 쉰무오줄기 ᄒᆞᆫ치곰 ㅆ흐라 기름의 데워 봇가 조차 드리혀 ᄉᆞᆯ마 스되 교토 노ᄒᆞ면 일미
<현대어역> 계란을 많이 깨어 그릇에 담고 메밀가루와 녹 두가루 섞되 녹두가루를 조금 하여 그것을 그 알에 말아 쳐 홍두깨로 안반에 밀어 가늘게 만든다. 간장국에 생치(生雉) 안가슴 살을 삶아 그 살을 가늘게 뜯고 쉰 무 줄기를 한 치 정도가 되게 썰어 데워 기름에 볶아 그것까지 넣어 삶아 말 아 고명(교태)으로 놓으면 맛이 좋다
<조리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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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계란을 많이 깨서 그릇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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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메밀가루+녹두가루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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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①과 ②를 섞어 반죽하여 안반에 밀어 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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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간장국에 꿩 안쪽 가슴살을 삶아 내어 살을 가늘게 찢 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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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무 줄기는 1치 길이로 썰어 기름에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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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③의 면을 삶아 (국물에) 말아서 ④, ⑤를 고명으로 놓 으면 맛이 뛰어나다.
4.김치 제법에 보이는「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 의 사료적 가치
17세기 이전의 조리서가 몇 편 현존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 굴된「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가치는 매우 크 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김치류는 즙디히, 무김치, 파김치, 오이김치 및 가지김치, 토란김치 등 총 6가 지가 소개되어 있는데 1400년대~1500년대와 1700~1800년 대 제법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방식이 보인다는 점, 또 1700년대「증보산림경제」에서 처음 선보였던 제법보다 앞 서 소개되는 방식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사료적 가치가 크 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1500년대 이전 김치 제법 계승의 흔적
보존기능 향상을 위한 할미꽃의 사용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외딤채’ 항목에는 “끝물 오이를 볕에 잠깐 말리어 모두 씻어 간을 치고 두었다 가 이튿날 독에 넣고 오이 간 쳤던 소금물에 소금과 물 더 풀어 끓여 더울 때 부어두면 이틀까지 독이 따뜻하거든 분 디(산초열매)와 할미꽃을 베어 우리어 두면 이듬해 봄이라도 무르지 아니하느니라. 삭삭하느니라”고 서술되어 있다.Figure .2
지금까지의 현전 조리서 중 식재료로 할미꽃이 사용된 사 례로는 1450년경의「Sangayorok (산가요록)」의 과저(苽菹) 와 1500년대 초「Suwunjapbang (수운잡방)」의 수과저(水 苽菹)·노과저(老苽菹) 사례가 전부였다. 1600년대의 조리서 인「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과「Jubangmun (주방 문)」에는 일반적인 김치제법이 수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김치류에 할미꽃을 사용하는 경향이 언제부터 사라진 것인 지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1600년 초반에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 의 오이김치에 할미꽃을 이용한 방법이 나와 있어 적어도 할 미꽃 이용 제법이 1600년 대 중반까지는 오이김치에 이용되 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할미꽃을 원료로 사용한 조리서에서 모두 할미꽃을 넣으 면 김치가 ‘물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Han(2005) 의 연구 결과도 이를 입증하고 있어 1600년대 이전 김치제 조에 할미꽃과 이 사용된 목적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고추가 유입되어 김치의 재료로 사용된 기록이 처음 나오 는 것은 1600년대 문집인 이서우(李瑞雨, 1633~1709)의 『Songpajip (송파집)』이지만(Park 2013) 음식법을 기록한 조리서 중 가장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은「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이다. 할미꽃의 용도를 입증하듯 고추가 본격 적으로 음식의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했던「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의 김치류에는 할미꽃이 김치의 원료로 사 용되지 않으며, 산초와 고추가 병용된 유형이 보이다가 19세 기 이후 조리서들에서는 김치의 원료로 산초가 사용되는 사 례도 점차 찾기 힘들어 진다. 즉, 할미꽃은 고추를 김치의 원 료로 사용하기 이전인 조선중기까지, 물러지는 현상을 막아 주고 발효제어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사용된 재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Figue .3
ㄱ.「Sangayorok (산가요록)」 오이김치(苽菹)
오이와 향유를 함께 넣어 끓인 소금물을 식혀 부어 할미 꽃으로 덮는다
ㄴ.「Suwunjapbang (수운잡방)」 오이김치(水苽菹)
7~8월에 가지, 오이를 따서 씻지 말고 행주로 닦는다. 소 금 세 되를 물 세 동이에 섞어 한 동이가 될 만큼 달여 식 힌다. 오이를 항아리에 넣는데, 사이사이에 할미꽃의 잎과 줄 기를 넣어준다. 앞에 준비한 소금물을 오이가 잠길 때까지 붓고 돌로 눌러둔다. 또, 할미꽃과 산초를 오이와 함께 켜켜 섞어 담으면 오이지가 물러지지 않고 맛이 달다.
ㄷ.「Suwunjapbang (수운잡방)」 늙은 오이김치(老苽菹)
오이를 반으로 갈라 수저로 속을 긁어내고 잘게 썰어 약 간의 소금을 뿌린다. 다음날 꺼내어 독안의 물기를 없애고 소금을 많이 뿌린 다음 산초와 켜켜이 섞어 독에 담는다. 물 을 붓지 않아도 자연히 물이 나온다. 할미꽃으로 독의 입구 를 막고 돌로 무겁게 눌러 두면 1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토란과 파를 이용한 김치 제조법 수록
지금까지 알려진 현존 조선시대 조리서를 통틀어「Sangayorok (산가요록)」과「Suwunjapbang (수운잡방)」 2권의 조리서에 만 기록되어 있던 파김치와 토란김치 제조 사례가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기록으로 인해 추가된 것이다. 이러한 기타 김치 제조법 사례의 추가는 조선 중기 김치류 특징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파김치는 “파를 뿌 리와 껍질조차 모두 씻어 발 위에 펴고 소금을 잠깐 뿌려 놓 아【만디나】【시들시들해지면】 차차로 항아리에 넣고 정 화수를 넘치게 부어서 항아리 위에 검푸른 물이 흐르고 거 품이 없어지거든 쓰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Sangayorok (산가요록)」과「Suwunjapbang (수운잡방)」의 조리법과 유사한 것으로 소금에 절인 후 물을 수시로 교환 하여 발효 중 생기는 거품을 제거하는 방식에서 공통점이 보 인다.
ㄱ.「Sangayorok (산가요록)」 파김치(生蔥沈菜)
뿌리와 껍질을 없애지 말고 깨끗이 씻어 물기 없이 말린 다. 파 1다발에 소금 1켜를 번갈아 깔고 항아리에 담아 물을 붓는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부어 계속 교환해 준다. 물을 차게하여 부어서 항아리 위에 검푸른 물이 흐르고 거품이 없 거든 써라.
ㄴ.「Suwunjapbang (수운잡방)」 파김치(蔥沈菜)
파를 깨끗이 씻어 바깥 껍질은 벗겨내고 잔뿌리는 둔 채 로 독에 넣는다, 고르게 누른 다음 물을 가득 채운다, 이틀 에 한 번씩 물을 갈아준다. 여름에는 3일, 가을에는 4~5일 기다려 매운 기가 가시면 꺼내어 다시 씻어 눈이 내린 것 같 이 소금을 뿌린다. 파 한 켜, 소금 한 켜씩 켜켜로 독에 넣고 소금물을 약간 짜게 만들어 독에 가득 채운다. 박초로 독의 입구를 막고 돌로 눌러 두고 익으면 쓴다.
한편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토란김치는 “토란줄기를 모두 씻어 작두에 썰어 한말에 소금 한줌씩 넣 어 간 칠 때도 두 손으로 힘껏 치고 항아리에 넣을 때도 매 우 다져서 넣고 익어서 가라앉아 삭거든 점점 다지고 다른 항아리의 것이라도 더 퍼서 넣어 써라 (양이) 적거나【성기 게 하면 무르느니라】”고 되어있다. 이 역시 「Sangayorok (산가요록)」과「Suwunjapbang (수운잡방)」의 조리법과 유 사한 것으로, 소금만을 이용해 짠지 형태로 만들고 있다. 익 어가면서 숨이 죽으면 용기내부와 토란 사이에 공간이 생겨 그 틈으로 공기가 들어가 부패를 촉진할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계속 다져 누르는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 모가 발견된다.
ㄱ.「Sangayorok (산가요록)」 토란김치(芋沈菜)
줄기를 씻어 쪼갠 토란대 1말에 소금 1움큼 넣어 버무려 통에 담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여 짚방석으로 덮어두었 다가 반나절 지나 물기 짜버리고 항아리에 넣어 단단이 눌 러 다져 입구를 봉한다.
ㄴ.「Suwunjapbang (수운잡방)」 토란김치(土卵莖沈造)
토란대를 가늘게 썰어 한 되당 소금 한 줌씩을 뿌려 잘 섞 어 항아리에 담고 매일 손으로 눌러가며 작은 그릇에 옮겨 담는다. 익을 때까지 이렇게 한다.
파김치와 토란김치의 경우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단순히 소금에 절인 장아찌에 해당하는 제법인데 18세기「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에도 토란을 절이는 방법이 나오기는 하지만 별도로 김치항목에 편재시키지는 않고 있 다. 그 만큼 18세기 이후에는 김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제 조방식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형태상 단순 소금절임 장아찌 인 파와 토란을 분명히 한글로 “김치”라고 표기하고 있어 1600년대까지는 사람들이 단순 소금절임 채소까지도 김치의 범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다.
2)재료와 조리방식에서 최초 및 유일 형태 제법 소개
「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를 앞선 맨드 라미 첨가 가지김치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에는 김치 변천사에서 주목할 만한 최초 기록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가지김치’ 로 김치에 붉은 색을 내기 위해 맨드라미를 활용하였다는 사 실이다. ‘가지딤채’라는 항목을 보면 “가을에 끝물 가지를 꼭 지를 따고 모두 씻어 칼로 열십자로 베어 마늘 저며 끼우고 항아리에 넣고 정화수에 소금 잠깐 타 넘치게 붓고 맨드라 미로 우려내고 익거든 써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조리서가 1600년대 초반에 기록된 것이므로, 이는 김치 에 맨드라미를 재료로 사용한 최초의 사례가 되는 것이다. 현존 조리서 중 김치에 맨드라미를 재료로 사용한 경우는 아 래에 소개한 대로 18세기 「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 림경제)」의 가지김치·동아김치와「증보산림경제」를 인용 한「Imweonsipyukji (임원십육지)」(Seo YG, 1827), 그리고 19세기 「Gyuhapchongseo (규합총서)」의 가지김치와 이를 인용한 은진 송씨 동춘당 종가의 조리서인「Jusiksiui (주식 시의)」 등이 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가지나 동아김치에 붉 은 색을 내기 위해 맨드라미를 첨가하는 제법은 18말~19세 기 조리서에만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 조리서의 발굴을 통 해 1600년대 김치를 만들 때에도 실질적으로 활용하던 방식 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ㄱ.「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침동월가저 법( 冬月茄菹法)
가지는 처음 서리 내린 후 단맛이 나니 이때 바로 따서 꼭 지를 떼고 껍질을 벗긴다. 먼저 끓는 물을 식혔다가 소금 간 을 하고 간을 맞춘 뒤 자기를 항아리에 재운다. 돌로 누르고 잎으로 입구를 덮은 뒤 항아리 입구를 밀봉한다. 항아리를 땅에 묻었다가 납일을 기다렸다가 꺼내 가지를 찢어 꿀을 발 라 먹으면 맛이 청미하다. 붉게 하려면 맨드라미꽃을 함께 넣는다.
ㄴ.「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 동아김치(冬 瓜菹)
중간크기 동아살을 취해 1치 크기로 잘라 얇은 편으로 만
들어 싱건지를 담는다. 붉게 하려면 맨드라미꽃을 넣고 생강 과 파를 넣는다.
ㄷ.「Gyuhapchongseo (규합총서)」 동과침채(가지김치)
구월 초생에 한 곳도 유점 없는 물 적은 가지를 씻어, 물 기 없이하여 항아리를 묻고 상하지 않게 차례로 켜켜 넣는 다. 맨드라미꽃을 많이 넣고 위로 수숫잎이나 단단한 잎을 두껍게 덮고 돌로 누른다. 좋은 물을 끊여 얼음같이 식혀 두 고, 소금을 동침이국 조금 짠 듯하게 하여 붓고 두껍게 싸매 고 맞는 그릇으로 위를 덮어 둔다. (그랬다가) 깊은 겨울에 내면 가지와 국이 다 단사와 같으니 동글게 썰거나 길이로 끊거나 마음대로 하여 꿀을 많이 타면 기이하되 반찬으로는 마땅치 못하다.
ㄹ.「Jusiksiui (주식시의)」 동가김치(가지김치)
구월 초승에 한 곳도 누른 점이 없는 물 적은 가지를 씻어 물기 없이 한다. 항아리를 묻고 상하지 않게 차례로 켜켜이 넣고, 맨드라미꽃을 많이 넣고 위로 수수잎이나 단단한 잎을 단단히 덮고 돌로 누른다. 깨끗한 물을 끓여 얼음같이 차게 해 두고, 소금을 동침이 국보다 조금 짠 듯 하게 하여 붓고 두껍게 싸매고 딱 맞는 그릇으로 위를 덮어 둔다. 한 겨울에 내면 가지와 국이 다 붉은 주사(명주실)와 같으니 둥글게 썰 거나 길이로 끊거나 하여 임의대로 해라. 꿀을 많이 타면 기 이하지만 반찬으로는 적당하지 못하다
「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를 앞선 소금 침채형 가지소박이의 제조
가지김치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만드는 방식에 있어 시대를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과류(苽類)에 해당하는 가지 나 오이는 칼집을 내어 그 속에 향신 양념류를 넣고 김치를 만드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Sangayorok (산 가요록)」의 ‘가자저(茄子菹)’부터 「Suwunjapbang (수운잡 방)」의 ‘모점이(毛革占伊)’,「Jubangmun (주방문)」의 ‘외가지 선’과 ‘약지히’,「Eumsikbo (음식보)」의 ‘가지약지히’에 이 르기까지 가지·오이소박이김치를 만들 때 하나같이 간장을 끓여 침채원으로 사용하고 있다(Park 2014).
그러다가 18세기를 기점으로 간장에 담는 소박이는 오이 숙장아찌, 오이선과 같은 반찬으로 분화되고(Park 2013), 요 즘의 가지소박이, 오이소박이와 같이 소금에 절여 향신양념 으로 소를 넣은 형태의 김치는 18세기 기록인「Jeungbosallimgyeongje (증보산림경제)」(하월침가저(夏月沈茄菹), 황 과담저(黃瓜淡菹), 황과함저(黃瓜鹹菹), 황과숙저(黃瓜熟菹), 황과해저(黃瓜菹))에서야 비로소 등장한 것으로 파악되어 왔다(Park 2014). 그런데「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 의 기록으로 인해 소금 침채형 가지·오이소박이김치의 존 재시기를 1600년대 이전으로 끌어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깨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낸 독특한 무김치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에는 다른 조리서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김치 제법이 한 가지 더 소개되어 있다. ‘팀채’ 항목에 감장과 볶은 흰깨를 섞어 보 자기에 넣어 무와 버무려 간을 베게 한 뒤 물을 부어 장김치 와 흡사한 형태의 김치를 소개하고 있다. 대전 회덕지역에 소재한 안동 김씨 김창업 가문의 조리서인 「Jusikbangmun (주식방문)」에서 ‘숫무오김치(순무김치)’를 만들 때 깨소금 을 베 헝겊에 넣어 항아리에 깐 뒤 무를 넣어 김치를 만들고 있으나 이때는 감장(간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김치법이라 할 수 있다.
IV.요약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충청도 온양, 아산 지역을 본거지로 하는 신창 맹씨 가문 종부 해주 최씨 부인이 1600년대에 기록한 조리법 20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식품제조사(食品製造史) 적 관점에서의 의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은 「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과 함께 1600년대 이전 여성이 직접 쓴 한글 조리서로서 남성이 한문으로 집필한 조리서에서 볼 수 없는, 실제 조리과정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으로 서 술 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첫째,「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에서 찾아볼 수 없 던 김치류 제법이 존재한다는 점인데, 특히 할미꽃을 부재료 로 한 김치와 토란김치, 파김치 등 일부 항목의 제법은 1500 년대 이전 조리서와 1700년대 이후 조리서의 조리방법의 맥 을 잇는 가교(架橋)적 조리서로서의 역할을 해준다.
둘째, 맨드라미를 첨가한 김치 및 가지소박이 등 현존하는 조리서의 제법을 앞선 기록이나 간장과 참깨로 버무려 만든 무김치 등 독특한 제법이 나와 있어 조리변천사 측면에서 중 요한 사료(史料)가 된다.
셋째, 기타 김치 제법 외에서 보이는「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가치는 형개(정가)와 분디, 차조기 등이 여 러 음식에서 향신재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춧 가루가 음식재료로 사용되기 이전인 「Suwunjapbang (수운 잡방)」,「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Jubangmun (주 방문)」 등 17세기 이전 조리서에 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이 조리서의 발굴로 17세기적 조리법의 특징을 더 확실하게 파 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넷째,「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의 원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술 방식에 있어서도 최씨 부인의 개성이 드 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미자덩굴 가루를 넣은 게젓, 김치 를 넣은 붕어찜 등 부재료 활용에 있어서도 색다른 점이 눈 에 띈다.
다섯째,「Suwunjapbang (수운잡방)」,「Eumsikdimibang (음식디미방)」,「Onjubeop (온주법)」 등 지금까지 1700년대 이전의 조리서의 출현 지역이 주로 경상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던 데다가, 현재 알려진 충청도 지역의 조리서가 19세기 이후에 집필된「Jusiksiui (주식시의)」,「Banchandeungsok (반찬등속)」 정도에 불과한 실정에서 「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이 충청도 반가에 소장되어있던 1600년대 조 리서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이상으로「Choi’s Eumsikbeop (최씨 음식법)」이 이와 같 이 귀중한 가치를 지닌 조리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 만큼 향후 이 조리서를 활용한 관련 후속 연구가 활발히 수행됨 으로써 한국음식의 변천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